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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ALIA-길 위에서 호주를 읽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1.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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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호주를 읽다
 

소설가 김연수는 “세상의 길들은 도서관에 꽂힌 책들과 같다”고 했다.  길들이 서로를 참조하고 서로 연결되면서 이 세계의 지평을 한없이 넓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우리는 책의 첫 장을 펼치듯 오늘도 여행길에 오른다. 시드니에서 시작한 이번 호주 여행은 ‘길’을 읽는 일정의 연속이었다. 호주의 등허리를 따라 곧장 내려가면 그 끝에 울릉공wollong이 나오고, 내려가는 내내 각양각색의 목적지를 만날 수 있다. 직선여행이 심심하다면 아예 방향을 남서쪽으로 꺾어 서던 하일랜즈Southern Highland로 들어가도 무관하다. 두 갈래 길 앞에서 망설일 필요가 없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시드니 남부 여행은 새로운 호주를 속독하도록 인도한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호주관광청 www.australia.com 

서던 하일랜즈
Southern Highlands

시드니에서 남서쪽으로 90분 가량 내달리면 서던 하일랜즈에 도착한다. 미타공Mittagong, 보랄Bowral, 베리마Berrima, 모스 베일Moss Vale, 로버트슨Robertson 등을 아우르는 이 지역은 오래도록 머물며 곱씹는 정독의 맛이 있다. 

FOOD Trail
자연의 ‘맛’을 따라간 여행

높은 지대에서 자란 포도, 산도酸度 높은 와인을 낳다 

서던 하일랜즈는 축복받은 지역이다. 연중 비가 고르게 내려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기르고 있으며 그중 올리브와 포도 재배는 손에 꼽힐 정도다.
서던 하일랜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와이너리 하면 헌터 밸리Hunter Vallye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헌터 밸리의 명성 못지않은 특색있는 와이너리가 서던 하일랜즈에도 60여 개에 달한다. 따뜻한 여름과 서늘한 겨울이 긴 덕분에 이곳의 와인은 적당한 산도를 자랑한다. 보랄Bowral 마을의 센테니얼Centennial 와이너리는 서던 하일랜즈 와이너리 중에서도 대표적인 명소로, 경사진 곳에 조성된 포도밭이 장관을 이룬다. 

와이너리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센테니얼 레스토랑의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서던 하일랜즈 산 채소로만 만들어져 ‘출처’가 분명하다. 특히 이곳에서는 도매가격의 와인을 즉석에서 구입할 수 있다. 와인을 일일이 따라주던 센테니얼 와이너리의 직원은 ‘서던 하일랜즈 와인은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라며 화이트 와인 리즐링을 추천했다. 리즐링 와인을 한 모금 물자 감귤류의 진한 과일향이 입 안에 퍼졌다.



1 센테니얼 와이너리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다 2 서던 하일랜즈에서는 특색있는 갤러리만 구경해도 시간이 금방 간다 3 센테니얼와이너리는 경사진 포도밭 풍경을 자랑한다 4 디 아트 오브 북바인딩The Art Of Bookbinding의 주인 위고 밴 윌리건씨는 최근 아이패드 커버를 제작 중이다 5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센테니얼 와이너리의 음식


