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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wan 익숙하고도 낯선 얼굴 타이완, 짜오안! "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3.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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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의 홍슈린 녹색터널


익숙하고도 낯선 얼굴
타이완, 짜오안
!

축제는 화려했고, 거리에는 여유가 흘렀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모든 것들을 그들은 다독다독 잘 품고 있었다. 시계바늘을 한 시간 되돌려 놓고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시선이 닿는 곳을 향해 이렇게 인사했다.
“타이완, 짜오안(좋은 아침)!” 


1 등불축제현장에는 갖가지 형상의 등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2 곶감과 대나무를 등으로 형상화한 홍등 3 올해의 주등인 등교기성이 불을 밝히는 순간

대보름달이 뜬다. 등을 밝히자 
타이완등불축제 

타이베이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신주로 간다. 올해로 24회. 절정의 젊음을 자랑하는 타이완등불축제를 보기 위해서다. 손님맞이에 분주한 곳은 타이완 신주현新竹縣 주베이시竹北市. 신주현은 과학기술엘리트를 양성하는 대학들과 연구단지가 밀집한 과학기술의 중심지다. 

음력 1월15일은 1년 중 달이 가장 크고 밝아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원소절元宵節, 그러니까 우리의 정월대보름이다. 타이완의 원소절은 음력으로 1월을 ‘원월元月’, 달이 뜨는 밤을 ‘소宵’라고 하는 데서 유래됐다. 타이완에서는 원소절에 등을 켜고 탕위안湯圓이라는 찹쌀로 된 둥근 새알심을 먹으며 둥글둥글 화목하게 살아가기를 등불에 기원한다. 원소절 기간에는 타이완 각 지역에서 특색있는 행사가 펼쳐진다. 그 가운데 타이완등불축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올해는 중화민국 건국 102년이 되는 해이자, 뱀의 해이다. 십이지의 여섯 번째 동물인 뱀은 흔히 용과 동일시되기도 하고, 불사와 재생의 상징이며 농경문화권에서는 땅의 신으로 간주되어 풍요를 상징하기도 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점등의식이 있는 첫날, 신주고속철역 앞은 수많은 인파로 들썩거렸다. 올해의 주등은 ‘등교기성騰蛟起盛’. 높이 비상하는 교룡蛟龍·뱀과 비슷하고 비늘이 덮인 전설의 용의 이미지에 국가와 사회 발전의 소망을 표현했다. 저녁 7시. 마잉주馬英九 타이완 총통이 들어서자 축제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축사가 끝나고 웅장한 음악이 행사장에 퍼지기 시작한다. 주등이 점화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한곳을 향한다. 드디어 주등이 환히 불을 밝히면, 소망도 높이 비상한다. 타이완의 무사안녕이 등불처럼 곱게 지속되기를 바라는 염원과 함께.


4 고요한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호수의 아침 5 더 라루 호텔 안 어느 곳에서도 르웨탄의 기막한 정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현지인의 주말여행지 
베이푸

신주에서 현지인들이 주말여행지로 많이 찾는 곳은 베이푸北?지역이다. 이곳에도 타이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통거리가 자리하고 있는데, 베이푸 라오제에서는 한족의 한 갈래인 하카客家족의 고풍스러운 옛집과 전통시장을 접할 수 있다. 타이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하카족은 이곳 베이푸를 한 터전으로 잡고 문화를 일궈 왔다. 

이곳에 오면 레이차?茶를 꼭 맛봐야 한다. 레이차는 하카족 문화를 대표하는 차로 먼저 땅콩, 깨, 말린 녹차 잎을 넣어 기름이 살짝 보일 때까지 절구에 넣고 찧다가 튀긴 쌀, 콩, 깨, 옥수수 등 20여 곡류와 견과류 등을 넣고 함께 빻아 그릇에 담고 물을 타 먹는다. 걸쭉하고 고소한 그 맛이 우리가 먹는 미숫가루나 율무차와 비슷하다. 시장을 그냥 지나치기 서운해서 신주식 자장면이라는 반탸오를 맛봤다. 저렴한 가격에 찹쌀로 만들었다는 면발이 쫄깃하다. 냄새에 질겁하다가 맛에 놀라는 튀긴 발효두부 ‘처우더우푸臭豆腐’와 함께 먹는 맛이 제법이다.

