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다른 얼굴 도쿄VS 삿포로
같은 시간 다른 얼굴 도쿄VS 삿포로
  • 트래비
  • 승인 201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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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스카이 트리 전망대에서 굽어본 시가지의 모습. 대도시의 밤은 불야성이다


오타루 수족관 앞에서 망원렌즈를 통해 바라본 풍경. 멀리 있어서 확인할 길은 없었으나 등대로 생각된다

같은 시간 다른 얼굴
도쿄VS 삿포로

아코르 호텔 그룹의 초대를 받았다.
목적지는 일본 도쿄와 삿포로.
일본을 대표하는 두 도시와
인근의 명소들을 둘러보았다.
호텔은 편안했고, 두 도시의 매력은 여전했다.

Tokyo
도쿄의 3대 번화가를 누비다 

2월24일. 도쿄의 일요일 오전은 화창했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으며, 창문으로 비껴 들어오는 햇살이 꽤나 따사로웠다. 바람은 좀 심술궂었다.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며 옷깃을 파고들었다. 볕이 바로 드는 곳과 그늘진 곳의 체감온도가 확연히 달랐다. 지난해 12월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는 이비스 도쿄 신주쿠에 짐을 풀고 런치 뷔페로 허기를 채운 다음, 도쿄 시내 투어에 나섰다.

처음 안내받은 곳은 메이지신궁이었다. 미에현의 이세신궁, 오이타의 우사신궁과 더불어 일본 3대 신궁으로 꼽힌다. 이제 신궁을 찾는 것은 일본 정치계의 연례행사가 됐다. 아베 신조 총리도 지난 1월13일 메이지 일왕 부부를 기리는 메이지신궁을 방문했다. 메이지 일왕은 일본의 근대화를 견인한 인물이자 조선 침략의 원흉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현직 총리가 메이지신궁을 참배한 것은 6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같은 달 4일에는 일본 전역에 산재한 신사들의 총본산이자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라는 이세신궁을 참배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신궁을 통해 사제 역할을 자임한다. 정치적 권위 획득과 국민 단결이 노림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총리의 신궁 참배가 일본 평화헌법이 정한 ‘정교분리’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이다. 오늘날 신궁에서 정치와 종교는 따로 놀지 않는다.

어지러웠던 과거와 정치인들의 탐욕을 거세하면 메이지신궁 자체는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특히 신사까지 연결된 산책로 주변의 나무들이 건장하고, 건물을 둘러싼 숲이 울창하다. 경내의 기요사마 우물은 좋은 기가 흘러나온다고 해서 신궁을 찾는 사람들이 어김없이 들른다. 신사를 섬기는 일본인들의 표정은 경건했다. 웃을 때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동전을 넣고 본당을 향해 머리를 연신 조아렸다. 커다란 나무 아래에는 소원을 적은 목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소원들의 구체적인 내용은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보행자를 위한 ‘사통팔달’ 교차로인 시부야 스크램블. 혼잡한 와중에도 질서 정연함을 유지하는 일본인 특유의 기질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패션과 젊음의 공간 ‘하라주쿠’

하라주쿠로 이동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하라주쿠는 패션과 젊음의 공간이었다. 거리는 동일한 복장을 거부한 개성 만점의 옷차림으로 넘쳐났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더없이 화려한 런웨이였다. 유니크한 패션 숍, 젊은 감각을 전시 중인 갤러리,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자리가 나기만을 하마하마 기다리는 레스토랑 등이 하라주쿠라는 이름의 대형 태피스트리를 완성하는 다채로운 요소들이었다. 짧은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무얼 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아까운 시간이었다. 결국 문전성시를 이루는 어느 크레이프 전문점에서 주문을 넣었다. 종류가 너무 많아 망설이다 결국 가장 잘 팔린다는 크레이프를 받아들었다. 종잇장처럼 얇게 부쳐낸 팬케이크가 아이스크림을 돌돌 말고 있었다. 동행한 띠동갑 신문사 기자는 “맛있다”는 소리를 연발했지만 내게는 그냥 아이스크림과 팬케이크 맛이었다. 크레이프가 맛있다고 느껴지기에는 나는 이미 세상의 진미를 너무 많이 맛본 것이다. 닭 요리 전문 식당인 토리요시에서의 저녁 식사 시간은 비교적 흡족했다. 코스 요리를 시켰더니 닭 육회를 시작으로 닭 튀김 데바사키, 전골 요리 토리나베, 닭 꼬치구이 야키도리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익숙해서 자꾸만 손이 가는 맛이었다. 배가 불러 마무리로 나온 우동을 반쯤 남기고 숙소로 돌아왔다.

