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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꽃 잔치 열렸다 -Festival ⓛ 서두르는 자, 봄꽃을 얻는다 (벚꽃,튤립)"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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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꽃 잔치 열렸다  

부르는 사람도 없는데 자꾸 뒤돌아본다. 길을 걷다가 멍하니 하늘도 본다. 큰 병이라도 난 걸까. ‘봄 앓이’를 하는 게다. 치료법은 간단하다. 좋아하는 꽃을 골라 무작정 축제 현장으로 떠나는 것.


1 봄의 전도사를 만나려면 진해로 가라 2 천일염의 고장 신안에선 통통한 튤립이 살아난다


Festival  ⓛ
서두르는 자, 봄꽃을 얻는다

벚꽃
꽃말 : 순결

벚꽃은 정신없이 피었다가 순식간에 진다. 벚꽃의 생애는 뭉텅이로 ‘툭’ 떨어지는 동백꽃의 운명과 다르다. 낱장으로 흩어져 공중에 부서지는 꽃잎은 흡사 가냘픈 여주인공의 머리칼과 같고, 나풀거리는 치맛자락 같기도 하다. 벚꽃이 사람이라면 ‘절세미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선 이 아리따운 벚꽃이 ‘군국주의의 상징물’로 돌변하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에 투입된 ‘가미가제 전투기’에 그려진 꽃이거니와 일본 군인은 전쟁터에서 ‘황제를 위해 벚꽃처럼 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얼마 전 스타벅스 일본지점에선 벚꽃 텀블러가, 스타벅스 한국지점에선 3·1절을 기념한 무궁화 텀블러가 나란히 출시된 것만 봐도 얼마나 우리가 벚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말도 많고 사연도 어찌 이리 많을까. 올해는 고운 자태 뽐내는 벚꽃 비를 함빡 맞고 싶다.


진해 군항제에선 철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세례를 받을 수 있다

진해 벚꽃 낭자와 군악 청년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은 진해 장복산 자락에 ‘군항 도시’를 하나 만들었다. 그리곤 10만 그루의 벚나무를 곳곳에 심었다. 벚꽃의 왕국인 진해 이야기다. 한때 진해의 벚꽃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광복 후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며 벚나무를 죽였기 때문이다.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일본이 아니라 제주도’라는 발표가 난 후에야 벚나무는 다시 진해에서 뿌리내릴 수 있었다.  

“빠바밤” 군악대 너머로 보이는 벚나무의 행렬은 늠름하다. 매년 진해 군항제에선 군인들의 절도 있는 공연이 펼쳐진다. 올해 제51회 군항제에서는 육해공군, 해병대 등 13개 팀이 화려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군사관학교가 자리한 고장인 만큼 진해에선 바다를 누빈 그가 생각난다. 진해 앞바다에서 왜군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 말이다. 일본인이 강제로 심은 ‘벚나무’였지만 벚꽃을 즐기는 군항제는 왜군을 무찌른 충무공의 넋을 기린다. 올해는 1.5km의 벚꽃 터널이 펼쳐지는 ‘여좌천’에서는 불빛 축제도 함께 열린다. 또한 진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진해루’에선 멀티미디어 불꽃쇼도 팡팡. 
축제명 제51회 진해 군항제  일시 4월1~10일
장소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중원로터리, 진해루, 여좌천 등
홈페이지 gunhang.changwon.go.kr/jsp/main/main.jsp


 분홍 우산을 흔드는 댄스는 만개하는 벚꽃을 표현한다


해외 벚꽃 여행
캐나다 밴쿠버  분홍 우산을 들어라 

캐나다의 가을은 숨 막히게 아름답다. 캐나다 국기의 심장부에도 ‘단풍잎’이 그려져 있을 정도니 캐나다 하면 단풍만 떠올리기 일쑤다. 그러나 캐나다는 가을뿐만 아니라 봄도 눈부시다. 밴쿠버에선 2013 벚꽃 페스티벌이 4월 한 달간 열린다. 밴쿠버의 벚꽃축제는 한국의 축제보다 역동적이다. 벚꽃 길을 함께 자전거로 달리기도 하고, 때론 춤도 춘다. 벚꽃이 피어나는 밴쿠버 아트 갤러리 플라자에선 축제 기간 중 분홍 우산을 이용해 몸을 흔들 수 있다. 주인공이 ‘미치도록’ 춤을 추는 영화 <스텝업>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캐나다 중심부인 버라드 스카이 기차역에선 벚꽃이 날리는 가운데 음악 밴드가 등장하는 ‘체리 잼 다운타운 콘서트’도 기다린다. 일본 셰프가 선사하는 ‘벤또’를 먹는 점심식사 프로그램, 꽃길을 함께 걷는 트리 토크 앤 워크Tree Talks & Walks도 놓칠 수 없다.
축제명 제9회 밴쿠버 벚꽃 페스티벌   일시 4월4~30일
장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 일대 
홈페이지 vcbf.ca


