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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onesia 인도네시아에서 찾아낸 두 개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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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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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를 동쪽에서 서쪽까지 재면 5,120km. 무인도까지 합하면 이곳의 섬은 무려 1만7,500여 개에 이른다. 많고 많은 섬 중에서 자바섬과 술라웨시섬으로 떠났다.


Java Island 자바섬

Bandung반둥
재앙을 축복으로 일군 순다족의 터전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첫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대하듯 반갑게 인사한 현지 가이드는 서둘러 자카르타를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는 수도 자카르타에서 남동쪽으로 약 170km 떨어져 있는 자바Java 섬 서부의 대표 도시, 반둥Bandung이다. 인도네시아 땅에 발붙이기 무섭게 다시 반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그제야 가이드는 “슬라맛 소레Selamat sore, 아빠 까바르Apa Kabar” 주문을 외우듯 나직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두 손을 모으고 고개 숙여 인도네시아 식의 인사를 건넨다. 

몇해 전 꽤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영향이 크다. 인도네시아 하면 대체로 발리를 떠올리게 되는 우리에게 반둥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지역이다. 1602년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인도네시아에 설립된 이후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는 수백년에 걸쳐 휴양지로 개발된 반둥은 ‘자바의 파리’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그들만의 오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문화·관광도시이다. 공항에서 차로 약 3시간 거리의 반둥으로 가는 동안 가이드는 반둥에 대해 부지런히 설명했다. 그리고 호언했다. 반둥을 알고 나면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인도네시아는 지진과 화산활동이 활발한 지형적 특징이 있다. 섬 전역에 400여 개의 화산이 솟아 있는데 그 가운데 활화산이 무려 78개에 달한다. 탕쿠반 페라후Tankuban Perahu 화산은 정상부 분화구까지 자동차로 오를 수 있어 반둥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명소이다. 반둥의 아침, 동남아시아에서도 가장 적도에 가까운 인도네시아인지라 당연히 후텁지근할 거라 단단히 마음먹고 나섰는데 나름의 반전이 있었다. 

반둥은 높은 화산으로 둘러싸인 해발 700m 이상의 고원지대로 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은,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후두둑 소낙비를 만난 해발 1,830m 탕쿠반 페라후 분화구에서는 긴팔 가디건이 없었다면 감기에 걸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서늘했다. 뿌옇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는 활화산을 디디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차에서 내리자 기념품을 파는 현지인들이 몰려든다. 반지, 목걸이, 볼펜 등 대부분 10개 이상의 묶음으로 흥정을 시작한다. 얼마까지 부풀렸나 또는 얼마까지 깎아 주나 보려고 애초에 살 생각이 없는 여행자들도 슬쩍 흥정에 끼어든다. 적게는 절반, 많게는 처음 가격의 1/10까지 떨어지는 시세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그 정도쯤이야 하며 지갑을 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화롯불에 부채질을 해가며 옥수수를 구워내는 아주머니와 손뜨개로 공예품을 짜는 앳된 아가씨, 껍질을 벗겨내면 바틱batik처럼 화려한 갖가지 패턴이 나타나는 나무로 갖가지 목기를 만들어내는 청년 등 분화구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된 기념품 가게 골목을 지나는 동안 유황 냄새는 금방 적응이 됐다. 등산로를 따라 산길을 내려가다 보면 곳곳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천연 온천수가 샘솟는데 적당한 곳에 발을 담그고 온천수로 익힌 달걀을 까 먹거나 유황가루를 이용한 발마사지를 받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분화구에서 산허리로 내려오니 초록 차밭이 드넓게 펼쳐진다. 화산의 분출은 지역민들의 삶에 크나큰 상처를 안기기도 했지만 화산재에 섞인 칼륨과 인 등의 성분은 인도네시아의 토양을 더없이 비옥하게 만들었다. 반둥의 평야에는 1년 3모작이 가능한 쌀농사가 한창이고, 산등성이에는 찻잎이 빼곡하게 자라 푸르른 융단이 일렁인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마음이 한없이 너그러워졌다. 반둥을 중심으로 서부 자바에 터를 잡고 농사일을 하며 살아온 순다족Sundanese에게 화산은 재앙인 동시에 축복인 셈. 

