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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산이시도르에 단비 내리던 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03.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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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트래비와 하나투어는 공동캠페인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를 통해 따뜻한 여행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산이시도르에 단비 내리던 날

오전 내내 찌는 듯 덥던 숲속 학교에 소나기가 쏟아졌다.
먼지에 가려졌던 여리고 보드라운 잎들이 얼굴을 씻었다.
덩달아 신이 난 아이들의 맨발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빗방울 같은 웃음이 터져 나와 모두를 흠뻑 적셨다.   
누리지 못하는 것이 많은 산이시도르의 아이들
그러나 아이들은 비를 맞고 자란다. 싱그러워진다.
처마 끝에 피신한 어른들이 절대로 모를 촉촉한 자유
3박4일 동안 50명 아이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비가 내렸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하나투어 www.hanatour.com 





1, 2 굿네이버스가 후원하는 필리핀 산이시도르 어퍼핀트로의 초등학교는 산골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아이들은 갑자기 내린 소낙비마저 즐거운 놀이로 바꿔버렸다 3 교실 벽면에 붙인 종이꽃은 그늘에서도 자란다 4 수줍어하던 아이들을 순식간에 열광하게 만든 풍선 배구 5 마닐라 리잘 공원의 미니 열차

Prologue 
마음이  자라는 ‘지구별  여행학교’

2012년 1월 말 한국에서 선발된 25명의 청소년들이 필리핀 산이시도르San Isidor 지역에 사는 25명의 필리핀 아이들을 만나 함께 여행을 했다. 이른바 ‘지구별 여행학교’. 한국 청소년들은 전국의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중 희망자를 선발했으며, 필리핀 아동들은 굿네이버스의 1:1 해외아동결연 프로그램을 통해 후원을 받고 있는 산이시도르 지역의 아이들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여행사로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있는 하나투어가 여행 프로그램을 후원했고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가 진행을 맡았다. 하나투어와 함께 올 한 해 동안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트래비>가 그 감동적인 시간을 함께했다.


Play Together 
첫  만남, 학교에  가다

day 1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한 25명의 지구별 여행학교 참가단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굿네이버스 산이시도르 사업장 어퍼핀트로의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미니 운동회 등으로 필리핀 아이들과 즐거운 한나절을 보냈다.

기후 난민들이 사는 곳, 산이시도르 

지난밤 늦은 시간에 마닐라의 호텔에 도착했으니 깊은 잠을 자지 못했을 텐데도 아이들은 활기가 넘쳐 보였다. 아침 일찍 서두르는 이유는 필리핀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굿네이버스 필리핀 본부에 들러 페이스페인팅과 풍선아트 기술을 속성으로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버스로 2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산이시도르는 시골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오지 같았다. 

태풍의 피해가 잦은 필리핀에는 자연재해로 전 재산을 잃어버린 이른바 ‘기후 난민’들이 매년 속출하고 있는데, 필리핀 정부는 이들을 도시 외곽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있다. 산이시도르도 5,000세대의 도시빈민들이 옮겨와 현재 3만1,0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지만 식수와 전기, 의식주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실업률과 문맹률이 70%가 넘으니 일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난민들이 가장 쉽게 선택하는 일은 쓰레기를 뒤져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일이다. 악취가 진동하는 거리를 영양실조 상태로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70%가 넘는다. 초등학교 취학률은 65%에 불과하고 중학교 진학률은 50% 이하로 떨어진다. 

정오의 무더위 속에 도착한 발라그박은 산이시도르 지역 중에서도 가장 산 정상쪽이어서 교통이 불편하고 고립된 마을이다. 햇빛이 강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인 바깥과 대조적으로 숲 속에 위치한 산골학교의 교실동은 어두침침하기만 했다. 조명을 더 달아야 했지만 전력 수급이 만만치 않은 듯했다. 산골에 흩어져 사는 아이들은 등하교를 위해 퇴약볕 아래 먼 길을 걷거나 채석장의 트럭을 얻어 타야 한다. 

어렵사리 도착한 학교에서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열중하던 아이들의 눈망울이 낯선 손님들의 등장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히 배운 페이스페인팅과 풍선아트의 실력을 발휘해서 필리핀 꼬마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한국 청소년들의 미션. 가장 인기가 좋았던 무동력비행기 조립은 조립법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어 이런저런 실수가 많았지만 그런 과정이 오히려 서로를 가깝게 만들었다. 이어진 작은 운동회에서는 단체전의 열기가 한껏 치솟아 무더위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1 가장 호응이 좋았던 고무동력비행기 조립 2, 3 서로 거리를 두고 어색해하던 아이들은 금세 가까워졌다 4 폴라로이드 사진을 든 필리핀 꼬마들

