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캠핑도사들] 캠핑 폐인이 된 여행전문가 김산환-도사도 고수도 없는 캠핑 세상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07.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산환 ‘꿈의지도’ 대표는 편리하지만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루는 수도권의 오토캠핑장보다 국립공원, 자연휴양림 등을 선호한다. 남해안의 남해, 거제, 진도 등은 그가 추천하는 캠핑 명소다


캠핑 폐인이 된 여행전문가 김산환
도사도 고수도 없는 캠핑 세상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루는 캠핑장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가 어느새 캠핑 공화국이라도 된 듯하다. 헌데 ‘자연 속에서 가족이 단란한 여유를 누리는’ 본질은 어디 가고, 캠핑 하면 ‘장비병에 걸린 아빠들’과 ‘자욱한 삼겹살 연기’부터 떠오른다. 여행작가 김산환씨는 캠핑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지만 지금의 캠핑 열기는 어딘가 기형적이라고 말한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세계 방방곡곡에서 수백번 텐트를 접었다 폈다 하며 캠퍼로서 살아온 그에게 캠핑의 정석을 한수 배워 보았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사진 제공  김산환

“캠핑은 모두의 행복 추구권”  

캐나다 밴프국립공원 내 작은 캠핑장이었다. 작은 공터에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 바비큐 그릴이 방금 정리해 놓은 듯 객을 기다리고 있었고, 바로 옆에는 얼음보다 차가운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인근 편의점에서 쇠고기와 장작더미와 15달러짜리 와인을 사들고 간이 캠핑을 만끽했다. 이 순간만큼 캐나다 사람들이 부러운 때가 없었다. 여행·캠핑 전문 출판사 ‘꿈의지도’ 김산환 대표도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캐나다 국민들은 좋은 자연환경에서 캠핑을 하는 것을 가장 기본적인 ‘행복 추구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전세계 각지에서 ‘텐트 좀 쳐본’ 김 대표가 캐나다 이야기로 운을 뗀 것은, 지금 우리의 캠핑 문화가 조금은 왜곡돼 있다고 느끼는 까닭이었다. 

20여 권에 이르는 여행서적 중 <캠핑 폐인>, <오토캠핑 바이블> 등 캠핑 서적만 5권 이상 저술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이지만 ‘캠핑 도사 혹은 고수’와 같은 표현을 조금은 불편해했다. “캠핑이란 것이 자연 속에서 가족끼리 어울려 여유를 즐기면 되는 것인데 소비, 향략적인 문화와 결합돼 ‘잘하고 못하는 것’을 구분지으려는 이상한 풍토가 생긴 것 같아요.” 솔로캠핑을 즐긴다고 하면서, 인터넷 동호회에서 솔로들이 함께 모여 캠핑을 가는 아이러니도 ‘어울림’을 중시하는 우리의 미덕(?)이 반영된 것일까? 그런데 캠핑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들을 보면 자연 속에서 쉬려고 캠핑을 하는 것인지 누구에게 뽐내려고 캠핑을 하는 것인지 요령부득, 알 길이 없다. 김 대표는 “캐나다나 미국의 캠핑장을 가보면 어설픈 장비로도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요. 그들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죠. 물론 캠핑장 안에서 고주망태가 된 어른들, 다른 이용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떠드는 무개념 캠퍼도 찾아보기 힘들죠.”

김산환 대표가 강조하는 캠핑의 정석은 ‘자연 속에서 가족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라는 단순한 명제에서 출발한다. “캠핑 문화가 저변에 깔린 나라들의 경우, 아이들에게 캠핑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어른 중심, 장비 중심으로 캠핑을 즐기고 있죠. 사실 우리나라처럼 한겨울에도 캠핑을 즐기는 나라는 없어요. 모두가 ‘익스트림 캠퍼’가 된 듯해요. 무리해서 겨울 캠핑을 하지 않고, 나머지 3계절에 실컷 캠핑을 한다면 캠핑 장비도 훨씬 저렴하게 갖출 수 있죠.” 가족에 중심을 둔다면 한겨울 ‘무한도전’ 하듯이 온가족이 사서 고생할 일도 없고, 무리해서 장비를 구매할 필요도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꿈의지도’ 사무실에는 랜턴, 야전침대 등 캠핑용품부터 등산화, 로프, 랜턴, 빙벽용 장비 등 김 대표의 이력을 증명하는 소품들이 놓여 있다 2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단란한 여유를 누리는 것. 김 대표가 설명하는 캠핑의 본질이다. 그는 지금의 캠핑문화가 지나치게 남성 중심, 어른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고 한다

“붐비는 캠핑장보다는 자연휴양림”

캠퍼를 하수와 고수로 나눌 수는 없다지만 세련된 캠핑을 즐기는 방법에는 나름 격차가 있다. 수많은 캠핑용품 중 어떤 것부터 어떤 수준으로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지식과 나름의 캠핑 지식만 있으면 굳이 장비병 환자가 될 필요는 없다. 