해와 달을 품은 호수
르웨탄 일월담·日月潭

길은 아래로 이어진다. 타이중台中. 신주에서 고속철을 탄 지 20분 만이다. 위로는 타이베이, 동으로는 르웨탄과 아리산, 남으로는 가오슝, 서쪽은 장화와 루강 등 주변으로 통하는 관문답게 상공업이 발달한 도시는 당당하다. 국립타이완미술관까지 이어지는 메이수위안다오美術圓道를 걸어 본다면 왜 이곳을 타이완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꼽는지 짐작할 수 있다. 버블티로 알려진 타이완의 대표 디저트 전주나이차珍珠?茶를 개발한 춘수이탕春水堂 본점이 있는 것도 타이중이다. 

르웨탄에 대한 기대감은 전설이 더 부추겼다. 수백년 전 르웨탄의 원주민 샤오족邵族의 선조들은 희귀한 흰 사슴 한 마리를 쫓다가 아름다운 비취빛 호수를 발견하고 하늘이 내려준 무릉도원이라 여겨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난터우현南投縣 고도 760m에 자리한 르웨탄. 호수의 모양이 동쪽은 둥근 해, 서쪽은 초승달을 닮았다 해서 그 이름도 르웨탄日月潭이다. 둘레만도 7km. 타이완 최대의 호수 르웨탄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경관이 수려하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조석으로 신비로운 자태를 달리 보여주어 타이완에서 가장 인기 높은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그만큼 숙박비는 만만찮다. 

르웨탄 초입에 자리한 마을 쉐이서水社 주변은 모든 대중교통과 호텔, 관광안내소 등이 밀집해 있고, 숙소는 대부분 산책길인 한비부다오涵碧步道로 연결되어 있다.
‘더 라루The Lalu’는 장제스 총통의 여름별장을 새롭게 리모델링했다는 르웨탄 최고의 호텔이다. 무엇보다 한비부다오 언덕에 있기 때문에 객실뿐 아니라 호텔 내 어느 곳에서도 호수의 탁월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지만 호텔 밖에서는 일체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함께했던 가이드는 르웨탄은 반드시 배를 타고 건너야 제대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호수는 물고기가 보일 만큼 맑았다. 장제스 총통이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지었다는 해발 953m 얼롱산의 쯔은타慈恩塔의 고고한 모습도 더 가깝게 보인다. 유람선에서 내려 들른 쉬안광쓰玄光寺는 <서유기>에 등장하는 당나라의 고승 삼장법사를 모신 절이다. 위로 더 올라야 하는 쉬안짱쓰玄奬寺에는 가지 않았다. 그곳에는 일본으로부터 모셔 온 삼장법사의 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했다. 대신 오르기 쉬운 쉬안광쓰를 찾았다. 절다운 분위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르웨탄의 풍광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만족스럽다. 절 아래에 영지버섯과 홍차로 끓여낸 물로 삶아냈다는 10위안짜리 계란은 이곳의 명물로 자리한 지 오래다. 

호수를 가로질러 배는 이다사오伊達邵에 멈춰 선다. 타이완 정부가 공식 인정한 14개의 소수민족 가운데 샤오족은 르웨탄에 남아있는 200여 명이 전부다. 르웨탄의 에너지는 샤오족의 옛거주지였던 이곳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다샤오는 원주민 수공예품과 식당, 상점들이 밀집된 르웨탄의 쇼핑중심가다. 특히 부엉이와 관련된 장식품들이 많은데, 부엉이는 이들의 수호신이다. 

르웨탄을 한눈에 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케이블카다. 주꾸원하춘九族文化村까지 연결되는데 고도가 높아질수록 숲과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색다른 추억을 원하면 자전거도 있다. 총 29km로 경사도를 최대한 낮추고 완만하게 설계했다는데 유명 해외 미디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자전거 길로 선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르웨탄의 백미를 꼽아 보라면 역시 고요한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호수의 아침이다. 일월담의 아침 앞에는 삼장법사의 사리조차 까마득하다.

