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OTO-21세기에 다시 빛나는 게이코와 마이코
KYOTO-21세기에 다시 빛나는 게이코와 마이코
  • 트래비
  • 승인 201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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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다시 빛나는 게이코와 마이코

나날이 ‘스마트’해지고 있는 세상. 그러나 여행에 있어서 스마트함은 두근거림과 반비례하기도 한다. 여행자를 들뜨게 하고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하던 그 많던 신화와 전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스마트해져도 빛을 잃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상징 중 하나인 ‘게이샤’가 바로 그런 존재일 터. 과거의 추억으로 잊혀질 뻔했던 그녀들의 존재가치가 21세기 들어 다시 빛나고 있다는데…. 오랜 세월 동안 게이샤의 본거지였던 교토는 ‘스마트하지 않은 매력’으로 각광받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들려준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김경우 ichufs@naver.com  
취재협조  일본 간사이 광역기구 www.kippo.or.jp



수백년 전과 다름없는 복장의 게이샤들을 마주치는 순간은 마치 타임슬립을 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은 하나마치 중 가장 대표적인 기온 코부 입구

 
익숙한 듯 낯선 존재, 게이샤

새하얀 얼굴에 도드라진 빨간 입술,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앙증맞은 접이식 우산을 든 채 새침하게 웃고 있는 모습. 누구나 엽서나 책자 등을 통해 한 번쯤은 봤을 게이샤의 이미지는 낯설지 않다. <게이샤의 추억> 같은 영화에서부터 심지어 <나비 부인> 같은 오페라까지. 일찍이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에 매혹된 서양인들은 숱한 대중문화에 그네들의 상상력을 보탠 게이샤의 이미지를 등장시켰다. 어쩌면 그녀들은 동양에서 탄생한 첫 월드스타였던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인 관광객이 게이샤를 실제로 만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막연히 일본 교토에 가면 게이샤를 볼 수 있겠거니 기대하지만 진짜 게이샤는 길거리에서조차 마주치기 어렵다. 메이지 시대에는 교토에만 천명이 넘는 게이샤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현재는 그 수가 200명이 채 안 되기 때문. 교토 관광 1번지인 기요미즈데라 일대에서 게이샤들을 봤다는 목격담이 많지만 게이샤 일일체험을 하고 있는 관광객일 가능성이 100%다. 살아있는 화석과도 같은 그녀들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교토를 찾지만 교토 토박이 지인이라도 없으면 게이샤를 ‘알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교토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진짜 게이샤를 발견하는 것은 교토 여행의 가장 큰 행운이다. 교토에서 게이샤를 마주칠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은 ‘기온’. 게이샤들이 공연을 하고 술자리 시중을 드는 가게인 ‘오차야’가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지역인 기온은 가장 대중적인 관광명소이자 여전히 수많은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신비로운 장소다.

하나마치花街 게이샤의 공연과 접대를 경험할 수 있는 거리를 ‘하나마치’라고 한다. ‘꽃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이 하나마치는 기온 코부, 기온 히가시, 본토초, 미야가와초, 마기시치켄, 시마바라까지 총 6개 지역을 뜻한다. 현재 게이샤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거리는 기온 코부와 본토초다. 기온 코부는 ‘하나미코지’로 더 알려져 있으며 교토 사철인 게이한선 기온 시조역에서 내리거나 시내 버스 12, 46, 100, 201, 202, 206, 207번을 타고 기온 정류장에 하차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교토에서는 꼭 게이샤가 아니더라도 기모노를 입은 젊은 여인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유독 교토라서 더 그렇다지만 전통의상을 일상 속에서 입는 문화와 의식이 부러울 따름이다

매년 10월22일 열리는 지다이 마츠리에서 후지와라 타미에라는 전설적인 게이샤로 분한 여인


교토에는 마이코가 있다

교토 사람들이 게이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외국인들에게 잊지 않고 해주는 말이 하나 있다. 교토에서는 게이샤를 ‘게이코’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 원래 게이샤는 예술을 뜻하는 ‘芸(예)’와 ‘者(사람)’를 합친 말로 실제로 ‘예술하는 사람’을 뜻한다. 교토에서는 ‘者’ 대신 ‘子’를 붙이는데 혹독한 수련의 과정을 거쳐 달인 수준의 예술 소양을 갖춰야 ‘子’의 칭호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게이코芸子’가 되기 전의 수련생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을 ‘마이코舞妓’라 부른다. 마이코가 되고 싶은 소녀는 중학교까지 졸업해야 지원할 수 있으며 지망생들은 ‘오키야’라는 기숙사에서 ‘넨키’라는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약 1년 동안의 이 기간 동안 가족의 면회도, 하루의 휴일도 없이 엄격한 수련을 거쳐야 하는데 그 혹독함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어디 수련뿐이겠으랴. 마이코가 되기 위해서는 높이가 10cm가 되는 ‘오코보’라는 나막신을 신느라 발가락이 부르트고, 특유의 머리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목침을 베고 자느라 정수리가 벗겨지고, 한여름에도 20kg에 육박하는 기모노를 입고 다녀야 하는 불편한 삶을 감내해야 한다. 이렇게 힘든 넨키 과정을 거쳐야 마이코가 되고 약 5년 정도가 지나면 비로소 게이코가 되는데 게이코가 되면 금전적으로나 명예적으로 큰 보상이 따른다고.