또한 고원지대의 온화하고 쾌적한 기후는 아름답고도 다양한 종의 꽃을 피어나게 했다. 이들 꽃으로 가가호호 아기자기하게 꾸민 정원은 반둥에 또 다른 별칭 ‘꼬따 껨방Kota Kembang’을 선물했다. 현지어로 ‘꽃의 도시’라는 뜻이다. 특히 렘방Lembang 지역은 반둥 시가지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시야 탁 트인 언덕길 양쪽으로 꽃 농장과 정원용품을 사고파는 상점들이 끝없이 이어져 반둥을 더욱 로맨틱한 공기로 감싼다. 

노을 지는 그 언덕길을 내려오며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고, 반둥의 공기를 음미한다. 이러한 환경의 영향인지 300여 종족이 어우러진 인도네시아에서 순다족은 낙천적이고 호방한 기질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풍요로운 순다 문화를 일구었다. 생선, 닭고기, 두부 등 각종 재료를 바나나껍질에 싸서 찌거나 구워서 조리하는 순다 음식을 맛보고 대나무로 화음을 맞추는 타악기 ‘앙클룽Angklung’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는 등 순다족의 전통 문화를 즐기는 것도 반둥 여행의 묘미이다.


1 갖가지 전통 공예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탕쿠반 페라후 화산 분화구의 가장자리를 따라 재밌는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2 노점상들의 끈질긴 구애는 점잖은 중년의 신사들마저 아이들 장난감 같은 ‘반지 쇼케이스’ 앞으로 몰려들게 했다 3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조형미가 돋보이는 인도네시아의 활 공예품

Yogjakarta 요그야카르타
성스러운 땅 위에서 새긴 믿음


반둥역에서 기차를 타고 7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요그야카르타Yogjakarta. 자바섬의 중남부, 반둥에서는 동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도시는 형식적이지만 아직까지 술탄의 지배가 유지되고 있을 만큼 자바 문화의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고도古都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바족은 요그야카르타를 정신적 고향으로 여긴다. 현지에서는 족자카르타Jogjakarta라고 부르는데 파리, 런던, 뉴욕, 도쿄, 서울 등 여타 글로벌 도시처럼 짧고 발음하기 좋게 최근에는 족자Jogja라는 애칭을 일반화하고 있다. 

족자에 도착한 날은 라마단Ramadan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이라는 뜻으로 이슬람력에서 9번째 달을 가리킨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가 코란의 계시를 받은 신성한 달이다. 이 한 달 동안에는 매일매일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음식은 물론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금식을 행하고, 성지 메카나 메디아를 향해 날마다 5번의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민족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어 라마단을 반기는 여행자가 있는 반면, 상점에서 술과 담배 등의 기호식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관공서와 기업들도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덩달아 금욕적이고 다소 불편한 생활을 감수해야 하기에 기피하는 여행자들도 있다. 덕분에 평소 순례자와 여행자가 뒤섞여 늘 북적인다는 보로부두르Borobudur를 한적하게 둘러볼 수 있었으니 나로서는 반색할 일.

보로부두르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미얀마의 바간과 함께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으로 손꼽힌다. 보로부두르는 밀림 속 자연 둔덕을 이용하여 쌓은 10층의 불탑 유적이다. 10층 꼭대기에 있는 돔 모양의 성소 스투파Stupa를 중심으로 기단 위 6층까지는 방형의 테라스 형태로 양쪽 벽면에 석가모니의 일대기와 불교 사상을 담은 1,460개의 부조를 조각하고, 7층부터 9층까지는 스투파와 같은 종 모양의 구조물을 원형으로 배치했다. 해탈을 상징하는 꼭대기의 스투파는 내부가 비어 있는 반면, 격자의 틈으로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나머지 구조물 속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다. 방문자들은 허리에 사롱Starung을 두르고 기단의 동쪽으로 들어가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10층 정상부 스투파에 다다른다. 사원이라 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당과 같은 실내 공간이 없는 구조물이라 엄격히 사원이라 할 수는 없다. 

각 층의 단대 위에 수백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머리가 댕강 잘려 나간 것들이 상당수이다. 보로부두르는 언제, 누구에 의해 건축되었는지에 대해선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지만 8~9세기 샤일렌드라 왕조 시절의 것으로 추정된다. 반복된 지진과 화산 폭발로 오랜 기간 인류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가 1814년 영국인 라플즈가 발견하여 현지 사정에 밝은 네덜란드인 코르넬리우스에게 조사를 의뢰하면서 세상에 그 위용을 다시 드러내게 됐다. 재발견된 당시 불탑의 4층까지 화산재로 덮여 있었다고 하니 불상이 훼손된 데에는 기본적으로 자연재해의 영향이 있지만, 이후 복원하는 과정에서 훼손되고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인식이 부족했던 시절에 이곳 불상을 떼어 태국국왕에게 선물로 주는 등 인위적인 충격도 크다고 한다. 보로부두르는 1973년부터 유네스코의 주도로 체계적인 복원이 진행된 끝에 1984년 오늘날의 모습으로 정비되었다. 