생산자를 만나는 유별난 일일투어
  

서던 하일랜즈는 일일투어도 ‘유별’나다. 일반적인 일일투어가 주요 관광지를 빠르게 돌아보는 속도전을 추구한다면 서던 하일랜즈의 대표 일일투어인 푸드 패스Food Path는 느림의 미학을 가르쳐 준다. 직접 채소나 과일의 재배과정을 경험하도록 하고, 느긋한 식사를 제공한다. 이름 그대로 ‘음식에 의한, 음식을 위한, 음식의 여행’인 것이다.
푸드 패스 홈페이지에 수십여 가지의 투어를 일일이 구성해 올리고 있는 장본인이 누군가 하니, 바로 질 다이슨Jill Dyson과 닉 파돌Nick Padol. 공동 창업자인 질과 닉은 슬로푸드에 관심이 많은 지역 운동가로 작년 4월 처음 이 투어를 기획했다. 두 사람은 서던 하일랜즈 여행자와 생산자가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지역민의 손에서 탄생하는 음식의 건강함을 ‘여행’으로 알리고 있다. 푸드 패스 참가자들은 직접 우유를 짜고 치즈를 만들고, 직접 재배한 과일로 잼도 만든다. 음식이 생산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함께하기 때문에 서던 하일랜즈에서의 한 끼는 더욱 값지다.
푸드 패스를 이용할 때는 커다란 빈 가방 하나쯤은 준비해 가는 게 좋다. 두 눈으로 직접 본 식재료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가방에 담아오기 위해서다. 푸드 패스 홈페이지(foodpath. com.au)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동행인수, 일정 등에 따라 비용을 계산해 준다.

T clip. 센테니얼Centennial 와이너리
주소 PO Box 2076, Bowral NSW 2576
개장시간 오전 10시~오후5시
전화 612-4861-8722
이메일 admin@centennial.net.au
홈페이지 www.centennial.net.au

푸드패스 FoodPath
대표투어 와이너리·파머스마켓 등 방문, 농가체험
신청방법 홈페이지(foodpath.com.au) 방문→대표 투어를 둘러본다→ 참가인원, 출발지역 등이 적힌 신청서 제출→견적 받기 
전화 0419-617-021 
이메일 jill@foodpath.com.au


BOOK Trail
영원무궁할 오프라인 책 여행


서던 하일랜즈에서는 주요 서점을 탐방하는 북 트레일Book Trail 지도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이곳의 서점은 서점이기 이전에 타지에서 온 여행객을 위한 관광 명소다. 특히 서던 하일랜즈의 베리마Berrima는 ‘책 여행’을 하기에 가장 좋다. 1800년대 만들어진 도시인 만큼 예스럽고, 오래된 책의 정취와 잘 어울린다. 지도에 표시된 서점을 따라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련된 카페와 특색있는 부티크숍을 만날 수 있고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갤러리도 들를 수 있다. 

‘책’이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 서던 하일랜즈는 호주 최초의 ‘책 마을’로 유명하다. 책 마을은 사실 영국 웨일스주의 헤이 온 와이Hey-on-Wye가 세계 최초다. 헤이 온 와이는 헌책방으로 유명세를 떨치기 전인 1960년대 초반만 해도 폐광으로 쇠락해 가던 곳이었다.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한 젊은이가 헌책방을 열고 세계 각지의 책을 무작정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책 마을이 됐다고 한다. 

서던 하일랜즈는 비록 헤이 온 와이보다 역사는 짧지만 책과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은 뒤지지 않는다. 서점 주변으로 호주 특유의 자연 풍광이 펼쳐져 있는 탓에, 풀밭 어딘가에 풀썩 엎어져 책 한 권 뚝딱 해치우고 싶은 충동까지 든다. 헌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서점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서점들도 시대의 변화 앞에 고민이 많다. 1812년 문을 열었다는 더 보랄 북멘The Bowral Bookmen은 홈페이지를 열고 온라인으로 책을 팔기 시작했고 35년간 책 커버를 만들어 온 디 아트 오브 북바인딩The Art Of Bookbinding의 장인은 이제 아이폰, 아이패드 커버를 함께 만든다. 

그러나 책의 종말, 활자의 종말을 예측하는 말들이 수십년 전부터 새어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책’은 끈질긴 생명력을 놓지 않고 있다. 서던 하일랜즈의 책방들도 ‘스마트’ 시대를 살며 일정 부분 타협을 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책장 사이를 거닐며 두 손으로 고르는 ‘오프라인 책 여행’을 긍정할 것이라 했다.

T clip. 

