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스타일 여행] 핀란드 디자인 IS
[핀란드 스타일 여행] 핀란드 디자인 IS
  • 트래비
  • 승인 2012.06.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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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굴의 문을 두드리자 신을 향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핀란드 디자인 IS  

탐스럽고 단단하다. 북유럽 디자인 제품은 아무리 오래 두어도 질리는 법이 없다.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 북유럽에서 날아온 가구와 소품만으로 집을 꾸미는 상상을 한다. 저것을 잉태한 곳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갖고 싶다’는 일차원적인 욕망은 ‘떠나고 싶다’로 발전했다. 북유럽 국가 중 2012년 세계디자인도시로 선정된 헬싱키를 콕 집었다. 세계디자인도시에서 경험한 디자인? 비싸거나 어렵지 않았다. 디자인은 삶 그 자체였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핀에어 www.finnair.co.kr



2 교회의 외관은 야구 돔 경기장을 닮았다 3 성수를 담은 튼튼한 기둥은 바로 ‘돌’이다 4 교회 입구에 꽂힌 십자가가 ‘이곳은 교회’라고 알려 주었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Temppeliaukio Church  자연과 신을 향한 오마주
  

헬싱키는 춥다. 4월에도 눈이 내리는 나라니, 실내에서 머무르는 시간도 그만큼 길다. 핀란드인은 지혜로웠다. 자연환경을 원망하지 않고 너그러이 활용하고자 했다. 헬싱키의 건축물은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 들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암석 교회로 불리는 템펠리아우키오 교회Temppeliaukio Church는 자연친화적인 핀란드 디자인으로 인도한다. 

1969년 교회를 설립할 당시, 티모아 투오모 수오말라이넨 형제는 그 자리에 있던 암벽를 깎아 교회를 만들었다. 입구 상단에 꽂힌 자그마한 십자가만이 그곳이 ‘교회’임을 말해 줬다. 비밀 아지트로 들어가듯 이곳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켜켜이 쌓인 돌 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성수聖水가 담긴 그릇도 돌, 그릇을 받치는 기둥도 돌이었다.  

루터교를 국교로 정한 핀란드에서는 모든 성직자가 공무원이며 당연히 보수도 국가로부터 받는다고 했다. 청렴결백이라는 가치를 종교로 어릴 적부터 배우는 덕분인지 핀란드의 청렴지수는 항상 높다. 바치는 재물에 따라 신앙의 정도를 가리겠다는 한국의 몇몇 교회의 풍토를 여기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신을 부정하지도 신을 애타게 찾지도 않는 무색무취의 사람이지만,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에 머무는 그 순간만큼은 유신론자가 되고 싶었다.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이 되어 정면의 제단을 향해 머리 숙였다. 빗살무늬 모양의 유리창을 타고서 한 줄기 빛과 서늘한 바람이 머리 위로 내렸다. 눈물을 훔치는 여행자도 보였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가는 방법 헬싱키 시내에서 트램 3T 탑승 후 Sammonkatu 정거장 하차, 도보 5분  문의 09-2340-5920


국립현대미술관 키아즈마
Nykytaiteen Museo Kiasma 
겉도 속도 매력적인 예술의 향연

헬싱키의 랜드 마크는 단연 핀란디아 홀Finlandia Hall이다. 핀란드가 낳은 거장 알바 알토Alvar Alto가 만든 핀란디아 홀은 보는 사람을 아이처럼 순수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벽면이 뽀얀 까닭에 주변 나뭇가지의 그림자도 핀란디아 홀에 그대로 반사됐다. 그러나 핀란디아 홀은 이웃사촌인 국립현대미술관 키아즈마Nykytaiteen museo Kiasma의 관능미를 따라가진 못했다. 

건물이 곧 입체 예술품인 키아즈마 미술관은 도심 한복판에 풍만한 몸을 그대로 드러냈다. 미술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투명한 유리로 미술관의 몸통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밖에서 바라보면 그 속이 훤히 보일 정도다. 흘깃흘깃 밖에서 내부를 훔쳐보다가 결국 입장권을 사고 말았다. 입장권은 8유로. 여행자를 위한 헬싱키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핀란드 디자인을 일컬어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 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실속있고, 무엇보다 약자를 배려한다. 건축물의 실내 디자인도 당연히 핀란드의 철학을 따랐다. 미술관 입구의 우측에는 층계를 없앤 통로가 똬리를 틀고 있어 여행용 가방을 드르륵 드르륵 끌고 다녀도 무관할 정도로 걸어 다니기 수월했다. 휠체어를 탄 아이가 자유자재로 전시장을 활보했고 노부부가 손을 잡고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온 나 하나뿐이었다. 

