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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가 거제도 휴가기-캠핑에서 워터파크까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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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캠퍼가 바리바리 장비를 챙겨들고 호기롭게 거제도로 향했다. 딸과 아내도 믿거니 동행했다. 캠핑과 리조트를 결합한 이색 체류여행을 하겠다며 리조트도 잡았다. 캠핑 데뷔전은 가혹했고 이색 체류여행은 나름대로 실험적이었다.


앙증맞은 벽화가 구조라 마을을 돋보이게 한다. 벽화 너머로 캠핑장과 바다, 섬, 산이 풍경화를 그린다

구조라해수욕장을 끼고 캠핑장은 바다와 맞닿았다

갈팡질팡 캠핑, 누가 구조라도…

꼭 필요한 만큼만 챙긴다 했건만 그러잖아도 작달막한 승용차 트렁크가 캠핑 장비로 잔뜩 부풀었다. 초보캠퍼의 욕심 탓에 기신기신 버거워했던 차가 겨우 숨을 돌린 곳은 거제도 남동부의 작은 해변 마을, 구조라 마을이다. 마을 한쪽으로는 구조라해수욕장이 반타원형으로 길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구조라 선착장이 남해에 안겼다. 뒤편 멀리로는 산들이 삐죽삐죽 솟았으니, 배산임수 풍경수려 마을이다. 해변도로 한 굽이를 돌면 거제도의 명물 해변인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에 닿고 좀더 나가면 바닷가 언덕배기 풍차가 ‘거제 해금강’을 응시하는 바람의 언덕이다. 반대 방향도 아름답다. 야트막한 산허리를 넘고 구불구불 해변 길을 좇다 보면 장승포항이며 등대며 줄을 서니 거제도 여행의 베이스캠프로서도 손색이 없다.   

구조라 마을의 마도로스 캠핑장은 해변을 사이에 두고 바다와 맞닿는다. 주인장은 바다사내 냄새가 물씬하다. 그래서 마도로스라고 이름지었나 보다. “밤에는 바람이 심하니 준비 단단히 하라”던 마도로스의 당부를 “바닷바람 심해 봤자 바람이지” 하며 대수로 여기지 않은 것은 첫 캠핑에 나선 초보캠퍼의 건방 또는 무지다. 거제 바닷바람은 초짜가 감당하기에는 버겁고도 버겁다. 캐러밴이며 한강난지캠핑장이며 몸만 따라간 캠핑이며 그동안의 어깨너머 캠핑 경험은 전부 무용지물이다. 이리저리 휘날리는 통에 텐트의 앞뒤조차 가늠하기 힘들고, 겨우 형체를 찾았다 싶으면 여지없이 강풍이 헤집는다. 더운 땀인지 식은 땀인지 온몸이 땀범벅인 채로 한 시간 넘도록 헤매는 초보캠퍼 아빠에게 딸과 아내는 적잖이 당황하고 실망한 듯하다. 급기야 날이 어둑해지자 아내는 근처 민박집 간판을 자꾸만 흘끔거리기까지 한다. 누군가 구조라도 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그럴수록 불끈하는 오기, 기어코 완성하리라! 텐트 고정용 펙peg을 땅에 박을 때의 망치질은 차라리 결연하다. 그것으로 기진맥진, 강풍을 핑계로 타프tarp는 치지 않아도 되니 속으로 다행이다 안도한다.

아주 늦은 캠핑 저녁식사, 부랴부랴 먹는 둥 마는 둥 대강 넘기고 직접 패 온 장작에 가스토치로 불을 지피니 그제야 캠핑 분위기가 감돈다. ‘캠소(캠핑소시지)’를 굽고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기도 잠시, 이번에는 굵은 비다. 비바람 속에서 텐트 안은 아늑하다. 하지만 위태롭다. 거센 바람에 휘청대고 세찬 빗방울에 시끄러운 텐트는 금방이라도 날릴 듯 잠길 듯 아슬아슬하다.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는 불안감, 초보캠퍼만 그리 느낀 것은 아닌가 보다. 따악~. 따악~. 따악~. 아닌 밤중에 홍두깨 소리처럼 망치질 소리가 들린다. 바람에 헐거워진 펙을 다시 박는 소리다. 

30~40분 만에 뚝딱뚝딱 텐트를 짓더니 큼지막한 타프스크린까지 완성해 초보캠퍼를 주눅 들게 했던 얄미운 이웃 텐트 아빠다. 배시시 웃음을 주고받으며 동지애를 느낀 두 아빠의 비바람 속 새벽 망치질이 힘차다. 가족을 위한 세상의 모든 안전가옥은 이렇게 탄생한다고 생색내는 소리 같다.  


