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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음식단상] 생기를 담은 한 그릇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1.02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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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는 싱싱하고 힘찬 기운 또는 좋은 날의 운수라는 뜻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첫 달, 생기 넘치는 시장 구경도 하고 ‘겨울땀’의 활력 가득한
한 끼 밥상을 받는다. 좋은 날의 운수까지 따른다면야 더 바랄 게 뭐가 있겠는가! 
 
 
서울에서 눈 비비고 일어나 전주에서 아침을 먹는다.
영혼을 울리는 콩나물국밥 한 그릇으로 행복한 하루를 연다. 
 
전주에서 아침을 | 전북 전주 남부시장 콩나물국밥
전주 여행을 생각하면 입맛부터 다시게 된다. 남부시장 콩나물국밥 때문이다. 전주 남부시장은 조선시대에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장이었지만, 지금은 남문(풍남문) 부근 남부시장만 남아 옛 장터 분위기를 잇고 있다. 그러나 ‘피순대국’과 ‘콩나물국밥’이라는 시장 국밥의 양대 산맥이 오랜 세월 동안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피순대국은 선지와 야채를 버무려 속을 채운 순대와 곱창 등이 듬뿍 들어간 전통순대국밥이다. 콩나물국밥은 말 그대로 콩나물을 넣고 끓인 국밥이다. 시장 안에 콩나물국밥을 파는 식당이 예닐곱 집은 된다. 그중 눈에 들어온 간판, ‘현대옥’. 1979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현대옥의 콩나물국밥은 5,000원, 요즘 한 끼 식사 가격이 5,000원이면 이른바 ‘식객’들에게는 ‘성지순례코스’나 다름없는 곳이 아닌가! 새벽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문을 연다. 장터 사람들, 장보러 온 사람들, 여행 온 사람들이 손님으로 앉은 왁자지껄 장터 밥집의 아침이 활기차다. 
*전주 남부시장에는 현대옥, 우정식당 등의 콩나물국밥집이 자리하고 있다.
 

짤랑거리는 동전 몇 닢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이곳은 상식 밖의 세상이다.
 
상식 밖의 세상 | 서울 동묘 벼룩시장 콩나물밥
서울 동묘역 부근 벼룩시장은 현실적이지 않은 세상이다. 털모자가 1,000원, 기모바지가 5,000원이다. 꽹과리 옆에 전기드릴과 프라이팬이 나란히 놓였다. 빙빙 도는 레코드판에서 시작된 오래된 유행가 가락이 벼룩시장 거리에 흐른다. 겨울 길거리 한복판은 콧물도 얼릴 기세다. 따뜻한 밥 한 끼 생각에 시장 골목을 기웃거리는데 1,500원짜리 짜장면과 2,000원짜리 콩나물밥집이 눈에 들어온다. 동묘 벼룩시장 3번 출구에서 동대문 쪽으로 가다 보면 콩나물밥집이 몇 집 있다. 2,000원에 파는 집도 있고 2,500원에 파는 집도 있다. 식당 창에 김 서린 콩나물밥집으로 들어갔다. 김치 한 종지에 국 한 그릇, 밥을 비벼 먹는 양념장이 전부다. 기호에 따라 고추장을 달라고 해서 비벼 먹을 수도 있다. ‘잘 먹었다’고 배 두드릴 정도는 아니지만 시장기를 누르기에 딱 좋은 양이다. 콩나물과 밥은 한 그릇에 담겨 나오니 양념장의 양을 조절해서 입맛에 맞게 비벼 먹으면 그만이다.
*동묘역 부근에 콩나물밥집이 여러 곳 있다.  
 

어둠이 내리고 바닷바람이 포장마차 천막을 뒤흔든다.
오히려 그런 분위기에 술 맛이 더 난다.
 
활력 넘치는 저녁 항구 | 강원 강릉 주문진항 포장마차골목
오후 5시가 다 돼 도착한 주문진항은 파장분위기다. 주섬주섬 판을 걷는 아줌마도 있고 떨이를 외치며 늦게 도착한 여행자를 반기는 젊은 총각도 눈에 띈다. 대구, 양미리, 문어, 도치, 곰치, 소라, 골뱅이, 게 등등 쌓여 있는 해산물 자체가 항구 어시장을 살아 있게 한다. 우리는 도루묵과 양미리, 골뱅이 등을 사서 어시장 옆에 있는 포장마차골목으로 향했다. 저녁 겸 안주로 식당에서 미리 구워 놓은 도루묵을 샀다. 어시장에서 사간 것들을 구이용과 찌개용으로 나누어 식당 아줌마에게 요리를 부탁했다. 일정액을 내면 포장마차에서 요리를 해준다. 갯비린내와 저녁 항구의 정취가 어우러진 주문진항 포장마차는 네 명의 남자가 회포를 풀기에 충분했다. 옛 이야기에 지금 우리가 여기에 이렇게 앉아 있는 시간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웃고 떠드는 사이 도루묵찌개가 나오고 골뱅이와 소라가 푹 삶아졌다. 마지막 손님을 위한 포장마차 아줌마의 배려에 정이 담겼다.
*주문진 항구 한 쪽에 포장마차골목이 있다.
 
 
70여 년 전 마산 어시장에서 시장사람들과 항구에서 일하는 바닷사람들을 위해
복어로 국을 끓이기 시작한 것이 현재 오동동 복요리거리의 시작이었다.
 
술자리와 해장이 함께 있는 그곳 | 경남 마산 복어요리거리
마산 어시장은 250여 년 역사를 품고 있다. 1760년(영조 36년) 조창이 설치되면서 조창을 관리하는 사람들과 군사가 배치되었고 선창 주변으로 마을이 생기고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시장도 자연적으로 형성됐다. 1945년 어시장 주변 한 식당에서 복어로 국을 끓여 팔던 게 현재 오동동 복요리거리의 시작이었다. 당시 복국은 참복과 콩나물, 미나리를 넣고 끓인 국에 밥을 말아서 손님상에 내는 식이었다. 단골은 항구에서 일하는 바닷사람들과 시장사람들. 편안하게 밥 먹을 시간도 모자랐던 그들에게 한 그릇 ‘뚝딱’ 먹을 수 있는 복국은 인기메뉴였다. 1970년대에는 지금 복요리거리 주변에 복요리식당이 두세 곳 있었고, 20여 년 전부터 식당이 늘어나면서 지금에 이른다. 복어 요리도 복어회, 복불고기, 복어튀김, 복어껍데기무침, 복어수육 등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여러 요리 가운데 사라진 복어요리가 있다. 양념에 잰 복어를 석쇠에 올려 참숯으로 구운 ‘참숯석쇠복불고기’가 그것이다. 숯불을 피워야 하고 석쇠 위에서 일일이 구워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참숯석쇠복불고기’는 메뉴에서 빠지게 된다. 대신 냄비에 복어와 갖은 양념을 넣고 볶는 현재의 복불고기가 인기를 끌게 됐다. 창원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복요리거리와 그 주변에서 영업을 하는 복요리식당은 27곳이다.
*마산 어시장 앞에 복요리거리가 있다.
 
*장태동의 음식단상
<맛골목 기행>, <서울문학기행>의 저자 장태동 작가의 맛깔스러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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