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셔스 어찌 그리 꿈같은 가요
모리셔스 어찌 그리 꿈같은 가요
  • 트래비
  • 승인 2014.02.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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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나라 모리셔스에서 열흘을 보내고 한겨울 눈바람 가운데로 돌아와 ‘꿈이었나?’ 되뇐다.
도도새가 머물렀던 최후의 파라다이스, 아름답다는 표현은 진부하다 못해 성의 없이 느껴질 만큼 신비롭고 다채로운 빛깔을 품고 있는 섬나라 모리셔스. 꿈엔들 잊힐리야.

 

 

블루베이Blue bay 그 푸르름에 빠진 모리셔스 아이들. 지금 이 순간, 말로는 뭐라 할 수 없는 이 순간, 아이들은 즐겁다


●첫인상
볼을 꼬집는 대신에 초록빛 바닷물에 혀끝을 대 본다.
상큼한 청포도 젤리 맛 정도가 나야 할 것 같은데, 짜다.
그러니까 이건 분명 바다다.

 

파도 잔잔하니 고요함이 맴돌았던 캡맬러루Cap Malheureux에서 발끝을 까딱까딱 말없이 푸른 바다와 이야기 나눈다

 

처음 만나는 블루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동요를 흥얼거리게 되더라니. 그 사이 못난 내 손에도 어여쁜 초록물이 들고, 물결이 살랑 손가락을 간지럽힌다. 모리셔스 공항을 등지고 있는 블루베이Blue bay의 아주 평범한 아침맞이. 이 꿈같은 장면 역시 리얼이다.


긴 비행이었다. 서울에서 홍콩을 경유해 모리셔스까지 꼬박 15시간이 걸렸다. 도도새가 살았던 섬 그리고 도도새가 사라져 간 섬. 모리셔스에 오기 전 내가 아는 전부였다. 얼마나 풍요롭고, 얼마나 평화로웠으면 날갯짓을 멈추고 도도는 섬을 뒤뚱거리게 됐을까. 반얀트리 가지에서 뻗은 받침뿌리에 매달려 그네를 뛰고,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바닷물 속으로 쉴 새 없이 다이빙을 하는 동네 아이들을 그저 부럽게 바라보며 이 섬이 자못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디셈버 트리가 떨구는 빨간 꽃비 아래


수도 포트루이스를 지나 블루베이 못지않게 아름다운 그랑고브Grand Gaube로 향하는 길이다. 수확철이 지나 장대높이의 사탕수수는 보기 힘들었지만 덕분에 사탕수수 빼곡한 들판이 그려낸 유연한 지평선을 마주한다. 이파리 시달리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릴 만큼 잔바람이 부는데도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을 감당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간중간 빨간 꽃잎을 터뜨린 플람보얀트 나무Flamboyant tree가 밭을 가로지르는 일꾼들 뒤로 빨간 꽃비를 뿌린다.


초여름에 해당하는 12월, 빨간 꽃을 불꽃같이 반짝 피우는 플람보얀트. 때문에 모리시안들은 ‘디셈버트리’ 또는 ‘뉴이어트리’라고 한다. 만나는 모리시안마다 “저기 봐, 예쁘지?”라며 나무를 가리킨다. 볼 때마다 알려주는 탓에 모리셔스 토종이냐 물었더니 어깨를 으쓱, 고개를 갸웃한다. “NO.”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 들여온 열대 관목이라고 했다. 설날 반가운 까치처럼 꽤 기분 좋은 계절 손님인가 보다. 그럼 됐지 뭐.


불쑥 시간이 흘러 계절 변하는 것을 쏟아지는 광고와 무슨 데이라 이름붙인 별별 기념일로 감지하고 살았다는 생각에 서글픔이 밀려오는데, 그 와중에 빨간 것이 곱긴 참 곱다. 한참 설명을 하던 이도, 한참 감탄의 추임새를 넣던 나도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멀어져 가는 나무를 붙잡는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사탕수수 넘실대는 땅도 푸르른 모리셔스에서 디셈버트리가 떨구는 빨간 꽃비는 무언의 길동무고 이정표고 위안이다.

