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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희망의 다른 이름 가족애愛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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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 누군가에게는 없는 것. 혹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것.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가족애를 발견하는 특별한 여행에 트래비 독자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에디터  트래비   손고은 독자기자   사진 photographer 정현석   
취재협조  하나투어 www.hanatour.com



1 모래로 만들어 투박하지만 단란한 가족의 모습. 다문화가족 희망여행이 가족愛를 찾아 떠났다 2 다이아몬드 베이 리조트에서 모두 함께 즐거운 레크레이션 후 찰칵! 3 나트랑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 야외 수족관에서 작은 상어에게 먹이를 주는 가족들

 

prologue 

“할머니, 전 밤 비행기 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소원이 이루어졌어요!”
나트랑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창가 쪽에 앉은 열 살의 아이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문득, 처음 비행기를 탔던 순간이 떠올랐다. 나의 첫 비행기는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 가족끼리 제주도를 향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희망여행길에 오른 아홉 가족들이 서로를 챙겨 주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이륙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에는 미소가 어렸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얼마 전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제 더는 해볼 수 없는 가족여행이라 생각하니 슬프기까지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깨뜨리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리라. 이번 여행은 경제적 어려움과 다른 문화로 인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하나투어에서 지원한 희망여행이었다. 이 여행에 동행한 가족 모두가 그들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륙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미소 어린 얼굴에서 우리 가족이 여행을 떠났을 때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episode 1
‘강아지 가족’의 행복한 우리집

베트남의 ‘나트랑’. 아홉 가족이 3박5일 동안 머물렀던 다이아몬드 베이 리조트에서의 첫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식사와 가족끼리의 자유 시간을 보내고 모두 바닷가에 모여 모래집을 짓는 시간이 준비되었다. 양동이와 삽을 나누어 받은 가족들은 바닷물을 떠오고 나뭇잎을 주워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모두 그들만의 모래집을 짓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20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 모두 모여 하나하나 그들의 집을 소개했다.
 “집에 대해 소개 좀 해주세요!”
 “이 집은 우리가 앞으로 짓고 살 커다란 집이에요. 지금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힘들지만, 언젠가는 이런 집 짓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 겁니다!”
‘강아지’ 가족의 미래의 집이었다. 아버지가 건설일용직으로 일하며 지방 근무가 잦아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강아지 가족의 궁전 같은 집. 셋이 살기엔 너무 큰 집 아니냐며 누군가 농담 섞인 말로 물어 봤다. 여유가 생기면 둘째도 갖고 집사와 가사도우미 열 명과 함께 지내면 된다며 힘차게 대답한 강아지 가족의 아버지. 미래를 희망차게 그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강아지 가족은 그들이 미래에 살 집의 주춧돌을 하나 더 쌓았고, 우리는 그 미래의 집을 그대로 남겨둔 채 하나의 희망과 꿈을 안고 발길을 돌렸다.


4 모래집 인기투표 1등 ‘목양’ 가족 기념촬영 5 ‘강아지’ 가족이 미래를 담아 만든 커다란 궁전 같은 희망의 모래집 6 한쪽 손을 다친 아빠를 도와 물을 나르는 ‘아빠와 아들’

글쓴이 손고은씨(25)는 여행은 새로운 세상, 익숙한 공간을 함께 발견할 수 있는 신비로운 경험이라 생각하는 경험주의자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여행에서 경험한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여행 작가가 되길 조심스레 소망하고 있다. 그녀는 트래비 독자 기자 이벤트에 응모해 8월22일부터 3박5일간 베트남 나트랑에서 진행된 하나투어 희망여행 ‘가족애 재발견’에 다녀왔다.


episode 2 
‘블루 가족’ 이야기 

에메랄드그린 빛깔의 그림 같은 바다와 샌디 비치Sandy beach가 눈앞에 펼쳐졌다. 아직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혼땀섬에는 웨딩 촬영을 하러 온 베트남 신랑, 신부와 몇몇 친구들, 그리고 러시아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아홉 가족은 리조트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바닷가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제트스키, 카누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날 저녁에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는 특별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몽골에서 오신 ‘블루가족’의 어머니는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한국어를 구사하지만 한글을 배우지 못해 딸에게 편지를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대신 딸에게 전달하고 싶어 작은 인터뷰를 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미안하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하던 ‘블루가족’ 어머니. 부모님은 그런가 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도 언제나 더 많이 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눈물 흘리는 분들. 하지만 그 눈물 속에서도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반짝이는 미래를 볼 수 있었다. 


