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WORLD TRAVELLER] 아흐메드 하가고비치 -어느 이집트인의 세계 일주
[WIDE WORLD TRAVELLER] 아흐메드 하가고비치 -어느 이집트인의 세계 일주
  • 트래비
  • 승인 201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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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경계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그는 어딜 가나 이집트 국기를 펼쳐든다. 이집트 국기의 빨강은 ‘혁명’을, 화이트는 ‘평화’와 ‘밝은 미래’를, 검정은 ‘땅’을 의미한다


  천소현 기자   사진  박우철 기자

요즘 세상에 세계여행은 자주 목격되는 실현 가능한 꿈이다. 그러니 한 이집트 청년이 그 여행에 도전 중이라는 것이 딱히 어떤 신선한 스토리가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를 만났을 때 나는 전혀 다른 영감을 얻었다.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꿈에 대한 이야기였고, 인간에 대한 무한긍정의 시선이었다.



1 아흐메드씨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팔뚝에 기자의 이름을 아랍어로 써 주었다. 이집트를 알리는 방법이었다 2 점점 더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가난한 배낭여행자인 그는 일본에서 부산까지 배를 타고 왔다

아흐메드 하가고비치Ahmed Haggagovic씨의 ‘세계 일주 여행’은 말 그대로 ‘일주’였다. 230여 개가 넘는 전세계 모든 나라를 한 국가도 빠뜨리지 않고 여행하겠다는 것. 2007년, 대학을 졸업한 그가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기자도 그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5년 사이에 그가 이룬 족적은 분명했다. 지난 4월 그는 83번째 나라로 한국을 방문했다.

세상을 향해 외치는 세 단어 

인사를 나누자마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기자의 팔뚝 위에 글자를 적었다. 그게 유성 매직이냐, 수성 매직이냐를 물을 틈도 없이, 나는 팔뚝 위에 아랍어로 이름은 적은 여자가 됐다. 어찌 보면 무례하고 지나치게 당찬 일이지만, 27살의 이 청년은 놀랍게도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었다. 지나가는 행인이든, 옆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이든, 청계천에 놀러온 중국 관광객이든, 그는 성큼 다가가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 스스럼없음은 사람 사이의 벽을 몇분 만에 허물어 버렸다.

“어렸을 때 수영선수로 국제대회에 출전했는데 그때 만난 다른 나라 선수들이 아주 친절했어요. 일찌감치 인종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죠. 세계일주여행을 꿈꾼 것은 15살 때 꿈 목록을 만들면서인데, 세상 어느 누구도 하지 않은 독창적인 여행을 하고 싶었어요. 이집트인 중에서는 아직 저와 같은 시도를 한 사람이 없거든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 아시죠? 그렇다고 포레스트처럼 무작정 달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전세계를 여행하면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어요.” 그가 건넨 명함과 선물용 스티커에는 자유Freedom, 행복Happiness, 평화Peace라는 세 개의 낱말이 새겨져 있었다. 국적, 인종, 종교, 문화적 차이의 구애를 받지 않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통해 세상의 경계를 허물고 싶다No borders around the world는 것이다.

“왜 자비를 들여 여행을 하면서 낯선 사람들에게 책갈비나 스티커 같은 선물을 주냐고요? 저는 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면 제 인생도 훨씬 행복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를 The Un-usual Ambassador, The Humanity Ambassador라고 소개하는 인터뷰도 있었어요.”

지난해 혁명을 겪은 이집트의 내정을 생각할 때 세계 민간대사를 자청한 그의 여행은 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대형 이집트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도 편견이나 가상의 이미지가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이집트 사람으로 세계인들과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스물 일곱 해를 오로지 한 명의 대통령(무바라크)만 알아 온 그는 이제 스스로 자신의 세상을 넓히고 있었다. 여행을 통해 브라질 대통령도 만났고,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만났었다.

꿈을 위해 현실주의를 포기하라 

마음과 꿈으로는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국경을 넘을 시간과 돈이 필요하지 않은가. 자연스레 그런 문제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경비 마련을 위해 여행을 하면서 돈을 벌기도 했어요. 지금은 이집트항공의 할인과 모비닐mobinil이라는 이집트 통신회사의 요금 할인, 그리고 각국에 소재한 이집트관광청이 교통편을 제공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경비는 스스로 부담하고 있어요. 스폰서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요. 모든 여정을 소형 비디오카메라로 기록 중인데 처음에 여행에 동행했던 친구는 두 달 만에 살이 19kg이나 빠졌어요. 하지만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저한테 플랜B란 없어요. 내 꿈을 내가 믿어야 하니까요.”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지 꿈을 꾸는 것 외에 그것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꿈을 뒤흔드는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차라리 비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이상주의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눈앞에, 현실로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 어려워 ‘불가사의’라고 부르는 고대이집트 문명의 휘황찬란한 유산들은 아흐멧처럼 불가능을 믿지 않는 청년들의 손으로 이뤄진 것이 분명했다. 그와의 짧은 만남으로 나는 이미 이집트를 가깝게 느끼고 있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배를 타고 부산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그는 짧은 며칠 동안 여러 차례의 인터뷰와 강의를 소화하고 다시 중국행 배를 타기 위해 인천으로 간다고 했다. 그날 저녁 나는 여러 차례 비누칠을 해서 팔을 빡빡 씻었지만 글자는 잘 지워지지 않았다. 그건 아마 자유, 행복, 평화라는 아흐메드의 메시지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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