튤립
꽃말 : 고백

이토록 행복한 꽃을 봤나. 터키도 네덜란드도 키르기스스탄도 국화를 ‘튤립’이라 말한다. 중앙아시아 최북단인 파미르 고원에서 탄생한 튤립은 터키, 네덜란드까지 퍼져 나갔다. 몽당연필처럼 짧고 굵은 이 꽃은 상당히 매혹적이다. 그래서 17C 네덜란드인은 동방에서 건너온 튤립을 명품으로 여겼다. 네덜란드 부자들은 ‘누가 누가 튤립을 많이 가졌나’로 부를 자랑했다고 한다. 심지어 튤립의 뿌리에 투자하는 거래까지 횡행했을 정도로 튤립 투기는 아파트 투기만큼이나 뜨거웠다. 튤립의 미래 가치에 집착했던 몇몇은 패가망신하기도 했으니 ‘튤립 열병’에 걸린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튤립을 싫어할 이는 없다.


모래의 섬 임자도를 뒤덮은 튤립

신안 해수욕장엔 꽃이 피네 

국내 천일염의 88%를 생산하는 신안엔 2007년 슬로시티로 지정된 증도, 섬 전체가 붉은 홍도 등 아름다운 섬이 넘쳐난다. 기다란 모래밭을 뽐내는 임자도도 바로 신안의 섬이다. “임자도 처녀는 모래 서말은 마셔야 시집을 간다”고 했다. 전라남도 임자도는 모래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섬이다. 여기선 대파, 양파가 잘 자란다. 양파의 먼 사촌격인 튤립도 임자도에선 매년 귀족 대접을 받는다.
올해 6회째를 맞는 신안튤립축제 현장은 온통 튤립 세상이다. 튼실한 튤립 알뿌리를 살 수 있으며, 튤립 모양을 본뜬 대형 파라솔도 기다린다. 튤립의 고장인 네덜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차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튤립처럼 ‘구근 식물’로 묶이는 수선화, 무수카리, 히야신스, 프리틸라리아 등도 곳곳에서 피어나니 튤립 구경에 질린다면 다른 꽃과 외도해도 괜찮다. 사진기 배터리는 넉넉하게 챙겨 오는 게 좋다. 독특한 모양의 토피어리 조형물이 100여 개에 이르러 재미난 사진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 온실 내 카페테리아에선 임자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전도 열리므로 꼼꼼하게 돌아보면 좋다.
축제명 제6회 신안튤립축제   일시 4월19~28일
장소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면 대광해수욕장길 179 신안튤립공원(대광해수욕장 주변)
홈페이지 www.신안튤립축제.kr


네덜란드도 터키도 튤립을 자국의 꽃으로 여긴다

해외 튤립여행

터키 이스탄불 뒬밴드를 아시나요

“이스탄불의 꽃 시장에서 커다란 양파에 달린 빨간 백합을 봤다. 처음 보는 꽃에 나는 매료됐다.”
1550년경 프랑스에서 발견된 여행기 중 일부다. 터키어로 ‘터번’이라는 뜻의 튤립은 ‘뒬밴드dulband’로 불렸다. 11~12C 터키의 장신구에도 튤립 문양이 등장했을 정도로 터키인은 튤립을 사랑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네덜란드를 튤립의 나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네덜란드에 튤립을 전파한 장본인은 바로 터키! 매년 4월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선 800만 송이의 튤립 중 ‘가장 예쁜 튤립’을 선발하는 예쁜 튤립 선발대회가 열리며 화려한 튤립 퍼레이드가 이스탄불을 달군다.
축제명  제8회 이스탄불 튤립 축제 
일시 4월7~29일
장소 터키 이스탄불 일대



구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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