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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Design 유럽 기차여행 ①네델란드 암스테르담과 위트레흐트

  • Editor. 김선주
  • 입력 2013.12.0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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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로 유럽 3개국 5개 도시를 누볐다. 기차는 여행자의 설렘을 동력 삼아 질주했다.
들녘을 가르고 도시를 관통하고, 심지어 바다를 항해했다.
국경을 넘나들고 낮과 밤의 경계도 허물었다.
치~익, 기차가 멈춘 곳에는 여행객을 들뜨게 하는 유혹이 출렁였다.
언제나 짧기만 했던 정차 시간,
헤매지 않도록 ‘아트 & 디자인’ 테마를 닻으로 삼았다.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고향마을인 오덴세는 마을 전체가 동화같이 정겹고 아름답다

 

Station1 
Amsterdam & Utrecht 
Netherlands

고흐만으로 족한, 미피만큼 깜찍한
   
유레일패스Eurail Pass는 여전히 종이티켓이다. 칸칸이 여행날짜를 볼펜으로 적어야 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그 변하지 않음은 우직하니 제 정해진 길을 달리는 기차와도 잘 어울린다. 디지털 속도에 당당히 맞서는 아날로그의 보루와도 같다. 그 아날로그적 감흥에 젖어 암스테르담과 위트레흐트를 오가며 고즈넉한 예술적 정취를 좇는다.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까마귀가 있는 밀밭을 감상하는 관람객

순서대로 펠트 모자를 쓴 자화상, 노란집, 감자 먹는 사람들

 

뮤지엄 광장에서 또다시 고흐


언젠가 스키폴국제공항 환승대기 시간을 이용해 암스테르담 운하 크루즈에 나선 적이 있다. 1시간 반 정도의 짧은 크루즈였는데, 유네스코도 인정한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과의 첫 대면으로는 썩 좋았던 선택이었다. 하지만 운하 너머의 암스테르담, 그 속살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 아쉬움 덕택에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끄물끄물한 하늘이 마음을 짓눌렀지만 이스턴 하버 지구Eastern Harbour District는 항만도시 암스테르담의 맑은 미래를 보여줬다. 세계의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거론되는 파이썬 브릿지Python Bridge에 올라 보니 생태와 주거,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룬 도시항만개발 프로젝트에 왜 세계 건축학계가 관심을 쏟는지 짐작이 갔다. 밤의 명소 암스테르담 홍등가Red Light District는 붉은 빛으로 야릇했고, 암스테르담 중앙역은 떠나고 돌아오고 맞이하는 이들로 복작댔다. 암스테르담의 모든 길이 통한다는 담 광장Dam Square이며 왕궁Palace on the Dam, 담락 거리Damrak Street 등 활기 넘치는 그 모든 것들이 처음 맛보는 암스테르담의 속살이었다. 안네 프랑크의 집Anne Frank‘s House, 렘브란트의 집Rembrandt House 등 매혹적인 유혹들이 넘실거려 선택지를 놓고 헤매다 시간을 허비하기 십상이었다.


다행히 암스테르담 뮤지엄 광장Museum Square이 아트 & 디자인이라는 여행테마를 상기시켰다. 암스테르담은 자전거뿐만 아니라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60여 개가 넘는다. 뮤지엄 광장은 유명 박물관 밀집지역을 말한다. 국립박물관 레이크스 뮤지엄Rijks Museum을 비롯해 반 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 현대미술관인 스테델릭 미술관Stedelijk Museum이 모두 이곳에 있다.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경’을 소장하고 있는 레이크스 뮤지엄과 네덜란드 태생의 천재 화가 반 고흐를 만날 수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이 하이라이트다. 두 미술관의 인기와 여행자가 감당해야 할 인내의 크기는 정확히 비례한다. 9년에 걸친 재단장을 마친 덕택인지 레이크스 뮤지엄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긴 행렬이 이어졌다. 차마 그 행렬의 꼬리에 합류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서둘러 반 고흐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돌렸지만, 그곳 역시 붐비기는 마찬가지여서 1시간 가까이 인내해야 했다. 이 정도면 암스테르담이 뿜어내는 치명적 유혹의 향기는 바로 예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프랑스 오베르에서 권총자살로 37년 짧은 생을 마감한 불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19세기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서 그의 작품은 20세기 예술사에 큰 영향을 던졌다. 삶이 끝난 후에야 그를 인정한 세상의 채무의식 때문인지, 연간 150만명이 반 고흐 뮤지엄을 찾는다.