미술관은 오감을 자극하는 기획전을 전시한다. 상상력의 빈곤을 앓는 환자라면, 이곳의 작품은 충격적이다. 멀티미디어아티스트로 유명한 자넷 카디프Janet Cardiff와 조지 뷔르 밀러Gorge Bures Miller도 지난 5월까지 이곳에서 전시를 올렸다. 작품명은 <까마귀의 살인The Murder of Crows>. 미술관 4층부터 자넷 카디프의 목소리와 구슬픈 까마귀 소리가 들리더니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이어졌다. 음악 소리를 따라서 건물의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연주자도 악기도 그곳엔 없었다. 단지 탁자 위에 놓인 축음기 한 대와 98개의 직사각형 검정색 대형 스피커만이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 소리가 없는 영화는 봤어도 이미지가 없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키아즈마┃가는 방법 헬싱키 중앙역에서 도보 5분  문의 09-1733-6501
홈페이지 www.kiasma.fi  입장료 8유로
헬싱키 카드 주요 교통수단부터 약 50여 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인기 음식점과 쇼핑센터에서 할인도 가능하다.
요금 24시간 34유로, 48시간 45유로, 72시간 55유로  홈페이지 www.helsinkicard.fi 


1 유리로 만들어진 국립현대미술관 키아즈마. 밖에서도 미술관 내부가 훤히 보인다 2 벽면을 장식한 까마귀, 섬뜩하고 충격적인 작품을 예고한다 3 미술관 앞을 만네르하임 장군의 동상이 지키고 있다 4 자넷 카디프와 조지 뷔르 밀러의 작품, 까마귀의 살인은 ‘볼 수 없는’ 한 편의 영화다

헬싱키 반타공항
Helsinki Vantaa Airport  공항에서 잘 노는 방법, 숨은 의자 찾기

공항은 여행이라는 코스 요리의 애피타이저 혹은 디저트다. 특히 경유를 위해 공항 한 구석에서 쪽잠을 청할 때면 마치 상한 음식을 먹는 것마냥 불쾌했다. 그러나 헬싱키 반타공항Vantaa Airport은 훌륭한 메인요리에 가까웠다. 공항을 그저 눈으로 한번 쓰윽 둘러본다면, 패스트푸드 햄버거를 질겅질겅 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미료를 쫙 뺀 정식을 먹을 때처럼 천천히 공항을 음미할 것을 권한다. 출국 당일, 일부러 짐을 일찍 부치고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공항 여행’을 시작했다. 

사우나와 스파가 있는 공항으로 유명해진 반타공항. 사우나의 발원지가 핀란드니, 공항 내 사우나를 만든 건 필연인지도 모른다. 반타공항에는 사우나와 스파만큼 재미난 장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아이는 공항 내 놀이터에서 인형을 갖고 놀거나 그림을 그렸고, 어른은 시끌벅적한 공항 내 펍이나 와인 바에서 무료한 대기시간을 단축했다. 북유럽 디자인 제품을 한데 모아둔 상점을 둘러보다 보면 헬싱키 시내를 다시 휘젓고 다니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러나 여행으로 지칠 때로 지친 몸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를 갈구하기 시작했다. 
  
국제선 터미널과 국내선 터미널을 이어주는 복도에 흔들의자Rocking Chair가 보였다. “나를 흔들어 봐! 내 위에 앉아 나를 흔든다면, 너는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될 거야.” 의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몸을 맡겼다. 체어맨Chairman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의자는 예로부터 권위의 상징으로 통했다. 흔들의자라면 더더욱 대형 저택의 마당이나 거실에 있는 게 맞다. 그러나 이 흔들의자는 공항뿐만 아니라 올해 여름에는 헬싱키 시민의 쉼터로 불리는 에스플라나디 공원Etelaesplanadi park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흔들의자 파티Rocking Chair Get-Together’가 열린다. 파티에 참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흔들의자를 구매하거나 흔들의자에 앉거나. 흔들의자를 구매한다면 더 좋다. 구매비용은 모두 자선 기부금으로 쓰이니까 말이다.  

반타공항의 의자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탑승 게이트 앞에 누워 있었다. 어디에? 선베드Sunbed에! 당신이 생각하는 그 선베드다. 모래사장 위에 있어야 할 선베드가 공항에 있다니. 공항에 선베드를 놓자고 제안한 그 사람은 여행심리학자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이 좋았건 나빴건 간에 출국을 앞둔 그 찰나의 순간은 항상 마음을 괴롭혔다. 선베드 위에 드러눕자, 여행의 마침표를 찍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헬싱키 반타공항┃홈페이지 www.helsinki-vantaa.fi



1 공항 복도에서 만난 흔들의자Rocking Chair, 올해 여름에는 에스플라나디 공원에서 흔들의자 파티가 열릴 예정이다 2 핀란드 디자인을 미리 느끼고 싶다면, 의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라 3 반타공항은 또 하나의 관광지다. 비행기 대기시간도 지루하지 않다 4 교육혁명을 이룬 핀란드는 공항도 남다르다. 탑승게이트 바로 앞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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