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제주도-재주 많은 제주의 고민
[ESSAY] 제주도-재주 많은 제주의 고민
  • 트래비
  • 승인 2013.12.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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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Travie writer 노중훈
 
 
제주는 팔방미인이다. 어느 모로 보나 아름답다. 산간의 풍경도, 바다의 풍경도 모두 빼어나다. 나는 특히 제주의 숲을 사랑한다. 애월읍의 납읍난대림은 혹한의 계절에도 초록의 기운으로 잘박잘박 젖어 있다. 이리 굽고 저리 굽은 나뭇가지들이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봉개동 절물자연휴양림의 어깨가 떡 벌어진 삼나무들은 옅은 안개에 싸이는 순간 더없이 매혹적인 수묵담채화가 된다. 인근의 사려니숲도 이름만큼이나 고운 숲이다. 구좌읍 평대리와 제주시 봉개동을 연결하는 1112번 지방도로 좌우에도 거대한 삼나무들이 시립하듯 늘어서 있다.
 
햇살이 비스듬히 드는 오후 무렵 찾으면
삼나무 숲과 아스팔트 도로가
온통 황금빛으로 출렁인다.
제주의 숲들은 나에게 곧 ‘힐링 캠프’다.
 
맛은 또 어떤가. 제주만한 맛의 성지가 또 있을까 싶다. 천지동의 천짓골식당 주인장이 썰어 주는 돔베고기는 생각만 해도 침이 줄줄 흐른다. 서귀동 네거리식당의 갈칫국은 색깔부터가 예술적이다. 갈치의 은색, 호박의 주황색, 얼갈이배추의 녹색이 절묘한 색의 하모니를 이룬다. 애월읍 샐러드 앤 미미의 딱새우 구운 우동과 한경면 명리동식당의 자투리고기 연탄구이도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동시에 치켜들게 한다. 조천읍의 선흘방주할머니식당은 근래에 가본 제주의 식당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집이다. 직접 재배한 콩과 호박, 각종 채소를 이용해 소박하지만 깊은 맛의 음식을 낸다. 가장 흡족했던 것은 콩국수다. 서리태를 갈아 만든 걸쭉한 콩국에 단호박을 넣고 직접 뽑은 면을 말아 주는데, 진득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나는 제주에 먹으러 간다.

교통방송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방송인 허수경 씨가 DJ를 맡고 있다. 그녀는 10년째 제주에 살고 있다. 그곳에서의 행복한 삶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허수경씨가 미간을 찌푸렸다. “제주가 너무 많이 파헤쳐졌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제주로 내려오고,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는 바람에 번잡스러워진 것은 물론이고 제주만의 특색이 차츰 옅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란다. 너무 많은 제주의 땅이 중국인들의 손에 넘어간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제주도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제주로 거주지를 옮긴 인구가 2만3,415명으로, 다른 시도로 떠난 인구 1만8,757명보다 무려 4,658명이나 많다. 전입이 전출을 앞지른 것이다. 귀향 인구에 더해 귀촌을 선택한 사람들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레 여행이 널리 퍼지면서 제주 곳곳에서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등을 열기 위해 도시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내 주변의 지인 두 명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현재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평균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제주에서 시작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졌다. 오죽하면 ‘제주 이민 열풍’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제주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 두고 뭐라 할 수는 없다. 제주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중하다. 제주에 새롭게 터전을 마련한 사람들이 늘면서 적막했던 마을이 생기를 찾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빨리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뭐든지 급작스럽게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근하고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제주를 살찌우는 첩경이다.
제주에 지친 마음을 누이러 갔다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일정을 축소하고
돌아왔다는 사람들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게 다
제주가 재주가 많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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