 

매년 12월 모리셔스 곳곳에 흐드러지는 디셈버트리는 새로운 계절을 알리는 자연의 시계이다

뜨겁다 못해 따가운 태양이지만 그래도 좋다. 야자수 그늘을 벗어나 블루베이의 태양을 고스란히 누리는 연인들

 

●자연
선착장이 가까워지자 엉덩이가 가만 붙어 있지를 못하고 들썩거린다.
이 아름다움을 ‘천국, 환상, 대박’ 이런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지려는데
더 이상 머리 쥐어짜내지 말고 그저 즐기라는 듯 배가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미끄러진다.

 

울컥할 만큼 황홀한 뱃놀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선착장을 종종걸음으로 달려 크루즈 카타마란Catamaran에 오른다. 누군가는 천국의 뱃놀이라고 했다지. 카타마란은 거친 파도가 부는 남쪽 해안을 제외하고 모리셔스의 북쪽, 서쪽, 동쪽 해안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반나절 크루즈다. 각각의 해안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명소를 차례로 유람할 수 있어 모리셔스 여행자들이 일순위에 꼽는 현지 투어다. 경쾌한 올드팝에 하나둘 목청을 높이며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속살을 드러낸다. 다들 한 손에 맥주병이나 와인잔을 꼭 붙잡고 배 앞머리에 누워 앞뒤 골고루 뒤집어가며 아프리카 태양에 몸을 달구기 시작한다.


대개 호텔에서 가까운 지역을 이용하는데 굳이 동부 카타마란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일로셰프Ile Aux Cerfs 때문이다. 영어로는 디어 아일랜드Deer Island, 우리말로는 사슴섬. 사슴눈망울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섬이라 그런가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사실은 수세기 전 네덜란드인들이 식용으로 사슴을 이 섬에 들여 와서 붙은 이름이란다. 요즘말로 ‘웃픈’, 웃기고도 슬픈 사연이다.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일로셰프에서 두 말 없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패러세일링이다. 어린 날에 알록달록 풍선 꾸러미 타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해보았다면 그 기분을 이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늘 높이에서 굽어보는 일로셰프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싶어 순간 울컥한다. 뭐라 말 못하고 깊은 탄식만을 토해낼 뿐이다.

 

야생 동물은 물론이고 다양한 야생 식물을 접할 수 있는 카젤라 공원은 가족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

일곱 빛깔 토양으로 물든 샤마렐 언덕. 이름하여 세븐 컬러드 어스

뜨거운 태양 아래 영근 열대과일 리치. 모리셔스 곳곳에서 이 같은 노점을 만날 수 있다
 

 
모리셔스의 속살, 색다른 야생을 만난다


모리셔스에 바다만 있느냐. 천만의 말씀. 우리나라에서 모리셔스를 소개할 때면 제주도에 견주는 경우가 많다. 섬의 면적도 비슷하거니와 화산활동으로 태어난 섬이기 때문이다. 섬 가운데가 고원인 것도 그렇고 해안가에 뜬금없이 우뚝 솟아 오른 산들이 제주의 오름을 닮기도 했다. 모리셔스 곳곳에 화산섬의 흔적과 야생의 기운이 움트는 명소가 색다른 장면을 펼쳐 보인다. 남부의 샤마렐Chamarel 지역이 그렇다.


용암이 흘러내리다 그대로 멈춘 것처럼 구불구불한 진흙 언덕 샤마렐 세븐 컬러드 어스Seven Coloured Earth에 올랐다. 무지개빛깔보다는 울긋불긋 단풍 옷을 입은 듯하다. 한 줌의 모래를 쥐고 낱알로 분리하면 놀랍게 일곱 빛깔 고운 모래다. 그 주위로 녹음 무성한 열대 숲과 그 사이로 떨어지는 샤마렐 폭포가 대자연의 너른 품을 실감케 한다. 언덕 가까이 사탕수수를 가공하는 럼 공장에서 여섯 종류의 럼주를 시음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아주 조금이지만 스트레이트로 여섯 잔을 맛보고 나면 얼굴도 가슴도 후끈 달아오른다.


