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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대체휴일 도입에 임하는 각오

  • Editor. 김기남
  • 입력 2013.10.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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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잘 보내셨나요? 제 주변에는 장장 9일의 황금 같은 연휴를 만끽한 분들도 종종 계시더군요. 모처럼의 연휴 기간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추석을 앞두고 마감이 한창이던 어느 날 불쑥 융프라우에서 보내 온 2014년 달력이 도착했습니다. 해가 바뀌려면 100일은 더 남아 있으니 최근에 받은 달력 중 가장 이른 달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하튼 그 달력을 받은 다음 날, 어린이날도 대체휴일제에 포함될 것이라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부터 설과 추석이 일요일이나 공휴일과 겹치면 가장 빠른 평일에 하루를 쉬고 어린이날은 토요일과 겹쳐도 하루를 쉬게 된다고 합니다.

뉴스를 듣자 현실감이 떨어져 한 쪽에 미뤄둔 내년 달력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습니다. 내년의 경우 설과 어린이날은 해당사항이 없고 추석 전날이 일요일과 겹쳐서 4일에 그칠 뻔했던 연휴가 5일로 늘어나네요. 이번 조치로 연평균 1.1일 정도 휴일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하루의 휴일보다 대체휴일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은 참 놀라운 변화입니다.

15년 전만 해도 외국계 회사는 연봉도 연봉이지만 무엇보다 토요일에 쉰다는 점만으로도 한없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토요일 근무는 엄청난 배짱이 아니면 감히 입에 올리기 어려운 시절이 됐습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나 때는 말이야” 하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을 우려먹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사람은 참 놀라울 정도의 적응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적응력은 안타깝게도 종종 망각과 무감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하자던 뜨거웠던 사랑의 맹세는 반복되는 일상에 미운 정으로 숙성되고, 꿈꾸던 직장에 입사한 새내기의 패기와 열정도 조직이 안겨준 뱃살처럼 서서히 뭉뚝해지기 마련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5일 근무가 시작됐을 때 토요일은 커다란 선물이었고 주말은 애타게 기다리던 재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주말은 때가 되면 밥을 먹듯 당연하게 찾아오는 52번의 그렇고 그런 반복이 돼 버렸습니다. 애틋함이 사라졌으니 소중함도, 특별한 기대도 없어졌습니다. 어영부영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뒹굴뒹굴 방바닥만 헤매다 <개그콘서트>의 끝남과 동시에 지는 주말을 아쉬워하곤 합니다.
 
찬찬히 내년 달력을 들여다볼수록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대체휴일제 덕에 늘어난 1.1일도 머지않아 당연한 보너스로, 잡아 놓은 물고기로 여기겠구나 생각하니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휴일이 늘어나면 그만큼 즐겁고 삶의 질도 높아져야 하는데 ‘기쁨도 잠시’ 하고는 끝난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앞으로 휴일은 점점 늘어날 텐 데 귀한 손님을 이렇게 덤덤하게 맞이하자니 억울합니다. 휴일을 조금 더 소중히 여겨 봐야겠습니다. 처음 연애할 때 미리 일정도 세우고 이벤트도 준비하며 느꼈던 설렘을 다시 느껴야겠습니다. 당장 10월 달력만 봐도 빨간 공휴일이 2주 연속 반짝이고 있네요. 시체놀이도 좋지만 그도 한두 번이면 족합니다. 어영부영 보내는 허무한 휴식이 아니라 야무지게 후회 없이 놀아야겠습니다.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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