혼잡한 질서가 있는 ‘시부야’ 

이튿날 오전 신주쿠 및 하라주쿠와 함께 도쿄 3대 번화가에 드는 시부야를 찾았다. 10여 개의 노선이 교차하는 시부야역은 일일 평균 유동 인구만 해도 250만명에 이른다. 시부야의 ‘북새통’을 상징하는 곳이 바로 시부야 스크램블이다. 여기서 스크램블은 달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모든 방향의 차량을 정지시킨 뒤 보행자가 어느 쪽으로나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해놓은 교차로를 의미한다. 시부야 스크램블이 가장 잘 내려다보인다는 인근의 카페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호등은 90초마다 색깔을 바꾸었고, 사람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보행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어깨와 어깨가 맞부딪치거나 동선이 겹쳐 주춤거리는 일 없이 각자의 길을 좇아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일본인 특유의 기질이 이런 ‘혼잡한 질서’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점심 메뉴는 오코노미야키와 몬자야키였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도쿄의 전통 먹거리로 알려진 몬자야키는 일반적인 부침개에 견줘 반죽이 묽고 부드러운 편이다. 철판에 쉽게 눌어붙기 때문에 자주 바닥을 긁어 줘야 한다. 외지인의 입장에서 오사카가 고향인 오코노미야키와 도쿄 태생인 몬자야키의 맛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에노에 위치한 재래시장 아메야요코초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저녁 빛이 어스름할 무렵, 도쿄 스카이 트리에 올랐다. 634m로 세계에서 제일 높은 전파 송신탑은 350m와 450m 지점에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키 높이 경쟁 중인 세계 각지의 초고층빌딩들은 현실적 요구와 첨단 기술 과시를 표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현대판 바벨탑’을 짓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자리할 것이다. 전망대 유리창을 통해 시선을 멀리까지 던졌다. 노을빛이 셀 수 없이 많은 건물들에 골고루 내려앉았다. 일본 제1의 도시는 크고 작은 빌딩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하라주쿠의 좁은 골목에는 언제 찾아도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는 크레이프 전문점이 몇 곳 있다. 판매하는 크레이프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에 달한다. 어떤 걸 주문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베스트셀러’를 시도하는 것이 상책이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크기가 상당하다


50개 이상의 체인을 두고 있는 닭 요리 전문점 토리요시. 말 그대로 닭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육회, 튀김, 전골, 구이 등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튀김의 맛이 빼어났다. 튀김옷이 바삭할 뿐만 아니라 겉에 바른 소스도 입에 착착 감긴다


토리요시의 구이 요리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맛이다. 생맥주는 물론이고 사케와의 궁합도 훌륭하다. 토리요시는 일본의 전형적인 선술집 분위기가 난다. 신주쿠 매장은 규모가 꽤 큰 편인데도 인기가 좋아 자리가 금방 찬다. 왁자한 분위기 속에서 한잔하거나 가볍게 식사하기 좋다


오코노미야키와 몬자야키는 맛도 맛이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가 있다. 메뉴판을 보고 원하는 재료를 골라 주문하면 철판에 부쳐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해준다. 몬자야키와 오코노미야키의 맛은 사실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몬자야키의 반죽이 좀 더 묽고 촉촉한 편이다

