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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멍구자치구-광활한 초원의 기억 속으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3.12.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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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북단에 위치한 후룬베이얼은 유난히도 낯설고 이국적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광활한 초원, 실재를 의심케 만드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건조한 바람. 그렇게 대륙의 끝자락에 발을 디뎠다.
네이멍구의 광활한 초원 위로 바람이 분다. 풀을 쓰다듬고 가축의 털을 흔들고 천막을 팽팽하게 만드는 건조한 바람. 나부끼는 깃발을 보며 이방인은 옷깃을 여미지만 현지인들은 보다 빠르게 말을 달리며 초원을 가르고 바람을 마주한다.
 
 *네이멍구자치구
중국 최초의 자치구로 대륙의 북동쪽에 위치한 네이멍구자치구(내몽골자치구)는 중국의 23개 성省과 5개의 자치구 중에서 세 번째로 넓은 면적(약 118만3,000km2)을 자랑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11배가 넘는 광활한 규모다 보니 고작 며칠 남짓한 여행으로는 열심히 달려도 반도 둘러보기 어렵다.
 
 
네이멍구자치구에서 만날 수 있는 중국의 다양한 민족들. 이곳 역시 한족이 80%에 달하는 절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이들과 더불어 몽골족과 러시아족, 조선족 등이 자신들의 문화와 언어를 곤고하게 이어가며 공존하고 있다. 민족과 부족별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다 보니 그들 사이에 통역이 이어지는 경우도 흔해서 짧은 대화를 위해 오래 기다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다른 두 나라의 색채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이 지역은
그래서 특유의 활기가 넘치고, 자연스레 이를 맛보려는
중국 내륙 사람들에게 이색 여행지로 명성이 높다.
 
몽골족의 이동식 가옥 몽골 파오. 여전히 파오에서 생활하는 몽골족 부족도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유목하지 않고 정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대다수의 파오 부락은 관광객에게 자신들의 전통을 보여주는 장소로 변모했다
 
 
후룬베이얼, 전통을 기억하는 소수민족의 시간

대개 중국의 국경선을 따라 분포하는 중국의 자치구는 상대적으로 소수민족의 비율이 높다. 이는 중국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족과는 다른 전통을 이어가는 소수민족의 자치를 적절하게 인정하는 중국 나름의 방식이다. 네이멍구자치구는 그 경계의 대부분을 몽골 국경과 면하고 있다. 이곳이 ‘안쪽 몽골’ 혹은 ‘아래쪽 몽골’이란 뜻의 ‘네이멍구’라는 이름을 얻게 된 까닭이다. 실제로 이곳에는 중국 전역에서 가장 많은 수의 몽골족이 살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독립국가 몽골의 인구보다 그 수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엄연히 중국의 영토지만 중국보다 몽골의 색채가 더 많이 보이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네이멍구자치구는 다시 12개의 세부 지역으로 분류되는데, 이중 자치구의 가장 북동쪽에 위치한 지역이 후룬베이얼이다. 네이멍구의 여러 지역 중 하나라니 작은 구인가 싶지만 하나의 지구로는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그 면적이 26.3만 평방킬로미터, 우리나라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이곳은 서쪽으로는 네이멍구자치구의 다른 지역처럼 몽골과 국경을 면하고 있지만, 북쪽으로는 러시아와도 국경을 면하고 있다. 다른 두 나라의 색채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인지 이 지역은 특유의 활기가 넘치고, 자연스레 이를 맛보려는 중국 내륙 사람들에게 이색 여행지로 명성이 높다. 게다가 후룬베이얼은 중국이 자랑하는 광활한 대초원의 땅이 아니던가.
 
생활편의시설을 찾기 어려운 광활한 대초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목동들의 임시 숙소
몽골 파오의 몽골족 남자들이 방문객을 환영하기 위해 말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하이라얼, 후룬베이얼 대초원의 중심지

후룬베이얼의 위치와 규모를 어림잡았으니 이제 대륙의 끝자락이 주는 영감에 오감을 활짝 열 차례다. 중심 도시 하이라얼에서 외곽으로 20분만 달리면 이미 초원 한가운데 들어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초원의 주인처럼 나타나는 풍경이 바로 몽골족의 부락인 몽골 파오다. 몽골 특유의 이동식 천막집을 몽골에서는 게르, 중국에서는 파오라고 부르는데, 몽골족이 더 이상 유목하지 않고 정착하면서 몽골 파오도 조금씩 변모되었다.

