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로드플래너 Road Planer 아름다운도보여행 손성일 대표-옛길에 걸음걸음 불어넣는 숨결
국내 최초 로드플래너 Road Planer 아름다운도보여행 손성일 대표-옛길에 걸음걸음 불어넣는 숨결
  • 트래비
  • 승인 201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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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로드플래너 Road Planer
아름다운도보여행 손성일 대표

옛길에 걸음걸음 불어넣는 숨결

이몽룡이 춘향이를 그리며 달려갔을 암행어사길, 선조에게 전라수영을 위임받고 걸었을 이순신의 길. 과거를 보기 위해 도령이 올랐을 길, 숙청당한 가신이 유배길에 밟았을 그 길. 책상 위 쌓인 먼지를 후 불어내듯 옛길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복원해 가는 손성일씨를 길 위에서 만났다.

우공이 산을 옮기듯 길을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무언가 우직하게 한 길만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그러나 이 남자는 진짜로 걷는다. 길이 없으면 잡초를 뽑고 돌멩이를 옮기고 푯말을 세워가면서 걷는다. 그가 지나간 행적은 그대로 길이 된다. 국내 최초 로드플래너 손성일 대장은 도보여행의 전도사다. 4,000m가 넘는 험준한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만 붙는 줄로 알았던 ‘대장’이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을 그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와 만날 장소로 ‘성곽길’을 택했다. 그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서울의 유일한 공간이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손 대장은 성곽길 지도를 만들기 위해 서른여 차례 이 길을 완주했다고 한다. 하물며 지도를 완성하는 데도 이러한데 길을 만드는 작업은 몇 곱절의 땀을 흘려야 하는지 가늠하지 못했다. 

“걸으면 사람이 착해져요. 걷는다는 건 내가 정화되는 과정이고요.” 잘 나가던 회사에 사표를 던진 2007년. 무작정 산티아고로 향했던 손 대장은 국내에도 제대로 된 도보 여행길을 만들리라 길 위에서 다짐했다. 말 그대로 길 위에서 길을 찾은 것. 그는 우선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걸었다. 일체 이동수단을 배제하고 오로지 두 발만 의지해 서울부터 제주까지 2만 킬로미터를 넘게 걸은 후에야 비로소 ‘감’을 얻었다 말한다. 2008년 아름다운도보여행 다음카페를 개설하고 1km를 걸을 때마다 일정 금액을 기부했다. 그때부터 그의 도전을 지지하면서 함께 기부에 참여했던 이들은 지금도 그의 든든한 응원군이다. 길의 생명력과 길 위의 소통을 몸소 겪은 손 대표가 평생을 걷는 자로 살겠다고 다짐했던 계기였다.    

“문득 궁금하더라고요. 그 옛날 사람들은 부산에서부터, 해남 땅끝서부터 한양까지 부지런히 걷고 또 걸었을 텐데 그 길은 아직 남아 있을까.” 선조들이 걸었던 길을 지금이라고 못 걸을 리 없었다. 단순한 상상력에 그의 추진력이 더해져 땅끝 마을부터 서울을 연결하는 ‘삼남길’ 복원이 시작됐다.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를 넘나드는 길이라는 의미에서 삼남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길 위의 이정표가 된 남자 

본격적으로 복원 사업에 뛰어든 후 3~4년간은 죽도록 고생했던 기억이 더 크다. 수차례 벌에 쏘여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죽을 고비보다 더 힘든 건 옛길의 흔적을 찾아내는 작업. 차도를 이용하지 않고 최대한 마을길을 통해 그 지역의 문화와 인심이 느껴지는 길을 복원하겠다는 그의 포부 때문에 쉬운 길로 돌아갈 수 없었다. 옛 지도와 문헌을 동원하는 것은 기본이고 지역 주민들의 기억을 거슬러 한 뼘 한 뼘 그때 그 길로 근접해 갔다. 이미 백발이 무성한 할머니가 몇 시간이 걸려 학교로 향했던 등굣길, 병원 한 채 없는 마을에서 옆 마을 보건소로 이어지는 길…. 이미 풀이 무성하게 자란 길을 직접 다져야 하는 일도 부지기수고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로 만들기 위해서 마을 주민을 일일이 설득해야 했다. “지금은 길이 만들어진 마을 어디를 가도 모두 반겨 주세요. 어르신들은 아주 대단한 일을 한다고 치켜세워 주시죠. 밥도 얻어먹고 마을회관에서 잠도 청하고. 취지를 이해해 주시니 일이 훨씬 쉬워졌죠.” 

