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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XHIBITION] 그 길이 나를 찾아왔다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4.02.0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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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키스탄의 가족들이 화롯가 주변에 모여 있다 2 아이에게 젖을 먹이러 천막집으로 들어가는 티베트의 스무 살 엄마 3 인디아의 여성들은 흙마당을 쓰는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 ‘짜이’가 끓는 시간이었다. 이른 아침 발갛게 달아오른 화롯가로 파키스탄 가족들이 모여 들었다. 손수 지은 흙집에서 전통 차 짜이를 끓이며 미소 띤 얼굴로 언 몸을 녹이는 그들에게 천장 구멍 사이로 햇빛 기둥이 내려왔다. 그 한 줄기의 절제된 빛으로 평범한 일상이 마치 신성한 의례처럼 보였다.


지난 2010년 박노해 작가의 사진전을 놓쳤어도 괜찮다. 2014년 2월,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렸던 박노해 작가의 <다른 길> 사진전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현장 노동자로 일하며 쓴 시 <노동의 새벽(1984)>을 시작으로 민주화운동 시대의 상징적 인물이 된 박노해 작가. 이후 7년간 수배생활을 하다 1991년 체포됐지만 옥중에서도 두 번째 시집인 <참된 시작(1993)>과 에세이집 <사람만이 희망이다(1997)>를 집필했다. 이토록 사상과 시에 대한 열망을 보이던 작가가 돌연 카메라를 잡은 이유는 딱 하나, 가난과 분쟁 현장의 진실을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절실함이 담긴 필요였다. 그가 카메라를 잡은 지 벌써 14년이다. 그동안 그는 가난과 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선함과 용기를 일깨웠다. 그리고 국경을 넘는 언어인 사진으로 글이 아닌 ‘빛으로 쓴 시’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지난 2000년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생명·평화·나눔을 기치로 한 비영리 사회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작가와 뜻이 같은 후원자들의 힘으로 지금까지 국내 빈민지역 아이들을 비롯해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지속적인 사회 활동을 해왔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작가의 사진과 글을 공유하며 다른 이들과 함께 가난과 분쟁현장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다른 길>은 인간의 위대한 일 세 가지, 사는 것, 사랑하는 것, 죽는 것을 펼쳐 보인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사진전은 대형 흑백 아날로그 인화 작품으로 구성됐으며 각국의 자연 색감을 보여 주기 위해 엄선한 몇몇 컬러 작품도 포함됐다. 또 작가가 현지에서 직접 구한 세계 각지의 음악과 아트프린팅 사진집 등이 있어 시각적 즐거움뿐 아니라 오감의 풍요를 느낄 수 있다.

 

다른 길 사진전 | 전시기간 2월5일~3월3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지하1층)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30분(8시 입장 마감)  관람요금 일반(만 19~64세) 5,000원(20인 이상 4,000원) 학생(만7~18세) 3,000원(20인 이상 2,000원)  문의 02-734-1977  공식홈페이지 www.anotherway.kr  페이스북 www.facebook.com/anotherway2014

 

글  양이슬 기자   사진제공  박노해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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