그러나저러나 라마단으로 접어들어 북적였던 도심마저 한산해진, 인구의 90% 이상이 이슬람교인 인도네시아에서 어째 불교 유적인가 싶은가? 어떠한 이유로 개종을 하게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적어도 샤일렌드라 왕조 때에 이 지역에는 불교·힌두교 문화가 번성했다고 한다. 밀림 한가운데 이토록 어마어마한 불탑을 조성한 것은 두 개의 강이 이 일대에서 하나로 합류하기 때문인데, 예부터 자바인들은 두 개 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하늘의 신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가장 성스러운 장소라 여겼다고 한다. 보로부두르에는 불교의 가르침과 함께 뿌리 깊은 자바인의 역사와 정서까지 깊이 새겨져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쉬지 않고 한 바퀴 돌아보는 데만도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스투파 아래 난간에 걸터앉아 밀림 너머 메라피 화산을 바라본다. 긴 탄식 외에 알맞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불자는 아니지만 이런 감정은 종교를 초월하는 것이므로 보로부두르의 불상들처럼 등허리 꼿꼿하게 펴고 한동안 오도카니 침묵한다. 보로부두르와 함께 자바 건축의 정수라 하는 프람바난 힌두사원Prambanan Temple Compounds까지 욕심을 내볼까 하다 이내 멈칫. 내리쬐는 뙤약볕 탓인지, 신의 가호가 깃든 땅의 기운 때문인지 이따금씩 머리가 어질했다. 밀납으로 다양한 기하학 무늬를 그려 천을 염색하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공예 바틱Batik 공방을 둘러보고 갖가지 기념품 상점이 밀집한 족자의 중심가 말리오보로Malioboro거리를 천천히 걷는 것으로 울렁증을 가라앉힌다. 훌륭한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이 주는 스펙터클 속에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긴장된 마음을 스르르 풀어 준다. 

여행 중에 만난 이들에게 동네 자랑 좀 해달라고 몇 번이고 말을 걸었다. 긴긴 부연설명 대신 “culture & people” 단 두 단어로 잘라 말하던 그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여행지가 많은데 반둥과 족자에서는 문득문득 ‘다시 오지 뭐’라고 되뇌고 있었으니. 시간을 쪼개 좀더 많은 명소를 점찍듯 다니는 것보다 그곳의 기운을 오롯이 느끼는 것만으로 고개 끄덕여질 때가 있는 법이다. 조만간 다시 한번 자바 섬 한복판으로 의도된 불시착을 감행할 야심찬 여행자이기에 아쉬움은 남지만 조금은 가뿐한 마음으로 이별을 고할 수 있었다.


1 뽀족한 금속용기 끝으로 흘러나오는 밀납으로 문양을 그린 후 갖가지 염료를 발라 염색하는 인도네시아의 바틱 공예 2 보로부두르의 불상. 자연재해와 문화유산에 대한 무지가 만들어낸 훼손도 오랜 역사의 일부이다 3 정글 속에 살아 숨쉬는 보로부두르의 경이로움은 호들갑스러운 감탄사 대신 깊은 탄식을 내뱉게 한다 4 플라타란 보로부두르 리조트의 장식품


보로부두르는 순례자와 여행자, 그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시간을 선물해 주는 문화유산이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www.garuda-indonesia.co.kr

Sulawesi Island 술라웨시섬

Manado 마나도
종교의 하모니를 이루는 도시 


인도네시아 중앙부에 있는 술라웨시Sulawesi섬은 인도네시아에서 네 번째, 세계에서는 11번째로 큰 섬이다. 섬은 크게 북술라웨시와 중앙, 남동부, 남술라웨시의 네 개 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북술라웨시의 주도인 마나도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자카르타를 거쳐 비행기로 3시간을 더 가야 하는 멀고 먼 곳이다(‘마나’의 현지 의미도 ‘멀다’라는 뜻이란다). 외국에는 세계적인 스쿠버다이빙 스폿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마나도 자체가 섬은 아니다. 지도에서 보면 술라웨시섬은 K자 모양과 비슷한 4개의 반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북쪽 반도 끝에 마나도가 위치해 있다.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는 마나도에서 배를 타고 가면 나오는 다섯 개의 섬으로, 총 40여 곳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다. 