▶travie info

베이푸라오제
레이차를 맛본 곳은 ‘베이푸레이차당北??茶堂’. 베이푸라오제에는 레이차를 만들어 보는 체험형 찻집들이 몇 군데 있다. 한 잔에 100위안, 우리 돈 약 4,000원이다.
문의 03-580-3181 www.letea.url.tw

Hotel The Lalu
1999년 대지진 때 완전히 무너진 것을 다시 호텔로 개조했다. 전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르웨탄의 경관은 말이 필요 없다.
주소 No.142 Jungshing Rd. Yuchr Shiang Nanotou, Taiwan 55548
문의 049-285-5311 www.thelalu.com.tw

푸하오췬富豪群 펜션
타이완관광청 홍보동영상에서 배우 조정석이 묵었던 곳.
문의 049-285-0307 ‘푸통푸통 24시 타이완’ putongputong.com

르웨탄 자전거전용도로
자전거 대여점에서 1시간에 200위안(약 8,000원)으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문의┃049-285-6713(자이안트 자전거 대여 일월담점) 영업시간┃오전 7시~오후 6시(매주 목요일 휴일)

르웨탄 유람선투어
성인기준, 전 구역 300위안(약 1만2,000원), 단일구역은 100위안(약 4,000원) 평일에는 30분, 휴일에는 15~20분 간격으로 수사, 이달소, 현광사 3곳의 부두를 순환한다.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4시30분.

르웨탄 케이블카
일월담에서 구족까지 왕복 성인기준, 300위안(약 1만2,000원), 운행시간 평일은 오전 10시~오후 3시30분, 주말은 오전 9시30분~오후 4시. 안전점검을 위해 매월 둘째 주 수요일은 휴무(구족문화촌관광객은 케이블카 무료탑승) www.ropeway.com.tw

토착문화와 대륙문화의 앙상블
타이난台南

세계적으로 2,000여 마리만 남아있다는 멸종 위기의 저어새를 타이난에서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것도 흑면비로黑面琵鷺, 얼굴이 검은 저어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부터 타이난으로 날아든 무리의 휴식을 방해할까 멀리서 주는 눈길조차 조심스럽다. 거창할 것 없는 타이난의 자연은 그러나 정부의 주도 아래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되며 보호받고 있다. 저어새 보호구역인 이곳 쭝웬贈文강 하구 습지도 매년 30만명이 방문한다. 녹색터널綠色隧道로 불리는 타이완 유일의 자연터널 홍슈린紅樹林은 어떤가. 맹그로브Mangrove라고 하면 조금 익숙할지 모르겠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하구에서 자라는 맹그로브가 터널처럼 숲을 이룬 약 800m 구간은 말 그대로 녹색터널이다. 남부 타이난의 뜨거운 햇볕을 차양처럼 막아내는 맹그로브 숲에서의 30분은 짧아서 더 낭만적이다. 

타이난을 점령했던 네덜란드인들은 프로방시아Provintia와 젤란디아Zeelandia 두 요새를 건설했다. 츠칸러우로 불리는 프로방시아는 1653년 세워진 타이난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지금의 것은 1862년 지진 이후 복원된 것이다. 저녁 무렵의 츠칸러우는 특히 아름답다. 오죽하면 붉은 벽돌로 쌓은 성의 아름다운 해질녘 풍경이 ‘적감석조赤?夕照’로 알려졌을까. 정성공鄭成功은 네덜란드로부터 타이완을 해방한 후 이곳 프로방시아를 거점으로 삼았고 이후 젤란디아 성으로 본거지를 옮겨 청나라 세력에 대항했다. 