모르거러 강 인근의 한 파오 부락. 방문객이 도착하자 몽골족 남자들이 말을 타고 도열하고, 여자들은 푸른 빛 천 ‘하다’와 술잔을 들고 열을 이룬다. 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방문자를 반긴 뒤 존경의 의미를 담은 하다를 목에 걸어 준다. 기골이 장대한 몽골족의 후예들은 짧은 말 달리기와 함성에도 그들의 용맹함과 호방함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방문자는 이들의 예법에 따라 네 번째 손가락으로 술을 찍어 하늘과 땅에 차례로 술을 튕긴 다음,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마에 바른 뒤 술을 마시면 된다. 이것이 몽골족의 하마주下馬酒 의식으로 하늘과 땅의 신에 인사를 올리고 자신의 선조에게도 문안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후룬베이얼에만 이런 형식의 크고 작은 파오 부락이 수천여 개에 달한다. 실제 거주를 위한 곳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방문객을 위한 체험 공간이다. 이곳에서 방문객은 말이나 낙타를 타고 초원을 달릴 수 있고, 양고기 위주로 거나하게 차린 이들의 음식을 맛보고, 또 몽골의 전통 음악과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소수민족의 개념이 희박한 우리에겐 이채로운 경험이다. 다만 중국 땅에서 몽골족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깊은 이야기를 진지하게 묻고 들을 여유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가난한 촌락이던 만저우리는 1898년 시베리아로 연결되는 철도 건설 이후 중국과 러시아 교역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성장했다. 러시아 색채가 묻어나는 건축양식과 러시아어가 병기된 간판, 각종 러시아 기념품 등은 만저우리의 특색이 되었다
 

만저우리, 국경에서 피어나는 이국적 생동감

하이라얼이 중국과 몽골이 뒤섞인 분위기가 강렬했다면 만저우리는 거기에 러시아의 색채를 더한 곳이다. 도심 외곽에선 여전히 드문드문 파오 부락을 만날 수 있지만 도심의 건축 양식부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까지 러시아 분위기가 확연하다. 각종 생활용품을 구입해 가는 러시아 상인이나 러시아 번호판을 단 승용차도 흔하게 보이고, 어지간한 가게에는 한자 옆에 러시아 글자가 병기되어 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 간 육로 교역량의 절반 이상이 이곳 만저우리를 통해 오간다. 이런 활발한 교역과 교류는 만저우리를 중국의 다른 중소 도시에 비해 생기 넘치고 여유로운 도시로 만들었다. 
 
만저우리의 최대 명소는 도심에서 서쪽 8km 지점에 있는 궈먼國門 관광지다. 말 그대로 대륙의 끝이자 시작을 표기하는 국가의 문, 전망대와 출입국관리소의 기능을 겸하는 곳이다. 초입에 진열된 기차와 대포 등도 이곳의 국경 분위기를 한층 강조하는 가운데, 저만치로 러시아 측 관문이 보인다. 한 쪽엔 러시아의 목재를 가득 싣고 중국으로 들어오는 화물 열차가 정차해 있다. 이 양쪽의 관문을 통해 다른 두 나라의 사람과 차량과 문물이 오고 가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 세운 경계선일 뿐이지만 이 흔치 않은 모습을 보기 위해 매년 상당수의 중국인이 이곳을 찾는다. 중국인의 경우 당일 비자 등으로 러시아를 쉽게 방문할 수도 있다. 위층 전망대에선 러시아 측을 보다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공식적으로 외국인에게는 입장권을 팔지 않는다. 단체의 경우 예외가 적용되기도 한다니 상황에 따라 문의하는 것이 좋겠다.