마나도는 우리가 알고 있던 인도네시아와는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마나도는 기독교인이 가장 많은 도시이며, 사람들의 생김새도 말레이·인도네시아 계열보다는 캄보디아, 라오스 쪽과 더 비슷하다. 도시의 주인은 북술라웨시의 원주민인 ‘미나하사’인들. 듣는 말 하나하나가 낯설기만 한 마나도는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자연 경관과 숨은 여행지로 잔잔한 감동을 전해 준다. 어느 지점에서는 숨이 턱 막히는 절경을 펼쳐 보이기도 한다. 에코투어리즘의 정수라 불리는 코스타리카의 열대 자연을 자꾸 떠오르게 했던 마나도. 관광시설은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 순수했던 마나도를 소개한다. 

마나도는 남부에 있는 마카사르와 함께 술라웨시섬에서 가장 큰 도시에 속한다. 16세기 네덜란드의 식민지가 되면서 기독교가 전파된 이후, 도시 주민의 50% 이상이 기독교를 믿고 있다. 이런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해도 도시를 조금만 돌아다녀보면 이곳에 얼마나 많은 교회가 있는지 금세 알게 된다. 도착한 날은 밤이었는데, 여기저기 세워진 빨간 십자가들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거대하리만치 큰 교회의 울타리를 온통 빨간 십자가로 두른 곳도 있었다. 마나도가 예수의 도시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시트라랜드 레지덴셜 에스테이트Citraland residential estate’의 언덕 위에 세워진 50m의 예수상이다. 이 예수상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크다. 언덕 위에서 도시를 향해 날고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자세로는 세계 최초의 예수상으로 꼽힐 것이다. 2010년에 세워진 이후 마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여겨지고 있다.

다른 도시보다 기독교인과 천주교인이 월등히 많긴 하지만, 마나도에는 여전히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도 함께 모여 산다. 도시는 무엇보다 이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조화’를 중요시하게 여긴다. 마나도 시티에서 5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부킷 카시Bukit Kasih에 가면 이러한 조화로움 위에 세워진 다섯 종교의 ‘하모니’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랑의 언덕’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다섯 종교를 한 면씩 표현한 5각형의 기념탑과 다섯 종교를 숭배하는 공간이 한장소에 모여 있다. 기독교 교회, 천주교 교회, 불교사원, 힌두사원, 이슬람사원이 2,000개의 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사랑의 언덕’ 꼭대기에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이곳은 원래 미나하사족과 토아족Toar, 루미무트Lumimuut족이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지역이다. 그래서 이곳에 내리면 직접 쇠를 깎아 만든 천주교 묵주 팔찌와 목걸이, 여러가지 액세서리를 파는 미나하사족들을 만날 수 있다. 

마나도에서 부킷 카시는 유일하게 관광객을 상대하는 곳처럼 보였다. 다른 동남아 여행지처럼 관광객들이 도착하면 우루루 몰려와 자신의 것을 팔려고 애를 쓰는데, 마나도에서는 이마저도 꽤 낯선 풍경이다. ‘사랑의 언덕’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처음 이곳에 내렸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는 약간 세기말적(?)이다. 산 곳곳에서 유황가스가 새어 나오고, 유황 온천물이 새하얀 연기를 뿜으며 흐르는 화산 지역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유황에 닿아 다리와 계단, 건물 곳곳은 녹슨 것처럼 주황색으로 변해 있고, 원주민들은 온천물에 삶은 계란과 옥수수를 판다. 날이 워낙 더운 지역이라 온천욕을 하는 곳은 없고, 건물마다 족욕을 하는 시설을 만들어 두었다. 옥수수와 마나도의 전통 간식들은 무척 달달하니 맛있었다. 