한층 더 와일드하게 모리셔스의 속살을 느끼고 싶다면 카젤라 공원Casela Nature & Leisure Park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기는 것이 좋겠다. 아주 단순하게는 동물원이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한껏 긴장하며 두 살배기 아기사자 자자의 등을 쓰다듬었다. 아흥. 앙탈을 부리다가도 싫지 않은지 입을 다시며 꼬리를 내린다. “여기 아프리카거든!” 이라고 말하듯이.


사자와 나란히 산책하고 쿼드 바이크로 이동하며 얼룩말과 눈맞춤 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400m 높이의 협곡 사이를 케이블에 매달려 비행하는 지프라인을 타는 순간, 단숨에 정글 속 타잔으로 빙의한다. 겁을 내다가도 대뜸 ‘도전’을 외치게 되니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지르며 모리셔스의 야생을 만끽한다. 이보다 조금 차분히 보내고 싶다면 팜플무스Pamplemiusses 지역의 SSR 보태니컬 가든도 괜찮다. 모리셔스 고유종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들여온 500여 희귀종을 볼 수 있는 식물원으로 우리 산들과는 또 다른 자연의 생명력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일상
사람 사는 이야기만큼 재밌는 것이 또 있을까.
때문에 제각각의 인간 군상이 한데 모인 시장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만큼 구경꾼들이 많은 법이다.

 

모리시안들의 손재주를 엿볼 수 있는 모형 범선
 

뜨거운 맛을 아는 모리시안들


이토록 고요한 섬나라에도 교통체증이라는 것이 있었다. 출퇴근 시간이면 수도 포트루이스Port Louise의 도로는 거북이 행렬로 빼곡하다. 그 시간만 피한다면 오가는 사람과 어깨 부딪힐 일 없이 모리시안들의 일상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포트루이스에서는 센트럴마켓이 딱 들어맞는다.


크기별, 색깔별로 층층이 쌓아올린 각종 채소와 과일은 어찌나 싱싱한지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 같았다. 누군가 소스 한 스푼을 내민다. 오 마이 갓. 매운 것 이상으로 강하다. 장난기 가득한 모리시안 아저씨는 “핫하고 스파이시하지 않으면 맛있다고 할 수 없지”라며 모리시안들의 입맛은 이런 것이라고 귀띔해 준다.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에도 매운 소스를 가미해 샐러드를 즐긴다고 한다. 모리시안들은 이런 맛, 이런 색감, 이런 향, 이런 촉감을 좋아하는구나. 시끌벅적하게 흥정하는 모리시안들 틈에서 점점 흥이 오른다.


가가호호 주택 지붕이 그려내는 지도가 있다. 포트루이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포트 아델라이드Fort Adelaide에 올라 지상과는 사뭇 다른 포트루이스를 마주한다. 도심과 항구 그 뒤로 뻗어 나가는 인도양 바다도 훌륭하지만 눈길을 빼앗는 것은 반대쪽 언덕 기슭의 샹 드 마르스Champ de Mars 경마장이다. 봄에서 여름을 지나 가을이면 절정에 달하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처럼 모리시안들이 열광하는 스포츠가 바로 경마다.


5월에서 9월까지 매주 토요일 경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뜨겁다 못해 따가운 볕에도 아랑곳 않고 달리는 말과 기수를 향해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모리시안들을 목도할 수 있다.
뿌연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앞서가는 경주마들에 모든 시선이 고정된다. 몇 번 말에 배당금을 걸었는지 결승선을 통과하자 경마장이 뜨겁게 들끓는다. 중세 귀족의 취미생활에서 시작된 경마는 여전히 귀족스포츠의 성격을 띤다. 경기장 안쪽에 자리한 경마 클럽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회원과 VIP들을 위한 공간이다. 여기엔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한다. 드레스코드 역시 엄격하다. 여성들의 경우 왕실 무도회에 어울릴 법한 깃털 달린 머리 장식과 이브닝드레스 정도는 입어 줘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경기도 경기지만 샹 드 마르스에선 응원하는 재미,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구미를 돋운다.