궈먼 광장 인근에는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은 마트료시카 광장도 있다.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눈사람 형태의 인형을 위아래로 열면 작은 인형이 겹겹이 들어 있는 러시아의 전통 인형 말이다. 바깥 형태는 비슷하지만 켜켜이 겹쳐지지는 않았고, 그 대신 사람 크기부터 건물 크기까지 거대한 형태로 만들었다. 건물 크기의 인형 내부는 기념품 가게 등으로 꾸몄다. 이곳의 이야기를 들려줄 단서가 부족한 게 아쉽지만 광장 위쪽에 서 있는 러시아 예술관이 일말의 갈증을 해결해 줄 것이다.
 
국경도시답게 러시아의 문화 영향을 느낄 수 있는 마트료시카 광장
고급 세단과 짐을 가득 실은 우마차가 나란히 달리는 만저우리 시내
 
 
어얼구나, 지평선과 함께 달린 초원의 기억 

몽골족의 전통이나 러시아풍 거리를 만나는 것도 분명 특별한 체험이지만 대륙의 끝자락 후룬베이얼까지 달려온 궁극적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후룬베이얼의 절정은 누가 뭐래도 초원 대자연이다. 때문에 후룬베이얼 여행은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지만 도시보단 이동 과정이 주가 되는 주마간산走馬看山, 아니 주차간산走車看山의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앞뒤 좌우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보이는 것이라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초원. 그 초원 위로는 한 무리의 양떼와 소떼가 유유자적 풀을 뜯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풍광에 모르는 새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기를 수차례. 머리 위에 있던 태양이 한결 유순해졌는데도 초록의 구릉과 지평선도, 그 위에서 유유자적하게 풀을 뜯는 소떼의 목가적 풍광도 여전하다. 여정을 시작하고 사흘쯤 지나면 차창 밖의 풍광이 현실일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네이멍구자치구는 세계에서 드물게 산지와 고원, 초원과 평야라는 네 가지의 지형을 모두 갖추고 있어 관련 학자들의 관심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다층적 지형으로 인해 지역별로 생태와 기후 차이가 뚜렷하다. 그중에서도 후룬베이얼은 자연 상태가 대단히 좋은 초원으로 유명하다. 이 초원에는 부추와 달래 등 야생 약초가 풍부하게 자라는데 이는 다시 이곳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자란 가축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중국 전역에서 이곳의 소와 말, 양에 대한 육류 선호가 대단히 높다고 한다.

자연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에 아시아 최대의 건습지로 꼽히는 어얼구나 관광습지도 빼놓을 수 없다. S자 곡선의 긴 물길과 제주의 오름 같은 완만한 구릉이 굽이굽이 이어지는데, 동서의 길이가 70km, 남북의 길이가 40km로 4개의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거대한 규모다. 산책로를 잘 조성해 놔 천천히 걸으며 풍광을 조망하기 그만이다.

결국 여행이란 그간 알아온 세월과 지혜를 반추해 낯선 것을 만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후룬베이얼은 생경함과 익숙함의 경계를 자주 넘나든다. 그래서 이곳은 때론 신비롭게 때론 포근하게 이방인을 그러안는다. 지평선과 함께 달린 대륙의 끝자락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후룬베이얼에서는 어디를 보아도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다. 이 광대한 초원의 주인인 양떼와 소떼는 종종 도로를 점령하기도 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어얼구나 관광습지. 길고 긴 물길과 완만한 구릉이 굽이굽이 이어져 초원과는 또 다른 산책과 사색의 장을 제공한다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취재협조  CTS Travel 한국사무소 02-752-3389, 레드팡닷컴 02-6925-2569
 
 
▶travie info     
항공 현재 서울에서 후룬베이얼을 잇는 직항 정규편은 없다. 베이징을 경유해 이동할 수 있다. 후룬베이얼에는 하이라얼과 만저우리 2곳에 공항이 있다. 
통화 중국 위안화. 2013년 10월 기준, 약 186원. 
언어 공용어인 중국어와 지역마다 소수민족 언어가 쓰인다. 영어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날씨 네이멍구자치구는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 후룬베이얼 지역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서늘하다. 초원에 풀이 올라오는 늦봄부터 단풍이 지는 가을까지가 여행 적기로 꼽히며, 건조한 날씨로 여름철 피서지로도 떠오르고 있다.
기타 전반적으로 아직 여행 편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개인상비약과 위생용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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