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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 LAW OFFICE] 동네 변호사와 커피를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3.12.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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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배외하다 보면 커피 한잔이 간절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찬바람 부는 겨울에는 더욱 더. 의정부 최대의 번화가라는 행복로를 배회할 때도 그런 심정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이곳까지 와서 별다방, 콩다방을 가기는 싫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거의 포기하고 시장 쪽으로 방향을 튼 순간 ‘동네 변호사 카페’라는 특이한 서체의 입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 동네가 어느 동네인가 하면 의정부시 제일시장이다. 추측 하나! 변호사가 하는 카페인가 보다. 정답은? 아니다. 변호사 동생이 하는 카페다. 그럼 변호사는 어디 있나? 3층이 변호사 사무소다. 추측 둘. 커피 마시면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는 건가. 정답은? 아니다. 30분에 3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미리 예약도 해야 한다. 물론 예외가 있단다. 알수록 정체가 궁금해지는 카페, 아니 변호사사무소다.

간판은 물론이고 메뉴판과 안내문 등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서체는 생소하면서도 복고적인데, 알고 보니 카페의 주인, 동생 이세나씨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영상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인 일을 했었다는 그녀의 감각과 뚜렷한 주관은 심플하면서도 따뜻한 인테리어와 먹거리 원칙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직접 베이킹을 할 경우 무농약으로 재배한 우리밀 밀가루와 비정제설탕을 사용한다는 것.

3층의 주인, 자칭 동변(동네 변호사의 줄임말) 이미연씨(사법연수원 41기)는 법원 앞에 속속 개원한 동기들과는 다른 선택을 감행했다. ‘시민을 위한 지역밀착형’ 법률사무소를 꿈꾸었던 그녀는 지난해 졸업과 함께 시장이라는 장소를 선택하고 마을기업형 카페와 변호사 사무소를 함께 구상했다. 학창시절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법률 조력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물론 무료 봉사다. ‘강연 100℃’라는 방송에 출연한 이후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법 없이도 살 것처럼 여리게 생긴 81년생, 84년생 자매의 아름다운 고집은 용호상박이다. 법률 상담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답답할 때, 혹은 무료할 때 따뜻한 커피 한잔을 홀짝이며, 스스로를 위무하기 좋은 곳. 창밖으로 지나가는 시장 사람들의 활기찬 움직임만 봐도 힘이 나는 카페다.
 
이세나씨가 직접 디자인한 서체로 간판과 메뉴를 제작했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홈베이킹과 따뜻한 커피
 
주소 의정부시 의정부동 159-18 2·3층  찾아가기 의정부역 5번 출구에서 8분 거리. 행복로(중앙로)에 있는 도미당 약국 2층  메뉴 아메리카노 3,500원, 카페라떼 4,000원, 스콘 3,000원  문의 031-821-5047  블로그 dongbyun.tistory.com
 
글·사진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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