이렇게 불편하고 힘든 게이샤의 세계를 이 스마트한 시대에 누가 지망하겠냐 싶지만 천만의 말씀! 1950년대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어 지난 세기 말 명맥이 끊어질 뻔한 적도 있지만 최근 들어 지망생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교토 출신의 경제학자 니시오 구미코가 지은 <교토 하나마치 경영학>이라는 책에 따르면 2004년에 불과 58명인 마이코의 수가 5년이 지난 2009년에는 약 77명으로 늘었는데 이 추세는 점점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단다. “게이샤가 되고 싶다”며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오키야를 찾은 중학생 소녀부터 심지어 가정주부까지 있다고 한다. 마이코가 <마이코 한!!!(2007)>을 비롯한 영화나 CF까지 등장하면서 생긴 일종의 ‘팬덤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세태를 따르지 않는 그 현상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게이코와 마이코 구별하기 
교토에서 실제로 게이샤를 마주친다면 그녀가 게이샤인지 마이코인지 복장으로 맞춰 보자. 게이코와 마이코의 가장 큰 차이는 머리 모양이다. 게이코는 가발을 쓰지만 마이코는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모양을 만들고 화려한 장식을 한다. 의상도 많이 다르다. 게이코는 주로 어두운 색상에 소매가 짧은 기모노를 입고 마이코는 화려한 의상을 입는다. 특히 ‘오비’라고 불리는 허리 장식이 마이코의 상징. 신발도 게이코는 높이가 낮은 나막신인 ‘게타’를 신지만 마이코는 10cm가 넘는 ‘오코보’를 신고 위태롭게 걷는다. 게이코가 되면 복장에서부터 한결 편안해지는 셈이다.

게이샤를 만나기 위한 치밀한 계획 

2차 세계대전 당시 교토가 전쟁의 폭격을 받지 않았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한 개도 갖기 힘든 세계문화유산을 무려 17개나 갖춘 교토의 매력은 너무나 많아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연간 5,0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임에도 “어찌 교토의 상공에 비행기의 매연이 뿌려지게 할 수 있냐”며 공항의 건설을 결사반대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그래서 고색창연한 전통만 존재할 것 같지만 또 의외로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퓨전을 절묘하게 이룬 유연함이 있는 곳. 교토 토박이들조차 양파 껍질 같은 교토의 매력을 다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헤아릴 수 없는 명소와 아이콘들이 있기에 하나쯤 안 보고 온다고 하더라도 뭐 대수겠냐만 게이샤만큼은 보고 오지 않으면 무척 섭섭할 게다. 그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그들의 일터인 오차야를 방문하는 것. 그러나 1인당 비용이 수백만원이 넘고 게다가 처음 온 손님은 사양하는 신기한 규칙 때문에 돈이 있다 해도 쉽사리 입장이 힘들다. 결국 총총 잰 걸음으로 바삐 지나가는 그녀들을 스치듯 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조차 게이샤들의 동선을 알지 못하면 허탕만 치기 일쑤다.

그래도 교토에서 게이샤들의 이색적인 모습을 꼭 사진에 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팁 하나를 알려드리자면 게이샤의 출근 시간은 오후 4시부터 6시. 그 시간에 기온 코부(하나미코지)의 주요 오차야 앞에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100% 마이코와 게이코들을 만날 수 있다. 워낙 플래시 세례에 익숙한 그녀들이기에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셔터를 누르도록 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게이샤를 볼 수 있는 가장 점잖고 편안한 방법은 계절마다 때맞춰 열리는 오도리(무용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다. 교토에서는 벚꽃이 피는 봄과 단풍이 지는 가을에 맞춰 오도리가 열리는데 이 계절에 맞춰 가면 예능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가을의 절정을 맞은 11월에는 1일부터 10일까지 극장인 기온 가이칸에서 ‘기온 오도리’가 열린다. 교토의 단풍과 함께 그녀들의 춤사위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1 늦은 오후에 하나마치에 가야 게이샤를 마주칠 확률이 높다. 오차야로 출근(?)하고 있는 게이코(우)와 마이코(좌) 2 오차야를 찾은 손님들. 워낙 비용이 많이 들기에 오차야의 고객이 되는 건 사회적으로 출세했다는 증표가 되기도 한단다 3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교토 사람들의 삶을 보면 모든 세상이 꼭 스마트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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