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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제작사 키오브 서보익 대표-아날로그 선율에 전율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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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제작사 키오브 서보익 대표
아날로그 선율에 전율하다

LP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요새는 ‘연식인증’이 된다.
CD도 갸우뚱한 이 시대에 세기의 명반을 LP로 부활시키는 사나이,
서보익 대표를 만났다. 그를 통해 상기한다. 우리가 전율했던 그 소리를, 그 순간을.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마샬 맥루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전송되는 말풍선과 핸드폰 안에 담긴 문자, 손으로 눌러 쓴 편지. 이 모든 매개들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을지언정 절대 똑같은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LP제작사 키오브KHIOV 대표 서보익씨는 이 미묘한 차이들을 감지하고 복원해가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첫 시작은 콜렉터였다. 국민학생(그땐 그랬다) 시절, 꼬깃꼬깃 용돈을 모아 산 프린스 앤 더 레볼루션Prince and The Revolution의 앨범, <퍼플 레인Purple Rain>을 제 인생의 첫 음반으로 소장했던 이 사람에게는 ‘음악’의 의미가 남달랐다. 좋은 음반이 있는 곳이면 두 발로 찾아가길 마다치 않고 희귀 명반에는 거금을 투자해 가면서 1만여 장의 앨범을 모았다. 특히 그를 사로잡은 건 LP다. 아티스트는 관객을 응시하고 무대 위를 바라보는 관객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다면 CD나 mp3는 그 순간을 ‘음값=0’으로 기록할 거다. LP는 달랐다. 공기, 바람소리, 숨소리가 녹아들어 빈 공간을 음악으로 만들며 라이브 특유의 전율을 재연했다. 

늘어질 때까지 듣던 카세트테이프, 외양처럼 세련된 음감을 선사했던 매끈한 CD, 언제 어디서든 다운로드가 가능한 mp3로 듣는 음악과는 상이했다. LP 홈을 따라 흐르는 바늘 아래로 울려 퍼지는 선율에 그는 행복했다. 때문에 그의 표현대로라면 꽤나 ‘귀찮은’ LP에 푹 빠져들었다. 눌리는 곳 없이 여유 있는 공간에 잘 진열해 놓고 때로는 하나하나 커버에서 꺼내 마른 헝겊으로 닦아야만 하는 수고로움도 마다치 않았다.

음악이 아닌 감동을 복원하는 남자

그러나 1993년, 1994년을 기점으로 속도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LP는 거의 종적을 감췄다. 묵직한 턴테이블의 자리를 날렵한 CD플레이어, mp3 플레이어가 대체해 갔다. “음식도 편식을 하면 안 되잖아요. LP로 듣는 음악은 CD나 mp3와 다른 음악이에요. 취향에 맞게 선택하기도 하고 골고루 들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던 거죠.” 아날로그 음악의 결핍이 그를 ‘흔한’ 콜렉터에서 크리에이터로 변화시킨 동력이었다. 음을 현실에 구현하는 방법에 따라 감동의 형태도 제어됐기에 그는 사라진 LP를 되살리기로 마음먹었다. “지금도 트로트 앨범 중에는 LP로 찍는 게 있어요. 저는 이미 발매된 앨범 중에 단 한번도 LP로 발매되지 않은 앨범을 LP로 제작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과 같이 ‘다른 감동’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LP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음반을 발매하기 위해서는 EMI와 Universal 같은 음반사들의 높은 벽을 허무는 게 먼저였다. 변방의 나라에서 그것도 처음 발족된 회사가 앨범을 발매한다고 쉽게 저작권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서 대표는 미국 뉴욕주립대와 디자인을 전공한 전력을 살렸다. LP를 감싸는 커버에 공을 들였다. 아트웍을 통해 CD 크기로 제작된 원본 커버를 LP 커버로 되살렸다. 단순히 ‘포장’이라는 기능에 머물렀던 커버와 내지를 벽에 걸어도 손색없는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수준 높은 미니어처 커버LP 커버 형식으로 제작된 CD 커버 제작으로 키오브의 능력과 열정을 증명하면서 결국 대형 음반사의 신뢰를 얻었다. 