 

모리시안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내달리는 경마 주자들

모리셔스에서 거둔 싱싱한 먹을거리들이 가득한 센트럴마켓

 

그림 같은 모리셔스에서도 시간은 간다


모리셔스는 분명 그림 같은 곳이지만 그곳에도 일상의 시계는 째깍째깍 우리의 것과 똑같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작은 어촌마을 트루드도스Trou Deau Douce에서 어부들이 낚시하는 모습을 곁에서 볼 수 있다 해서 갔는데 허탕이었다. 오후 3시가 넘었을 때니 당연한 거였다. 짠물에 벗겨져 나간 페인트를 배에 덧칠하던 어부가 싱긋 웃어 준다. 아들인 듯 보이는 아이가 그 주변을 맴돈다. 어부가 아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Kiss.” 아이가 삐죽삐죽 걸어와 손등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나는 우리말로 “고마워”라고 인사했다.


점심 무렵의 그랑베이Grand Baie에는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모리시안들이 해변 노점에 삼삼오오 모여든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그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여지없이 달푸리Dholpuri를 주문한다. 얇게 부친 밀가루 전병에 커리와 몇 가지 매콤한 소스를 얹어 돌돌 말아 먹는 인도식 주전부리를 선 자리에서 바로 흡입한다. 맛있냐고 묻는 눈짓에 웃어 보였다.


탈탈거리는 선풍기 아래 본을 대고 펜대를 놀리는 손짓에 군더더기가 없다. 플로리얼 지역 한쪽 골목에 자리 잡은 모형 범선을 만드는 공방이다. 수십년 경력의 장인들이 실제 선박의 설계도 그대로를 재현한다. 망망대해를 누볐던 커티삭, 빅토리 등 군함, 타이타닉과 같은 대형 크루즈는 물론이고 모리셔스 전통 배 ‘라필로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신기해하는 방문객들의 플래시 세례에 이골이 났는지 전혀 흔들림이 없다. 큰 걸로 하나 사고 싶다는 신랑과 옆구리 쿡쿡 찌르며 말리는 신부의 옥신각신 실랑이에 미소가 지어진다.


●역사문화
사탕수수밭에서 고된 하루를 보낸 노예들은 깜깜한 밤이 되면 해변으로 나와 모닥불을 피우고
그 주변에 모여 그들의 고통과 설움을 노래와 춤으로 털어냈다.

 

고된 몸과 서러운 마음을 털어내는 농밀한 몸짓


1505년 아프리카 대륙을 에둘러 인도양 바다를 항해하던 포르투갈 선원들은 포동포동 살찐 도도새만이 뒤뚱거리는 무인도를 발견했다. 모리셔스다. 긴긴 항해에 지친 선원들이 평화롭던 모리셔스에서 나는 법마저 잊은 도도새를 모두 먹어 치우자 정말 주인 없는 섬이 됐다. 이후 1598년 네덜란드가 이 섬을 식민지로 삼았다. 하지만 그들은 17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을 식민지로 만들면서 떠났고, 천연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 들여 온 노예들은 그대로 남겨졌다. 오늘날 모리셔스의 역사는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 1715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면서 기존의 노예들을 통솔하고 아프리카 대륙의 노예들을 더 많이 데려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시작했다. 그 시기 인도 이민자들도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아주 독특한 문화가 생겨났다. 바로 크레올Creole이다.


크레올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모리셔스에서 크레올은 프랑스 백인과 흑인 노예의 피가 섞인 혼혈과 언어·음식·예술 등 그들이 꽃피운 문화 전반을 통칭하는 말이다. 백인의 피가 섞였지만 그들의 지위는 높아지지 않았다. 혼혈 노예, 여전히 슬픈 사람들. 1년에 한 번 모리셔스에서는 크레올 페스티벌이 열린다. 크레올 문화의 중심이라고 하는 셰이셸에 비하면 그 규모는 훨씬 작지만 그들 스스로 크레올의 정체성을 되찾고 크레올 문화를 알리는 기회로 꾸준히 축제를 열고 있다.


