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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 대한 두 가지 시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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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736년 완성된 오스트리아 린쯔 근교의 멜크 수도원.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로 간 두 예술가. 함께 길을 걷는 동안 사진가는 음악을 카메라에 담았고, 음악가는 모퉁이를 돌 때마다 모차르트와 마주쳤다고 했다.  

에디터  트래비     경북대학교 김호정 교수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2 멜크 수도원 안의 나선형 계단은 소라 고동을 닮았다. 빨려 올라갈 것 같은 그 느낌이 수도자의 마음을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듯했다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오스트리아를 거쳐 간 음악천재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13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이어졌던 합스부르크왕가는 많은 예술가,
철학자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문화 국가였다.
이 시기에 형성된 화려한 문화유산이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기에
오스트리아는 모든 음악애호가들의 성지가 됐다.
그중에서도 모차르트는 1770년대 합스부르크 왕실의 총애를 한몸에 받은 신동이었다.
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는 아직도 매년 여름마다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제가 개최된다.
잘츠부르크 국립음대를 다니는 동안 내가 만난 모차르트는
전기 작가들이 상상으로 만들어 놓은 대천재 음악가가 아니라
짧은 생애 동안 음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고뇌했던 인간적인 음악가였다.
그 뜨거운 진심이 그곳에서 내가 모차르트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1, 5 킴제의 헤렌 선착장. 아이들이 나무에 오르는 동안 벤치에 앉아 부모들과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아가는 모양은 다르지만 일상의 고민들은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 3 슈베르트의 음악 ‘우편마차Die Post’를 생각나게 하는 마차 투어. 국제적으로 우체국 표시가 나팔 모양인 것은 배달부가 마차를 타고 달려가 나팔을 불어서 편지가 왔음을 알렸기 때문이다 4 샤프베르크schafberg. 멋진 알프스와 볼프강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가슴으로 모차르트를 듣다

모차르트는 평생 연주여행을 위해 마차에 의지하여 먼 길을 다녔다.
잘츠부르크에서 비엔나로, 다시 오스트리아 전역을,
그리고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수없이 다니며,
악상을 떠올리고 연주와 작곡활동을 병행했다. 
1791년 12월6일 겨울, 피로에 지친 그의 육신이
35세의 젊은 나이로 땅에 묻히면서,
인류에게 과분했던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는
비로소 평안한 안식에 들었다.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보편적인 음악을 창작하면서도,
모든 곡 하나하나에 신중했던 모차르트.
타고난 특유의 낙천성과 천진함으로 그에게 엄습한 숙명과 체념을 극복하고,
모든 이들의 아픔을 감싸 주는 음악을 선사한 모차르트는
다른 이들에게는 평온한 극복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마지막 날까지
병상에서조차 처절하게 레퀴엠 작곡에 몰두했었다.





1 멜크수도원의 동상과 사람들 2 잘츠부르크의 고요한 아침 3 전동차가 만들어놓은 오선지. 전선줄이 음표처럼 움직인다 4 조용한 음악도시에도 일상이 시작된다 5 잘츠부르크 거리에 어스름이 짙어 간다


하늘에 새겨진 오선지

모차르트는 박자를 매우 엄격하게 지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왼손이 박자를 지키는 동안 오른손은 리드미컬한 자유를 지녀야 한다고 믿었다.
기계적인 정확성 대신 자유로운 감정을 표현하라는 연주기호 루바토Ruboto·이탈리아어로 읽어버린다는 뜻의 개념이었다.
이른 새벽 깨어나 잘츠부르크의 하늘을 올려볼 때마다 나는 오선지를 떠올렸다.
트램의 전선줄마다 음표들이 아롱다롱 매달려 움직이는 것 같았다.
작은 도시에서 몇 년을 살다 보니 트램에서 마주치며 익숙해진 얼굴들도 그 음표들처럼 여전히 눈앞에 아롱거린다.


그 길에서 뒤돌아보다

지친 어제의 여독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의 빛이 멀리서부터 다가온다.
호텔에서 중앙역으로 뻗어 있는 길 위,
갈라진 아스팔트는 나그네의 바쁜 여정에 
쉬어 가라 말하는 듯하다.

 

▶글을 쓴 김호정 교수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국립음악대학과 독일 퀼른 국립음악대학에서 수학하며 음악의 본고장을 깊숙이 경험했었다. 현재 경북대 교수이자 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을 찍은 지성진씨는 50mm 렌즈로 자신만의 시선을 보여 주는 개성 강한 사진가다. 올해 마카오관광청, 네팔관광청 초청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여러 여행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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