타이난의 역사는 타이완의 역사다. 안핑구바오安平古堡로 불리는 젤란디아 요새는 3중의 성곽으로 둘러싸여 네덜란드인들이 37년간 식민통치와 무역을 위한 행정본부로 사용했던 곳이다. 지금은 보루의 대부분이 허물어지고 자카르타에서 운반해 왔다는 붉은 벽돌로 된 성벽의 잔재들만이 반얀나무榕樹에 휘감긴 채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사실 마음을 끄는 것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이다. 과거와 달리 주변이 매립돼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저만치 흐르는 타이난 운하와 어우러진 풍광은 여행자의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앉힌다. 

텐진조약 이후 안핑의 무역을 대표했던 당시 5개 양행들의 흔적은 안핑지구安平地區 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트리하우스Tree House로 불리는 안핑수우安平樹屋는 나무가 집인지 집이 나무인지 알 수 없다. 이곳은 청나라 때 더지양항德記洋行이라는 무역회사가 사용하던 창고다. 타이완 정부조차 거들떠보지 않던 건물에 터를 잡은 것이 반얀나무였다. 뼈대만 남은 건물더미를 휘감은 나무가 빚어내는 분위기는 음산하기보다 기묘하다고 해야 할까. 

타이난에 왔으니 쿵쯔먀오孔子廟를 놓칠 수 없다. 1665년 지어진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공자사당이자 최초의 학교다. 타이완 최고의 학문의 전당이라는 ‘全臺首學’이라는 입구의 네 글자가 이곳의 가치를 말해 준다. 1급 유적답게 그 형태부터 아주 우아하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 제자 안회 등 72명의 제자와 역대 현인들이 공자님 곁을 함께하고 있다. 명륜당에서 마주한 <대학大學> 1장의 글귀에 가슴이 저릿한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닌 듯하다. 타이완에서는 지혜를 바라면 공자묘를 찾아가라는 말이 있다는데. 스펙 쌓기의 현실은 타이완도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듯싶다. 기도도 모자라 신상명세까지 공개적으로 공자님 앞에 올린 이들의 마음이 너무 절절해서 함부로 웃을 수도 없다. 

섬나라 타이완에는 바다의 여신 ‘마쭈?組’를 모신 사원이 많다. 디톈허우궁大天后宮 역시 마쭈를 모신다. 궁전 식으로 지어진 사당이라 그 자태가 몹시 웅장하지만 사실 이곳에 마쭈보다 더 유명한 이는 따로 있다. 뒤쪽 작은 사당에 모셔진 월하노인月下老人은 달빛 아래 혼인에 관한 책을 읽으며 붉은 실로 부부인연을 묶어 준다는 전설의 신이다. 타율이 높아서 솔로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니, 그는 결혼에 있어서 타이완 최고의 중매쟁이인 셈이다.


1 맹그로브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홍슈린녹색터널 2 반얀나무가 창고를 뒤덮은 트리하우스

3 거리에서 바라보는 디톈허우궁의 모습이 웅장하고 아름답다 4 저녁 무렵 특히 아름다운 츠칸러우 5, 6 타이완 최고의 학문의 전당이라는 타이난의 공자사당 7 저어새보호구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저어새의 무리. 멀리서 망원경을 통해 관찰이 가능하다

▶travie info

안핑구바오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성인기준, 50위안(약 2,000원) 
문의 06-226-7348

안핑수우安平樹屋
으스스한 나무집과 달리 입구의 기념품 숍은 너무나 대조적으로 예쁘다. 나무로 만든 다양한 기념품들에 눈을 빼앗길지도.
운영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입장료 50위안(약 2.000원)  문의 06-391-3901

쿵쯔먀오
운영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입장료 25위안(약 1,000원) 문의 06-221-4647

디톈허우궁
운영시간 오전 6시~오후 9시  문의 06-221-1178  홈페이지 www.tainanmazu.org.tw

흑면비로생태전시관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5시(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06-788-0642
홈페이지 cec.tesri.gov.tw/Blackfaced