노예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친 노예들은 거친 돌산으로 이루어진 남서부의 르몬Le Morne으로 몸을 숨겼다. 바깥 세상과 단절된 곳이라 노예제도가 폐지된 것도 모르고 산꼭대기나 동굴에 숨어 지내던 노예들은 소식을 전하러 온 군인들을 보고도 자신들을 잡으러 온 것이라 오해를 하고 만다. 그리곤 곧 절망에 빠져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죽음이라는 영원한 자유를 선택했다고 한다. 르몬의 몬Morne은 한탄하다, 슬퍼하다는 뜻이다. 유네스코 문화경관으로 지정된 이곳에서 크레올 세가sega가 멍석을 깐다. 사탕수수밭에서 고된 하루를 보낸 노예들은 깜깜한 밤이 되면 해변으로 나와 모닥불을 피우고 그 주변에 모여 그들의 고통과 설움을 노래와 춤으로 털어냈다.


세가는 슬프지도, 한스럽지도 않다. 리드미컬하고 다이내믹한 가운데 힘차고도 섹시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오롯이 삶의 환희를 느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또는 그만큼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무아지경에 이를 만큼 강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동네 아이들이 크레올 댄서들 앞에서 몸을 배배 꼬며 춤사위를 따라한다. 무희들의 공연보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무대 아래 잔디밭에서 펼쳐진 크레올 사람들의 움직임이다. 축제가 무르익을수록 더욱 농밀해지는 그들의 몸짓에 모리셔스의 밤이 짙어진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축양식과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유레카 하우스
설탕, 럼주 등 모리셔스를 대표하는 상품들이 바로 이 사탕수수에서 탄생한다
세가 리듬에 맞춰 화려한 춤사위를 뽐내는 아름다운 크레올 여인
 

한 번 봐선 알 수 없는 모리셔스의 표정


미간 사이 빨간 점 빈디Bindi를 찍은 인도계 여성도, 까맣고 탄력 있는 피부를 뽐내는 흑인 청년도 하나같이 “나 모리시안이야”라고 했다. 불룩 나온 배로 인격을 자랑하는 백발의 중년도, 어느 나라 출신인지까진 모르겠지만 다시 봐도 유러피언인 그 역시 자신을 모리시안이라 소개했다.


1810년 프랑스에 이어 영국이 모리셔스를 차지하면서 모리셔스는 유럽과 아프리카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문화가 한데 버무려진 다민족, 다문화 국가로 발전하게 된다. 다양한 표정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기까지 꽤 불편한 역사가 존재하지만 1968년 영국으로부터도 벗어나 완전히 독립국이 된 모리셔스는 이제 모리시안들의 나라이다.


모카 강변, 식민지 시절의 건축양식이 잘 보존된 크레올 하우스 유레카Eureka에서 크레올 아주머니가 만들어 주는 커리 요리를 맛보고, 섬의 남부 화구호에 위치한 힌두사원 그랑바신Grand Bassin에 다다라 성스러운 기운에 젖어 본다. 힌두교도들이 제물로 올린 바나나를 쏜살같이 달려와 가로채는 원숭이 무리만이 분주하다.


유독 까만 하늘 그래서 별빛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는 모리셔스의 밤에 다시 그랑베이를 찾았다.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랑베이에서 가장 분위기 좋다는 바나나비치클럽에 자리를 잡는다. 모리셔스산 맥주 피닉스Pheonix도 좋고 럼 베이스의 달콤 쌉쌀한 칵테일도 좋다. 테이블은 이미 만석이지만 돌아서는 이가 없다. 낯선 이들과 엉켜 스탠딩으로 즐기는 분위기가 제법 자연스럽다.


모리셔스는 한 번의 여행으로 받아들이기 벅찰 만큼 다채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나는 모리시안들마다 “모리셔스는 처음이니?”라고 물어 본 까닭에 한번은 “왜 다들 처음이냐고 물어 봐?”라고 되물은 적이 있다. 자기도 웃긴지 박수를 치며 웃다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었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또다시 그 질문을 받을 수 있으려나. 멀어지는 모리셔스를 향해 나직이 인사한다. 안녕, 나의 첫 번째 모리셔스.


