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welfare] 아주 불편한 동물 구경
[animal welfare] 아주 불편한 동물 구경
  • 트래비
  • 승인 2012.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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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갖가지 묘기와 재롱에 탄성을 지르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 적이 있는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에디터  트래비    동물자유연대 이형주 팀장 

여섯 살경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태어나서 처음 가 본 동물원이라는 곳에서, 나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낙타의 등에 타기 위한 줄에 서 있었다. 어른들의 등 너머로 본 낙타의 눈은 크고 아름다웠지만 피곤해 보였다. 낙타의 코에는 시골에서 본 소처럼 코뚜레가 끼워져 있었고, 코뚜레에 연결된 그다지 길지 않은 밧줄의 한 쪽 끝은 젊은 남자가 잡고 있었다. 남자가 나를 낙타 등에 올려 주자, 낙타는 나를 태운 채 당시 내가 다니던 유치원의 놀이터보다도 작은 흙바닥을 터덜터덜 걸었다.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며, 낙타의 등에 앉은 나는 낙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에서 보면 쨍쨍한 햇볕 아래서 머리에 흰 수건을 쓴 사람을 태우고 끝도 없이 이어진 사막을 걷는 낙타지만, 왠지 그런 낙타도 코뚜레 줄에 이끌려 좁은 동그라미 안을 하루 종일 걷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 어린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동물원 방문은 우리 안의 원숭이가 내가 망설이며 내민 과자 한 조각 대신, 옆구리에 끼고 있던 과자 봉지를 긴 손을 뻗어 낚아채 가면서 끝이 났다. 나의 친절을 도둑질(?)로 보답한 원숭이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눈이 예쁜 낙타를 비롯해 그곳의 철창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무거웠다. 좁은 우리 안에서 자신보다 지능이 낮은 아이들의 눈요기 거리가 되는 원숭이가 어떤 경로로 그들의 서식지에서 잡히고, 전시되면서 어떤 정신적 고통을 겪는지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동물원은 여전히 가장 불편한 장소 중 하나다.

‘동물 학대’가 문화 산업?

현대 사회에서 동물 학대는 그 자체가 의도된 것이 아닌, 산업의 ‘부산물by-product’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공장식 축산’이 예가 될 수 있는데, 좁은 공간에서 보다 많은 가축을 빠른 시간 내에 사육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도, 자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곰 쓸개즙을 추출해 파는 곰농장처럼 학대 여지가 분명한 관광 상품뿐 아니라 서커스, 동물쇼, 수족관, 복지 상태가 열악한 동물의 전시 시설, 호랑이, 사자 등 맹수와 사진 찍기, 말이나 낙타, 혹은 코끼리 같은 야생 동물의 등에 타거나 그 동물들이 끄는 탈 것을 타는 일 등, 우리가 여행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많은 상품에서 동물 학대는 그 산업의 부산물로 존재한다. 이런 관광은 ‘지역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관광객이 보는 앞에서 직접적인 학대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여행자들마저도 이것이 동물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인지 모르고 구매하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동물을, 특히 야생동물을 관광 상품에 이용하는 일은 지역과 동물의 종류를 막론하고 대부분이 동물의 복지와 그 서식지 환경, 종의 개체수 보존에 악영향을 끼친다. 야생 동물의 포획은 그 과정이 잔인하고 무리 사회에 균열을 가져온다. 관광에 이용하기 위해 동물의 야생성을 없애고 사람의 명령에 따르도록 길들이는 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도적이다. 이제는 나라 안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코끼리가 여행 산업에 이용되는 태국의 북쪽에서는 아직도 코끼리 사냥이 이루어진다. 사냥꾼들은 코끼리의 귀와 발을 칼로 찔러 쓰러뜨린 후 코끼리의 몸 크기보다도 작은 나무 상자에 구겨 넣는다. ‘트레이닝 크러시training crush’라고 불리는 이 케이지 안에서 가족, 친척들과 무리를 이루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70년의 수명을 사는,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자의식이 있는 놀라운 동물인 코끼리는 배고픔과 수면 방해, 목마름과 반복되는 매질로 ‘사람을 등에 태우고 같은 길을 끊임없이 걷는’ 동물로 다시 태어난다. 이런 무분별한 포획과 개발로 인한 서식지의 손실로, 100년 전 십만 마리에 이르던 태국의 야생 코끼리의 개체수는 이제 95퍼센트가 감소해 5,000마리에 지나지 않으며, 이 중 약 3,800마리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여행 중 우리가 그 이용을 ‘구매’하게 되는 동물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본능에 따라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권리가 극히 제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유롭게 걷거나 뛰거나 헤엄을 치는 일, 본능에 따라 떼를 지어 이동하는 일, 먹이를 찾아다니며 사냥하는 일, 땅 파기, 짝짓기까지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해야 하는 행동들이 모두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육체적, 정신적 질병에 대한 치료도 적절히 받지 못한 동물들은 극한 상황에서는 사람에 대해 공격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동남아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꼬챙이에 찔리면서 훈련받던 서커스 코끼리가 관람객을 공격하는 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고, 이 때문에 ‘코끼리 타기elephant riding’는 많은 동물원과 서커스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는 플로리다나 멕시코 리비에라 마야, 코즈멜 등의 관광지에서 1960년대 한때 인기 있던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swimming with the dolphins attraction’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돌고래의 등에 탄 채 푸른 물살을 하얗게 가르며 질주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매력적으로 보이겠지만, 최상위 포식자인 돌고래들이 사람을 등에 태우는 복종적인 자세를 강요당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관광객을 공격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돌고래와 수영하기’는 저물어 가는 사향산업이 되고 말았다.