Made in Khiov. 고집스런 오리지널리티

그렇게 겉과 속, 형식과 내용 전부를 아우른 키오브의 오리지널 앨범들이 올해 9월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서보익 대표는 LP가 급속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던 90년대 명반 9장을 차례로 복원하는 ‘Play 33 1/3 LP’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현재 3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12월 중으로 3장, 2013년에 또 3장이 제작돼 총 9장이 같은 시리즈로 발매될 예정이다. 전설의 가수, 음악가, 엔지니어가 만든 명반이 세계 최초의 LP로 태어나자 마니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1997년 앨범인 찰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Charlie Haden & Pat Metheny의 <Beyond The Missouri Sky>는 키오브에서 LP로 발매한 지 1주일 만에 선제작 500장이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과거에 대한 향수라기보다 다양성에 대한 목마름이 그만큼 컸던 것이죠.” LP문화가 보다 세상을 여유롭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는 그. 길목 어디에서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을 듣는다면 그의 섬세한 고집스러움이 자연스럽게 상기될 것 같다.

양보라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키오브KHIOV
2007년 설립된 LP제작사. 키오브는 서보익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애나그램한 것. 90년대 이후 발표한 명반들을 LP 레코드로 복원하는 ‘Play 33 1/3 LP Series’를 선보이고 있다. 독일 MMP사가 키오브의 레코드를 제작하고 있으며 음반 커버는 키오브의 아트웍으로 완성된다. Michael Brecker의 Tales from the Hudson,  Herbie Hancock의 The New Standard, Charlie Haden의 Nocturne 앨범을 12월 중에 추가 발매할 예정이다. www.khiov.com


1분 그리고 33번의 회전
키오브 Play 33  1/3  LP시리즈

Beyond The Missouri Sky
Charlie Haden & Pat Metheny
Bass Charlie Haden
Acoustic Guitars and all other instrument Pat Metheny
구성 중량반 2장│발매사 유니버설│발매일 2012년 9월13일│가격 약 4만원
1997년 CD로 처음 발매된 이래 지금까지 최고의 사랑을 받아 온 명반. 베이스와 어쿠스틱기타의 순백의 대화를 느낄 수 있다. 발매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꾸준히 재즈 차트 상위에 오르는 스테디셀러다. 재즈 베이스의 거장 찰리 헤이든은 이 앨범으로 제 40회 그래미상 최우수 재즈 연주 부문을 수상했다. <시네마천국>의 러브 테마인 Our Spanish Love Song과 앨범 커버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The Precious Jewel, 향수를 자극하는 클래식 작품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영적인 충만감을 안겨 주는 Spiritual 등의 곡을 만날 수 있다.

John McLaughlin
The Promise
Guitars, Keyboards John McLaughlin  Bass Sting Percussion Don Alias
구성 중량반 2장│발매사 유니버설│발매일 2012년 9월13일│가격 약 4만원
슈퍼세션이라고 불러야 할 최고의 연주자들이 참여한 앨범. 블루스, 록, 퓨전재즈, 인도음악 등 다양한 소재들로 가득 채워진 존 맥러플린의 걸작이다. 95년 CD로만 발매됐다. 제프 백의 섬세한 기타와 협연한 Django를 비롯해 조이 드 프란시스코, 데니스 챔버스와 함께 연주한 Thelonius Melodius, 알 디 메올라, 파코 드 루치아와 함께 펼치는 어쿠스틱 기타트리오 작품 El Ciego 등 한 작품에 다채로운 스타일의 음악이 담겼다. 게이트 폴드 커버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내지는 8페이지. 매직아이 스타일의 화려한 아트웍이 매력적이다.

