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꼬마야.
May I Take a Picture of You?
카메라로 세상을 그리는 일은
사진가들에게만 있는 놀이다.
오늘은 35mm 렌즈로, 조리개는 f2로만 찍어야지.
보따리 하나면 족한 이동식 이발소.
헤어클리퍼 앞에 한 아이가 앉아 있었다.
거울이 없었지만 어차피 꼬마도
두 눈을 꼭 감은 상태였다.
잔뜩 인상을 쓰는 바람에
잘생긴 녀석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윙~ 하는 기계음 속에
검은 머리카락이 우두둑 떨어질 때
기어이 눈물까지 흘린다.
작 전 상 후 퇴
장난감 과자를 준비했다.
이발이 끝난 아이와 만만치 않은 협상을 시작했다.
달래고 유혹하는 작업 끝에 드디어 촬영 성공.
여행사진은 때때로 피사체와의 협상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기록한 사진은 우연이 아니다.
필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