1 동네 주민들도 힘을 보태 탄생한 구조라 마을의 벽화골목 2 외도는 섬 전체가 아름다운 정원이다 3 외도에서 바라본 해금강. 바다의 금강이라는 뜻으로 만물의 형상을 연상시키는 만물상과 십자바위 등이 볼거리다 4 오션베이 유수풀은 커다란 파도가 연달아 들이쳐 유수풀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소리가 터진다 5 대명리조트 거제 오션뷰 객실에서 내려다본 풍경  

앙증맞고 예쁘장한 벽화마을

아침산책에 나선다. 비바람이 물러간 구조라 마을은 아담하고 예쁘장하다. 골목길은 정갈하고 벽에는 앙증맞은 그림들이 귀여움을 떤다. 그래서 구조라 벽화마을로도 불린다. 통영 동피랑 마을의 유명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모르고 왔다가 만난 터라 깜짝 선물이 따로 없다. 마을 주민들도 벽화 그리기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 미처 가보지는 못했지만 구조라 마을의 샛바람 소리길도 구조라 마을의 색채를 더한다. 방풍림으로 조성했던 대나무 숲길이라고. 

1km쯤 되는 구조라해수욕장은 구조라를 전국에 알린 마을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부부가 나란히 캠핑의자에 앉아 잔잔한 아침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전야의 호된 기억은 몽중지사처럼 흐릿하다. 비바람 속에서 철수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이냐는 새벽 망치질 동료의 말에 맞장구치니 아내가 하룻밤 사이에 프로가 다 됐다며 어이없어 한다. 다음날 거제도 산방산 편백나무 숲 캠핑장에서는 40여 분 만에 타프까지 완성하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으니 아예 어이없다고만도 할 수 없다. 

바다 속 금강산, 바다 위 정원 

싸돌아다지니 않고 한가로이 머물기 위해 캠핑과 리조트를 택했다지만 초등생 딸의 성화에는 이길 재간이 없다.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어서 거제의 바다와 땅이 머금은 자연미가 빼어날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당시 격전의 현장에서부터 근대의 역사유적까지 선택지가 많아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다. 여러모로 거제巨濟의 ‘거’자가 도드라지는 곳이다. 누가 통영 들른 김에 시간이 나면 거제를 들르라 허튼 소리를 했단 말인가. 마침 구조라 선착장이 지척이다. 장승포항 등 거제 곳곳의 선착장에서 해금강과 외도로 향하는 유람선이 드나들지만 이곳 구조라 선착장이 가장 가깝다. 구조라 선착장에서 외도에 갈 것이라 하니 캠핑장에서 할인권 3장을 쑤욱 내민다. 해금강 주위를 돌고 난 뒤 외도에 내려 1시간 정도 머무는 코스가 인기다. 금강산에 빗대어 바다의 금강으로 불리는 해금강, 보는 각도와 시선에 따라 동물이 됐다가 사람이 됐다가 만물의 형상을 보여준다. 유람선이 십자바위로 불리는 비좁은 해금강 속살로 파고들 때는 아찔하다. 해금강에 이르는 20분의 뱃길에서 멀미 기운이 도져 유람선 외부로 나가 해금강과 대면하지 못한 게 지금도 못내 아쉽다. 매스꺼운 기운은 외도에 상륙하면 말끔히 가신다. 외도는 동도와 서도 두 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는데 동도는 자연 그대로의 동백숲 섬으로 보호받고 있다. 거제도 곳곳에서 출발한 이런저런 이름의 유람선이 쉼 없이 관광객을 부리고 싣는 곳은 서도다.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다. 천연 동백숲 섬을 1960년에 개인이 사들여 무려 30년에 걸쳐 현재의 모습으로 가꿨단다. 탐방로는 생각보다 가팔라 숨이 차지만 야자수, 선인장, 동백나무, 후박나무, 향나무, 대나무며 이국풍의 조각품과 석조, 갖가지 꽃과 식물이 동행하니 무료하지 않다. 정상에 서면 단아하게 꾸민 정원과 쉼터는 물론 해금강과 거제도까지 훤히 펼쳐지는 탁 트인 경관이 땀을 식힌다.

