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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식의 Camping & Friends] 통기타 연주가 어울리는 캠핑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06.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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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식의 Camping & Friends <끝>

사진가 신미식이 매달 친구들을 초대해 모닥불가에서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   


통기타 연주가 어울리는 캠핑

신미식 작가와 만나기로 한 캠핑장까지의 거리는 트래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무교동에서부터 대략 40km. 평소대로라면 1시간이면 도착했겠지만 내비게이션의 음모 덕(?)에 아직 1시간은 더 가야 한다. 답답하고,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하니 “라면 끓여먹고 있습니다. 천천히 오세요”라고 받는다. 그 말을 들으니 애초부터 마음 급한 사람은 기자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캠핑의 본질은 여유! 그것을 잊고 캠핑에 나섰다니…. 그때부터 꽉 막힌 올림픽대로 위의 차들이 모두 쉬엄쉬엄 어디론가 캠핑을 떠나는 대열같이 느껴졌다.

글·사진  박우철 기자


1 모닥불에 둘러앉은 캠퍼들. 해가 질 때까지 캠핑과 여행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들을 늘어놓았다 2 나무가 우거진 산귀래 캠핑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신미식 작가의 랜드로버 디펜더

캠핑과 야영의 차이

‘캠핑’이라는 말로 세대가 갈린다. 야영 세대와 캠핑 세대로. 야영은 다리가 후들 거릴 정도로 거대한 텐트를 메고 떠난다. 어둠을 밝히는 랜턴은 6볼트 로케트밧데리가 들어가는 전기랜턴이다. 단선 철로를 천천히 달리는 무궁화호를 타고 대천의 어느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불편했지만 그때는 그게 전부였고, 표준이었다. 그러나 고생 속에 우정이 있었고, 통기타의 낭만이 있었다. 지금은 고급 SUV에 고가의 캠핑 장비를 싣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장이 있는 캠핑장으로 떠난다. 환경은 급격히 발전하고 그 흐름에 사람들은 오늘의 캠핑을 즐긴다. 하지만 장비의 발전 속도만큼 그때의 낭만은 빠른 속도로 휘발해 버렸다.

The Host
포토그래퍼 신미식
여행에세이와 사진집 등 20여 권의 책을 낸 신미식 작가는 아프리카 자선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가수 겸 사진가 김문규
사진가이지만 정규앨범을 3장이나 발매한 실력파 가수. 자신을 무엇으로 규정하기를 거부했다. 신미식 작가와는 사진이 아니라 노래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사진가 추연만
스냅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 여행전문 사진가를 꿈꾸며 베트남, 태국 등을 다니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www.photo-by-rapper.co.kr
오프로드 라이더 정회성
1990년대부터 신미식 작가와 우정을 나눈 베스트 프렌드. 오프로드 라이더로서 이번 캠핑에 참가했다.


아날로그적 캠핑을 말한다

신미식 작가와 게스트들은 모닥불에 둘러앉아 옛 추억을 들춰내고 있었다. 그러다 김문규 작가가 차에서 통기타를 꺼내 연주를 준비했다. 기타줄 몇 번 튕기는 소리에 캠핑장에는 아날로그적 야영의 감성이 조금씩 차올랐다. 김문규 작가는 자신의 2집 타이틀 곡인 ‘안녕이라고 말해요’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두워진 산귀래 캠핑장에는 그의 노래 소리와 캠퍼 4명의 박수 소리, 그리고 가느다란 랜턴의 불빛만 남았다. 노래의 마지막 음표까지 김문규 작가의 기타 줄을 통과했다. 잠깐의 여운을 남긴 기타 소리가 공기 중으로 사라졌을 때 캠핑장은 오래 전 그때의 야영장이 돼 있었다. 신미식 작가와 김문규 작가, 정회성씨는 연주가 끝난 후 어렸을 적 통기타를 메고 친구들과 여행을 갔을 때를 회상했다. 신미식 작가는 “그때 어디로 놀러가든 통기타 치는 친구가 꼭 하나씩은 있었죠. 내게 그런 친구가 문규였습니다”고 했다. 그 말에 김문규 작가는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친구, 기타를 배워 잘 치는 친구도 아니었어요.

그냥 코드 몇 개나 잡고, 박자나 맞추는 게 전부지. 그냥 야영을 즐겁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인 셈이죠”라고 받았다. 옛 추억은 현실의 아쉬움으로 돌아왔다. 요즘 캠핑이 너무 외형에만 치우쳤다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오프로드 자동차를 타고 방방곡곡 바퀴자국을 남긴 정회성씨가 오프로드와 캠핑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오프로드 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보호하며 자연을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캠핑장에서 음식물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했더니, 캠핑을 얼마나 했냐고 도끼눈을 뜨고 되묻더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전 오프로드를 20년 가까이 한 사람인데요. 오프로드, 캠핑을 정말 아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어요.”

