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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끝발원정대 여행기] 뉴브런즈윅 개척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3.11.13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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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의 숙명이란 그런 것이다. 낯선 땅에 가서 ‘처음’이라는 깃발을 꽂고 돌아와서 이야기를 방방곡곡 퍼뜨리는 것이다. 식블로거 박준엽씨가 깃발을 꽂은 곳은 캐나다 동부의 뉴브런즈윅New Brunswick이었다. 티비티와 미식여행을 고루 버무렸다.

세계 최대의 조수차를 자랑하는 호프웰 록스Hopewell Rocks의 카약투어. 이 카약투어 체험을 위해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뉴브런즈윅을 찾는다


박준엽 대원의 뉴브런즈윅 여행 따라잡기


뉴브런즈윅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rince Edward Island주, 노바스코샤Nova Scotia주와 함께 캐나다 동부 해안을 구성하고 있는 지역이다. 나머지 두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지배를 번갈아 받아 양국의 전통이 공존하고 있고 불어와 영어 모두를 공식 언어로 채택한 유일한 주이기도 하다. 남동쪽으로는 펀디만Bay of Fundy을, 북서쪽으로는 퀘벡Quebec주를 접하고 있어 해양 문화와 내륙 문화가 혼재된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Route 세인트존Saint John(세인트존 시티 마켓)을 출발해→세인트앤드루스 바이 더 시Saint Andrews by-the-sea(고래관광)→프레데릭턴Fredericton→쉐디악Shediac(로브스터 투어)→호프웰 록스Hopewell Rocks(카약 체험)→세인트존 귀환의 경로였으니 4일 동안 뉴브런즈윅주의 중남부권을 시계반대방향으로 돈 셈이다. 이 글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도시별 식당과 숙박 정보는 블로그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solengo.blog.me


 미식블로거 박준엽
·자기소개를 해달라. 현재 공익법무관으로 일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해 법률상담과 법교육 등의 법률 조력 업무를 하고 있다.
·먹는 것을 원래 좋아하나? 학교에서 공부할 때 힘이 들면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어느날 문득 ‘기왕 먹을 거면 맛있는 걸 찾아 먹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데 많은 투자를 하게 됐다.
·첫 맛여행지는 어디?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한 달 정도 일본 사케 양조장으로 여행을 갔는데, 그 이후 일본 음식문화에 깊이 빠져 시간이 날 때마다 일본에 먹으러 갔다. 스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일본 음식 체험을 기록해 두기 위한 개인적인 목적으로 블로그(solengo.blog.me)를 시작했지만, 포스팅 수가 쌓여 가면서 이웃 수도 점점 늘어나 좀더 공을 들여 블로그를 운영하게 됐다. 이제는 블로그가 가장 큰 취미생활이다.
·미식블로거가 돼서 좋은 점이 있는가?  다른 블로그 이웃들을 통해 기존에 잘 알지 못했던 음식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내용도 처음에는 한식과 일식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프렌치, 이탈리언, 아메리칸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먹을수록 느끼는 것은 세상에 먹어 봐야 할 음식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캐나다 끝발원정대에 지원했던 이유는? 국내외에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을 종합해 보면 장르를 불문하고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재료’였다. 날것으로 먹든 열을 가해 먹든 재료가 좋으면 결국 그 진가가 드러나게 되더라. 캐나다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캐나다의 음식에 대해 큰 기대를 가졌던 이유는 재료의 가치를 중시하는 로컬 푸드 문화가 강한 곳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동부 캐나다는 동네 빵집부터 큰 재래시장까지 먹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위부터) 사슴고기 파니니, 신선한 야생 산딸기, 화덕에 구워내는 베이글, 수십 종류의 수제 소시지

 


 