Sapporo
달콤하고 낭만적인 설국

저비용 항공사인 제트스타를 이용해 도쿄에서 홋카이도의 삿포로로 건너갔다. 1시간 40분의 짧은 비행은 풍경을 180도 바꿔놓았다. 도쿄에 봄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아물아물 피어올랐다면 삿포로는 여전히 한겨울이었다. 겨우내 내린 눈이 시내 곳곳에서 어마어마한 퇴적층을 이루고 있었다. 도로 양옆으로 치운 눈을 쌓아 놓았는데, 그 높이가 어른 키를 웃돌았다. 삿포로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 중인 ‘MICE 콘텐츠 마트’와 미야노모리 뮤지엄 가든에서 열린 기념 파티에 참석하는 것으로 삿포로에서의 첫날 일정을 갈무리했다.

새로운 날 오전 10시경 숙소인 머큐어 삿포로에서 나와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오타루를 향해 길을 잡았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방문이지만 겨울에 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집 구경에 나섰다. 옛 아오야마 별저는 아오야마 가문의 3대째 딸인 마사에 씨가 6년 반의 시간을 들여 1923년에 완성시킨 별장이다. 고급 목재를 사용하고 세심하게 설계돼 하나의 예술 작품을 연상시켰다. 이 호화로운 집은 대표적인 ‘청어 저택’으로 통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홋카이도는 청어잡이로 절정의 호황을 누렸는데, 큰돈을 벌어들인 어업 경영자들이 자신의 금력을 뽐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저택을 건설했던 것이다. 아오야마 별저도 등 푸른 생선의 헌신 위에 세워졌다.


오타루 아쿠아리움의 ‘펭귄 쇼’. 매일 특정한 시간이 되면 사육사들이 한 무리의 펭귄을 야외로 데리고 나와 관람객들을 위해 행진을 시킨다

삿포로의 서정 ‘오타루 운하’

점심 식사 후 오타루 아쿠아리움에 들러 돌고래의 영민함과 펭귄의 재롱에 웃음 지었다. 오타루 운하는 오타루의 서정을 변함없이 책임지고 있었다. 물길 주변에 늘어선 가로등은 물론이고 상점이나 레스토랑으로 내부를 개조한 창고들도 그대로였다.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팬 거리의 화가와 손님을 기다리는 젊은 인력거꾼은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서로 다르겠지만 공히 관광객에게 생계를 의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타루 순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오르골당과 유명 과자점도 빠짐없이 챙겼다. 오르골의 소리는 맑고 따뜻했으며, 르 타오의 치즈 케이크는 치명적으로 달콤했다. 오타루 운하와 작별하며 영화 <러브레터>를 떠올렸다. 18년 전 영화라 세세한 장면은 기억나지 않았다. 영화에 운하가 등장했던가? 영화는 운하 주변만 맴돈 것 같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영화를 보며 마음 아파했고 눈물도 찔끔 흘렸다. 세월이 기억과 감수성 모두를 거두어 가버렸다.

삿포로까지 와서 라멘 한 그릇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삿포로는 미소(된장) 라멘의 발상지이지만 나는 시오(소금) 라멘을 택했다. 이번 출장에서 만난 이비스 도쿄 신주쿠의 한 직원이 강력하게 추천한 식당이 머큐어 삿포로에서 도보로 불과 3분 거리에 자리했다. 15년 역사를 지닌 ‘신게츠’의 시오 라멘은 인상적이었다. 뼈를 우려낸 육수는 웅숭깊었고, 면발은 찰기가 돌았다. 토핑처럼 얹어 준 으깬 생강은 맛의 화룡점정을 담당했다. 라멘 고유의 맛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함을 더해 주었다.