1 딸과 좋은 시간 보내고 많은 이야기도 나누어 행복하다고 눈물짓던 ‘BLUE’ 가족 2 피부에 너무나 좋다는 머드 온천 체험을 위해 너도나도 풍덩 3 일단 타 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는 스피드 보트를 타고 혼땀섬으로 향하는 가족들 4 나트랑에서 베트남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포나가르 사원’ 방문 5 혼땀비치 위 하늘을 날고 바다에 빠지는 아찔한 수상스포츠!

Q. 따님에게 바라는 거나 해주고 싶으신 말 있으세요?
A. 우리 딸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에요. 엄마 말 잘 듣고 착하게 자라 줘서 고마운데, 공부에 조금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높은 사람 되면 나처럼 힘들게 살지 않을 테니까. 우리 딸이 고생할까 봐 걱정이지. 해주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말이 부족해서 좋은 말 많이 못 해줘서 미안하죠. 

Q. 아버님이 4년 전에 가출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럼, 두 자녀의 학비나 생활비는 어떻게 부담하시고 계신 건가요?
A. 동사무소에 갔었어요. 밖에서 쓰레기 청소하는 일자리를 받았는데, 일이 창피해서 그만둔 것은 아니고 몸도 안 좋은데 한 달에 50만원 받으면서 못 하겠더라고요. 아들은 대학생인데 자기가 벌어서 용돈이며 학비며 다 알아서 하고, 딸은 학교에서 학비랑 식비는 지원해 주니까. 생활비는 동사무소에서 한 달에 12만5,000원씩 받고 지내요. 

Q. 그럼 생활하시기에 턱없이 부족하실 텐데, 지원 요청은 안 해보셨나요?
A. 당연히 했죠.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사람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혼자라면 벌써 돌아갔겠죠. 근데 우리 자식이 있는데 어떻게 그래요. 내가 많이 도와주지는 못해도 우리 애들 두고 그럴 수는 없어요.

Q. 그런데 아버님은 왜 갑자기 사라지신 거에요?
A. 음…. 내가 봤을 때는, 살아가는 짐이 너무 무거웠나 봐요. 처음에는 굉장히 짜증나고 싫고 미웠는데, 4년 정도 혼자 생각해 보니까 그 사람이 너무 지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에 있든 아이들 아빠니까 잘 살고 있으면 좋겠어요. 

Q. 따님이랑 이번 여행 오셔서 좋은 시간은 많이 보내셨나요?
A. 오~ 엄청 많이 보냈죠. 내 힘으로 여기 올 수 없잖아요. 전 여기 오게 된 걸 정말 복 받았다고 생각해요. 감사하죠. 우리나라 말에 ‘서 있는 계단이 다르다’라는 말이 있어요. 내가 서 있는 계단은 맨 아래에 있는 것 같아요. 올라가야 할 계단이 많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언제나 좋은 일들만 있을 거라 믿거든요. 이렇게 좋은 곳에 와서 딸이랑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벌써 좋은 일 생겼잖아요!

episode 3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편지 

세상에서 가장 마음 설레게 하는 편지? 연애편지다.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편지는? 아마 배우자로부터 받은 편지가 아닐까 싶다. 편지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느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홉 가족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모두 똑같은 숙제를 받았다. 마지막 날 저녁, 사랑하는 가족에게 전해 줄 편지를 써오는 것. 모든 스태프들과 가족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저녁 만찬을 함께한 후, 서로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낭독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타국에서 온 어머니들의 편지는 맞춤법이 틀리고 말이 서툴러도 가슴에 담겨 있었던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마음만큼은 느낄 수 있었던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편지였다. 가장 마지막으로 편지를 전한 ‘별종가족’의 아버지. 끝내 눈물에 목이 메어 아내에게 직접 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서로의 마음을 전해 들은 가족들은 미안하며 고마운 마음에 말을 잇지 못했고, 나는 주책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기 위해 잠시 연회장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해 탄생했지만,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한 없이 부족한 듯하다. ‘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세상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들의 편지 안에, 그들의 눈물 속에 있었다. 


