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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力 인터뷰] 뜨거운 것이 좋아 뱅쇼Vin Chaud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2.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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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특선주영농조합법인 김홍철 연구기획실장
뜨거운 것이 좋아
뱅쇼Vin Chaud
 
언 몸을 녹이는 데 ‘데운 술’만한 것이 없다.
올 겨울 ‘뱅쇼’ 생각이 간절했던 이유다.
따뜻한 와인, 뱅쇼를 만드는 김홍철을 만났다.
 
지난해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최대 히트작은 단연 뱅쇼*였다. 한기가 내려앉은 늦가을 밤, 뜨겁게 데운 와인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큰 솥에 끓여 나눠 마시는 전통 방식 대신 플라스틱 파우치에 담아 출시한 덕분에 뱅쇼는 축제기간 사흘 동안 1만잔 이상 팔렸다. 이 ‘재즈아일랜드 뱅쇼’를 개발한 김홍철은 15년째 와인을 연구하고 빚어 왔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은 물론이고 뱅쇼와 브랜디 등 와인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든다. 그가 만드는 술 이야기를 들으러 다시 한번 가평으로 향했다.
 
*뱅쇼Vin Chaud 과일이나 각종 향신료를 넣고 끓인 와인.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축제 등에서 빠지지 않으며, 생강차처럼 원기 회복, 감기 예방을 위해 겨울에 즐겨 마신다. 프랑스에서는 뱅쇼, 독일에서는 글루바인Gluhwein, 미국에서는 뮬드와인Mulled Wine이라 부른다.
 

산을 깎아 시작한 와인의 길

처음 양조를 시작한 건 취미에 가까웠다. 와인 양조자이기 이전에 소문난 애주가였던 그는 술값을 충당할 요량으로 빚어 마시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때까진 본업인 대학교수로서의 궤도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러던 그에게 와인 공장을 차릴 예정인데 도와주지 않겠냐는 요청이 들어왔다. 와인에 빠져 월급의 대부분을 술값으로 지출하고, 여기저기서 와인 양조 수업까지 하고 있던 그로서는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어언 10년 전이네요. 횡성의 깊은 산골짜기에 처음 와인 공장 부지를 보러 갔어요. 사람이 걷지도 못할 수풀 속에 와인 공장을 차릴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가파른 산을 깎는 데만 몇 개월은 족히 걸릴 것 같더군요. 번듯한 와이너리가 들어서기까지는 결국 2년이 걸렸습니다. 와인 양조자로서의 길을 걷게 만든 횡성 디오니캐슬와인이죠.”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순탄치 않았다. 2년간 공들인 디오니캐슬와인은 3년 만에 경영난을 맞게 됐다. 그후 2년을 더 붙잡고 있었지만 결국은 횡성을 떠나게 됐다. 그럼에도 와인 양조는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여러 와인 농가에 자문을 주러 전국을 다니기 시작했고 상주, 영천, 경산 등 지역별 포도 맛을 보는 와중에 가평 운악산 포도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가평특선주영농조합에서 출시하고 있던 와인은 가시오가피를 함유한 기능성 와인 ‘아가페 와인’이었다.

“포도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봤을 때 와인 품질이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더라고요. 운악산 포도는 대부도나 송산 쪽에 비해 당도는 낮지만 특유의 향과 산이 새콤달콤한 맛을 냅니다. 그리하여 운악산자락 300여 포도 농가의 포도로 재즈아일랜드라는 와인을 출시하게 됐습니다.”
 

“전 세계에 이토록 다양한 와인이 생겨난 것도 결국은 품종, 토양, 떼루아의 한계와 맞닥뜨려 그것을 극복했기 때문 아닐까요? 우리도 그 한계를 극복하면 언젠가 전 세계에 통하는 한국 와인을 만들 수 있겠죠. 그것이 여태껏 와인을 만들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와인에 계피, 정향, 오렌지껍질 등을 넣고 뭉근하게 끓여내면 뱅쇼가 된다
 
 
한국 포도로 세계에 나서다

결국은 포도였다. 와인 맛을 결정하는 데 있어 뛰어난 양조자 이전에 갖춰야 하는 요소 말이다. 김홍철 실장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어려움도 바로 이 포도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 와인 양조가 어려운 까닭은 농가에서 생산하는 포도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양조용 포도가 아닌 식용 포도로 와인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죠. 식용으로 재배하는 캠벨포도는 포도 자체의 당도가 낮아 과당을 해야 하고 껍질이 얇아 색상도 충분히 나오지 않죠. 무엇보다 캠벨에서는 사실상 와인 양조자들이 가장 꺼려하는 향이 납니다. 타이어가 타는 것 같다는 팍시한 향이죠.”

그렇다고 해서 캠벨을 완전히 배척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그 환경 안에서 악조건을 극복한 와인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실제 그는 캠벨이 가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차례 실험 끝에 ‘23B 2007년산’이라는 와인을 만든 적이 있다. 캠벨 포도와 버팔로 포도를 9:1로 사용해 일절 과당을 하지 않고 당도를 23브릭스Brix까지 올린 것이다. 당시 그 와인은 세계적인 와인 스펙테이터 로버트 파커로부터 80점의 평을 받았다. 아주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와인 양조에 적합지 않다는 캠벨 품종으로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다음해, 캠벨 대신 MBA를 사용해 만든 ‘23B 2008년산’은 파커포인트가 87점까지 상승했다. 한국 와인 중 최고 점수였다. 당시 수입포도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을 사용한 와인이 84점이었으니 국내에서 생산하는 포도로 이뤄낸 쾌거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와인의 변방으로 머물러 있던 한국 와인에 비친 가능성의 빛이었다.

운악산자락 300여 농가의 캠벨포도로 만든 2009년산 재즈아일랜드 와인은 올해 출시를 앞두고 병입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재 재즈아일랜드의 와인을 마시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가평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다. 국산 와인 대부분이 지역 특산물로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즈아일랜드 와인도 매년 10월 열리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총 생산량의 1/6이 소비된다. 국산 와인이 갖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뱅쇼와 같은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야 한다는 게 김홍철 실장의 생각이다. 재즈 페스티벌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부터는 겨울뿐만 아니라 상시로 뱅쇼를 생산하게 됐다. 굳이 가평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와 카페에서 재즈아일랜드 뱅쇼를 만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수수보리 전은경(수수보리는 우리 술을 전파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재즈아일랜드 뱅쇼를 마시려면?
우리 술을 발랄하게 즐기는 공간 <물뛴다> | 무알콜로 출시된 재즈아일랜드 뱅쇼에 재즈아일랜드 브랜디를 3cc 가미해 판매한다. 브랜디의 알싸한 술 맛과 더불어 뱅쇼의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뱅쇼 외에도 전국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우리 술을 맛볼 수 있다. ‘물뛴다’라는 이름은 우리 술을 발랄하게 즐기는 공간이라는 의미란다. 한자어 ‘발랄’을 풀어쓰면 ‘물고기가 뛴다’라는 뜻이 된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3가 3-12  가격 뱅쇼 1만원  문의 02-392-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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