Paco De Lucia, Al Di Meola & John McLaughlin
The Guitar Trio
Guitars Paco De Lucia, Al Di Meola, John McLaughlin
Mastering Engineer Bob Ludwig
구성 중량반│발매사 유니버설│발매일 2012년 9월13일│가격 약 4만원
어쿠스틱 기타의 한계를 초월한 트로이카.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들지도 모르는 기타 명인들의 만남이 이 앨범에 담겨 있다. 스페인 최고 플라맹고 기타리스트 파코 드 루치아. 놀라운 테크닉으로 35년 이상 알 디 메올라와 존 맥러플린이 만나 81년 Friday night In San Francisco와 83년 Passion, Grace, Fire에 이어 96년 CD로만 발매했던 세 번째 작품 The Guitar Trio를 선보였다. <올뮤직>은 이 앨범에 별점 4점을 선사하며 재즈 기타 팬들이 이것 이상으로 흥분되는 작품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라 평했다. 전율의 연주가 담긴 La Estiba, Beyond The Mirage 등이 수록돼 있다.

Tales from the Hudson
Michael Brecker
Tenor Saxophone Michael Brecker  Guitar Pat Metheny
구성 중량반 2장│발매사 유니버설│발매일 2012년 12월 중│가격 미정
색소폰의 거장 마이클 브래커의 솔로 명반. 뉴욕의 파워스테이션에서 녹음돼 96년 발매됐다. 퀸시 존스Quincy Jones, 허비 핸콕Herbie Hancock 등 재즈 뮤지션들뿐 아니라 빌리 조엘Billy Joel, 존 레논John Lennon 등 팝 뮤지션들의 앨범에까지 세션으로 참여했다. 그에게 다수의 상복을 안긴 앨범이기도 하다. 마이클 브래커는 이 앨범으로 그래미에서 최우수 연주 그룹상과 최우수 솔로연주상 2개 부문을 휩쓸며 세계 최정상의 뮤지션임을 입증했다. Midnight Voyage와 Cabin Fever 등의 수록곡이 유명하다.

Nocturne
Charlie Haden
Bass Charlie Haden  Piano Gonzalo Rubalcaba
구성 중량반 2장│발매사 유니버설│발매일 2012년 12월 중│가격 미정
재즈 더블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의 음반. 찰리 헤이든은 시적인 베이스 연주로 가장 존경받는 재즈 베이스 연주자이자 재즈 작곡가로 손꼽힌다. 그는 이 앨범으로 44회 그래미에서 최우수 베스트 라틴 앨범상을 수상했다. 쿠바의 전통 선율인 볼레로와 조합된 곡, En La Orilla Del Mundo는 쇼팽의 녹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우리말로 장님이라는 뜻의 EI Ciego는 처연한 바이올린 소리가 일품인 곡이다. 평론가들에게 찰리 헤이든이 보여준 낭만적인 야상곡으로 평가받는 이 앨범을 키오브가 LP로 재현했다.

The New Standard
Herbie Hancock
Guitars  John Scofield  Bass Jack Dejohnette
구성 중량반 2장│발매사 유니버설│발매일 2012년 12월 중│가격 미정
재즈 솔리스트로 정통 재즈와 일렉트로닉 재즈 사이를 오가며 폭넓은 음악 세계를 보여 준 허비 핸콕의 앨범이다. 95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록과 팝 음악을 재즈로 리메이크한 곡들을 담아냈다. 변신을 즐기는 이 뮤지션이 연주한 커트 코베인, 프린스, 토킹 헤즈, 비틀즈, 사이먼 & 가펑클의 음악을 색다르게 즐겨 보자. 한마디로 팝의 스탠더드에 재즈를 접목시켜 유의미한 ‘뉴 스탠더드’를 시도한 앨범이라고 볼 수 있겠다. 국내팬 사이에서는 New York Minute, When I Can See You 등의 수록곡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너바나의 원곡을 모티브로 한 All Apologies는 허비 핸콕의 상상력이 가장 돋보이는 곡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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