6 해변에서의 보물찾기에서 3가지 보물을 찾은 ‘병아리’ 가족 7 나트랑의 친정 식구들과의 재회로 꿈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별종’ 가족 8 편지를 읽다가 눈물을 훔치는 ‘별종’ 가족의 아버지

타임캡슐에 담은 희망

타임캡슐. 미래에 다시 찾을 목적으로 고안한 용기. 그 안에 아홉 가족들의 미래를 담았다. 앞으로 지킬 다짐과 목표 등을 온 가족이 함께 엽서에 적어 타임캡슐 안에 넣었다. 별이 쏟아질 듯한 나트랑의 밤하늘 아래, 달빛 아래 빛나는 하얀 모래사장 안에 모두의 미래가 적힌 타임캡슐을 묻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라는 말이 그런 경우에 쓰라고 나온 말 같았다. 야자수 나무 아래 깊숙이 타임캡슐을 묻고, 모두 캠프파이어를 즐기고 있을 때, ‘병아리 가족’의 어머니에게 살며시 물어 보았다.  

“타임캡슐에 뭐라고 적으셨어요?”
“음…, 그건 우리 가족 소원인데 비밀이에요! 확실한 건 10년 뒤에 꼭 다시 찾으러 오기로 했어요. (웃음)”
그랬다. 그곳에 함께한 모든 가족들은 5년이든 10년이든 20년이든, 후에 그들의 다짐과 꿈꿨던 과거의 미래를 찾으러 오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심리 치료사인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말했다. “이유(동기)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견뎌낸다.” 이 날 아홉 가족이 다짐한 목표가 앞으로의 시간에 있어서 인생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비타민과 같은 역할이 되길. 나 역시 별에게 소원을 빌었다.

예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내 아내.
나와 결혼해서 멀리 외국까지 와서 고생이 많지? 집안 살림하랴, 회사일 하랴, 내 뒷바라지까지. 내 가족에게도 항상 신경써 줘서 더 고마워. 이런 당신에게 내가 잘못한 거 말로 다 할 수 없어. 그래서 내 가족들도 다 당신편이잖아.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하는 거 알지? 누가 그러더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고. 미안하다는 말이래. 근데 난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한 것 같아. 이제는 미안해하는 말 대신 고맙다고 할게. 항상 고맙고 사랑해.

 

 episode 4
타임캡슐에 담은 희망

타임캡슐. 미래에 다시 찾을 목적으로 고안한 용기. 그 안에 아홉 가족들의 미래를 담았다. 앞으로 지킬 다짐과 목표 등을 온 가족이 함께 엽서에 적어 타임캡슐 안에 넣었다. 별이 쏟아질 듯한 나트랑의 밤하늘 아래, 달빛 아래 빛나는 하얀 모래사장 안에 모두의 미래가 적힌 타임캡슐을 묻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라는 말이 그런 경우에 쓰라고 나온 말 같았다. 야자수 나무 아래 깊숙이 타임캡슐을 묻고, 모두 캠프파이어를 즐기고 있을 때, ‘병아리 가족’의 어머니에게 살며시 물어 보았다.  

“타임캡슐에 뭐라고 적으셨어요?”
“음…, 그건 우리 가족 소원인데 비밀이에요! 확실한 건 10년 뒤에 꼭 다시 찾으러 오기로 했어요. (웃음)”
그랬다. 그곳에 함께한 모든 가족들은 5년이든 10년이든 20년이든, 후에 그들의 다짐과 꿈꿨던 과거의 미래를 찾으러 오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심리 치료사인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말했다. “이유(동기)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견뎌낸다.” 이 날 아홉 가족이 다짐한 목표가 앞으로의 시간에 있어서 인생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비타민과 같은 역할이 되길. 나 역시 별에게 소원을 빌었다.


epilogue 

5년 전, 엄마와 단둘이 근교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아버지와의 별거를 결정한 후, 심적인 고통과 상심에 빠진 엄마의 기분을 달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잘 차려진 저녁 식사에 소주 한잔. 나는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이, 추억이 되길!” 엄마는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하신다. 그때 내가 한 말 한마디가 힘들 때마다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고. 아홉 가족과 함께한 여행에서 들은 사람 사는 이야기, 그리고 가족의 모습들이 앞으로 나의 미래에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소중한 위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다. 많이 행복해했고 많이 슬퍼했다. 극과 극의 감정이 교차했지만 아홉 가족의 모습을 보며 발견한 그들의 희망 속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톱니바퀴는 모든 것이 맞물려야 움직이는 것처럼 내가 찾은 희망의 모습들은 가족들의 사랑이 맞물려 있지 않았다면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일 거라 생각한다. 가족愛. 오랜만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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