윤리적 여행자 되기 

“재미있게 보았던 원숭이 쇼가 동물 학대라니?” “정말 코끼리 트레킹이 그렇게 잔인할까? 내 주위에는 안 해본 사람이 없는데?” 많은 정보를 들을수록, ‘동물 복지를 고려한’, 또는 ‘지속 가능한’ 여행 상품을 가려내서 선택하는 일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단체 관광 패키지의 경우가 더더욱 그런데, 때로는 현지에 도착할 때까지 이런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은 정부가 동물보호단체와 협조하여 ‘동물 친화적 관광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여행객에게 홍보한다. 여행사가 자체적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규칙Animal Welfare Policy’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나라에서도 ‘착한 여행’, ‘공정여행’ 이라는 이름으로 지속 가능한 ‘에코투어리즘ecotouris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과 시민단체가 협력해서 올바른 여행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여행의 목적’이 뭐냐고 물어보면 우리는 흔히 ‘성장’, ‘휴식’, ’발견’ 등의 긍정적인 단어를 떠올린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어느 누구도 ‘학대’, 착취’가 목적이라고 대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을 채우기 위해 떠난 여행인데, 그로 인해 고통을 당하거나 상처받는 생명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지 토착민과 나의 공존 등 여행에 있어서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때다. 동물과 나의 공존, 자연과 나의 공존. 다양한 생명체가 고유의 습성을 유지하며 각자가 속한 곳에 살아야, 여행할 가치가 있는 세상이, 삶이 되지 않을까.


▶travie info  

동물을 사랑하는 여행자 되기


1. 여행사에 문의하기 
여행 상품 구매시 여행사에 동물을 이용한 관광 순서가 포함되어 있는지, 전통 음식 체험에 잔인한 방법으로(산 채로 요리하는 등) 도살된 동물을 이용하지는 않는지 물어보고, 동물 전시시설을 관람하는 순서가 포함되어 있다면 전시시설이 ‘세계 동물원과 수족관 연합The World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의 윤리기준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상식적인 수준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동물원이 표면적으로라도 채택하고 있다). 

2. 동물쇼, 촬영 생략하기
동물에게 신체적으로 불편한 재주를 가르쳐서 돈을 버는 동물쇼는 과감하게 생략하자. 호랑이, 곰 등의 맹수와 사진 찍는 것도 거부해야 한다. 이 동물들을 포획하는 중 어미는 야생에서 사살되고, 위험성을 없애기 위해 이빨과 발톱이 마취도 없이 제거되며 끔찍한 물리적 폭력이 가해진다(내가 내는 돈이 혹시나 동물의 먹이 값으로 쓰이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경우도 있겠지만, 업자가 버는 돈이 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 쓰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야생 동물의 뼈나 이빨, 코끼리 상아, 모피로 만든 기념품은 사지 않아야 한다. 

3.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이용되는 동물이 상처나 질병이 있거나 고통받는 것으로 보인다면, 현지 가이드에게 이야기하거나 귀국 후 여행사에게 알려주자. 어떤 여행사도 소비자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상품을 팔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조금 더 용기를 내 본다면, 지역 내의 동물보호단체에 문의하거나, 방문했던 나라의 대사관에 이메일을 쓰는 것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천 방법이다.

*글을 쓴 이형주씨는 동물과 사람이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동물보호 운동가이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녀는 동물자유연대에서 실험에 이용되는 동물, 동물원에 전시되고 오락산업에 쓰이는 동물 등의 처우를 개선하는 동물자유연대(www.animals.or.kr) 캠페인팀 팀장을 맡고 있으며 수원대학교 음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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