 

200개가 넘는 회화작품과 500개 정도의 스케치, 그의 자필편지를 포함한 750개의 문서를 소장하고 있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반 고흐의 자화상이 환영하듯 반겼다. 생계를 위해 모델료가 들지 않는 자화상을 여러 장 그렸던 고흐. 그의 자화상은 모두 뭐라 형용하기 힘든 강렬한 인상을 던졌다. 자화상과 더불어 해바라기The Sunflowers, 감자 먹는 사람들The Potato-eaters, 까마귀가 있는 밀밭Wheat Field with Crows, 노란집The Yellow House, 고흐의 방The Bedroom 등 걸작들을 직접 마주한 것은 분명 호사였다. 시대별로 고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동시대 화가인 마네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 고흐가 수집한 일본판화, 고흐의 친구 고갱이 그린 고흐상 등이 1층부터 4층을 빛냈다. 고흐를 먹여 살리다시피 했던 동생 테오. 반 고흐 미술관은 테오가 소장했던 고흐의 작품을 기증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에 마음이 저릿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시간 속에 흐릿해졌던 고흐가 가슴 속으로 선명해졌다.

뮤지엄 광장을 중심으로 국립박물관, 반 고흐 미술관, 스테델릭 미술관이 모여 있다

네델란드의 현대미술관인 스테델릭 미술관은 외관부터 현대적 세련미를 풍긴다

국립박물관 앞 아이 암스테르담 I amsterdam 알파벳 조형물 앞은 기념촬영 명소다

 

딕 부르너, 불멸의 창조물 미피


1955년,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가 될 앙증맞은 아기토끼 한 마리가 탄생했다. 엑스자로 꽉 다문 입에 점박이 눈, 쫑긋 세운 귀로 언제나 정면을 바라보는 미피Miffy다. 이 정도의 사랑을 받으리라고 당시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단순명료한 표현, 뚜렷한 선과 색채 덕택에 미피는 현재까지 장수 캐릭터로 인기가 높다. 어린이와 한때는 어린이였던 어른 모두의 사랑을 받으면서 말이다. 미피 이야기는 40개 언어로 번역됐고 8,500만권 이상이 판매됐다고 한다. 각종 어린이 제품의 캐릭터와 패션 브랜드의 상징으로도 맹활약 중이니 세상에서 가장 바쁜 토끼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30분이면 중세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한 위트레흐트Utrecht에 닿는다. 미피와 그의 창조자 딕 부르너Dick Bruna의 고향이다. 팔순을 훌쩍 넘긴 딕 부르너가 자전거를 타고 위트레흐트 골목길을 누비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서인지, 그 행운의 우연을 기대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위트레흐트를 찾는다. 그들이 모여드는 곳은 딕 부르너 하우스Dick Bruna House다. 딕 부르너와 미피를 위한 작은 박물관이다. 황금빛으로 도금된 커다란 미피상이 입구에서부터 자신의 팬을 반긴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세계 각국의 언어로 출간된 미피 그림책들이 벽면을 빽빽하게 장식하고 있다. 한국어 책자를 찾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딕 부르너와 미피의 스토리도 엿볼 수 있고, 아기토끼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미니어처, 놀이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지금까지 120권 이상의 책을 디자인하고 수천권의 표지커버와 포스터, 엽서 등을 디자인한 딕 부르너의 삶과 이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딕 부르너 하우스는 위트레흐트 중앙미술관Central Museum Utrecht의 별관이다. 딕 부르너 하우스의 바로 맞은편이 중앙미술관인데 1838년 설립된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 된 시립박물관이다. 중세시대의 수도원 건물에 들어서 있어 고풍스런 정취도 물씬하다. 고전아트, 모던아트, 디자인, 패션, 역사 5개 카테고리별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빛과 그림자의 대비, 사실적인 육체 표현으로 유명한 17세기 카라바조Caravaggio풍의 회화작품을 관람하는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특히 중앙박물관이 딕 부르너와 함께 내세우는 인물은 바로 건축디자이너 게리트 리트벨트Gerrit Thomas Rietveld, 1888~1964다. 위트레흐트 출신인 이 건축 디자이너는 근대 주택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17년 작품인 ‘적, 청의 안락의자’ 등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한 새롭고 획기적인 그의 건축디자인 세계를 중앙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미처 들르지는 못했지만 건축학도라면 ‘슈뢰더 하우스The Rietveld Schroder House’를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1924년 리트벨트가 디자인한 가옥인데, 아무 특색 없이 죽 늘어선 주택들 끝에 들어선 슈뢰더 하우스는 지금 봐도 도발 그 자체라고. 흑과 백의 대비, 강렬한 원색과의 조화, 선명한 직선과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192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 그래서 유네스코도 슈뢰더 하우스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을 것이다.

