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싫어질 때 즈음이면 어른이 된 것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요즘 집 앞 골목이 하얘지면 발자국 놀이가 귀찮다. 눈사람을 만드는 기대감 대신 꽉 막힌 출퇴근길이 먼저 생각난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인가 더욱 서글퍼지던 겨울 어느 날, ‘동심 찾기 데이트’ 신청이 들어왔다. 장소는 강원도 미시령 너머 ‘델피노 골프 앤 리조트’의 스노우 원더랜드 축제장이다.

데이트의 즐거움은 역시 메뉴 선택에서 빛을 발한다. 동심 찾으러 가는 길에 스친 황태덕장. 노릇한 빛깔의 황태들이 나무에 대롱대롱 걸려 있었다. 그냥 지나치는 아쉬운 마음을 황태누룽지탕에 황태구이로 달랬다. 최다 황태산지인 인제의 황태로 음식을 만드는 ‘설악정’은 스노우 원더랜드 안에 자리해 있다. 노란 황태를 쭉쭉 찢어 만든 뜨끈한 누룽지탕은 얼었던 몸을 녹여주고 매콤달콤한 황태구이는 입맛을 돋운다.

든든한 식사가 끝나니 본격적으로 동심을 찾으러 갈 시간이다. 스노우 원더랜드에는 눈사람, 얼음 미끄럼틀, 이글루가 있다. 일명 ‘동심 3종세트’다.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흐릿한 추억 속의 눈썰매도 탈 수 있다. 커다란 고무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스노 래프트와 스노 카트는 몸집이 제법 커 버린 어른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다. 복슬복슬한 털옷을 입은 양은 조심스레 건네는 건초를 잘도 받아먹는다. 즐거운 체험이 가득한 스노우 원더랜드는 2월2일까지만 운영한다니 겨울은 생각보다 짧다.

그런데 동심은 찾았지만 몸이 노곤해지는 것은 어쩌랴. 이곳에서는 진짜 어른들을 위한 온천, ‘아쿠아월드’가 피로를 풀어 준다. 야외 히노끼탕에서는 눈 덮힌 설악의 장엄한 정경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물 기류의 종류에 따라 효과가 다른 마사지 풀장이 무려 일곱 개다. 어서 풀장에 들어가라고 몸이 먼저 반응한다. 심해 450m에서 분출되는 양질의 온천수로 마사지에 스파 효과까지 볼 수 있다 하니 욕심이 날 수밖에.

일정의 마지막. 데이트의 꽃은 누가 뭐래도 로맨틱한 저녁이다. 꼭 토요일에 가야 한다는 고집에는 이유가 있었다. 밤하늘에 그려지는 색색의 불꽃은 오직 토요일 저녁에만 누릴 수 있다. 불꽃쇼에 이토록 설레니 내 안의 동심은 아직 그대로다.

주소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미시령옛길 1153  기간 2014년 2월2일까지, 오전 10시~오후 8시  요금 입장료 3,000원(소인, 대인 동일)/ 눈썰매장 1만5,000원(대인), 1만3,000원(소인)/ 황태누룽지탕 1만원  문의 033-639-3322  홈페이지 www.delpino.co.kr

1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눈썰매 2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롭게 단장한 델피노 골프 앤 리조트의 전경 3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스노우 원더랜드 축제

글  손고은 기자   사진제공  (주)대명레저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