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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Design 유럽 기차여행 ②독일 베를린

  • Editor. 김선주
  • 입력 2013.12.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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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ion 2
Berlin
Germany 

 

경계 뒤, 장벽 너머 베를린
   
시티 나이트 라인CNL 야간열차가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출발하자 어둠이 내린다. 기차는 우주를 유영하듯 적막의 밤을 가르며 전진한다. 침대는 좁지만 아늑하고 흔들려도 규칙적이어서 리드미컬하다. 언제 국경을 넘어 독일로 진입했는지는 꿈처럼 희미하다. 새벽 여명 속에서 승무원이 아침 도시락과 커피 향을 건네며 베를린 도착 임박을 알린다. 그렇게 낮과 밤, 어제와 오늘, 나라와 나라의 경계를 넘어 베를린에 닿는다.

기다란 야외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베를린 장벽.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인기작품은 ‘형제의 키스’다
 

East Side Gallery 
모든 단절과 벽을 향한 조소


베를린에 도착한 날은 10월3일 통독기념일이었다. 냉전 종식이니 독일통일이니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게 1989년 11월9일이고, 이듬해 10월3일 통일됐으니 20년도 더 된 일이지 않은가. 다만, 정치적 변수가 잉태한 예술적 유산에 관심이 갈 뿐이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가 대표적이다. 1961년 독일이 동서로 분단되면서 세워진 베를린 장벽Berliner Mauer은 28년 후 동서독 국민들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얼마 남지 않은 장벽에 세계 곳곳의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장벽은 이젤이자 도화지가 됐다. 거리 미술관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슈프레강Spree River 오버바움Oberbaum 다리 부근에서 베를린 동역ostbahnhof까지 약 1km에 이른다. 이렇게 긴 오픈 갤러리도 아마 없을 것이다. 죄다 허물어지고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베를린 장벽, 그것도 거대한 야외 갤러리로 재탄생한 장벽이니 문화적 가치가 높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를 따라 걸었다. 출발점은 당연히 형제의 키스Brother Kiss라는 작품이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 장기 집권했던 레오니드 브레즈네프Leonid Brezhnev와 동독 공산당 서기장 에리히 호네커Erich Honecker가 입을 맞추는 그림이다. 러시아 화가가 공산독재자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옛 동독의 소형 국민차 트라반트Trabant가 벽을 뚫고 나오는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안쪽 벽면으로 들어서니 세계의 주요 장벽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판문점, 임진각 사진도 있었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한때는 단절의 벽이었지만 이제는 예술작품으로 거듭나 세상 모든 단절과 벽을 조소하고 있었다.

 
페르가몬 박물관의 무샤타 궁전과 페르가몬 대제단
 
냉전 시대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경계였던 부란덴부르크 문은 베를린의 필수 여행지다

 

Museum Island
박물관이 된 섬, 불편한 아름다움


베를린 박물관 섬Museum Island은 긴 세월에 걸쳐 체계적으로 조성된 박물관 클러스터의 전형이다. 박물관 섬은 베를린 중심부를 관통하는 슈프레 강 위의 박물관 밀집지역이다. 역사 깊고 규모도 큰 5개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1824~1828년에 걸쳐 건립된 구박물관Altes Museum이 박물관 섬의 태동이었다. 그 뒤편으로 신박물관Neues Museum, 국립회화관Alte National Gallerie이 들어섰고, 현 보데박물관Bode Museum의 전신인 프리드리히 박물관도 1904년 개관했다. 1930년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 Museum이 개관하면서 박물관 섬은 완성됐다. 유네스코는 한 세기 이상에 걸쳐 현대적 박물관 설계의 발전 과정을 보여 준다며 박물관 섬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박물관 섬을 감싸고 흐르는 슈프레 강과 그 위를 미끄러지는 유람선, 고풍스러운 박물관 건물이 그려내는 풍경은 호젓하고 평화롭다. 시간에 쫓기는 여느 여행자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박물관들은 외관 감상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페르가몬 박물관에 들어갔다. 5개 박물관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가 제일 높다. 고대 그리스·로마 박물관, 고대 바빌론의 유적을 모아 놓은 근동미술관, 이슬람미술관, 동아시아미술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1층 전시홀에 들어서니 그 유명한 페르가몬 대제단Pergamon Altar이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했다. 1864년 그리스 페르가몬 지역에서 발굴한 대제단으로 기원전 2세기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헬레니즘 예술의 정수로 평가받는 이 제단에서 박물관 명칭도 비롯됐다. 제단을 통째로 옮겨와 전시한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뛰어난 이전기술에 감탄해야 할지 탐욕스러움을 저주해야 할지 난감했다. 바빌론의 이슈타르 문Ishtar Gate Babylon도 페르가몬의 대표적 전시작이다. 기원전 575년경 신바빌로니아 시대에 만들어진, 도시 내부로 들어가는 문 중 하나였다고 한다. 바빌론 시대의 문 중 유일하게 온전한 것이라고 한다. 파란 벽면에 새겨진 용과 소의 부조, 사자 그림은 살아 있는 듯 생동한다. 또 하나의 압권을 꼽으라면 단연 요르단의 무샤타 궁전Palace of Mshatta 유적이다. 요르단 동부에 있는 이슬람 궁전 유적 중 일부로, 페르가몬 박물관에 전시된 부분은 무샤타 궁전의 외벽이다. 꽃과 동물을 주제로 한 정교한 석조부조가 눈길을 끈다.
어디 눈길 끌지 못하는 게 있겠냐마는, 관람 내내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의문은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원래 자리는 분명 이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불편한 아름다움이었다.        

 

▶travie info     
무슨 기차 어떻게 이용했나?

야간열차City Night Line는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오후 7시1분 출발해 다음날 오전 6시38분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한다. 사전예약이 필수다. 이번 여행에서 이용한 3인 1실 침대칸의 예약료는 165유로였다. 1인당 55유로에 숙박과 교통편을 해결한 셈이다. 예약으로 부여받은 자신의 객차 및 객실 번호를 확인하고 타야 한다. 목적지에 따라서 객차가 이동 중 분리되고 다른 열차에 붙어 다른 목적지로 향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으려면 자신의 지정된 객차를 확인하고 이용해야 한다.


베를린 웰컴카드Berlin Welcome Card
베를린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고 주요 박물관과 관광지 입장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48시간 이용권은 18.5유로, 72시간은 24.5유로, 5일권은 31.5유로다. 인근 도시인 포츠담Potsdam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베를린+포츠담 카드, 72시간+박물관 섬 카드(36유로)도 있다. 베를린관광청 홈페이지(www.visitberlin.de)에서 베를린 여행정보와 웰컴카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베를린의 디자인 호텔
안델스호텔Andels Hotel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인터내셔널 호텔매니지먼트사가 운영하는 디자인 호텔이다. 현대적 감각의 세련된 분위기가 특징이다. 객실수 557개로 베를린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디자인호텔이다. 14층의 스카이라운지는 전망 포인트로도 인기다.
www.andelsberlin.com

 

글·사진 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유레일그룹 www.eurailgrou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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