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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음식단상] 밥 짓는 마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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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음식단상 <맛골목 기행>, <서울문학기행>의 저자,장태동 작가의 맛깔스러운 이야기.




풀잎에 앉은 이슬에서 가을이 온다. 푸르던 생명 영글게 하는 고운 빗줄기를 틈타 여기 모여 음식을 빚어 나눈다. 지상의 모든 결실 거두는 수고로운 날을 위해 오늘 하루는 밥 짓는 향기 자욱한 사람 사는 마을로 가고 싶다.

태안의 특별한 음식 중 하나, ‘우럭젓국’.
오랜 세월 내려오는 토속음식에는 그 지역 사람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다. 

태안 우럭젓국 | 그곳에 가야지만 맛볼 수 있는 음식
살아있는 우럭을 포 떠서 소금물에 절여 말린다. 말린 우럭포와 두부를 넣고 파 마늘 등 기본양념을 넣는다. 육수는 쌀뜨물이다(그냥 물로 하는 집도 있다). 우럭포에서 우러나는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맛과 구수한 두부의 맛이 어우러져 우럭젓국을 완성한다. 우럭젓국의 매운 정도는 청양고추로 조절하는데 시원하고 얼큰하게 먹으면 해장용으로 ‘딱’이다. 언제나 찾아가도 나를 품어 어르고 달래는 고향. 고향 같은 음식 우럭젓국처럼 사람들 속을 풀어 주고 입맛도 살려 주는 그런 일도 한 번쯤 해보고 싶다. 토담집 041-674-4561

두부두루치기는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대전역 앞 중앙로 좌우 이면 도로에 두부두루치기를 파는 식당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대전 두부두루치기 | 잊고 지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두부두루치기는 마차와 소달구지가 오가던 옛날, 하루 벌어 하루 먹던 사람들의 가난한 한 끼 식사였다. 국수가락 먹고 무슨 배가 부르겠냐며 두부를 넣어 준 게 대전 두부두루치기의 효시이니 나눔과 베품의 양식이다. 매콤한 양념으로 조리한 두부를 안주로 술 한 잔 나누어 먹고 나중에 국수가락을 넣어 비벼 먹는 게 순서다. 대전역에 내릴 때만 해도 누구를 만날 생각이 없었다. 두부두루치기를 앞에 두고 앉아 있는데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친구들 얼굴이 떠올랐다. 대전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갑작스레 연락을 받고 나와 준 친구가 고맙다. 대전 두부두루치기는 친구가 생각나는 음식이다.
진로집 042-226-0914

그리움 먹고 자란 고향 꿈 60년, 강원도 속초
청호동 사람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또 한 번의 가을을 맞이한다.

속초 아바이순대 | 망향의 음식
청호동은 한국전쟁 때 피난 내려온 함경도 사람들이 사는 피난민 마을이다. 전쟁의 포화를 피해 남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은 부산, 거제도 등지에 흩어져서 살았는데 같은 고향 사람들끼리 모여 살자는 취지 아래 1951년부터 이곳 청호동으로 모여들게 됐다. 조금이라도 더 고향 땅 가까운 곳에 살기 위해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이다. 그들 중 한 명이 고향의 맛을 청호동에 심었다. 함흥의 냉면과 순대가 전문이라는 내용의 글귀가 적혀 있다. 순대와 막걸리를 시켰다. 입에서 녹는 순대껍질과 구수한 순대 맛이 잘도 어우러진다. 잡채 잔뜩 들어간 서울식 순대가 아니다. 막걸리도 집에서 직접 담근 막걸리란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에 구수한 순대 한 점으로 이곳 사람들은 못 다 부른 망향의 노래를 부른다. 단천식당 033-632-7828

전남 무안에 가면 시골집에 앉아 황금들녘 벼포기 향기 그윽한
짚불구이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무안 짚불구이삼겹살 | 40초의 미학 
짚불구이삼겹살은 얇게 썬 삼겹살을 석쇠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짚에 불을 붙여 약 40초 정도 구운 뒤 손님상에 올리는 것이다. ‘화르락’ 피어나는 짚불의 화력이 세기 때문에 40초 정도면 삼겹살이 익는다. 겉이 먼저 익으면서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는다. 구수하고 풋풋한 짚 향기가 고기에 은은하게 스며든다. 고기를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무안의 특산물인 양파로 담근 양파김치와 함께 먹어도 맛있다. 또 게장을 갈아 만든 소스도 찍어 먹는다. 짚불구이삼겹살은 미각으로 추억을 만드는 40초의 미학이다.  
두암식당 061-452-3775

이 마을이 ‘도리뱅뱅이 마을’이 된 건 1970년부터다.
그전에도 강은 있었지만 물고기를 잡아
요리를 해서 판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옥천 도리뱅뱅이 | 프라이팬 위에서 익어 가는 수다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 뒤에 ‘도리뱅뱅이’ 마을이 있다.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잠수낚시 전문가들이 마을 앞으로 흐르는 금강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아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을 가르쳐 줬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도리뱅뱅이’였다.  때마침 경부고속도로가 생기고 금강휴게소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 사람들을 상대로 ‘도리뱅뱅이’를 만들어 팔았고 금강휴게소 앞 풍경과 함께 명물로 자리잡았다. ‘도리뱅뱅이’란 피라미를 잡아 배를 따고 내장을 꺼낸 뒤 기름에 튀겨서 만드는 요리다. 기름에 튀긴 뒤 고추장 양념을 발라 손님상에 내는데 기름에 튀겨 고소하고 양념 맛 때문에 약간 매콤하다.  동그란 프라이팬 위에서 도리뱅뱅이가 고소하게 튀겨지는 사이 고향 친구와 나누는 어깨동무 이야기도 구수하게 깊어 간다.
부산식당 043-732-3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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