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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QUETE] 여행기자의 ‘아차! 그 여행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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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가 전세계를 누비고 다닌다고요? 맞습니다. 맞고요.
그러나 여행기자도 인기 여행지를 놓칠 때가 있습니다.
여행기자의 ‘아직도 못 가본’ 여행지를 공개합니다.


만리장성에 서 보고 싶다
지난해 갓 군대를 제대한 처남의 첫 해외여행지는 중국 베이징이었다. 어떠냐고 물어 왔다. 가 보지 못했노라 했다. 서로 계면쩍었다. 일본은 30회 이상 다녀왔던 것 같다. 북부 홋카이도에서 남부 규슈, 시코쿠 섬까지 웬만한 곳은 다 경험했다. 남들은 평생에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곳들도 꽤 여행했다. 그에 비하면 중국, 특히 베이징은 인연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몇년 전 안식년 휴가 때는 당연히 가족여행지 1순위로 꼽았었다. 하지만 심한 황사가 발목을 잡아 결국 캄보디아로 목적지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결혼 10주년, 10년 전 아내에게 약속했던 유럽여행 대신 만리장성을 제안하면 화를 낼까?
 김선주 기자


푸껫, 엇갈린 인연
취재를 위해 떠나는 출장이 개인적인 여행과 가장 다른 점은 목적지와 현지에서의 일정, 동반자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나라 수로만 치면 40개국 정도를 다녀왔어도 마찬가지다. 쿠바나 알제리, 튀니지, 시리아, 요르단, 칠레, 타히티처럼 좀처럼 가기 힘든 곳들의 입국 도장을 찍어 봤지만 아직 가지 못했고 가보고 싶은 곳 1순위는 태국의 푸껫이다. 수시로 태국을 다녀왔건만 우리의 제주도와 같은 푸껫과는 어쩐지 매번 일정이 엇갈렸다. 일정이 취소되기도 하고 쓰나미가 몰려오기도 했다. 조금 과장한다면 한국에 10년 넘게 산 외국인이 한 번도 소주를 마셔 보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만 친숙한 푸껫과 올해는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
 김기남 기자


올해는 제주도 감수광?
지난해 여름, 지인들이 너도나도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에서 돌아온 그들은 비 오는 날의 자전거 트레킹이 얼마나 고생스럽고 또 황홀한지를 전사의 무용담처럼 들려주었고, 제주 올레의 추억도 풀어냈다. 또한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한 명은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고기 파티를 열면서 금방 친해졌다고 귀띔했다. 그들의 제주도 여행은 부럽고 또 부러웠다. 여행기자가 설마 제주도를 못 가 봤다고? 아니, 나도 제주도 가봤다! 수학여행으로 한 번, 대학교 동아리 엠티로 한 번. 모든 수학여행이 “내리세요, 타세요”로 끝나는 것처럼 제주도 수학여행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제주도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지만, 제주도의 비와 바람이 강력하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봤을 뿐이다. 올해는 기필코 ‘혼저옵서예’ 라며 두 팔을 벌린 제주도의 품에 안기겠노라.  
구명주 기자


등잔 밑이 어둡듯
현해탄 아래는 깜깜하다
여윳돈이 생기는 날엔 정통 가이세키(코스요리)를 맛보러 일식집으로 향하고, 퇴근 후엔 하노끼 욕조에 풍덩 몸을 담가 반신욕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평소에는 신간 일본 만화들을 섭렵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면서 나는 정작 일본을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일본에 가면 이 모든 것들을 ‘본토식’으로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곳이라 지금까지 두고두고 묵혀 온 것만 같다. 올해는 미루고 미뤘던 일본을 제대로 훑어 주리라!
 양보라 기자


쿠바, 이제 가도 될까?
알고 있다. 쿠바는 ‘나만 못 가봤다’고 말할 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인생의 한때, 그런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몇 개월을 머물러 있을 때, 토론토 사람들에게 쿠바는 불과 몇 시간 거리의 ‘저렴하고 쉬운’ 여행지임을 알았다. 그후로 나의 ‘쿠바 앓이’는 실체를 띄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그 계획을 털어놓았을 때 토론토 지인들의 반응은 이런 것이었다. “너 여름에 거기가 얼마나 덥고 습한지 아니? 끔찍할 텐데.” “뭐, 그냥 그렇던데. 리조트는 싸고 좋지만 도시는 글쎄다, 여자 혼자 위험할 텐데.” 남들이 가고 싶어하지 않는 여행지라니, 한마디로 ‘디스커리지discourage!’ 사실 돈도 없었다.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그들의 ‘충고’는 쿠바를 포기할 핑계가 되어 주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쿠바를 앓고 있다.
천소현 기자


태국 방콕, 너에게 닿기를
적어도 배낭여행객들에게 방콕은 필수코스이자 관문처럼 자리잡은 곳이다. 그러나 내게 출장기회가 왔을 때는 공교롭게도 태국에서 일명 ‘혈액시위’라는 충돌이 벌어졌을 때였다. 태국 반정부 시위대(일명 레드셔츠)가 피를 뿌리는 시위를 했는데 당시 현지 언론은 투척된 피에서 에이즈 등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가고 싶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세계 최대의 물총 싸움이라는 쏭크란도, 방콕에 오면 꼭 연락하라던 현지 친구도,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카오산로드 체험도 모두 놓쳐 버렸다. 허나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진정한 인연은 기다림 끝에 있지 않을까?
김명상 기자


무임승차 로망스
‘가진 것’보다 ‘없는 것’이 부러울 때가 있더라. 직장을 관두고 애인과 헤어졌는데도 위로는커녕 축하를 받기도 하듯이. 그래서일까, 풀빌라에서의 휴가보다 무전여행이 끌리고, 호화 크루즈보다 히치하이킹에 가슴이 설렌다. 시작은 조금 부족하지만 끝은 예측하지 못한 해프닝으로 가득 찰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통장잔고를 의식하는 월급쟁이 기자는 오늘도 꿈꾼다. 언젠가는 허름한 기차 3등석이나 트럭 짐칸에 무임승차한 채 시골길을 달리고 있기를. 준비는 그리 어렵지 않다. 비워내고 내려놓기만 하면 된다.
전은경 기자


괴짜 예술가들의 뉴욕
트래비 편집국장님은 나더러 ‘기본이 안돼 있는 놈’이라고 한 적이 있다. 미국을 여러 차례 가봤는데 뉴욕을 못 가봤고, 프랑스에서는 파리를, 태국에서는 방콕을 못 가본 탓이다.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딱지를 떼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이 도시들은 반드시 일주일 이상 머물러 보고픈 곳들이다. 그중에서도 뉴욕은 가장 끌리는 곳이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보고픈 것도, 원없이 쇼핑을 하고픈 것도, 타임스퀘어에서 세계 자본의 중심에 서 있다는 감격을 느끼고픈 것도 아니다. 숱한 예술가들을 매료시키고 그들에게 영감을 준 도시의 후미진 구석에서 새어나오는 공기를 느껴 보고 싶어서다. 삐딱하고 엉뚱한 감각을 지닌 이름 모를 예술가들이 생활하고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를 테면 사진가 한대수를 만든 뉴욕, 괴짜 예술가 백남준이 머문 뉴욕 말이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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