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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음식단상] 국밥열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2.0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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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에서 설설 끓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보기만 해도 언 몸이 녹는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국물을 한 술 뜨면 마음까지 녹록해진다. 겨울 한복판 국밥은 보약이다.
 
 

 
삼대 혹은 100년 ┃ 전남 나주 곰탕

손맛이야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니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는 뚝배기 곰탕의 맛이 100년 전 그 맛이겠거니. 그래서 나주에 가면 곰탕을 먹어야 한다. 맑은 국물이 진하고 구수하다. 하얀집은 5일 장이 설 때만 장터에 나가 국밥을 팔았다. 첫 식당 이름은 육문식당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국밥이었다. 곰탕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은 1950년대에 들어서다. 한우 무릎뼈에 양지, 사태, 목살 등을 넣고 가마솥에서 국물을 끓인다. 3년 묵은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노안집은 삼대를 이어 곰탕을 끓이는 집이다. 하얀집 곰탕과 맛은 거의 비슷하다. 하얀집이나 노안집 주인아줌마들은 이 마을 곰탕집은 어딜 가나 맛있다고 한다. 남평할매집도 오래된 집 중 하나다. 기호에 따라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기도 하는데 구수하고 진한 곰탕 본연의 국물 맛 그대로 먹는 게 낫다 싶다.
하얀집 061-333-4292  노안집 061-333-2053
 
나주에 가면 3대 혹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곰탕을 파는 집이 있다.
 
 
 
기와집 가마솥에서 설설 끓는 국밥 ┃ 서울 종로2가 시골집 국밥

한옥은 잔치집이다. 한옥에 들어서면 두 가지 기분이 동시에 든다. 마음이 들뜨고 설레면서 동시에 차분해지고 평온해진다. 집이 사람 마음을 그렇게 만드는 거다. 그래서 한옥은 몸과 마음에 숨구멍을 열어 주며 산란하는 햇빛의 광합성 잔치상을 차리게 함으로써 스스로 축제의 주체가 되며 잔치집의 주인이 되는 거다. 서울 종로2가 시골집은 언제나 잔치집이다. 한옥에서 국밥 한 상 받는다. 청사초롱 같은 ‘주막등’을 내건 품새가 한옥에 어울리는데 “지나가는 길손이온데… 잠시 다리 좀 쉬었다…” 라고 말문을 열고 싶기도 하고 “주모, 여기 국밥에 막걸리 한 사발 주쇼”라고 퉁명스럽게 말을 건네고도 싶다. 젊은 연인들, 늙은 전사들, 허름한 중년들, 일탈을 꿈꾸는 선량한 시민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흩어지는 사랑방 같은 이 집에 들러 국밥 한 그릇에 막걸리 한 사발 하고 싶다.
시골집  02-734-0525
 
 
된장과 올갱이 ┃ 괴산 올갱이국밥
괴산 시외버스터미널 주변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군내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올갱이국밥을 파는 식당이 띄엄띄엄 있다. 괴산 올갱이국밥집 중 몇 집은 30년이 넘었다. 표준말은 다슬기지만 다슬기국밥보다 올갱이국밥이라는 이름이 더 잘 입에 붙는다. 서울에 상륙한 올갱이국도 다슬기국이라고 고쳐 표현하지 않고 올갱이국이라고 적고 있다. 집에서 담근 된장을 풀고 올갱이를 넣어 국을 끓인다. 30년 넘게 올갱이국을 끓이고 있는 한 식당에서는 보통 3년 이상 된 된장을 쓰는데 8년 된 된장 항아리도 있다. 올갱이의 쌉사름하면서도 그윽한 향이 구수한 된장의 향과 어울리면서 맛의 상승효과가 나타난다. 이때 국에 함께 들어가는 아욱의 향이 주재료인 된장과 올갱이 맛 사이의 간극을 세심하게 메워 준다.  맛식당 043-833-1580  주차장식당 043-832-2673.
 
 
 
국밥 세력의 전국구를 통일한 순대국밥 ┃ 충남 병천 순대국밥
국밥 세력의 전국구를 통일한 게 장터 음식의 터줏대감인 순대국밥이다. 아우내장터에 5일 장이 열릴 때만 팔았던 장터 길거리 음식인 순대국밥이 지금처럼 스무 집 가까이 줄을 지어 문을 열게 된 것은 20여 년 전이다. 1990년대 초반에 인근에 중소기업이 들어섰고, 그에 따라 순대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우내장터 인근 충남집이나 청화집이 그 거리에서 오래된 집들인데 그 집 주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병천순대의 시작은 약 50~60년 전이다. 지금의 젊은 주인이 어머니의 대를 이어서 순대국을 만들고 있는데 그 또한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다. 순대의 역사야 어찌 됐든 시골 장터에 장 서는 날 장 구경도 하고 유명한 병천 순대국밥도 맛볼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청화집 041-564-1558  충남집 041-564-1079
 
상설시장이 없던 시골에서
장이 열리는 날은 먼 데
마을 사람들도 장으로 몰렸다.
옛날 사람들은 그것을
‘장 구경 간다’고 했다.
장에는 사고파는 것만 있었던 게
아니다. 약장사가 나와 공연을
하고 약을 팔거나 곡예단이
재주를 부리기도 했다.
 
 
 
보약 같은 국밥 ┃ 경남 산청 약초버섯매운탕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 후배가 있다. 고기반찬이 없으면 고깃국이라도 나와야 밥을 먹는 스타일이다. 그 후배와 지리산을 다녀오다가 약초버섯매운탕을 먹었는데 고깃국보다 낫다고 말한다. 약초버섯매운탕은 이름 그대로 약초와 버섯, 나물 등으로 매운탕을 끓이는 거다. 큰 뚝배기에 양도 넉넉하게 나온다. 방풍, 독활 등 심혈관질환 예방에 좋다고 알려진 약초와 나물, 버섯 등 십여 종류의 재료를 넣고 탕을 끓인다. 버섯과 약초, 나물 등에서 우러나온 국물이 순수하고 담백하다. 뜨끈한 국물에 속이 시원하다. 약초가 들어갔다고 해서 한약방 냄새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냄새는 전혀 없다. 그리고 후배 말대로 고기를 안 먹고도 속이 든든하기까지 하다.  약초와 버섯골 055-973-4479
 
 
<맛골목 기행>, <서울문학기행>의 저자 장태동 작가의 맛깔스러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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