최근 자가용에 많은 짐을 싣고 다니는 오토캠핑이 대세인 만큼 최고, 최대 수준의 장비를 갖추는 이들이 많지만 처음부터 무리하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기 십상이다. 최소한의 필수 장비부터 필요에 따라 장비를 하나씩 늘려가고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캠핑의 소소한 재미가 아니던가. “캠핑 장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텐트입니다. 취침과 생활공간을 겸할 경우, 리빙 셸Living Shell이 좋지만 가격도 비싸고 장비 설치도 어렵죠. 또 공간도 많이 차지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는 캠핑장도 제한적입니다. 반면 돔형 텐트와 그늘막 역할을 하는 타프Tarf를 기본 구성으로 하면 공간을 활용하기 좋고, 보다 창의적으로 사이트를 꾸밀 수도 있죠.” 침낭도 한겨울 캠핑만 포기한다면 가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매트리스의 경우도 쇼핑몰 사이트에서 2만원대에 판매하는 것으로도 보온·방습 효과가 충분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캠핑의 재미는 ‘먹는 일’이다. 먹는 재미를 굳이 ‘일’이라 한 것은 캠핑시 그만큼의 번거로움과 수고가 따르는 까닭이다. 가족 중심의 캠핑에서 아버지가 제 노릇을 할 수 있는 순간은 장비에 열을 올리며 혼자 만족할 때가 아니라 무거운 설거지 통을 들고 개수대를 갈 때와 장갑을 끼고 그릴에서 고기를 구울 때다. “캠핑까지 와서 끼니를 때우듯 먹거나 배달시켜 먹을 순 없잖아요.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삼겹살보다는 더치오븐을 이용해 훈제 요리를 즐기는 캠퍼들이 늘고 있습니다. 여행지 특산물을 이용해 요리를 즐겨 보는 것도 캠핑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아닐까요.” 

캠핑의 경험이 축적될수록 캠퍼들은 천편일률적으로 규격화된 사설 캠핑장보다는 자연미가 살아 있는 공간을 찾아 헤매게 된다. 전국 300곳 이상의 캠핑장의 신상명세를 꿰고 있는 김 대표도 진정한 휴식을 원할 때면 ‘캠핑장’ 푯말이 없는 곳을 즐겨 찾는다. “자연 속에서 여유있는 캠핑을 즐기고 싶다면 ‘7~8월 휴가철, 주말, 수도권의 오토캠핑장’ 이 3가지만 피하면 됩니다. 사실 4월부터 11월까지는 굳이 전기가 들어오는 오토캠핑장을 갈 필요가 없어요. 조금 불편해도 국립공원 야영장이나 자연휴양림 같은 곳이야말로 캠핑 본연의 매력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죠.”
20년 이상 전국의 산야를 누빈 여행전문가, 캠핑 도사 김 대표가 비밀스레 찾아가는 장소는 어디일까.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인적이 많지 않은 오지 지역을 선호합니다. 남도쪽 해안지역을 좋아하는데요. 거제, 남해, 진도 등에는 굳이 캠핑장이 아니어도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제주도에도 10개 정도의 캠핑장이 있죠. 뭍에서 차를 가지고 제주까지 캠핑을 가는 것도 좋답니다.”

●●● 김산환 대표가 제안하는 캠핑 매너

1. 해진 뒤에는 모두 ‘쉿~’ 
제아무리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일지라도 텐트는 어디까지나 텐트다. 소음에는 속수무책이니 캠핑장에서 소음을 일으키는 캠퍼들은 제일의 ‘공공의 적’이다. 특히 해가 진 뒤에는 유독 소음이 큰 피해를 끼치니 옆 동 캠퍼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부 캠핑장에서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정숙의 시간Quiet Time을 지정한 곳도 있을 정도다.  

2. 고주망태 되지는 맙시다 
소음의 가장 큰 주범은 고주망태가 된 아저씨 캠퍼들이 아닐까. 술 못 마셔 한이라도 된 듯 소주병으로 차곡차곡 볼링핀을 만들고 왁자지껄 떠드는 이들은 캠핑장의 불청객이다.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와인 한잔으로 분위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3. 사람은 이름과 쓰레기를 남긴다 
캠핑장에서 가장 불쾌한 순간은 개수대를 꽉 막고 있는 악취나는 잔반과 자기 짐만 쏙 챙겨 가고 쓰레기를 방치하는 캠퍼들을 볼 때다. 우리의 캠핑장을 푸르게 푸르게 지키기 위해 쓰레기 처리만큼은 확실히 해야겠다.   

4. 사고 예방은 각자의 몫 
캠핑장에는 위험 요소가 지천에 널려 있다. 안전한 집을 버려두고, 석기시대로 돌아간 현대인들에게 캠핑은 그 자체가 모험이 아닌가. 특히 텐트나 타프를 지지하는 스트링에 걸려 넘어지는 이들이 많으니 사이트 주변에서 뛰어다니는 일은 금물이다.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