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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d for dessert] 단것이 좋아, 디저트 만드는 사람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02.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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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d for dessert
단것이 좋아, 디저트 만드는 사람들


 
인간은 배부르게 밥을 먹고도 무엇이 아쉬워 또 달달한 후식을 찾는가? 시드니 민츠는 <설탕과 권력>에서 “인간은 태어나면서 단맛에 길들여진다. 지금껏 지구상에서 ‘단맛’을 배척하거나 거부한 사회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기술했다. 이 명제에 따르면, 밥보다 비싼 디저트를 먹는 지금 우리는, 단맛에 대한 일종의 집단 신드롬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여기, 디저트에 미쳐, 그 맛을 나누는 기쁨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국적도, 색깔도, 맛도 다른 디저트지만 이들의 맛에 대한 확신은 닮아 있었다.  

최승표 기자   사진 전은경 기자 


1 찹쌀에 연두부와 멥쌀을 더해 쫀득한 맛을 극대화시킨 일본식 당고 2 ‘같은 단맛’이라도 색깔별로 전혀 다른 프랑스 디저트 마카롱 3 ‘여인의 손가락’이라는 뜻을 지닌 러시아의 국민 간식 ‘담스키에발츠키’


그남자

팔레트서울 김성철 본부장

“색깔을 먹는 즐거움,
 마카롱만한 게 있을까요?"

"비주얼로 치면 마카롱을 능가하는 디저트란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세련되면서도 자존심이 센 프랑스 여인을 연상시키는 마카롱에 단단히 홀린 남자, 팔레트서울Palette Seoul 김성철 본부장. 그가 마카롱을 처음 만난 것은 출장으로 떠난 마드리드, 지친 일정을 마친 어느 오후 작은 카페에서였다고 한다. 

 

 

커피와 마카롱, 나를 위로해 준 시간들  

“왜 마카롱이었나요?”  홍대와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에 ‘디저트 카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 ‘팔레트서울’도 그러한 바람에 이끌려 시작한 것인지 궁금했다. 유행이라는 가벼움, 그 이상의 무엇이 있어야만 했을 것 같았다. 마카롱이란 디저트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유니크한 카페를 해보고 싶었다”고 김성철 본부장은 답했다. 이게 전부라면 시시할 법했는데, 이후 그는 마카롱에 얽힌, 마카롱에 관한 이야기로 90분을 채웠다.
“그동안 출장으로 유럽을 숱하게 다녔습니다. 그때마다 일정을 마치고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게 가장 큰 낙이었습니다. 마드리드에서 처음 마카롱을 만났죠. 그 신비한 모양과 맛에 매료됐고, 궁금증을 지닌 채 언젠가 카페를 한다면 마카롱을 전문적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팔레트서울을 오픈하기 전까지 해외출장이 많은 여행기자로, 홍보마케팅 전문가로 살았던 그는, 비록 요리와는 무관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맛을 평가하고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삼청동에서 마카롱 전문 카페로 시작한 팔레트서울은 이제 신사동 가로수길에 2호점을 열었고 백화점과 특급호텔에 마카롱을 납품할 정도로 사업 규모가 확장되었다. 마카롱은 국내에서 아직까지 낯선 음식이지만 그 맛과 관련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김 본부장은 생각한다. “마카롱을 모르는 사람이 먹더라도 아는 사람과 그 맛을 공유하게 되고, 프랑스나 유럽을 다녀온 사람들은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고 팔레트에 온답니다. 그리고 인정을 해준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팔레트가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합니다.”   
 
눈과 입이 행복한 합리적 사치 

지름 5cm 정도로 아담한 마카롱 하나에 2,000원, 크기에 비해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은 마카롱이 이 정도 가격을 갖는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많은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마카롱 하나의 열량은 도너츠와 같고, 무게 또한 도너츠와 같습니다. 마카롱의 지름이 5cm보다 크면 단맛이 지나쳐 질리게 됩니다. 여러 가지 맛을 조금씩 즐기는 게 좋지요. 재료도 아몬드 가루와 계란 흰자, 크림, 설탕으로 만들어, 밀가루로 만든 여타의 과자나 빵에 비해 건강에 나쁘지 않습니다.” 

마카롱의 매력은 달콤하면서도 잔향이 짙은 맛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녹차, 얼그레이, 피스타치오, 레몬, 초콜릿, 시나몬, 와사비 그 다채로운 맛과 보조를 같이하는 화려한 모양이 있기에 더욱 강한 중독성을 갖는다. 김 본부장이 마카롱을 일컬어 디자인푸드Design food라 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맛도 맛이지만 눈이 즐겁지 않나요? 맛은 호불호가 분명한 반면, 디자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마카롱을 먹으면서 즐거울 수 있는 것은 맛보다는 모양 때문이지요.” 설명을 듣고 보니 ‘팔레트’라는 카페의 이름이 운명적으로 어울리는 듯 하다. 