미식가의 보물창고
세인트존 시티 마켓Saint John City Market


세인트존은 뉴브런즈윅에서 가장 큰 도시다. 그러나 인구 10만명이 안 되니 상대적인 대도시일 뿐. 1876년에 건립되어 현재 캐나다 국립사적지로 선정되어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 안에 자리잡은 시티 마켓은 원래 거리에 줄지어 있던 파머스 마켓을 건물 안으로 들여 놓은 것이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 올리브오일, 파이, 고기 등 필수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고 시기를 잘 맞춰 가면 어린 아이만한 대형 호박도 볼 수 있다. 청양고추보다 30배가 넘게 맵다는 하베네로 고추Habenero Pepper도 진귀한 먹거리. 기네스북에서 1, 2위를 다툰다고 했다. 세인트존 시티 마켓의 진짜 명물은 덜스Dulse다. 인근 펀디만에서 나는 자주빛 해초류인데, 6~9월 사이에 수확하여 볕에 잘 말린 후 종이 봉지에 담아 판매한다. 살짝 맛을 보니 고소하고 짭짤해서 과자 대용으로 먹기 좋았다. 또 다른 특산물은 뉴브런즈윅 서식스Sussex의 다양한 치즈다. 그리고 캐나다 식재료로 빼놓을 수 없는 로브스터Lobster도 판매한다. 수프로 간단하게 요기하기 좋은 ‘슬로컴 앤 페리스Slocum & Ferris’는 1895년부터 대를 이어 영업해 온 유서 깊은 가게다.
세인트존 시티 마켓Saint John City Market | 주소 47 Charlotte Street  문의 506-658-2820 www.sjcitymarket.ca  영업시간 오전 7시30분~오후 6시(토요일 오후 5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 휴무)

 


고래가 있는 바다 풍경
조디악 고래투어 Zodiac Whale Watching Tour


여름에 특히 인기가 높은 휴양도시 세인트앤드루스 바이 더 시Saint Andrews by-the-sea가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같은 이름의 도시 세인트앤드루스Saint Andrews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펀디만을 배경으로 한 이 도시는 고래투어가 특히 유명한데 그중 조디악Zodiac이라는 작은 고무보트를 이용하는 투어에 참가했다. 그린피스 회원들이 작은 고무배를 타고 큰 배 밑으로 접근해 낙서하고 나오는 모습을 뉴스에서 종종 보는데 이 배가 바로 조디악이다. 작은 배라고 만만히 볼 수 없는 이유는 시속 60km의 속도로 바다를 질주하기 때문. 그 정도로 속도를 밟지 않으면 고무보트가 파도에 심하게 튕겨서 더 어지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펀디만에는 고래가 좋아하는 먹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밍크고래Minke, 긴수염고래Finback, 혹등고래Humpback 등 다양한 고래들이 살고 있다. 그중에서 긴수염 고래와 밍크 고래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수면 위로 하나둘씩 떨어지는 갈매기들의 군무를 구경하는 것은 또 하나의 덤이었다.


고래 관찰뿐 아니라 바다 풍광을 즐기기에도 좋았던 조디악 고래투어. 날이 좀 추워지면 물개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관광객이 많았지만 어른들에게도 충분할 만큼의 속도감이 있었다. 액티브한 체험을 원하는 사람은 작은 고무보트인 조디악을 타는 회사(www.fundytiderunners.com)를 이용하면 되고, 여유롭고 편안한 투어를 선호하는 사람은 크루즈를 타는 회사(www.quoddylinkmarine.com)를 이용하면 된다.
펀디 타이드 러너스Fundy Tide Runners | 주소 16 King St. Saint Andrews, NB  문의 506-529-4481  요금 2시간 투어 기준 성인 $60, 아동(12세 이하) $40, 예약 필수

 

" 어획량의 제한이 없던 시절에 로브스터는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도 애용되어서,
가끔 로브스터만 싸온 아이는
“데이비드 오늘 또 로브스터 싸왔대!”라는 식으로 
놀림을 받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조수차를 자랑하는 호프웰 록스Hopewell Rocks의 카약투어. 이 카약투어 체험을 위해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뉴브런즈윅을 찾는다

 

카약으로 정복한 지상 최대의 조수간만
호프웰 록스Hopewell Rocks


쉐디악Shediac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를 달리니 세계에서 가장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는 주립공원 호프웰 록스Hopewell Rocks(www.thehopewellrocks.ca)가 나왔다. 방문했을 때는 아직 물이 차지 않아 광활한 갯벌이 드러난 상태였다. 그 활발한 조수차이 때문에 기이한 형태로 침식된 괴암들과 그 괴암을 덮고 있는 특이한 해초류들이 이곳의 볼거리. 엄청난 양의 물이 드나들기에 물색은 거의 흙색이었는데 광합성을 위해 공기주머니가 달린 형태로 진화한 해초류들이 물 위를 떠다녔다. 바위는 그 모양에 따라 여러 별명이 있는데, 턱이 나온 사람을 닮았다고 해서 제이 레노Jay Leno라는 애칭이 붙은 바위가 특히 인기 있었다. 공원 안에는 카약투어를 할 수 있는 곳(www.baymountadventures.com)도 있는데 7~8월에만 잠깐 운영하기 때문에 인기가 무척 좋고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간단히 노 젓는 법을 배운 뒤 카약에 올라타면 된다. 이 지역은 샌드파이퍼Sandpiper라는 이름의 철새가 남아메리카로 이동하기 전 딱 한 번 먹이 보충을 위해 쉬어 가는 곳이라 엄청나게 많은 새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카약에 탑승. 불과 2~3시간 만에 물이 차올라 더 이상 걸어 다닐 수 없게 된 바위 사이를 지나다니는 스릴이 색달랐다.
베이마운트 어드벤처Baymount Adventure 카약 투어 | 기간 7~8월만 운영  요금 어른 $59, 아이 $49, 세금 별도)  홈페이지 www.baymountadventures.com


