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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OON INTERVIEW] 은둔형 외톨이의 벼랑에서 웹툰작가로 비상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06.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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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OON  INTERVIEW



은둔형 외톨이의 벼랑에서 웹툰작가로 비상하다

처음에는 작가가 여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술 취해 화장실에서 ‘변을 당한’ 남자 후배를 씻겨 주는 <하얀늑대-번외편> 이야기로 온라인에 웃음 폭풍을 일으켰고, 늑대라는 남성적 속성의 동물을 주 캐릭터로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이 만화처럼 웃음으로 점철된 것만은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의욕을 잃고 게임과 인터넷만 하며 방에 틀어박히기도 했으니. 하지만 그녀는 현재 인기 웹툰작가의 반열에 올라 책 출판까지 앞두고 있다. 자신을 위로해 준 이들에게 선물하고자 시작했던 웹툰이 이제는 구원이 됐다는 하얀늑대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김명상 기자   사진  전은경 기자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모르시는 독자분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릴께요.

트래비 독자분들, 안녕하세요.
웹툰 작가  하얀늑대 입니다.^^
어색어색~

Q. 인터넷에서 작품뿐 아니라 의외의(?) 외모로 화제가 되신 분이시더군요. 하얀늑대라는 필명은 어떻게 지으신 건가요?

웹툰에 나오는 하얀늑대는 바로 제 모습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림을 보시면 알겠지만 동물을 참 좋아해요. 그중 늑대를 좋아했는데 제 피부가 좀 희끄무리해서 하얀늑대로 했죠. 같은 과 아이들 중 마찬가지로 늑대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모두 미니홈피에 늑대사진 올려놓기도 하고. 제가 활동하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늑대파가 있었어요. 닉네임은 서로 하얀늑대, 노란늑대 등등으로 지었는데 그중 저는 하얀늑대였죠.

Q. 웹툰 작가로 활동하기 이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2009년 대학 졸업 후 1년 정도 회사를 다녔죠. 샌드애니메이션 공연 아티스트로 일했으나 힘들어서 나왔어요. 당시 절망적인 상태에서 현실 도피를 했어요. 하루 종일 인터넷, 게임만 하고 살았죠. 거의 정신줄을 놓았다고 할까요. 상경해서 혼자 월세방에서 살고 있었는데 매달 생활비는 나가고.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압박이 컸어요. 다른 데 가서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고. 그런 것을 활동하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썼어요. 사람들이 위로를 많이 해줬죠. 다행히 비꼬거나 놀리는 사람은 없었어요.



Q. 하루 종일 인터넷과 게임만 하셨다니 그게 더 놀랍네요.
퇴사 후 뭐가 제일 힘들던가요?

그렇게 서러울 수 없더라고요.
혼자 밥 먹을 때마다 자주 가던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썼습니다. ‘니들은 엄마가 차려 주는 밥 먹냐? 난 또 혼자 밥 먹는다. (부모님께) 고마운 줄 알아라’ 뭐 이렇게. 이런 글을 석 달 동안 식사 시간마다 꾸준히 쓰니까 나중에는 사람들이 알아봐 주더라고요. ‘야, 너 오늘도 혼자 밥 먹냐? 힘내라’는 이도 있었고, 누구는 ‘쿠폰 줄 테니 피자 한 판 시켜 먹어라. 그렇게만 있지 말고’라는 분도 계셨죠.

Q. 인터넷에도 인간미는 흐르는군요. 그게 웹툰 작가로 활동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나요?

네.
온라인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오프라인 모임도 하고 싶었는데 쭈뼛거렸죠. 제가 좋아하는 분야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쪽인데 여자는 많지 않거든요. 하지만 용기를 내서 나갔더니 다들 따스하게 맞아줬어요. 만나 보니 대부분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더군요. 스스로 나잇값도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하하, 고마웠어요. 그러면서 뭔가 해주고 싶었죠. 애니메이션 전공이라 만화를 그려 줄까? 해서 그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에요.

Q.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으셨군요. 그렇게 인터넷 포털에 만화를 올리기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정식 웹툰 작가가 됐고, 주간 연재만 3개에 이를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큰 인기를 누렸는데어떠신가요?

응원에 감사드려요!