홍슈린녹색터널紅樹林綠色隧道
운영시간 오전8시~오후4시30분  입장료 150위안(약6,000원)  문의 06-284-1610


옛 풍경을 가까이서 만난다 
스펀十分

중국인이 처음 타이완으로 온 것이 1644년. 만주족이 명나라를 치면서 많은 중국인들은 타이완으로 이주했다. 당시 정성공鄭成功이 타이난을 근거지로 활약하며 명나라의 융성을 꿈꿨지만, 결국 청에 항복하고 말았다. 그후 청일전쟁으로 일제의 식민 통치 50년이 이어지다가 2차 대전 후,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는 중공과의 무력충돌이 격화되자 1949년 본토를 포기하고 타이베이로 수도를 옮겼다.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상업지구인 신이루 일대에서 ‘101빌딩’으로 알려진 타이베이국제금융센터가 관광상품이 된 지는 오래다. 놀라운 과학 기술력의 일면을 보여주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타이베이의 전경은 예상한 그대로였다. 오히려 살짝 부러워지려고 한 것은 국립고궁박물원에서였다. 까마득한 돈대 위에 황색 벽돌로 벽을 쌓아올리고 청기와를 덮은 외관도 장관이지만 5천년 역사의 국보급 유물만도 30만점에 이른다니 놀라움을 넘어 숙연해진다. 그중에서 유독 관람객들이 몰리는 곳은 동파육과 흡사한 천연석 육형석肉形石과 정교한 배추 모양의 옥 조각품 취옥백채翠玉白菜가 있는 3층. 한참을 줄을 선 후에야 마주할 수 있었던 작품의 독특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송, 원, 명, 청대의 엄청난 유물 중 고작 몇몇만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이곳을 보고나니 붓을 꺾고 싶다던 어느 예술가가 떠올랐다. 하지만 정작 부러웠던 것은 기교의 완벽성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아니라 국민정부가 본토를 포기하고 타이베이로 천도하던 상황 속에서도 거대한 민족문화유산을 이렇듯 소중하게 모셔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핑시셴平溪線 열차가 통과하는 타이베이 외곽은 사뭇 다른 풍경을 가졌다. 핑시셴 열차는 타이베이에서 르웨팡을 지나 허우통, 스펀, 핑시 그리고 징통을 종착역으로 한다. 천등축제로 유명한 핑시의 옆 마을 스펀十分은 라오제와 철로가 가장 가까워서 그 독특함만으로도 여행자를 유혹한다. 축제기간이 아니어도 천등은 언제든지 이곳 핑시와 스펀에서 날릴 수 있다. 산악지대에서 생활하던 옛 타이완인들이 등불을 하늘로 띄워 가족에게 안전을 알리는 것으로부터 기원한 천등에 지금의 사람들은 나름의 의미와 낭만을 부여한다. 국가공휴일에 찾은 스펀의 철로 주변은 청춘 남녀로 가득했다. 식당, 상점들도 타이베이와는 다르게 다정함이 넘쳤다. ‘젊음을 영원히’, ‘사법고시 합격’, ‘세계일주’ 등 하늘로 날아갈 소망들이 천등마다 빼곡하다. 빨간색은 행운, 보라색은 사업, 초록색은 건강 등 천등은 아홉 가지 색깔마다 의미도 다르다. 소원을 적어 불을 당긴 천등은 따뜻한 온기만을 손에 남긴 채 유유히 하늘로 날아오른다. 천등을 날리는 사이로 기적소리가 울릴 때면 사람들은 쏜살같이 철로 양옆으로 비껴나 열차를 맞이하고 또 보낸다. 어둑해질 무렵이면 움직임은 더 분주해진다. 천등을 날리는 단순한 놀이의 몸짓은 경건한 의식과도 같이 긴 여운을 남긴다. 늦은 밤, 타이베이로 돌아오는 차창 너머 하늘에 반짝이는 것이 별인지 천등인지, 정말 구분할 수가 없었다.