디 아트 오브 북바인딩The Art Of Bookbinding
주소 Shop 2/19 Old Hume Hwy, Berrima
전화 612-4877-1705, 0405-043-153
홈페이지 www.artofbookbinding.com.au
운영시간 수~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더 보랄 북멘The Bowral Bookmen
주소 344 Bong Bong Street, Bowral
전화 612-4861-2199
홈페이지 www.thebookmen.com.au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5시30분

버커로우 북스Berkelouw Books
주소 Shop 4, Gibraltar Square Rear of
328-332 Bong Bong Street Bowral NSW 2576
전화 612-4862-5600
홈페이지 www.berkelouw.com.au
운영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


울릉공
Wollongong
 

호주 하면 연쇄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캥거루가 뛰노는 호주에는 새파란 물감이 엎질러진 바다가 흐르고 무엇보다 ‘자유’가 새롭게 움틀 것만 같다. 시드니에서 뉴사우스웨일즈주의 남쪽 능선을 따라 곧장 내려가는 직선여행은 ‘호주’를 알 수 있는 퍼즐 조각을 하나씩 건네 준다. 책 읽기에 비유한다면 알짜만을 취하는 ‘발췌독’이라고나 할까.

NATURE Trail
호주의 등허리 타고 직선여행

A 시 클리프 브리지Sea Cliff Bridge에서 드라이브를 
울릉공여행의 도입부라 할 수 있는 시 클리프 브리지는 바다를 끼고 폼나게 달릴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차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질주를 해도 좋고 잠시 주차를 해두고 천천히 걷는 것도 좋다. 사실 이 도로는 로열 국립공원에서 시작해 울릉공, 셀하버, 키아마, 저비스베이 등 시드니 끝까지 내려가는 ‘그랜드 퍼시픽 드라이브’의 대표 구간이기도 하다. 다리에는 바다 정취에 마음이 동한 여행자들이 남겨놓은 자물쇠가 다닥다닥 채워져 있으니, 자물쇠만 둘러봐도 시간이 금방 간다. www.grandpacificdrive.com.au

B 심비오 야생 동물원Symbio Wildlife Park에서 캥거루 먹이주기  
볼드 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심비오 야생 동물원은 시드니의 타롱가 동물원Taronga Zoo과 비교되곤 한다. 큰 규모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타롱가 동물원과 달리 심비오 야생 동물원은 소박하다. 그러나 코알라, 캥거루, 윔뱃 등 있을 건 다 있는 부담 없는 동물원이다. 특히 손에 먹이를 덜어 내밀면 캥거루 수십 마리가 두 손을 모으고 껑충껑충 달려온다. 캥거루가 얼굴을 손바닥에 연신 파묻는 통에 손에 든 먹이를 놓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www.symbiozoo.com.au

C 볼드 힐Bald Hill에서 행글라이딩을
볼드 힐은 아찔할 정도로 가파른 절벽을 자랑한다. 단층활동으로 생긴 절벽 밑에는 푸르고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바다와 하늘은 ‘푸른빛이 동색’인지라 경계가 묘연할 정도다. 1894년 볼드 힐의 스텐웰 공원에서 상자 모양의 연을 타고서 하늘을 날고자 했다는 로렌스 하그레이브Lawrence Hargrave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으로 제2의 로렌스가 되고자 거침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 순식간에 하늘을 두둥실 날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이들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chris@hanggliding.com.au

D 울릉공Wollongong에서 지역 맥주를
울릉공에서는 바다의 소리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울릉공 해변가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져 있는 FIBCFive Islands Brewing Company는 울릉공 최초의 맥주 양조장으로 다양한 지역 맥주를 직접 제조해 판매한다. 그 지역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제조된 맥주는 끝 맛이 오묘하다. 딸기, 초콜릿, 커피 등 독특한 향을 풍기는 맥주도 준비돼 있다. 구매하기 전 시음해볼 수 있고, 저녁에는 특별 라이브 공연도 열린다. fiveislandsbrew@leart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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