홋카이도 여정 이틀째. 이시야 초콜릿 팩토리에 들어섰다. 동화 속 저택처럼 꾸며진 포근한 공장에서 화이트 초콜릿 과자 ‘시로이 코이비토’의 역사와 제작 과정을 일별했다. ‘하얀 연인’이라는 뜻의 제품명이 눈의 나라 홋카이도와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팀 버튼이 감독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삿포로 외곽의 오쿠라야마 스키 점프 경기장은 1972년에 열린 삿포로 동계 올림픽의 유산이다. 리프트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아찔한 경사의 스키 점프대를 굽어보았고, 멀리서 흰 눈을 이고 있는 건물들을 조망했다. 삿포로 시내로 돌아와 털게 요리 전문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식당 문을 나서니 사위가 어둑했고, 굵은 눈발이 훌뿌리고 있었다. 폭설을 뚫고 오도리 공원, 삿포로 TV 타워, 시계탑, 구 홋카이도 청사 등을 쏘다녔다. 눈은 밤이 돼서야 그쳤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 옆의 비어 가든에서 양고기 요리와 함께 생맥주 한잔을 들이켰다. 진한 맛이 혀의 돌기를 일으켜 세웠고, 부드러운 거품이 목구멍을 이완시켰다. 다이어트 결심 때문에 두 번째 잔을 치켜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오타루의 어느 해산물 가게에서 게를 찌고 있는 모습. 해산물의 천국 홋카이도는 특히 털게 요리가 유명하다


오타루의 과자 및 케이크 전문점, 르 타오. 사진은 롤 케이크지만 사람들이 제일 많이 사 가는 품목은 치즈 케이크다


르 타오와 더불어 오타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자점인 키타카로. 창고를 개조한 외관의 모습이 나름 운치가 있다


오타루의 해산물 꼬치 요리. 석쇠에 어느 정도 굽다가 토치를 사용해 새우나 오징어 등의 표면을 그을린다


삿포로에 위치한 라멘 전문 식당 ‘신게츠’의 시오 라멘. 뼈를 우려낸 육수에 면을 삶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삿포로 하면 역시 삿포로맥주를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삿포로 클래식은 한 뼘 더 깊은 맛이 난다


삿포로 여행의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는 이시야 초콜릿 팩토리. 판다 모양의 초콜릿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시야 초콜릿 팩토리에서는 초콜릿 이외에 사탕도 생산한다. 유리창을 통해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hotel info    



이비스 도쿄 신주쿠

아코르 그룹의 일본 내 9번째 호텔이다. 일본 유일의 이비스 호텔이기도 하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무엇보다 접근성이 빼어나다. JR신주쿠역에서 도보로 5분, 신주쿠 서역에서 역시 도보로 2분 거리다. 호텔 주변에 식당과 상점들이 즐비하다. 객실 수는 총 206개. 구체적으로 스탠더드 싱글 92개, 스탠더드 트윈 84개, 스탠더드 더블 21개, 스탠더드 트리플 8개, 디럭스 트윈 1개다. 이비스 스위트 베드로 불리는 안락한 침대가 호텔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와이파이 무료. 


머큐어 삿포로
삿포로 번화가인 스스키노 거리와 인접해 있다. 스스키노역에서 걸어서 2분 거리. JR삿포로역에서 택시를 타면 5분 정도 소요된다. 머큐어 삿포로는 4성급 호텔로 현대적인 시설, 클래식함과 모던함이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총 285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총지배인이 한국인이다.
일본 내 아코르 호텔 문의 www.accrohotels.co.jp

국내 아코르 호텔
국내에는 총 11개의 아코르 앰배서더 호텔이 있다. 풀만 계열로는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과 풀만 앰배서더 창원, 그리고 머큐어 앰배서더 강남이 운영 중이다. 노보텔 브랜드로는 강남, 독산, 부산, 대구에 체인을 두고 있다. 이비스 앰베서더는 서울, 명동, 부산, 수원에서 각각 영업 중이다.
국내 아코르 호텔 문의 www.accorhot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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