김선혜 간사
굿네이버스 필리핀 본부

필리핀은 후원이 많은 곳이 아니에요

2006년 한 해 동안 네팔에서 굿네이버스 봉사자로 일한 것이 인연이 되어 아예 직원이 됐어요. 제가 지난해 9월부터 근무하고 있는 필리핀 지부는 2008년에 설립됐고 산이시드로 사업장과 띵로이 지역개발사업장이 있어요. 산이시도르의 경우에는 해외결연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4,400여 명 정도 되는데, 사실 필리핀은 생각보다 후원이 잘 들어오지 않아요. 리조트 휴양지의 이미지가 강한 거죠. 그래도 기업체나 개인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지난해 초에 데이케어센터를 오픈했고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일과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항상 도움을 받기만 했는데 필리핀 꼬마들을 돌보고 함께 여행하면서 나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5 호세 리잘 동상 앞에서 6 총 50명의 청소년들은 둘씩 짝을 이뤄 마닐라를 여행했다 7, 8, 9 마닐라 북부의 푸닝 온천에서 함께 물놀이를 했다

Travel TogetherⅠ
'따끈한’ 생의  첫  여행 

day 2 
1박2일간의 특별한 여행이 시작됐다. 산이시도르 사업장에서 선발된 필리핀 아동 25명은 한국 학생들과 2명씩 짝이 되어 마닐라 인근의 유황온천 푸닝Punning에서 온천욕을 함께 했다. 저녁에는 마닐라 시내의 호텔로 돌아와 댄스와 게임 등으로 작은 파티를 열고 짝꿍과 함께 호텔 방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밤을 보냈다. 

스릴이 넘치는 푸닝온천에서의 하루! 

버스가 도착하자 자기 몸보다 큰 짐을 주렁주렁 매단 꼬마들이 차에서 쏟아져 나왔다. 11살, 12살 또래로만 선발된 산이시도르의 꼬마들과 한국 청소년들이 짝을 이뤄 50명으로 불어난 지구별 여행학교 참가단은 마닐라 북부의 유명한 유황온천, 푸닝으로 이동했다. 

이 더운 나라에서, 그것도 아이들에게 온천이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지, 염려했던 것과 반대로 푸닝은 확실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1991년 피나투보 화산의 폭발 이후 아직도 사방에 화산재가 수북이 쌓여 있는 좁은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서는 4륜구동차를 갈아타야 했는데, 계곡을 타고 흘러내려오는 물을 튕겨내며 달리는 과정은 놀이동산이 부럽지 않을 만큼 스릴 넘치고 또 시원했다. 

푸닝계곡 가장 안쪽에 깊숙이 자리잡은 푸닝온천장에는 천연온천수가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찜질방에서 흔히 보는 양머리 두건을 만들어 쓰고 서로를 쳐다보며 깔깔 웃기도 하고, 몰래 다가가 물을 끼얹거나 물장구를 치며 서로의 어색함을 씻었다. 

즐거운 온천욕의 분위기는 호텔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되어 저녁 파티에서도 맑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날 밤, 난생 처음 호텔에 온 필리핀 꼬마들은 장난스럽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거나 복도를 뛰어다니며 작은 소란을 피웠고, 그 아이들을 진정시키느라 형, 누나들이 진땀을 뺐지만 생애 첫 여행, 그 행복한 흥분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았다. 

이상진 차장
하나투어 사회공헌팀

여행 자체가 최고의 나눔입니다  

하나투어는 국내의 소외계층 분들께 신혼여행이나 가족 여행 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청소년 농구단의 전지훈련이나 직원들의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소외계층의 청소년들을 선발해서 형편이 더 어려운 현지 아동들이 함께 여행하는 프로그램은 처음이었죠. 대부분 미성년자들이다 보니 출입국 관련 절차도 더 복잡했고 안전 등 신경 쓰이는 문제들이 많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반응과 보람을 얻었습니다.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역시 여행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이 다시 드네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동안 좀 막연하게 느껴졌었거든요.
이번 여행에서 제 꿈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1 거리가 놀이터인 산이시도르의 아이들 2, 3, 5 1박2일 동안 정을 쌓았던 아이들을 헤어지는 순간을 무척 아쉬워했다 4 마지막으로 편지를 교환했다


Travel TogetherⅡ   
자꾸, 뒤돌아보다

day 3  
태어나 한 번도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필리핀 친구들을 위해 마닐라 도심의 구시가지인 인트라무로스, 리잘 공원 등을 함께 여행했다. 점심식사 후에는 서로에게 편지를 썼고 짧은 여행의 마지막 순서로 필리핀 친구들을 산이시도르 지역까지 배웅했다.

울지 마! 꼭 다시 만날 거야.