“클 거 구제할 구, 거제는 크게 구해 주는 섬입니다. 나라도 구하고 피로에 찌든 관광객도 구하고 말이죠. 구조라에서도 왠지 구조 받는 느낌 받으셨지요?” 외도에서 구조라로 되돌아오는 10여 분 동안 유람선 선장의 마을 자랑이 끝이 없다.

캠핑과 리조트가 만났을 때 

캠핑과 다른 유형의 숙박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거제 대명리조트에 들어서자마자 딸은 자기 스타일에는 역시 호텔 리조트라며 폴짝폴짝 뜀박질한다. 캠핑 첫날의 아픈 기억도 한몫 했겠지만, 6월에 새로 들어선 현대적 감각의 ‘신상’이니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형님! 제가 가본 대명리조트 중에서 최고예요”라던 사진 찍는 한 후배의 말도 떠오른다. 리조트 시설도 시설이거니와 육지로 오목하게 파고든 부분에 포근하게 안긴 지리적 조건과 리조트가 선사하는 호젓한 경치에 반해서였을 테지. 저 멀리 방파제가 거친 파도를 막아 주니 수면은 잔잔하고, 지세포항 작은 항구마을과 산이 조용히 리조트를 감싸 평화롭다. 객실 베란다에 앉아 한참이나 느린 시간을 누린다. 리조트 앞은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분위기를 옮긴 ‘산토리니 가든’이고, 여기서 해변산책로가 시작되고 끝난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이다. 밤이면 해변산책로 아래 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이들도 꽤 느는데 낚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다.

단언컨대, 아이들에게 워터파크는 최고의 유혹이다. 물놀이 제철을 맞은 거제 대명리조트 오션베이는 언제나 빼곡하다. 오션월드보다는 작지만 이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지라 거가대교를 타고 부산에서도 몰려든다고 한다. 커다란 튜브를 타고 유수풀에 들어가니 엄청난 파도가 연이어 덮쳐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이다. 압권은 부메랑고. 뱅글뱅글 통속을 돌고돌아 내려가다가 끝났다 싶어 안심하는 순간, 허공으로 내동댕이쳐진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가슴은 위에 놔둔 채 몸만 추락하는 스릴이다. 다시 서울까지 먼 길 가야 해 마음 다급한데, 연신 ‘한 번만 더’를 되풀이해대는 통에 애만 탄다.  


오션베이 파도풀 쪽에서 바라본 대명리조트 거제

글·사진  김선주 기자     

▶travie info      

거제도 캠핑 
거제도는 면적이 넓은 만큼 곳곳에 캠핑장이 운영되고 있다. 바닷가는 물론 해발 554m의 옥녀봉 등 꽤 높은 산들도 많아 산중 캠핑장도 이용할 수 있다. 바닷가 캠핑으로는 구조라 마을의 마도로스 캠핑장(cafe.naver.com/matrooscamping)이 인기인데 바람이 거센 편이다. 산중 캠핑장으로는 거제도 산방산의 울창한 편백나무 숲에 안긴 옥동힐링가든 캠핑장(www.힐링가든옥동.kr)을 추천한다. 편백나무 숲이 호젓한 분위기를 선사하며 사이트가 많지 않아 비교적 한적하다. 1박당 3~4만원 수준.  

외도 유람선 
장승포항 등 대여섯 군데 선착장에서 유람선이 해금강과 외도 등을 오간다. 구조라 선착장의 경우 각각 외도, 해금강을 오가는 코스는 성인 기준 1만4,000원, 외도-해금강 코스는 1만6,000원, 외도-해금강-매물도 코스는 2만7,000원. 외도에 내리는 코스의 경우 외도 보타니아 입장료 8,000원(성인)이 추가된다. 구조라유람선 055-681-1188

대명리조트거제 
대명리조트의 12번째 시설로 거제시 일운면 소동리에 6월13일 그랜드 오픈했다. 4만9,176㎡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28층, 516실 규모다. 객실은 모두 오션뷰다. 패밀리형(4인 1실) 105실, 스위트형(5인 1실) 375실, 노블리안(5~8인실) 36실 등이다. 콘도미니엄 3개 동, 부속건물 4개 동으로 구성됐다. 워터파크, 노래방, 게임장, 탁구장, 연회장, 세미나실, 레스토랑, 야외가든, 푸드코트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워터파크 ‘오션베이’는 3,800명을 동시 수용한다. 남녀사우나, 파도풀, 익스트림리버, 부메랑고, 슬라이드 4종, 워터플렉스, 유수풀 등의 어트랙션을 갖췄다. www.daemyungres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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