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아름다운 이들의 특별한 허니문 그대 그리고 당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06.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래비와 하나투어의 공동캠페인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는
여행을 통해 발견한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들의 특별한 허니문 그대 그리고 당신...

하나투어에서 실시하는 희망여행 프로젝트 중 하나인 ‘아주 특별한 허니문’은 경제적 어려움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이유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던 다문화 가정, 저소득 계층, 장애인 혹은 새터민 부부들을 위해 무료로 허니문을 선사하는 사업이다. 이번 필리핀 보라카이로 다녀온 3박5일의 허니문 일정에, 총 18쌍의 부부와 동행한 독자기자 강선희씨의 아주 특별했던 여행이야기를 소개한다.  에디터  트래비   

글·그림  강선희   사진  강선희, 하나투어   취재협조  하나투어 www.hanatour.com

#1. 짝 없이 동행하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떠 보니 어느 새 인천 바다 위로 빨간 해가 떠올라 있었다. 이른 새벽, 나는 몹시 지친 표정으로 집합장소를 찾아갔다.
“여기가 허니문 여행 맞습니까?”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혼자 서 있는 내게, 한 아저씨가 말씀을 건네셨다. 나는 짧은 대답을 마치고는, 돌연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불편한 몸으로 아내를 꼭 끌어안고 기념사진을 찍는 아저씨의 모습이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미소 가득한 그 부부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났다. 아, 얼마나 설레일까? 어느새 내 가슴도 뛰기 시작하더니, 뭔가 뜨거운 기운이 샘솟는 게 느껴졌다.
모든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가던 중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왔다는 이자벨(가명)씨가 내게 물었다. “신랑은 어디 있어요? 왜 혼자 가요?” 나는 덤덤히 ‘독자기자’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남편 손을 꼭 잡고 가는 그녀가 은근히 부러워졌다.


1 3박5일간 보라카이 허니문을 함께 한 18쌍의 부부 2, 3 여러 사정으로 늦어진 신혼여행이다 보니 즐거움도 애틋함도 그만큼 더 컸다

#2. 보라카이로 가는 마음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옆 좌석의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안전벨트부터 단단히 매어 주셨다. 나는 조용히 그 따뜻한 손길을 훔쳐보았다. 내년이면 결혼 40주년인데, 이제야 신혼여행을 가신다기에 슬쩍 그 연유를 여쭈어 보았다.
“신혼여행이고 뭐고 그런 거 할 시간이 어딨어. 애 낳고 키우느라 바빴지. 한 20년 전에는 내가 위암 말기로 굉장히 아팠고, 집사람은 병간호 하느라 고생하고. 이렇게 둘이 여행가는 건 처음이야.” 할아버지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 피어났다. 게다가 요즘엔 할머니께서 손주들을 돌보느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할머니와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가질 생각에 마냥 기쁘다며 싱글벙글 하셨다. 나는 그렇게 한참동안 할아버지와 담소를 나누었다. 아내가 지어 주는 저녁 밥상이 최고라며 껄껄껄 웃으시는 할아버지를 보니 할머니를 향한 각별한 사랑이 느껴졌다. 필리핀에 도착할 즈음이 되자 아까부터 창 밖으로 시선이 고정되어 있던 할머니의 고갯짓이 분주해지셨다. 얼핏 창밖을 보니 구름이 참 멋들어지게 피어 있다.
“확 뛰어들고 싶지? 구름 속으로?”
“구름이 뭉게뭉게 참~ 예쁘네.”
비행기를 처음 타보신다는 할머니께서는 창밖의 풍경이 마냥 신기하신가 보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사연을 가슴에 안고 마침내 필리핀에 도착했다. 

#3. 드디어 허니문!