그를 만나면서 깨달은 것이 근래 길이라는 명사와 가장 빈번하게 결합하는 동사가 ‘뚫다’라는 사실이다. 산이나 바위를 뚫어서 차가 다니는 길을 내는 게 우리에게는 더 익숙해졌다. 하지만 손 대표가 만드는 길은 억지가 없다. 고고학자처럼 옛 사람의 발자취를 캐낼 뿐이다. 발굴 작업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 작업은 진행된다. 그가 발견한 보물은 박물관에 들어가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 더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올레길로 촉발된 걷기 광풍. 하지만 우리네 걷기 문화는 아직도 척박하다. 지금 걷는 길 그대로를 전수하는 역할까지 맡고 싶다는 손 대장. 새로운 옛길을 찾는 그는 항상 길의 끝에 서 있다. 현재 전남 및 경기 남부 지역의 삼남길 270km가 개통된 상태고 그가 이끄는 아름다운도보여행은 2015년까지 삼남길 전 구간을 복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땅끝부터 서울까지, 그리고 통일 후 북한의 의주로를 이어서 유럽까지 향하는 신新실크로드를 만들겠다는 손 대장. 역사, 문화, 자연이 건강하게 살아 숨쉬는 도보여행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 믿으며 오늘도 부지런히 길 위에 선다.


옛길을 찾아 새 길을 걷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에서도 정취 어린 옛길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주말 도전해 볼 만한 삼남길 경기 구간을 소개한다.

삼남길┃조선시대 10대 대로 중 가장 긴 우리나라 대표 도보길, 해남 땅끝마을에서 시작하여 서울 남대문까지 1,000리에 이르는 삼남길은 한반도의 동맥과 같은 길이다.

1구간
서호천길  >> 7.1km│소요시간 2시간
백로와 오리가 노니는 서호천을 따라 걷는 길
서호천길은 수원시 지지대고개에서 출발해 서호공원 입구까지 이어지는 경기도 삼남길의 1구간. 지지대고개는 정조가 아버지가 잠든 현륭원을 찾았다가 돌아가는 걸음이 못내 아쉬워 자꾸 행차를 늦췄다는 이야기에서 길 이름이 유래했다. 길 중간에는 특별한 화장실문화전시관인 해우재도 있어 잠깐 들렀다 또 걷기 안성맞춤이다. 해우재를 지나 서호천변에 조성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기산의 대규모 백로 서식지도 만날 수 있다.

2구간
중복들길  >> 7km│소요시간 2시간
탁 트인 중복들을 가로지르며 걷는 길
서호공원에서 출발해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계인 배양고에 이르는 구간. 서호는 정조임금이 수원을 개발하면서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인공저수지다. 서호 남쪽의 향미정에서 바라본 해질녘 풍경은 손꼽히는 절경이다. 서호공원을 지나 길을 따라가면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옛 수인선 철로를 만난다. 수원비행장 서쪽으로 펼쳐진 중복들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배양교에서 화성시와 만난다.

3구간
화성효행길  >> 6.8km│소요시간 1시간 50분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정조의 효심이 깃든 길
배양교부터는 행정구역 상 화성시에 속한다. 황구지천변의 들판을 지나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용주사에 도착할 수 있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을 조성하면서 함께 세운 절로 템플스테이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남쪽으로 보이는 독산성을 바라보면서 길을 재촉하면 어느새 세마교에 도착할 수 있다. 코스 자체는 짧은 편이지만 용주사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융건릉도 훌륭한 도보길이다.

4구간
독산성길  >> 7.2km│소요시간 2시간
독산성에 올라 주변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길
세마교를 지나 황구지천변길을 걷다 보면 독산성 등산로를 이용해 독산성에 오를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독산성에 주둔했던 권율 장군이 말에 쌀을 부어서 성 안에 물이 많은 것처럼 위장해 왜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다. 독산성 성곽길을 걸으면 주변 경관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어 눈도 즐겁다. 백제고찰 보적사와 삼림욕장을 지나서 고즈넉한 산길을 계속 걷다보면 세교지구의 아파트들과 조우한다,

5구간
오나리길  >> 5.3km│소요시간 1시간 40분
도심 속에 숨은 숲길과 천변길을 찾아가는 길
세교지구의 아파트 곁을 잠시 걷다보면 다시 포장도로를 벗어날 수 있다. 오산 도심 한가운데 이런 길이 숨어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산길을 만난다. 약수터를 지나 궐리사에 도착한다. 궐리사는 공자를 모신 사당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관립 사당. 권리사에서 오산천길로 합류하면 평택으로 가는 길목에서 맑음터공원에 닿는다.




아름다운도보여행┃
스페인에 가리비를 매달고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짚신을 매달고 걷는 삼남길이 있다. 삼남길은 과거 한양과 삼남지방(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을 잇는 조선시대 육로교통의 중심지. 2008년 손성일 대장이 설립한 사단법인 아름다운도보여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삼남길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afe.daum.net/beautifulwalking



1 경기도 삼남길 1구간. 지지대고개에 있는 지지대비를 지난다 2 2구간 수인선 철로. 지금은 폐선됐다 4 걷기 좋은 숲길이 조성돼 있는 4구간


양보라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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