문화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아 서로 서먹하기만 했던 짝꿍들은 어느덧 손을 놓지 못하는 사이가 됐다. 한국의 청소년들에게도 드문 여행의 기회였겠지만 1박2일간의 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더 어려운 상황에서 생활하는 필리핀 아동들을 위한 배려였다. 11살 제릭은 리잘 공원의 춤추는 분수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치솟는 그런 장면을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마닐라의 구시가지에 남아있는 스페인풍의 건물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화려하게 보였다. 처음에는 수줍음에 눈도 잘 마주치지 않던 필리핀 아이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밝아졌고 동생들을 돌보는 동안 한국 청소년들도 부쩍 어른스러워졌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자 아이들은 점점 다가오는 이별의 시간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고, 간단한 편지를 써 주며 급기야 눈물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친동생과 헤어져 따로 살고 있는 지은(가명)이는 이번 여행의 짝꿍이었던 이사벨(가명)과 헤어지며 더욱 서럽게 울었다. 다시 2시간을 달려 산이시도르에 돌아왔을 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필리핀 꼬마들도 모두 눈시울이 젖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꼬마들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고, 그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모두 손을 흔들었다.

정태웅
대학생 봉사자

아이들이 하루하루 변하는 것이 보였어요

사실 한국에서 사전모임을 가졌을 때는 정말 암담했어요. 우리 조의 재현이(가명)는 말도 하지 않고 전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거든요. 그랬던 아이들이 필리핀에 와서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부모처럼 꼬마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동안 해외봉사활동에 수차례 참여하면서 제 자신이 변화하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처럼 감동적인 경우는 없었어요. 정말 최고였어요.



6 사이좋게 짝을 이뤘던 대현이와 카일 7, 8, 9 빈곤가정을 방문한 아이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10 굿네이버스의 산이시도르 데이케어 센터

Epilogue 
이별  그후

day 4
   

산이시도르의 마지막 시간들은 3곳의 빈곤 가정을 방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채워졌다. 또 하나투어에서 준비한  교육용 후원물품을 173명이 아동이 공부하는 굿네이버스 데이케어 센터에 전달했다. 

기약이 없는 난민의 삶

꼬마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케이트와 리씨가 자신의 집으로 지구별 여행학교 참가단을 초대했다. 아니, 공개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12살 케이트는 엄마, 아빠, 세 명의 동생이 친척 2명과 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문도 달려 있지 않은 화장실이 부엌 바로 옆에 있었고, 침실은 바닥에 깔린 합판 한 장이 전부였다. 동네 전체에는 퀴퀴한 쓰레기 냄새가 배여 있어 숨쉬기가 불편했지만 며칠 사이 어른이 된 한국 청소년들은 아무도 불편한 기색을 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2번씩 식수차가 오는 상황이니 씻을 물이 넉넉하지 않다. 발전기로 전기를 공급하는데 그래도 50명이 사는 동네에 TV가 한 대 있어서 저녁 시간의 유일한 오락거리가 된다. 지난 1박2일 동안 함께 여행한 귀여운 동생들이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한국 청소년들은 모두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연민을 감춘 채 동네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밖에 달리 마음을 전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25명의 아이들

3박5일 동안 한국 청소년들과 함께하면서 가장 조심스러웠던 부분은 아이들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정의 울타리를 누리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특별히’ 배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범하게’ 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사에서만큼은 개인적으로 동의한 몇몇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얼굴이나 이름을 노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어보기가 조심스러웠던 청소년들의 속마음은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들을 수 있었고, 일부를 각 페이지에서 인용했다.

굿네이버스 해외아동결연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후원이었는데 지구별 여행학교를 계기로 기자도 후원을 시작했다. 해외아동결연후원을 신청하고 매달 3만원을 후원하면 소외 지역의 아이들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보건의료, 교육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굿네이버스는 1991년 한국인이 창립한 국제구호개발NGO로서 한국에 국제본부를 두고 르완다, 케냐, 차드, 방글라데시, 네팔, 아이티 등 전세계 29개국에서 빈곤아동과 그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후원문의 굿네이버스  1599-0300  www.gni.kr

카일 
신이시도르거주, 11세

저, 영감을 받았어요!  

2009년에 태풍의 피해로 따이따이 살고 있던 우리 가족은 전 재산을 잃고 산이시도르로 이주했어요. 아빠가 벌어오는 일당 150페소가 우리 가족 6명의 생활비고, 어머니가 가끔 쓰레기 수집을 하세요. 그래도 저는 작년부터 한국에 계신 후원자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서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지난주에 처음으로 편지를 받았죠. 저는 커서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데, 이번 여행에서 중요한 영감을 받았어요. 나중에 여기 형, 누나들처럼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틀 동안 저를 잘 챙겨준 대현이형!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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