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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TOYIST] 그들은‘장난’치지 않는다 -토이 아티스트 마이클 라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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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아티스트 마이클 라우
예술이 된 ‘미친놈’의 장난


토이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홍콩 출신의 토이 아티스트 마이클 라우.
그의 이름에는 항상 ‘since michael lau’라는 말이 붙는다.
‘원조’가 된 그에게 그 시작을 물었다.

모든 것이 ‘아트’가 되는 세상

요즘은 손톱 미용에도 ‘아트’가 붙는다. 단어의 뜻은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아트라는 말이 손톱 미용에까지 확장되는 것이 자연스런 흐름일까. 지난 2월8일부터 4월1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마이클 라우 특별전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들의 장난감 놀이처럼 보이는 전시가 오페라나 연극 같은 예술 공연들이 1년 전부터 순번을 기다린다는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니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마이클 라우의 한국 전시의 이름은 ‘아트토이Art-toy’다. 12인치짜리 피규어는 ‘오타쿠’들만의 취미거나 아이들의 놀이 수준이 아니라 평론가들로부터도 예술로서 인정받았던 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마이클 라우는 아트토이를 만들기 전에는 그림을 그렸다. 책 읽는 데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가난한 양계장 집 둘째 아들이었던 그는 어려서부터 펜과 종이와 친했고 주체할 수 없이 떠오르는 감정과 상상력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는 “책을 펴면 항상 졸음이 쏟아졌어요. 그렇지만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축구를 제외하고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그림 그리기, 가구 만들기, 모델 만들기가 직업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재밌으니까 미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활전선에 뛰어든 마이클 라우는 평론가들이 인정하는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다. 대신 실용디자인과 만화를 그리면서 실력을 쌓아 나갔다. 아트토이에 한 발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대중음악 앨범의 커버를 제작하면서부터다. 1997년, 평소 헤비메탈 음악에 심취했던 그는, 헤비메탈을 하는 친구의 앨범디자인을 의뢰 받았다. 종전까지 그림 위주로 했던 표지작업을, 피규어를 만들어 사진을 찍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고 대중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그 호응을 바탕으로 ‘아트토이’를 이뤄냈다. 

마이클 라우의 피규어에 대한 관심은 아트토이를 하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청년 시절, 12인치 ‘지아이조’ 액션 피규어를 모으는 데 열중했고 1998년, 지인의 의뢰로 만화를 그리면서 피규어와 스토리가 절묘하게 조합된 ‘가드너’ 시리즈를 탄생시킨다. “당신을 미소 짓게 만든다면 그 어떤 것이든 미쳐라Go away for anything that will make you smile”라는 마이클 라우의 메시지는 그림과 피규어에 미쳤던 바로 자신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가드너는 1998년부터 홍콩 <이스트터치>라는 잡지에 연재됐다.

“스마트폰, 인터넷 선진국인 한국에서 이런 전시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하는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손맛이 있고, 그래서 온기가 있는 아날로그적인 작업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실제로 아트토이는 작은 물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엄지손가락만한 피규어의 얼굴에 섬세한 붓질 하나, 문신 하나를 그려 넣음으로써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Welcome to The Gardener’s world

이번 전시에서 113개의 12인치 ‘가드너’가 한국을 찾았고 그중 처음 공개된 작품도 있다. 각각의 피규어만 본다면 인형에 불과하지만 전시장에 열을 맞춰 서 있는 피규어를 한번에 보면 마치 신세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가드너 시리즈가 예술로서 인정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창조한 가상의 세계에는 스케이트보드를 잘 타는 한물 간 DJGardener 008, Uncle와 부끄럼이 많지만 항상 벗고 다니는 사진가Gardener 108, Zex 등이 살고 있다. 마이클 라우가 생명을 불어넣어 준 피규어면서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자기의 분신인 마이클 라우Gardener 096, Michael Lau를 비롯해 각각의 피규어에 이름은 물론, 직업, 성격까지도 부여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것은 113번째 피규어이다. 지난 2월7일 공개된 113번째 가드너는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인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의 모습을 했다. 대리석 질감이 나는 재료도 그렇고, 팔·다리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다비드 상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은 스케이트 보드와 스니커즈다. 스트리트 문화의 상징인 보드, 젊은 도시인들이 즐겨 신는 스니커즈를 들고 있는 것은 다비드와는 어색한 조합이다. 그러나 가드너 시리즈에 스트리트 문화,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홍콩은 오래전부터 금융, 문화, 무역의 중심지였다. 다양한 문화 융합에 대한 관대함 때문에 아트토이가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자연스럽게 갖춰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애초에 피규어를 ‘아트’로 인정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홍콩 문화가 작용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아트토이에 대해 간단히 언급했다. “‘아트토이의 창시자’라는 말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드너 시리즈를 여러 나라에서 전시하다 보니 세계 곳곳에서 아트토이 아티스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한국이 대표적이며 꾸준히 발전할 것으로 믿습니다.”

  박우철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이야기엔터테인먼트, Coolrain Studio

● 마이클 라우Michael Lau
피규어 시리즈인 ‘가드너’를 통해 아트토이를 세계에 알린 장본인이다. 미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나이키, 소니, 디젤, 카시오, 맥도널드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 때 113번째 ‘가드너’를 공개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마이클 라우의 한국 특별전은 서울 세종문화예술회관 1층 전시관에서 2월8일부터 4월14일까지 열린다. www.michaella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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