1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마나도의 예수상 2 부킷 카시의 언덕으로 오르는 길 3 부킷 카시에서 관광객에게 쇠를 깎아 만든 액세서리를 팔고 있는 미나하사인들

부나켄 섬으로 떠나는 다이빙 투어 

마나도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스쿠버다이빙이다. 마나도 베이에서 서쪽으로 다섯 개의 큰 섬이 위치해 있는데, 이중 부나켄Bunaken과 마나도투아manado Tua가 다이빙 스폿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마나도 베이에서 부나켄까지는 스피드보트로 30분. 마나도시티에 숙소를 잡고 하루는 부나켄으로 하루는 마나도투아로 하루는 실라덴 등으로 스쿠버다이빙 투어를 갔다왔다 하는 일정이 일반적이다. 섬 안에는 이렇다 할 리조트가 거의 없고, 있어도 시설이 열악한 편이라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마나도시티에 머문다. 

다섯 개의 섬 중에는 부나켄 국립 해양공원이 가장 유명하다. 세계적인 다이빙 스폿으로 꼽히는 곳도 이 섬이다. 인도양-태평양 서부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의 70%가 이곳에 있으며 아름다운 산호초 군락지가 펼쳐져 있어 생태학적으로도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예쁜 물고기 니모가 있는 곳이라 더욱 인기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부나켄섬으로 가는 길에는 반듯한 삼각형의 마나도투아가 먼저 여행객을 맞는다. 그 풍광을 감상하며 다이빙 포인트가 가장 많은 부나켄섬 부근으로 간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이 없다면 스노클링에 만족해야겠지만, 일정이 넉넉한 여행자라면 하루 정도의 다이빙 교육을 받은 후 오픈워터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 대신 하는 스노클링이 뭐 그리 대단하겠어 싶은 마음이 처음엔 있었지만, 부나켄 바다 속의 모습은 기대 이상으로 멋있었다. 솔직히 지금껏 해본 스노클링 중 최고였다. 바다 위의 세상보다 바다 속 세상이 더 아름다운 곳이라는 인솔자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인솔자는 바다 속 암초Reef 를 따라가며 스노클링을 하면 된다고 알려줬는데, 새파란 불가사리와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을 따라다니다 갑자기 시커먼 낭떠러지 절벽이 나타나 깜짝 놀랐다. 암초 끝에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칠흙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 까만 바다는 너무나 조용하고 깊어서 두려웠다. 하지만 동시에 과연 저 깊은 곳에 무엇이 있을지 몹시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아마 다이버들도 끝없이 내려가고 싶은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심연으로 들어간 영화 <그랑블루>의 주인공들처럼. 전문 다이버들은 부나켄섬과 마나도 베이와 면하여 있는 다이빙 지역을 비롯, 동쪽의 렘베 해협과 상히에섬의 백여 개 지역에서 다이빙 파라다이스를 즐길 수 있다. 특히 고속페리로도 6시간이 걸리는 상히에섬에서는 바다 속 화산을 경험할 수 있다. 그 화산은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해저 활화산이라니, 말만 들어도 신비로울 뿐이다.

미나하사 하이랜드 투어를 떠나다 

마나도는 아직 스쿠버다이버들 외에는 일반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 아니고, 제대로 된 여행 정보도 쉽게 찾을 수가 없어 좀 막막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는 마나도 내의 현지 여행사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한 방법인데, 여러가지 투어 중 가장 인기있는 것이 바로 ‘미나하사 하이랜드 투어Minahasa Highland Tour’다. 미나하사인들의 전통과 생활방식을 경험할 수 있는 투어로 마나도시티를 출발, 울로안Woloan과 토모혼Tomohon 도시를 거쳐 다시 마나도로 돌아오는 하루 일정의 투어다. 울로안 마을에 도착하면 미나하사인들이 전통 방식으로 지은 가옥들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집들은 판매하는 것으로, 울로안 마을은 이 전통 가옥을 만드는 마을로 유명하다. 