웹툰을 맨 처음 올렸던 루리웹은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이고, 첫 계약때에는 휴대폰 메이커 스카이 홈페이지에서 웹툰을 그렸습니다. 그 다음 야후코리아를 거쳐 현재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던파도전기’를 연재하고 있고요. 곧 책도 출판할 예정인데 생각하면 여러 모로 과분한 느낌입니다. 내가 무슨 작가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연재하던 웹툰을 많이 사랑해 주셔서 자연스레 활동하게 된 것이죠.

Q. 키우던 햄스터 이야기, 씻지 않아 생긴 일, 명절의 가족 모임 등 이야기의 대부분은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소재 발굴에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지금은 경험담을 그리는 게 제일 많지만 사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요. 지하철을 타도 관음증 환자처럼 몰래 사람들을 흘긋거리며 봐요. 누가 타면 혼자 온갖 상상을 하죠. 양복을 입었으니 회사를 다니겠구나, 뒷머리가 눌려 있는 것을 보니 기대앉을 수 있는 사람일 테고…. 그러면 회사에서 지위가 좀 있나 보다, 등의 갖은 상상을 합니다.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재밌게 지낼 수 있어요. 아는 사람들은 제가 오타쿠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죠.

Q. 술 취해 볼일보다 쓰러진 남자후배를 씻겨 준 <하얀늑대-번외편>이 큰 반향을 일으켰었죠? 너무 재밌게 읽었다는 반응이 많았는데요, 그 후배랑은 어떻게 지내나요?

그 친구는 자기 이야기인지 몰라요. 후배가 군대 간 이후로 연락이 끊겼거든요.  하지만 그 이야기가 너무 많이 퍼져서 자기 이야기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당시 집이 너무 추웠어요. 화장실에서 볼일 보다 술 취해 바닥에 엎어진 후배를 놔두면 큰일이 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씻겨 준 이야기를 썼는데 많이 웃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그 후배와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었어요. 대학 다닐 때 하숙집에 살았었죠. 대부분 1~2년 살다가 나가지만 저는 4년 동안 지냈어요. 그래서 하숙집 아줌마가 신입생이 오면 궁금한 건 저 누나한테 물어봐라, 라고 했죠. 학교 다닐 때도 9시가 되면 같이 가자며 애들이 졸졸 따라다니고. 볼일 급한 후배가 화장실을 쓰겠다고 온 것도 그런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아요.

Q. 하얀늑대로 검색해보면 작가의 사진이나 작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던데요. 웹툰작가로 인기를 얻은 이후에 생긴 변화가 있나요?

전 겁이 많아요. 인기랄 것까지는 없지만 유명세도 아무나 겪는 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제가 활동하던 사이트는 남자가 많았어요. 헌데 여자인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고 신상이 털렸어요. 휴대폰 번호가 유출됐는데 그후로 3번이나 바꿨죠. 모르는 전화가 와서 받으면 아무 말도 안 해요. 그러다 끊고. 무서웠어요.
그래서 <트래비>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도 걱정돼서 검색도 해봤다니까요. 주변에서 좋게 이야기해 주셔서 안심했지만요. 평생 조용히 지내다 약간이지만 시끌벅적해지니 곤란해요. 작품이 아닌 제 자신이 관심을 받는 것은 싫어요.

Q. 관심만큼 팬도 늘었지만 그만큼 안티라고 부를 만한 이들도 있을 텐데요. 이러한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부에서는 제가 미리부터 웹툰작가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커뮤니티를 이용했다고 주장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계속 들으면  처음부터 절 아는 분들이 아닌 이상 사실로 믿을 수도 있잖아요. 예전에 그린 것 중 자극적인 부분만 뽑아서 말을 그럴 듯이 포장한 것도 있었는데 제가 봐도 화가 나겠더라고요. 절 위로해 준 이들에게 은혜를 갚으려고 시작한 일인데 어찌됐건 저로 인해 불화가 일어난 것이죠. 게다가 무슨 일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사태를 완화시키려 했다가 더 욕을 먹기도 했고요. 하지만 전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고운 말만 써도 모자란데 저로 인해 악영향이 생겼다니 죄송하기도 하고. 전 표현력도 부족하고 전달력도 부족해요. 하지만 계속 은혜를 갚고 싶고 잘하고 싶어요.