마침내 도착한 숙소는 저 멀리 화이트비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 좋은 리조트였다. 잠시 자유 시간을 가진 뒤,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부부의 별칭을 만들어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향기가 폴폴 나는 부부로 살고 싶어 지은 ‘향기 나는 블루베리 부부’, 서로 존중하고 양보하고 이해하며 살자는 의미에서 지은 ‘순종부부’ 등 그 별칭만으로도 부부간의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보라카이의 번화가인 ‘D-mall’로 관광을 나갔는데, 두 손을 꼭 잡고 다니는 순종부부의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또 고향이 마닐라인 사비나(가명)씨는 남편에게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는데, 부부들의 정다운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그들이 보라카이에서 맞는 허니문 첫날밤은 어떤 기분일지 자못 궁금해졌다.

#4. 아름다운 추억 만들어 가세요

“돈도 절약할 수 있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오게 되어 기분도 좋아요.”
18쌍의 부부 중 유일하게 20대인, 그래서 별칭도 ‘영계부부’인 젊은 부부에게 아침인사를 건네며 ‘아주 특별한 허니문’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물었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에 얼굴은 이미 땀범벅인데도 젊은 남편은 미소를 잃지 않고 대답했다. 20살에 만나 벌써 세 자녀를 두고 있고, 결혼 9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다는 영계부부. 어제 시내투어를 할 때 마트에서 과자를 만지작거리며 아이들을 떠올리던 젊은 부부의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 
둘째 날. 오전에는 산악용 자동차인 버기카를 타고 보라카이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북쪽 끝에 위치한 푸카비치는 화이트비치와는 다르게 고즈넉한 매력을 가졌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부부들의 모습이 꽤나 즐거워 보였다. 오후에 자유시간을 가진 뒤, 해질 무렵에는 무동력으로 움직이는 세일링 보트를 타며 노을을 감상했다. 구름이 약간 끼어 기대만큼 황홀한 노을은 보지 못했지만, 굉장히 인기가 좋았다.
“시원하고 경치도 좋고 재미도 있고 기분도 좋고. 하루 종일 이것만 하라고 해도 할 것 같아요.” 캄보디아인 아내를 둔 ‘딸딸부부(딸이 둘이라서 짓게 된 별칭)’의 남편이 말했다. 파도에 옷이 젖었는데도 표정은 정말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는 해변가 레스토랑에서 로맨틱한 저녁 식사시간을 가졌다. 단둘이 마주 앉아 와인잔을 기울이며 어떤 이야기를 속삭였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모습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하늘이 인디고 빛으로 물들면서 조용히 둘째 날 밤이 찾아왔고, 각자의 마음에는 하나둘 예쁜 추억을 쌓아 갔다. 아까 딸딸부부에게 자유시간엔 뭘 했느냐고 물었더니,“에이, 그런 걸 다 어떻게 일일이 말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깨가 쏟아지는 신혼여행이다.

#5. 클라이맥스

셋째 날 오전에는 필리핀 전통선박인 방카를 타고 보라카이 섬을 일주하며 줄낚시 체험도 하고 스노클링도 즐겼다. 조그만 새우 살을 미끼 삼아, 줄을 풀었다 감았다 하는 낚시가 나는 영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부들의 낚시질을 조용히 구경하다가, 딸딸부부에게 또다시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낚시와 사랑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럼요. 낚시처럼 사랑도 인내가 필요하죠. 서로를 이해하려면…” 하지만 그의 캄보디아인 아내는 아직 ‘인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런 아내를 보며 남편은 싱긋 웃었다.
나는 그의 말을 공감할 수 있었다. 한국어는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아는 나의 아일랜드 남자친구와 영어 실력이 초등 수준인 내가 대화를 하려면 핸드폰 영어사전은 물론 손짓, 몸짓까지 총동원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차분하게 끝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곤 했다. 문득 그의 온화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때였다. “잡았다!” 누군가 또 물고기를 잡았는지,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양동이에 잡아 올린 열대어들을 보니 각양각색, 참 예쁘기도 하다.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푸른 바다에서 한껏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기고는 점심으로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먹었다. 디저트로 나온 푸짐한 열대과일이 참 달콤하다.
그리고 이날 저녁에는 리조트 만찬을 마친 뒤, 부부들을 위한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서로에게 쓴 진심 담긴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평생 서로 사랑할 것을 맹세하는 혼인 서약식을 하기도 했다.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기’에 대한 강연을 하던 차준 강사가 이런 말을 했다. “여행보다는 삶의 큰 힘을 주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 그래서 더 소중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특별한 신혼여행. 분명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그들의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6. 돌아오는 길