톤다노Tondano 호수에 있는 라우어Lour레스토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는 깜짝 놀랄 만한 경치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인들이 즐겨먹는 이곳의 생선 요리와 삼발 소스도 마나도에서 먹어 본 음식 중 최고였지만, 그 미각을 한껏 돋워준 것은 바로 레스토랑 뒤쪽으로 펼쳐진 톤다노 호수의 절경. 흐린 날씨의 드라마틱한 구름이 호수 위에 그대로 유영하면서 마나도 최고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거칠고 메숲진 산비탈을 올라 도착한 토모혼 도시에서는 호수의 색이 시시각각 변하는 리노Linow 호수도 거닐었다. 옥색의 탁한, 물 속을 잘 볼 수 없는 이 호수는 전체가 미지근한 온천수라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하루에도 서너번씩 물의 색이 변하는 이곳은 미나하사인들의 영혼이 머무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토모혼 도시는 곳곳에 항상 꽃이 만발해 있어 ‘꽃의 도시’라 불리는 동시에 북술라웨시의 유일한 활화산인 로콘Lokon이 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로콘 산이 바로 앞산처럼 내다보이는 가드니아 리조트Gardenia Resort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열대의 꽃들과 울창한 밀림이 우거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불현듯 코스타리카의 아레날 화산지역으로 떠났던 여행이 떠올랐다. 솔직히 이번 여행에 동행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지역의 열악한 관광 시설과 환경에 실망하고 있었다. 이곳은 쿠션감이 좋은 킹 베드와 잘 차려진 조식, 럭셔리한 라운지와 볼거리 가득한 관광지를 원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이곳의 자연은 소박하고 도시는 빈약하다. 외국 관광객조차 거의 없어 다니는 곳마다 빤히 쳐다보는 현지인들의 눈총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선하고 웃음은 착하다. 아직 관광지로 때묻지 않은 이곳에서 사람들의 웃음에 미소 짓고, 온화한 호수 앞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일은 개인적으로는 실망보다는 감사할 일이었다. 마나도가 많은 여행객들에게 두루 인기있는 관광지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이 순수한 자연과 바다가 지속되는 한, 다이버들과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들은 계속해서 이곳을 찾아올 것이다.


1 배에서 바라본 마나도 투아 섬 2 가드니아 리조트의 아름다운 꽃들 3 온천수로 되어 있는 리노 호수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동미 
취재협조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 02-783-5675,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www.garuda-indonesia.co.kr


▶travie info 
추천 레스토랑
레스토랑 라우어 캠프 Restaurant Lour Camp

마나도에는 유독 아름다운 호수가 많다. 그중에서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톤다노 호수. 그 호수를 바라보며 인도네시아식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라우어 캠프이다. 톤다노 호수 위에 수상 가옥처럼 지어진 라우어 캠프는 레스토랑 자체는 별로 특별할 게 없다. 캠프라는 이름처럼 나무로 뚝딱뚝딱 지은 느낌이랄까? 레스토랑 주변으로는 고기를 키우는 어장과 초록색 연꽃잎들이 호수를 덮고 있다. 호수 위로 투영된 주변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이곳에서 먹은 구운 생선요리는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생선구이보다 맛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생선의 속살은 부드럽다 못해 살살 녹는다. 삼발소스에 찍어 먹다 보면 한 그릇 뚝딱이다. 계산은 현금 지불만 가능하다.
위치 Jl. Paleloan in Tondano Selatan Sub-district, Tondano  비용 Rp 3만5,000부터 
문의 +62-431-3300805


추천리조트 Indonesia                  

Bandung반둥 여유로운 반둥의 자연 속 리조트
사리 아뜨르 호텔 & 리조트Sari Ater Hotel & Resort
사리 아뜨르는 방갈로 타입의 객실에 머물며 계곡을 타고 흐르는 40℃ 이상의 천연 온천을 즐기고 제주올레를 걷듯 차밭을 거닐며 반둥의 자연을 마음껏 체감할 수 있는 리조트다. 골프, 승마, 캠핑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어 자카르타 등 주변 도시는 물론 이웃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의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주말 여행지이다.
위치 Jl. Raya Ciater Subang 41281, West Java
비용 방갈로 타입 1박 Rp90만부터, 주말(2박) 4인 가족 패키지 USD836부터
문의 +62-260-471700(4717800) www.sariater-hotel.com
자둘 빌리지 리조트 & 스파Jadul Village Resort & Spa 자둘 빌리지는 자바 지역의 전통 양식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21개의 빌라가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는 스파 리조트다. 아름다운 열대 정원으로 가꾼 이곳 리조트에서는 천천히 산책하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을 만끽하고자 하는 연인들에게는 최고의 웨딩 & 허니문 스폿으로 더욱 인기가 있다.
위치 Jl. Terusan Sersan Bajuri 45 Cihideung, Bandung
비용 조글로Joglo 타입 객실 1박 Rp225만부터, 스파 1인 Rp35만부터
문의 +62-22-2785544(2785655)