Q. 주제를 바꿔 볼까요.
저희가 여행잡지다 보니 여행을 좋아하시는지 묻고 싶네요.

사실 수학여행이나 제주도 가족여행을 빼면 여행을 가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러다 기회가 돼서 5월 중에 (인터뷰 시기는 4월) 첫 해외여행으로 유럽을 가요. 영국, 로마, 체코, 독일 등을 방문할 예정이에요. 단짝친구가 혼자 간다는데 마음에 걸리기도 해서 같이 가기로 했죠. 연재분은 미리 해놓고 가면 되니까 이래저래 기회가 잘 맞았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인천공항도 처음이고. 그러고 보니 ‘촌년’이 따로 없네요. 하하.

Q. 유럽에도 많은 국가가 있는데 꼭 가고 싶은 나라를 꼽는다면?

영국이요. 나머지 국가는 친구가 일정을 짜고 있어요. 영국이 좋은 이유요? 음... 그냥 좋아요. 영상 전공이다 보니 색온도에 민감한데 영상을 찍었을 때 영국은 제가 좋아하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셜록홈즈 박물관을 가고 싶어요. 작품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옷에 달린 장식도 셜록홈즈거든요.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제게는 사치였어요. 가난뱅이가 미술한다고 용 썼는데 이번에 여행을 가게 돼 너무 행복하네요.

Q. 그럼 본인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지요?

음… 미루었던 과제 같다고 할까. 여행을 싫어하진 않아요. 경제적인 문제가 있어 못 갔죠. 가족이랑 갔던 제주도는 여행이 아니라 부모님이 일 때문에 가실 때 같이 갔던 것이에요. 대학 졸업여행도 돈이 없어서 못 갔어요. 졸업여행 목적지가 중국 하이난이었고 비용만 해도 60~70만원이 필요했죠. 그 돈 없어서 못 간다는 말은 못하겠고…, 안 간다고, 그냥 별로일 것 같다고 쿨하게 말했는데 나중에 올라오는 사진 보니 호텔 수영장에서 비치 발리볼 하고 놀았더군요. 헐. 아쉽고 그랬어요.

Q. 지금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일을 겪으셨는데요, 예전의 작가님처럼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밥은 챙겨 먹어라!”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도 몸부터 챙겨야 해요. 그리고 어디서,  어떤 모양이든 “혼자 떠안고 있지 마라!”고 말하고 싶어요. 당장 풀 수 없는 외로움이나 괴로움도 표출하세요. 하다 못해 게임을 하든가 게시판에 욕을 쓰든 어떻게든 풀어야지 안 하고 익숙해져 버리면 인간 번데기같이 변해요. 점점 딱딱하게. 저도 느껴지더라고요.

퇴사 후 게임과 인터넷만 하던 3개월 동안 열 번도 밖에 안 나갔어요. 이러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구나, 
이러다 죽어도 그냥 방치되겠구나 하는 느낌. 당시 저는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와도 받지 않았어요. 가족한테만 가끔 연락하고. 친구들 모임 있으면 못 간다고 하고. 당시 저는 막말로 자신이 ‘병신’ 같다고 느꼈어요.
그나마 인터넷활동이 저를 숨쉬게 했죠. 좋은 글만 본다고 좋아지지는 않아요. 그냥 스스로를 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어요. 스스로 ‘병신’이라고 인정하고, 사람들도 다 같이 ‘그래 너 병신’이라고 해주니 정화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하하. 그러니 어떻게 해서라도 소통을 하시길 바랍니다.


<드로잉 11> 예술과 커피에 젖은 커피 한 잔

인터뷰를 진행한 카페형 갤러리 <드로잉11>은 산뜻함으로 무장한 신예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커피 한잔의 여유에 흠뻑 젖어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커피를 마신 후 종이컵에 그림을 그려서 아트워크 제작에 참여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직접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참신한 미술 작품을 커피와 함께 즐기고픈 미술애호가라면 놓치지 말고 한 번쯤 눈여겨봐야 할 곳.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545-11 어반빌딩 3층
문의 02-511-2931  영업시간 평일 오전 11시~오후 7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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