마카롱은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을까? 기자가 마카롱 하나를 집어들고 한입에 반쯤 베어 물자 그는 짐짓 놀라며 “마카롱은 색깔을 충분히 즐기며, 천천히 먹는 게 좋습니다. 물론 커피나 홍차와 함께라면 더욱 좋죠. 씁쓸한 맛이 마카롱의 단맛과 묘한 조화를 이루거든요. 온도는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드는 12~14도가 적당합니다. 프랑스에서는 18~19도가 최상이라고 하지만 한국인들의 미각엔 살짝 차가운 맛이 더 맛있거든요.” 셰프도, 요리 연구가도 아닌 그는 마카롱을 그저 수입해 많이 파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있었다. 카페 이름을 ‘팔레트서울’로 정한 것도, 서울이 런던이나 파리처럼 하나의 브랜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팔레트서울│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39  문의 02-720-4697 www.paletteseoul.com


1, 2 마카롱 카페 ‘팔레트 서울’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철 본부장은 해외출장이 잦은 일을 하다가 마카롱을 만났다. 마카롱을 ‘디자인 푸드’라 명명한 그는 마카롱의 진정한 매력은 ‘보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3, 5 마카롱은 프랑스 귀족들이 즐겨 먹던 디저트다. 1개 가격이 2,0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열량은 도너츠에 맞먹는다 4, 6 3층으로 이뤄진 삼청동 카페의 인테리어는 형형색색의 마카롱과 조화를 이루는 콘셉트로 이뤄져 있다

 

그여자
당고집 이윤주 사장

“저 일본 오타쿠 아니랍니다” 


일본에 갈 때마다 이름도 모르고 즐겨 먹던 떡꼬치를 서울에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 그 떡꼬치의 이름이 ‘당고’라는 사실, 그리고 당고를 전문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가게가 ‘당고집’이라는 사실을 한번에 알게 됐다. 요새 ‘홍대 앞’보다 뜨고 있다는 ‘홍대 옆’, 상수동으로 달려가 오사카의 어느 골목에서나 봤음직한 당고집으로 들어가 이윤주 사장을 만나 봤다. 

멥쌀과 연두부 그리고 비밀의 5% 

아담함, 정갈함. 당고의 미각적 매력인 동시에 당고집의 첫인상이다. 이윤주 사장이 당고에 반하고, 당고집을 창업한 배경도 이 수식어로 설명된다. 외모 때문에 종종 일본인으로 오해를 받는 그녀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출장으로 일본을 수시로 오가던 시절에 당고를 만났다. 업무를 마치고 도쿄와 오사카의 길거리에서, 시장에서 만난 당고는 그 맛이 기묘한 데다가 디자이너의 눈을 사로잡은 단아한 모양새는 여간 매력적인 게 아니었다. “일본을 갈 때마다 즐겨 먹으면서, 그 맛을 한국에도 전하고 싶었어요. 전문적인 요리사는 아니지만 그 맛이 뇌리에 완전히 각인되어 있었기에 배우지 않아도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녀의 어머니는 수십년간 방앗간을 운영해 온 ‘떡 전문가’였다. 레시피보다는 기억된 맛을 말로 설명하고, 어머니의 노하우를 더해 당고집만의 당고를 만들게 됐다. 당고는 단촐한 생김새만큼 재료도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우리식 떡과는 미세한 차이점이 있다. 찹쌀 80%, 멥쌀 10%, 연두부 5%, 여기에 절대 공개할 수 없는 어머니만의 비밀 레시피 5%가 곁들여진다. “레시피를 주저하지 않고 공개하는 것은, 비밀의 5%와 반죽법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장의 어머니가 만든 떡은 빼어난 맛을 자랑하는데 가장 큰 비결은 반죽의 노하우에 있다고 한다. 당고를 만들 때 반죽을 치대는 시간만 1~2시간이 소요되기에 하루에 판매할 수 있는 양도 제한적이다. 

알갱이가 살아 있는 단팥, 녹차가루, 생딸기 가루를 흰팥과 버무려 색을 살려낸 당고는 각각의 맛이 개성적이다. 여기에 간장 소스를 끼얹은 간장 당고는 그 독특한 맛으로 당고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 “일본의 간장 소스는 뒷맛이 밍밍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마 국물을 우려내 더욱 짭쪼름한 맛을 강조했죠. 당고집만의 간장 당고가 된 셈이죠.” 이외에도 일본에서 직접 사온 벚꽃으로 장식한 벚꽃 당고는 봄철에 한정적으로 판매하고, 구운 당고에 간장소스를 더한 미타라시 당고는 별미로 찾는 사람이 많다. 당고와 찰떡궁합은 역시 일본식 가루 녹차인 ‘말차’다.   