암실 같은 캠핑장

김문규 작가는 신미식 작가와 같은 성향의 사진가다. 재밌는 것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한 것이 사진이 아니라 음악 때문이라는 점. 김문규 작가의 노래 ‘안녕이라고 말해요’를 들은 신미식 작가가 그의 블로그에 전화번호와 글을 남긴 것이다. 노래에 담긴 애잔함과 고독, 슬픔이 자신의 것과 닮았다는 것이 지금의 둘을 연결해 줬다. 이후 사진 작업에 있어서도 많은 교감을 나눴다. 김문규 작가는 “미식이 형과 친하기 전에 효창동 마다가스카르에서 그룹 사진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시를 마치고 난 후에 미식이 형이 제 사진을 보고 좋다고 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형이 제 음악을 듣고 연락한 것은 그 다음 일이죠. 저랑 감성이 딱 맞아요”라고 했다. 신미식 작가가 말을 받았다. “귀가 닳도록 문규의 노래를 들었어요. 처음 들을 때부터 알아봤죠.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사진도 그랬습니다. 음악의 그 감성이 사진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요.”

오늘 모인 사람들은 ‘발품과 기다림’으로 사진과 인생을 만든 사람들이다. 김문규 작가는 1주일에도 수천킬로미터를 달릴 정도로 발품을 팔며 사진을 만든다. 신미식 작가 역시 세계 어느 나라든, 카메라를 들고 있는 곳이 스튜디오이고 렌즈에 비치는 모든 것이 피사체다. 여행사진가로 방향타를 잡은 추연만씨도 해외 여러 지역을 무대로 삼았다. 정회성씨에게 한반도 전부가 오프로드 그 자체였다. 사진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요즘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화제가 옮겨졌다. 김문규 작가가 추천한 곳은 우음도. 우음도는 안산의 시화방조제가 생기면서 육지가 돼 버린 섬이다. ‘사진을 웬만큼 찍는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음도를 찍는다. 우음도가 가장 분위기 있을 때는 삘기꽃이 만발하는 5월 말~6월 초, 바로 우리가 캠핑을 하고 있는 이 시기다. 우음도는 홀로 서 있는 ‘왕따나무’와 나무 벤치가 적막한 분위기를 더한다. 새벽이 만들어내는 초현실적인 장면들을 제공하는 우음도는 진부한 이미지를 거부하는 사진가들에게 성지 같은 곳이다.

요즘 사진은 밝은 방(명실)에서 만들어지지만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사진은 어두운 방(암실)에서 탄생했다. 사진가들에게 암실이란 사진의 탄생을 기다리며 심적 안정을 찾는 곳이다. 어둡지만 눈은 초롱하고, 적막하지만 외롭지 않다. 캠퍼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캠핑장에는 완전한 어둠이 깔렸다. 옛날의 암실처럼 가스랜턴이 암등처럼 반짝였고, 신미식 작가와 캠퍼들의 이야기도 깊어졌다.


1 사진가들의 캠핑에는 사진가 수만큼의 카메라도 함께했다 2 텐트를 정리하고 있는 신미식 작가 3 식물원으로 운영됐던 산귀래 캠핑장에는 다양한 수목들이 살고 있다 4 밤이 깊어질 수록 랜턴의 빛은 더욱 밝아진다


Camper's Choice

Camping Ground
산귀래 캠핑장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위치한 캠핑장이다. 바나나 모양처럼 긴 계곡에 10개의 텐트를 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사이트는 대지에 있는 게 아니라 숲 속에 있기 때문에 그늘이 충분히 생겨 여름에 캠핑하기에 적합하다.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갖춰졌고, 샤워장에서는 따뜻한 물도 나온다. 캠핑장으로 개장하기 전에 식물원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캠핑장 여러 곳에 꽃과  나무들이 무성하다. 하루 이용료는 3만원이고 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목창리 476-14  믈로그 http://blog.naver.com/poetyoung

Camper’s Recipe
묵은지 삼겹살 조림 재료는 무척 간단하다. 지난 겨울을 넘긴 묵은지와 생삼겹살이 필요하다. 여기에 꼬치를 만드는 나무 꼬치가 전부. 묵은지의 한 줄기를 떼어 내 그 위에 삼겹살을 올려 보기 좋게 만다. 그 다음 꼬치를 꽂아 모양을 유지시키면 된다. 캠핑용 들통에 넣고 찌거나, 졸여낸다. 단 돼지고기가 쫄깃하게 익을 때까지 가열한다. 이날 묵은지는 지난 겨울 직접 유기농 배추로 김치를 담근 정회성씨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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