1 천등에 각자 소원을 적어 하늘로 날리는 것은 멋진 체험이 된다 2 타이완국립고궁박물원 입구에 있는 중국전통정원 ‘지선원’. 박물관 관람 후 둘러보면 좋다 3 스펀은 철로와 전통가옥들이 어우러져 있어 천등과 함께 낭만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글 Travie writer 이세미   사진  Travie photographer 신동현·이세미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02-732-2357~8 www.taiwan.net.tw

▶travie info

타이베이금융센터(타이베이1010) 문의 8101-8898 www.taipei-101.com.tw

타이완국립고궁박물원
문의 02-2881-2021 www.npm.gov.tw

핑시셴
르웨팡에서 출발하는 첫 기차가 새벽 4시39분, 마지막 기차는 밤 10시에 있다. 징통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기차는 밤 10시5분이다. 시간이 변동될 수 있으니 역에 비치된 시간표를 반드시 참고할 것.

명불허전! 타이완의 대표 맛집

타이완의 음식은 대륙에서 건너온 이주민과 원주민이 함께 일궈낸 타이완 특유의 음식문화에 일본의 영향을 받아
청결함까지 갖추고 있다. 타이완 미식여행의 1순위로 꼽히는 맛집들을 소개한다.


: : 춘수이탕春水堂
1987년 처음 버블티를 개발한 타이중 본점. 전분 알갱이인 타피오카Tapioca를 홍차와 우유를 섞은 밀크티에 넣어 먹는 전주나이차는 그 알갱이가 진주를 닮아서 영어로도 Pearl Milk Tea라 부른다. 많이 달지 않고 홍차 맛이 진하다. 타피오카 알갱이도 작은 것으로만 균일하게 쓴다. 함부로 500cc를 주문했다가는 그 엄청난 양에 배가 빵빵해질 수 있다. 타이중의 샹젤리제라는 징밍이제 거리의 터줏대감답게 분위기는 전통적이라기보다는 모던하다.
영업시간 오전 8시30분~밤 11시30분 
문의 04-2327-3647 www.chunshuitang.com.tw


: : 두샤오웨度小月
1895년부터 문을 연 타이완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중 하나이자 타이완을 대표하는 면요리 ‘단짜이’의 본점. 타이난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음식하면 전라도를 꼽듯이 타이완에서는 타이난을 꼽는다. 육수에 면을 말아 으깬 고기와 새우를 얹어 먹는 국수로 맛이 담백하다. 양이 적어서 배를 채우려면 두 그릇은 먹어야 한다. 주방을 오픈해 입구에서 면 삶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자정  문의 06-223-1744 www.iddi.com.tw


: : 딘타이펑鼎泰豊
본점인 신이루信義路를 포함해 타이베이에만 4곳이 있다. 만두로 시작해 만두로 끝난다. 세계 유수의 잡지에 소개된 가게답게 샤오롱바오小龍包는 얇디얇은 만두피로 잡은 18개의 정교한 주름 속에 육즙을 품어 그 맛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오리지널 샤오롱바오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집. 하지만, 1958년 노점에서 시작한 타이완의 서민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차림표가 약간은 부담스럽다. 우리나라에도 지점이 있다.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후 2시30분, 오후 4시~ 9시30분(푸싱뎬점 기준) 
문의 본점 02-2321- 8928 푸싱뎬점(SOGO백화점 지하)
02-8772-0528 www.dintaifung.com.tw


: : 주스샤쥐안周氏蝦捲
새우튀김으로 성공한 주스샤쥐안의 타이난 본점. 1965년부터 타이난 주산물인 새우를 다져 파와 돼지고기를 넣고 바삭하게 튀긴 샤쥐안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통새우 튀김과는 다르다. 느끼한 맛이 없어 간식은 물론 맥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타이난의 명물 ‘콴차이반棺材板’도 이 집에서 유명하다. 튀긴 토스트를 파내고 그 안에 감자와 채소, 새우 등의 재료를 넣어 상자 모양으로 만들어 먹는다. 한마디로 스튜를 넣은 토스트다. 바삭바삭한 외피와 진한 소가 어우러져 맛있다. 그 모양이 석관과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타이완 사람들은 벼슬이 오르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로 발음이 같은 ‘콴차이반官財板’이라 부른다.
문의 06-280-1304 www.chous.com.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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