박준엽 대원의 Choice


맥로브스터McLobster in Shediac
| 캐나다의 로브스터 산지라고 하면 노바스코샤Nova Scotia주가 유명하지만, 이곳 쉐디악도 로브스터로 유명하다. 대형 로브스터 조각상Shediac’s Giant Lobster Statue이 지역의 상징일 정도다. 고속도로 입구의 맥도날드에 무선인터넷을 쓰기 위해 들렀다가 만난 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맥로브스터McLobster. 로브스터 시즌에 캐나다 동부 쪽에 위치한 맥도날드에서만 판매하는 특별메뉴다. 100% 대서양 로브스터를 사용했다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로브스터가 더 실하게 들어가 있었다. 맛보다는 재미를 위해 경험해 볼 만한 메뉴. 세트메뉴 가격은 $9 정도.

빌리스 시푸드Billy’s Seafood Company | 세인트존 시티 마켓 초입에 있는 곳으로 해산물 가게와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다. 이곳은 차우더 수프와 로브스터로 속을 채운 생선Lobster-stuffed haddock이 유명하다. 로브스터 롤의 맛도 만족스러웠지만 딕비 가리비Digby Scallop의 맛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딕비는 세인트존에서 페리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노바스코샤의 항구도시인데, 매년 가리비 축제가 열릴 정도로 신선한 가리비 산지로 유명하다. 달콤한 첫맛 뒤로 구수하고 진한 가리비 고유의 풍미가 길게 퍼졌던 딕비 가리비는 일정을 변경해 딕비로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맛이었다.

 


 

로브스터에 대한 모든 것
쉐디악 로브스터 베이 크루즈 Shediac Lobster Bay Cruises  

 

로브스터가 유명한 쉐디악에는 쉐디악 베이 크루즈Shediac Bay Cruises라는 회사가 진행하는 로브스터 투어가 있다. 30여 년간 로브스터 어부로 활동했던 사장님이 만든 투어라 로브스터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바다 속에 설치된 덫에서 살아있는 로브스터를 꺼내 직접 만져 보면서 이 지역의 로브스터 어획 역사와 로브스터의 일생, 암수구별법 등을 흥미롭게 들었다. 요즘이야 로브스터 어획이 여름철에만 가능하고 1인당 설치 가능한 덫의 숫자도 250개 정도로 제한되어 있지만 수십년 전에는 작은 상자 크기의 덫에 20~30마리씩 매일 잡혀 올라왔다고 했다.


배 안에서 막 삶아낸 로브스터 시식에 앞서 가이드가 맨손으로 로브스터를 깔끔하게 해체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보다 의외로 쉬웠다. 조리된 로브스터는 육즙 손실을 막기 위해 반드시 뒤집어 놓아야 한다. 뉴브런즈윅의 정통 아카디언Acadian 조리법대로 소금물에 삶아낸 로브스터는 달고 고소한 로브스터 본연의 맛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로브스터 조리법의 핵심은 삶는 시간과 빠른 냉각이었다.


로브스터 크루즈는 설명이 많은 투어라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효과가 높지만 설명은 영어와 불어로만 진행된다. 투어가 부담스럽다면 그 옆에 있는 캡틴 댄즈Captain Dan’s(www.captaindans.ca)라는 캐주얼 식당에서 바다를 보며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투어는 5월부터 10월 사이에만, 하루에 3~4회 정도 진행된다.
쉐디악 베이 크루즈Shediac Bay Cruises | 주소 60 Pointe-du-Chene, Wharf Road, Shediac, NB  문의 506-894-2002 www.lobstertales.ca/Index_en.html  요금(식사와 세금 포함) 성인 $68, 아동(12세 이하) $46, 4인 가족(성인 2인, 아동 2인) $198  찾아가기 구글 맵을 이용해서 자동차로 이동할 생각이면 Shediac Bay Cruises 말고 Pointe-du-Chene으로 검색할 것.