넷째 날. 오전에는 느긋하게 자유시간을 가졌고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엔 라바스톤 마사지를 했다. 라바스톤은 마그마가 식어 만들어진 돌인데 이 돌에 열을 가해 아로마 오일과 함께 약 2시간 동안 전신 마사지를 하는 것, 뜨끈한 돌이 몸 구석구석을 훑어 주는 마사지가 끝나면 피로가 싹 풀리는 것처럼 굉장히 시원하다. 마사지를 마친 부부들의 표정이 한결 좋아 보인다.
“정말 감사드려요. 난생 처음 보는 이런 아름다운 경치에 감동받았고, 짜여진 일정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참말 즐거웠어요.” 블루베리 부부의 남편 김일만(가명)씨가 말했다. 그의 아내도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았다며 행복한 표정으로 화답한다.
장애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던 시절 만난 천사 같은 아내. 그녀 역시 장애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지만, 그렇기에 둘이서 더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에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이번 허니문으로 금슬이 더 좋아졌다며 아내 손을 꼬옥 잡아 주는 그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 분이 공항에서 처음 만났던 그 아저씨다.
희한하게도 보라카이 섬을 떠나오는 길은 짧게 느껴졌다. 똑같이 배를 타고 또 버스를 탔건만, 밀려오는 아쉬움 때문인가 보다. 나는 말없이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까만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 떠 있었다. 거리의 야자수는 여전히 바람결에 나뭇잎을 흔들어댔다. 이젠 배웅을 하는 것 같다.

#7. 아름다운 동행, 그후

다섯 째 날, 아침 일찍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모두 환한 얼굴로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버스정류장에서 ‘바다부부’의 사비나(가명)씨를 다시 만났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와 피곤할 법도 한데,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녀에게 이번 여행을 다섯 글자로 표현해 달라고 했다.
“음…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신랑이랑 더 가까워졌어요. 가져갔던 여행용 가방이 고장 나서 비닐 가방에 짐을 넣어 왔는데, 남편이 그 무거운 짐을 다 들어 줬어요. 그리고 제가 감기 걸린 것도 걱정해 줬어요. 너무 고마워서 집에 가면 맛있는 계란 국을 끓여 주기로 했어요.” 국제결혼 후 9년 만에 떠났던 신혼여행. 그리고 이제 다시 신혼 시작이라는 그녀를 보니 정말 행복해 보였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 나는 문득 아일랜드 남자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들은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서로 다투기도 해. 하지만 우릴 봐, 다른 언어를 써도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잖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잖아. 그건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3박5일의 여정 동안 나는 내가 원했던 사랑의 기운을 흠뻑 느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가 내게 보내 주는 사랑을 믿지 못했던 내가 바보였다. 얼른 그를 만나 말해 주고 싶다.
“I love you with all my heart, Ronan!”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번 여행. 그 아름다운 동행의 기회를 준 트래비와 하나투어 이상진 차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야말로 로또 맞았다! 


1 버기카를 타고 보라카이 탐험 2 보라카이 전통 선박인 방카에서의 줄낚시 체험 3 즐거운 섬 일주 관광 4 신혼부부들은 평생 서로의 사랑의 맹세하는 혼인 서약식을 가졌다.

독자 기자로 다녀온 강선희씨는
조만간 인기 블로거에서 여행 작가로의 데뷔를 앞두고 있다. 2010년에 다녀온 스페인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경험을 그림과 함께 한 권의 책 <청춘, 카미노에서 꽃피다>로 묶는데 꼬박 1년을 쏟아부었다. 아직도 필름카메라 FM2를 고집하는 그녀는 책이 나오면 지난 1년간 번 돈을 털어서 2달 일정의 유럽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앞으로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꼼꼼하고 털털한 스토리가 기대된다. 
http://blog.naver.com/anger25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