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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ART 풍경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3.12.03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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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아팠던 손가락 같은 곳이다.
다 아물었지만 가끔은 다시 밴드를
붙여 주고 싶은 그런 곳이다.
대한민국 어디에 이런 마음이 드는 도시가 또 있을까.
지금 광주에 처방된 묘약은 예술이다.

대인예술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아줌마 벽화. 주인공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광주 대인예술시장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대인시장은 광주터미널이 이전하기 전까지 부자상인들이 많은 큰 시장이었지만 광주의 중심상권이 서구 상무지구로 옮겨지면서 쇠락하여 철거 위기까지 갔었다. 2008년부터 예술가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면서 예술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찾아오는 발길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주소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310-9  전화 062-233-1421

 

곳곳에 작품들이 숨어 있는 광주대인시장


●광주 대인예술시장

말했지만, 광주에 대한 치료는 진행 중이다. 아시아문화전당처럼 거대한 수술도 진행 중이고 폴리Folly처럼 대안적인 치료, 양림동처럼 느리고 느린 한약 달임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제부터 소개하는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는 재활치료에 가깝다. 절뚝이지만 분명 전진하고 있는 발걸음이다.

 

시장은 왜 예술을 입었나


화요일 오후, 광주 대인동에 위치한 대인시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일 낮이어서 그런가 싶었지만 주말에도 그리 붐비는 시장은 아니라고 했다. 예전에 비해서도 그렇고, 타지의 이름난 시장들과 비교해도 그렇다. 광주역(1922~1969년)이 이전하고 광주터미널(1975~1992년)마저 떠나가기 전까지 대인시장은 광주의 관문이자 물류의 중심이었다. 시장 앞으로 선로가 지나다녔고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관혼상제와 관련된 물품들을 많이 취급했는데 지금도 ‘오징어 오림 폐백닭’이라는 남도의 독특한 혼례음식문화가 전해진다.


하지만 터미널이 떠나가고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시장은 쇠락하기 시작했고 빈 점포가 늘어 갔다. 2008년 제7회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 프로젝트(큐레이터 박성현)를 통해 대인시장은 대안예술시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중개인을 자처한 예술가들이 시장의 빈 점포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 일부는 전시공간으로, 일부는 작업공간으로, 또 다른 공간들을 숍이나 카페로 변신했다. 기수를 이어가며 현재 입주작가들은 40여 명 선이다.


이주 정부의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벽화 그리기, 조형물과 간판 설치, 한평갤러리, 예술야시장, 등불 교체 등의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2011년부터 매달 한 번씩 열리는 대인예술야시장 같은 히트작도 있고 부조화된 공간들도 있다. 현재 대인시장의 이런저런 예술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정부 선정 사업단은 누들마루(총감독 신호윤)다. 이것이 지난 5년간 이어져 온 대인시장의 희로애락 이야기다.

1, 2 지난해 공모전 당선작인 ‘이상한 문’을 설치하고 있는 최양선 작가. 작은 골목 입구를 막는 문 역할은 상징적일 뿐 실상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 그 문 안쪽 골목에는 전현숙 작가가 부부의 벽화를 그리고 있다. 자신과 남편을 꼭 빼닮은 그림은 대인시장에서의 행복을 보여 준다 3, 4 관혼상제 용품이 특히 많았던 대인시장의 상점과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상인들

 

시장에서 읽는 광주의 코드


평가는 분분하고 속사정은 복잡하다. 예술적 흥행실적에 비하면 시장 본연의 활기가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은 여전히 한산하고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보이기까지 한다. 초기에 시장에 쏟아진 투자와 관심이 예술로만 치중되면서 상인들의 불만이 쌓여 갔고 상인과 예술가들은 물과 기름처럼 겉돌며 갈등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이 모든 귀동냥을 듣지 않고 알려진 성취들로만 대인시장을 이해했다면 중요한 것을 놓쳤을 것이다. 이 시장의 정서가 광주라는 도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말이다. 이 치료가 왜 중요한지 말이다. 광주에 내려와 문화마케팅을 하고 있는 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는 상인들 모두를 대상으로 집단심리치료를 하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다.


“대인시장은 광주라는 도시에 있어서 시간의 흔적입니다. 광주항쟁 때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에게 전달해 준 사람들이 이곳 상인들이었다는 게 광주에서는 정설이죠. 대인지하차도에 시체들을 눕혔던 분들도 그분들이고요.”


시장은 시장 본연의 에너지로 살아가야 한다. 대인예술시장의 ‘흥’은 아직 살아 있고 작가와 상인들 간의 소통을 위한 노력도 진행형이다. 광주에 돋은 새살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뽀얀 얼굴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전남도청 자리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015년 완공을 목표로 덩치를 불리고 있다. 대인시장~예술의 거리(궁동)~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산동)을 잇는 1km 문화벨트가 형성되면 시장에 게스트하우스가 더 늘어야 하고 상설 공연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상권은 떠났지만 문화중심이 대인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 시장의 미래가 흥미롭다.