 

딕 부르너 하우스의 벽면을 가득 채운 미피 그림책

위트레흐트 중앙미술관

미피를 그리는 딕 부르너 모습도 사진으로 만난다

 

465개 계단 아래 위트레흐트


위트레흐트 산책에 나섰다. 운하를 따라 굵고 높은 나무들이 양 옆으로 도열하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호위한다. 작은 보트로 운하 크루즈에 나선 이들이 손짓하며 반가운 체를 하니 덩달아 신이 난다. 걸음은 자연스레 위트레흐트의 상징, 돔 타워Dom Tower로 향할 수밖에 없다. 위트레흐트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보일 정도로 우뚝하고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되고 높은 교회타워라고 한다. 총 465개의 돌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면 높이 112m의 돔 타워 꼭대기에 이른다. 끝도 없을 것같이 계속 위로 이어진 나선형 계단을 오르다 보면 다리가 뻐근하고 몸에 열도 오른다. 타워 꼭대기에 도달하면 사방으로 펼쳐진 위트레흐트 시내의 전경이 호쾌한 감동을 선사하니 억울하지는 않다. 돔 타워에 이르는 산책길 도중 고풍스런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던 위트레흐트 대학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1636년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1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유럽 내에서도 명성 높은 대학이다. 돔 타워는 1321~1382년에 걸쳐 건설됐는데 1647년 어마어마한 토네이도가 덮쳐 교회본당과 분리돼 현재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돔타워와 한몸이었던 교회본당은 15세기 고딕양식 디자인이 장엄하며, 중세풍의 정원은 그에 걸맞게 아름답다.

위트레흐트 운하 크루즈
중세 고딕양식으로 장엄한 돔 교회
돔 타워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위트레흐트 시내


▶travie info     
무슨 기차 어떻게 이용했나?

암스테르담-위트레흐트 구간은 수시로 출발하는 도시간Intercity지역열차로 27분 소요된다. 별도의 예약은 필요 없고 유레일패스에 이용하는 날짜만 기입하면 된다.


아이 암스테르담 시티카드I Amsterdam City Card
암스테르담 시티투어의 필수품. 반고흐 미술관, 스테델릭 미술관 등 암스테르담 시내의 34개 미술관 및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2개 운하 크루즈 회사의 크루즈도 무료다. 트램, 버스, 메트로 등 공중교통시설도 일부 무료로 탑승한다. 24시간(42유로), 48시간(52유로), 72시간(62유로) 3종류로 구분된다. www.iamsterdam.com


암스테르담의 핫 디자인 플레이스
로이드 호텔Lloyd hotel
역사적 배경과 디자인 측면에서 매우 독특한 호텔이다. 1920년에 지어진 건물은 역사의 흐름과 함께 이민자 수용소, 검역소, 소년원 등으로 쓰이다가 2004년 디자인 호텔로 재탄생했다. 건물의 역사적 배경과 골격을 상당 부분 유지한 채 실험적 디자인을 입혀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총 117개의 객실은 모두 디자인이 다르며 1성급부터 5성급 객실로 등급이 구분된다. www.lloydhotel.com
IQ 마쪼Mazzo 레스토랑 과거 클럽이었던 곳을 디자이너가 레스토랑으로 탈바꿈시켰다. 발랄하면서도 품위 있는 인테리어와 서비스로 암스테르담의 인기 레스토랑으로 부상했다.
www.mazzoamsterdam.nl

 

글·사진 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유레일그룹 www.eurailgrou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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