 


박준엽 대원이 말하는
Taste of CANADA, Taste of New Brunswick

세계에서 손꼽히는 다민족국가인 캐나다는 음식문화 역시, 다양한 문화권의 융합으로 볼 수 있다. 전 캐나다 총리 조 클락Joe Clark은 캐나다의 음식문화를 두고, “캐나다의 음식은 여러 음식들의 조합이다. 스튜 냄비가 아니라 뷔페식 식사다Canada has a cuisine of cuisines. Not a stew pot, but a smorgasbord”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캐나다에 진정한 전통음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말일 수도 있으나, 다양한 음식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독특한 꼴라쥬Collage를 만들어낸 캐나다 요리의 유연성을 반증하는 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캐나다 음식의 다문화성은 다양한 민족이 전쟁을 일으키며 세력다툼을 한 캐나다의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다. 프랑스와 영국의 오랜 전쟁터였던 캐나다 동부 뉴브런즈윅주의 음식 문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뉴브런즈윅 북부에 거주하는 프랑스 이주민들의 후예, 아카디안Acadian들은 프랑스 전통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무척 강하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대표적 전통 음식인 래피 파이Rappie Pie(감자 전분을 이용해 만든 고기 파이)에서 프랑스의 영향을 찾아보긴 힘들다. 오히려 감자 요리가 발달한 영국 식문화의 영향이 느껴지며, 영국 음식인 쉐퍼즈 파이Shepherd’s Pie의 변형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와 반대로 서식스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치즈 문화에서는 프랑스의 전통이 강하게 느껴진다. 영국의 경우 사실상 체다 치즈로 획일화된 치즈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편적 시각에서 획일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뉴브런즈윅의 음식들은 한국에서 온 낯선 여행자에게도 단순한 한 끼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캐나다의 음식은 여러 음식들의 조합이다.
스튜 냄비가 아니라 뷔페식 식사다"

맛집으로 소문난 케이프 인레이지 레스토랑과 로컬 푸드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셰프, 제레미 윌버Jeremy Wilbur

 

★뉴브런즈윅 셰프들의 로컬푸드 예찬
 

이유요? 맛있으니까요!
크리스 어니Chris Aerni
Rossmount Inn & Restaurant

그는 로컬푸드 신봉자였다. 재료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했고, 그걸 가지고 안정감 있게 창의성을 발휘하는 스킬도 돋보였다. 모든 해산물은 바로 앞 펀디만에서 잡힌 것만 사용하고,  웬만한 야채와 허브는 레스토랑 바로 뒤에 있는 텃밭에서 직접 관리하여 재배한다. 다른 곳에서 사오는 재료 역시 모두 차로 10~20분 거리의 로컬 생산자들로부터만 공급받는다. 그에게 로컬푸드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그게 더 맛있기 때문!”이라는 단순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생산지에서 식탁까지의 거리를 줄이는 게 그의 가장 큰 관심사. 그 거리를 줄이면 줄일수록 더 맛있는 상태의 식재료를 채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생산자와 셰프는 동업 관계
제레미 윌버Jeremy Wilbur
Cape House Restaurant

케이프 하우스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인 제레미는 원래 간단한 샌드위치나 커피만 팔던 이곳을 아주 훌륭한 지역 맛집으로 탈바꿈시켰다. 제레미는 레스토랑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작은 동네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 요리학교 졸업 후 호주, 미국, 태국 등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기본기를 쌓았다. 몇해 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의 요리 철학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 이를 위해 그는 고향의 재료를 선택했다. 해산물, 고기, 야채, 치즈, 와인, 커피 등 식재료 일체를 지척에 있는 로컬 생산자들로부터 제공받는데, 말하자면 재료 공급자들이 모두 이웃주민인 셈이다. “생산자와 셰프는 동업관계다”라고 말하는 그는 신뢰관계를 기초로 확보한 최고의 로컬 재료들을 과하지 않은 조리법으로 호쾌하게 요리해냈다.