1, 2, 4 당고집의 분위기는 일본의 어느 작은 식당을 옮겨놓은 듯 정갈하고 단아하다. 디자이너로 일했던 이윤주 사장의 감각이 곳곳에 스며 있다 3 당고집은 직접 반죽하고, 소스를 만드는 까닭에 하루에 판매할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다 5 간장 당고, 단팥 당고, 딸기 당고, 녹차 당고로 이뤄진 세트 메뉴의 가격은 4,600원. 개성 있는 맛도 맛이지만 눈사람처럼 생긴 녀석을 보는 눈도 즐겁다

당고의 매력은 휴대성, 명동 테이크아웃점 오픈

당고집의 음식 메뉴는 주변의 홍대 카페와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간장 당고가 1,100원, 단팥 당고가 1,300원이고, 4개 당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세트 메뉴는 4,600원이다. 당고집에서는 당고만 파는 것은 아니다. 오니기리는 1,300~1,700원, 가정식 식사가 4,000~6,000원 수준이다. “당고뿐 아니라 식사 메뉴까지 특별한 레시피는 없어도 누구나 가정식을 먹는 것처럼 부담 없으면서도 든든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당고집에서 묻어나는 소박함은 메뉴뿐 아니라 인테리어에도 스며 있다. 이 사장은 주변의 카페에 비해 소자본으로 창업했음을 강조했다. 테이블과 선반을 고급 원목이 아닌 합판을 사용했음에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것은 철저히 좋은 목수를 만난 덕으로 돌렸다. 

한편 이 사장은 명동에 테이크아웃 전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당고의 가장 큰 매력이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을 선택한 것. 단순히 사업 확장의 차원보다는 더 많은 이들이 당고를 맛볼 수 있도록 하고, 발생된 수익을 필요한 곳에 나누기 위한 취지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대학 시절,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서  등록금을 지원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의 고마움을 간직하고 살았고, 이제는 저의 재능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나누고 재환원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것뿐이에요.” 당고집은 이미 수익의 10% 이상을 기부하고 있고, 아름다운가게의 후원자로 ‘놀라운가게 1호점’에 등록되기도 했다.
홍대 당고집│주소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56-9  문의 070-7573-3164
명동 테이크아웃 당고집│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2가 199-53  


그 여자 
오요리 나타샤
“톨스토이보다 김소월이 좋아요”

이국의 맛을 한데 모아놓은 다국적 레스토랑 오요리Oyori에서는 디저트조차 낯선 것들이다. ‘여인의 손가락’이라는 뜻의 러시아 과자, 담스키에 발츠키Damskie Palchiki를 진짜 러시아 여인이 빚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고국에서 즐겨먹던 과자를, 이제는 고국만큼 사랑하게 된 한국에 전하고 있는 나타샤씨. 그녀는 서툰 말로 “한국 좋아요. 한국 좋아요”를 쑥쓰러운 미소와 함께 연신 반복했다. 

러시아의 국민 간식은 ‘여인의 손가락’  

명함 속 이름은 나탈리아Natalia였지만, 나타샤Natasha라는 애칭이 더 좋다는 그녀는 올해로 한국 생활 4년째에 접어들었다. 나고 자란 곳은 러시아 극동부에 위치한 하바롭스크Khabarovsk. 그저 한국이 좋아 건너왔다는 그녀는 드라마, 가요부터 시까지 한국의 모든 것에 매료됐다.  “톨스토이보다 김소월의 시가 훨씬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한국 음식이 제일 좋았구요.” 한국인과 결혼을 하고, 김치찌개, 된장찌개는 가장 ‘좋아하는 요리’에서 ‘자신 있는 요리’가 될 정도로 한국 음식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그럼에도 그녀가 잊지 못하는 고향의 맛이 있으니, 바로 담스키에 발츠키다. 

사실 오요리에서 담스키에 발츠키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처음 문을 연 2009년부터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다문화 음식 전문점으로서, 종업원들도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로 시작된 오요리에 처음 합류한 러시아 종업원이 담스키에 발츠키를 직접 구워 판매하기 시작한 것. 이제는 나타샤가 그 일을 맡으며, 본토의 맛을 재현해내고 있다. 담스키에 발츠키는 밀가루 반죽에 과일 잼을 넣어 오븐에 구워내 계피 가루와 설탕을 얹으면 된다. 단순한 레시피이지만 유래는 9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1세기 러시아 황제는 프랑스 왕궁을 방문해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맛의 비스킷을 먹고 반해, 급기야 프랑스 요리사를 러시아로 데려갔다. 그렇게 왕궁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담스키에 발츠키는 러시아 전역에 유행하게 됐고, 지금에 이르렀다. “러시아에서는 홍차나 허브티와 함께 먹어요. 러시아는 춥다 보니 달달한 디저트를 선호하는데 담스키에 발츠키가 그 역할을 해주는 것이죠.” 

오요리에서 담스키에 발츠키와 함께 선보이는 인도네시아 디저트 다다르굴릉Dadar gulung도 별미다. 다다르굴릉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빤단Pandan이라는 식물로 색과 향을 내고, 코코넛 슬라이스로 속을 채워 진한 단맛을 자랑한다.
오요리Oyori│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9-10 문의 02-332-5525  www.orgyori.com


1 러시아 여인 나타샤는 ‘오요리’에서 담스키에 발츠키를 직접 만든다.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그녀는 러시아의 국민과자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2 담스키에 발츠키에의 레시피는 단순하다. 밀가루 반죽에 과일잼을 넣고 오븐에 바삭하게 구워내면 된다 3 인도네시아 디저트 다다르굴릉은 코코넛 슬라이스로 속을 채워 열대의 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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