 

▶travie info     
오징어 오리기 전라도 지방에서는 폐백상에 닭을 꼭 올렸는데 마른 오징어로 깃털장식, 꽃장식을 만들어 폐백닭을 봉황처럼 장식했다. 이른바 ‘오징어 오린 폐백닭’. 며느리를 봉황새처럼 귀하게 여겨 달라는 친정어머니의 마음이다. 단체나 팸투어로 대인시장을 방문하면 오징어 오림 체험이 가능하다.
대인시장 명소┃해뜨는 식당·장깡 김선자 할머니가 시작한 해뜨는 식당은 일용노동자, 독거노인 등 비싼 밥값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단돈 1,000원으로 따뜻한 밥 한끼를 먹을 수 있는 ‘천원밥집’이다. 상인과 방문자들의 기부로 운영되는 곳이다. 장깡은 상인 정안식씨와 김선옥씨가 시장 사람들이 기부한 물건들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기부하는 곳이다.

 

●숨은 광주 폴리 찾기 Gwangju Folly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만 안다는 사실이 영 안타까운 광주 폴리. 그 시즌Ⅱ가 지난 11월10일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적인 미술가, 소설가, 인문학자들이 광주 땅에 풀어놓은 ‘인권과 공공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광주 폴리란? 사전적 의미로 흔히 과거 시골 저택에서 정원에 짓던 장식용 건물을 뜻하는 Folly는 17세기 중반 이래로 건축, 예술, 문학 분야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니게 되었다. 광주 폴리는 획일화된 도시에 예술적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한 도심 재생 프로젝트로 2011년 건축가 승효상 선생과 중국의 인권예술운동가 아이 웨이웨이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다. 광주 폴리Ⅰ에서는 일제시대에 말살된 광주 읍성터를 중심으로 총 11개의 작품이 등장한 역사적인 복원이었다. 새로 추가된 폴리Ⅱ에는 총 9개 팀이 참여해 지리적 제약조차 벗어던지고 ‘인권과 공공 공간’을 주제로 한 8개의 작품으로 시민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총감독은 니콜라우스 히르쉬Nikolasu Hirshc·독일, 큐레이터가, 큐레이팅은 천의영한국과 필립 미셀비츠Philipp Misselwitz·독일가 맡았다.

<틈새호텔>┃서도호한국┃이동식
서도호 작가가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것으로 광주라는 도시의 역사와 공간의 틈새를 따라 여행하는 이동식 미니호텔이다. 홈페이지에서 내부를 볼 수 있으며 숙박예약도 가능하다. 이동식이므로 위치와 예약 가능 날짜를 확인할 것.
www.inbetweenhotel.com

<투표> | 렘쿨하스Rem Koolhaas·네덜란드 & 잉고 니어만IngoNiermann·독일 |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옆 골목
좁은 골목에 설치된 일주문 형태의 전광판 아래를 통과하면서 투표(찬성, 반대 혹은 유보)에 참여하게 되는 ‘여론조사의 장’이다. 전광판을 통해 투표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투표할 질문에 대한 제안은 온라인(www.gwangjuvote.com)으로 가능하다.

 

<기억의 상자> | 고석홍, 김미희한국 | 금남로 지하상가 만남의 광장 인근
지난해 광주 폴리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38x34x29cm의 소형 박스 448개를 금남지하상가에 설치하고 그중 148개의 메모리 박스를 시민들에게 분양했다. 시민들은 각자 분양받은 박스에 기억을 담은 소품들을 전시(유리를 통해 관람 가능)할 수 있고 나머지는 일반 사물함으로 사용된다.

 

<광주천 독서실> | 데이비드 아자예David Adjaye·가나 & 타이예 셀라시Taiye Selasi·미국 | 보훈회관 인근 광주천변
한국의 정자에서 영감은 얻은 인문학적 지식의 공간. 광주 천변과 인도를 연결하는 목재 건물에 세계의 유명한 인권 관련 도서 200권을 비치해 휴식과 독서의 공간으로 제공하며 다양한 문화행사와 독서토론회도 열릴 예정이다.

 

<포장마차> |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중국 | 이동식
반정부 목소리로 주목받는 중국의 인권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는 1m 크기의 접이식 포장마차를 만들었다. 광주 도심 일원을 유랑하면서 요리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 포장마차는 작지만 가장 따뜻한 해학적 공간으로, 도시에서의 공공 공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혁명의 교차로> | 예얄 와이즈만Eyal Weizman·이스라엘 | 광주역 앞 교통섬
라압의 오렌지 혁명을 비롯하여 중요한 혁명들은 원형광장이나 원형로터리에서 일어났다. 원통 유리로 된 건물 안에 15인용 원탁 테이블을 설치하여 인문학과 인권 토론 공간을 마련했다. 21개의 회전문을 통해 어느 방향에서도 출입 가능하다.

 

<유네스코 화장실> | 수퍼플렉스Sperflex·덴마크 | 광주공원 입구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의 상임위원 화장실을 복제하여 설치 한 것. 인권도시 광주에 설치된 유네스코 화장실은 권력의 시민화를 지향하는 광주정신을 상징한다. 단순하고 거친 콘크리트 소재의 외관에서 환한 내부로 들어가는 느낌은 반전에 가깝다.

 

<탐구자의 전철> |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Raqs Media Collective·인도 | 이동식(광주지하철 객차)
광주 지하철 열차의 일부 객실은 독특한 비주얼 아트를 통해 일상적인 공간에서 사고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시트지로 표현한 검정선들은 내부를 자유롭게 휘갈긴 듯한 느낌. 영상과 빛도 사용되고 LCD모니터로 영상 작품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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