 

로컬푸드라는 정공법
로스마운트 인 & 레스토랑 Rossmount Inn & Restaurant

세인트앤드루스에 오면 꼭 들러봐야 할 레스토랑이다. 부부가 함께 여관을 운영하고, 그중 남편인 크리스 어니Chris Aerni가 1층 레스토랑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여관의 가격만족도도 좋지만 레스토랑으로 말하자면 뉴브런즈윅 전역에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정평이 난 곳. 종업원의 추천으로 주문한 토마토 샐러드를 기다리는 동안 따뜻하고 보드라운 식전빵과 으깬 병아리콩인 후무스Hummus가 함께 나왔다. 첫 메뉴로 나온 토마토 샐러드가 감탄스러웠던 이유는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에어룸 토마토Heirloom Tomato의 당도 때문. 식사 후 셰프에게 물어 보니 그날 아침 레스토랑에서 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농장에서 가장 잘 익은 것들만 골라 따온 거라고. 로컬푸드가 왜 우수한지 새삼 느끼게 해준 맛있는 샐러드였다.


로스마운트 인 & 레스토랑의 메뉴는 계절에 따라 바뀌지만 로브스터 칵테일만큼은 한 번도 메뉴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입구 쪽 수족관은 앞 바다에서 잡아 온 신선한 로브스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잘게 썬 비트 샐러드 위에 로브스터 몸통살과 집게살을 차례로 올려냈는데, 로브스터 고유의 단맛을 최대한 살리는 조리법과 소스를 선택했다고 했다. 메인 요리는 펀디만에서 잡아 온 해덕Haddock. 북미 지역에서 많이 먹는 대구과 생선이다. 버터를 이용해 진하게 구웠는데 무게감 있는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으면 좋은 궁합을 이룰 듯했다. 역시 추천을 받아 주문한 초콜릿 케이크Chocolate Truffle Cake with raspberry coulis는 셰프의 고향인 스위스에서 공수한 다크 초콜릿을 이용해 만들어냈다. 메이플 와인을 곁들여서 먹었는데 진한 초콜릿의 풍미는 따뜻한 커피와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1박당 100달러가 조금 넘는 여관도 평가가 매우 좋은 편이니 숙박하면서 느긋하게 식사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로스마운트 인 & 레스토랑Rossmount Inn & Restaurant | 주소 4599 Route 127, PO Box 3911, St. Andrews, NB  문의 506-529-3351 rossmountinn.com  참고 예약 필수, 저녁만 영업


 

 

등대처럼 빛나는 신선한 해산물
케이프 하우스 레스토랑Cape House Restaurant

호프웰 록스에서 만난 현지인으로부터 이 지역 등대 절벽인 케이프 인레이지Cape Enrage의 레스토랑 타이즈Tides를 추천받았다. 운전을 하고 갈 때는 케이프 인레이지(www.capeenrage.ca)를 그냥 경치 좋은 전망대 정도로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절벽 높이만 50m이고 1847년에 뉴브런즈윅 최초의 등대가 세워진 이 지역의 대표적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 빨간 지붕의 아기자기한 건물을 차지한 레스토랑은 이미 예약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유쾌했던 매니저 카라Cara Beth에게 추천받은 음식은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차우더 스프Raging Chowder($10). 펀디만의 해산물을 듬뿍 넣어 진하게 끓여낸 것이었다. 그 진한 풍미에 어울리는 와인을 시키지 않을 수 없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된 메를로Merlot 한잔을 곁들였다. 메인 메뉴는 해산물 페투치네Seafood Fettucini($23). 파스타 위에 듬뿍 올라간 로브스터, 홍합, 새우, 가리비 등은 모두 바로 앞 펀디만에서 잡은 것들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파에 비해 좀더 맛이 순했던 이 지역 대파Leek를 이용해 풍미를 살린 것이 독특했다. 그 위에 치즈의 도시인 서식스Sussex의 아마데일 농장Armadale Farm에서 받아 온 파마산 치즈를 조금 두껍게 썰어 넉넉하게 올려냈다. 면은 계란 노른자를 듬뿍 넣어 직접 만든 페투치네 생면. 말린 토마토 페스토 소스가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적은 양만 사용했음에도 진하고 달콤한 토마토의 풍미가 잘 살아있었고, 신선한 재료들이 그 안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었다. 산꼭대기에 위치해서 이동에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우회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었다.
케이프 하우스 레스토랑Cape House Restaurant | 홈페이지 www.capeenrage.ca/en/plan-your-trip/restaurant  참고 저녁 식사를 하려면 6시30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끝발원정대 박준엽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keepexploring.kr  뉴브런스윅관광청 www.tourismnewbrunswick.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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