Yogjakarta요그야카르타 족자에서 가장 황홀한 하루를
플라타란 보로부두르 리조트 & 스파
PLataran Borobudur Resort & Spa
연꽃을 재료로 하는 플라타란의 파드마 스파는 우리의 심신을 더욱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려 준다. 소박한 오두막 객실은 조용히 머물며 사색하기에 좋고, 자바 전통 건축양식과 현대적 디자인 감각이 조화를 이룬 풀빌라는 객실에서 메라피 화산과 보로부두르 불탑 뒤로 해가 뜨고 지는 장관을 만끽할 수 있어 더없이 환상적이다. 
위치 Dusun Tanjungan, Borobudur, Magelang, Central Java 56553
비용 오두막 1박 Rp200만부터, 풀빌라 1박 Rp350만부터, 파드마 스파 Rp30만부터
문의 +62-293-788-888  www.plataranborobudur.com

Manade 마나도 평화로운 바다를 즐기는 방법
타식 리아 리조트 스파 & 다이빙
Tasik Ria Resort Spa & Diving
마나도의 삼라투랑가 국제공항에서 차로 50분 정도 가야 나오는 타식 리조트는 바다를 끼고 있는 해변 리조트다. 마나도시티에서도 좀 떨어져 있어 위치는 애매하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수영장 쪽을 바라보고 있는 풀 뷰Pool View와 해변가에 단독채로 지어진 씨 뷰 코티지Sea View Cottages객실로 총 34개를 갖추고 있으며 리조트 주변은 모두 야자수로 둘러싸여 있다. 타식 리아 리조트의 강점은 전문 다이빙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인데, 마나도섬 주변의 다이빙 스폿으로 반일투어, 일일투어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이버들에게 인기가 있는 부나켄섬 다이빙 투어는 물론 렘베지역, 더 먼 지역으로의 전문 다이빙 투어를 진행한다. 마나도와 렘베 다이빙 투어 비용은 USD429부터. 호텔로 돌아와 즐길 수 있는 마타나 스파Matana Spa도 매력 있다.
위치 Ji Raya Trans Sulawesi Tasik Ria, Manado 95351
비용 Poolview Room USD135(더블룸), Seaview Cottage USD 160(더블룸)
문의 +62-431-824445 www.tasikria.com  

가드니아 컨트리 인Gardenia Country Inn
해발 800m에 위치한 가드니아 컨트리 인에서는 북술라웨시의 유일한 활화산 로콘이 앞산처럼 내다보인다. 열대의 꽃과 원시의 화산이 하얀 연기를 뿜는 광경을 야외 레스토랑에 앉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묵을 이유는 충분하다. 목재로 지어진 객실은 8개의 단독채 방갈로와 3개의 샬레 룸, 한 개의 패밀리 룸으로 구성돼 있다. 마나도인들이 즐겨먹는 코코넛 케이크 ‘온데온데’를 먹으며 이곳으로의 잠적을 꿈꾼다.
위치 Kakaskasen II Tomohon, North Sulawesi
비용 방갈로 USD108, Chalet USD88, 패밀리 방갈로 USD160
문의 +62-431-351282 www.gardeniacountryinn.com

Tip 마나도 가는 방법
한국에서 자카르타까지는 6시간, 자카르타에서 마나도 국제공항인 삼라투랑기Sam Ratulangi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자카르타에서 마나도 편 비행기는 매일 2회 운항한다.

가루다인도네시아 기내입국서비스Immigration On Board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인도네시아 법무부와 협력하여 세계 최초로 기내에서 입국심사를 진행하는 기내입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입국 심사관이 기내에 동승하여 착륙 전 사전 입국 심사를 완료하여 비행기가 인도네시아 도착한 이후 보다 가뿐하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기내입국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출발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한 다음 도착비자 서비스 카운터에서 비자대금USD25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영수증을 수령해야 한다. 이륙 후 승무원이 지급하는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여 착륙 전 법무부 직원이 입국심사를 진행할 때 여권과 비자대금 영수증, 출입국 카드를 제시하면 2분여 만에 입국심사가 완료된다. 이때 반드시 Immigration Clearance Card수속 완료 카드를 받아야 한다. 절차 완료를 증명하는 것으로  도착 후 입국심사장에서 이 카드를 제출해야 모든 입국 절차가 마무리된다.

운항정보
인천→자카르타  매일 10:35 출발, 15:45 도착, GA 879
자카르타→인천  매일 23:30 출발, 08:30 도착, GA 878
인천→발리  월·화·목·금·일 11:05 출발, 17:00 도착, GA 871
발리→인천  월·화·목·금·일 00:20 출발, 08:25 도착, GA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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