●리조트
조금 과장을 보태 리조트 위치만을 표시한 종이를 놓고 차례로 연결하면 얼추 모리셔스 해안선을 그릴 수 있을 만큼 모리셔스는 리조트 파라다이스다.

 

질와 아티튜드 모리셔스 호텔의 프라이빗 비치. 모형 범선을 띄우며 크레올 라이프를 만끽한다
 

이것이 바로 모리셔스 크레올 스타일이다
질와 아티튜드 모리셔스 ZILWA attitude Mauritius

이왕 모리셔스에 왔으니 모리셔스의 문화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껴 보고 싶다고 한다면 질와가 제격이다. 지난 11월에 문을 열어 이제 막 3개월 차, 모리셔스에서 가장 생기 넘치는 이 호텔은 모리셔스 고유의 ‘크레올’을 콘셉트로 한다. 질와라는 이름부터가 크레올 언어로 섬이란 뜻이다. 크레올 문화를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채로운데 그 가운데 크레올 레슨은 호텔 스태프가 선생님이 되고 투숙객이 학생이 되어 간단한 크레올 기본 인사말을 익히는 문화체험프로그램이다. 수업이 끝난 후 곳곳에서 “Ki manier?”이라 인사하고 “Mo bien”이라 답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크레올 언어로 ‘How are you?’, ‘I’m fine’이란 말이다.
질와의 셰프와 함께 피시커리 등 크레올 전통 음식을 만들어 보는 쿠킹 클래스나 모리셔스 가정집에 초대받아 모리셔스식 만찬을 즐기는 프로그램도 놓치기 아깝다. 밤에는 해변 모래사장에 모닥불을 피우고 그 주위를 돌며 춤추고 노래 부르는 크레올 ‘세가’를 즐긴다. 어느 리조트보다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질와는 이것이 바로 모리셔스 크레올 스타일이라 말하는 듯하다.
위치 Royal Road, Calodyne, Mauritius 
문의 +230 204 3800 www.zilwa-hotel-mauritius.com

 


 

단 둘이 고요 속에 깊이 빠져들고 싶다
파라다이스 코브 부티크 호텔 Paradise Cove Boutique Hotel

너와 나 단둘이서. 파라다이스 코브는 한마디로 커플천국. 친구, 연인, 허니무너 등 커플에게 최적화한 호텔이다. 단호히 18세 이상이라고 못 박는 성인 커플 전용 호텔이다. 그러나 19금의 무언가 야릇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고도 멀다. 투숙객들이 평화롭고 조용한 안식처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단장한 부티크 호텔이다. 때문에 어린아이와 동행한 가족 단위 투숙객을 마주하는 일이 드물다. 열대정원 속에 자리 잡은 호텔은 고풍스러운 목조 건축에 블루 & 화이트 색감의 인테리어를 더하여 따스하고 차분한 바탕에 싱그러움을 더한다. 공용공간에서는 라이브 또는 어쿠스틱 음악을 고집한다. 전자제품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도 과감히 배제했다. 해양레포츠와 액티비티, 스파 등 다양한 서비스를 두루 갖추고 있음에도 파라다이스 코브는 이곳에서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 순간에 허락된 것은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파도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그 또는 그녀뿐. 그것이면 충분하다.
위치 Royal Road, Anse La Raie, Cap Malheureux, Mauritius 
문의 +230 204 4000 www.paradisecovehotel.com

 

아무 것도 신경 쓸 필요 없이 맘껏 누린다
산드라니 리조트 & 스파 모리셔스 Shandrani resort & Spa mauritius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온한 바다, 찰랑찰랑 물결 일렁일 때마다 눈부신 태양이 별빛처럼 부서지는 바다, 수평선 끄트머리에서부터 시원한 파도를 밀고 오는 거칠고 푸른 바다. 공항 지척 블루베이 해상공원을 감싸 안고 있는 산드라니는 이 세 가지 스타일의 바다를 모두 선물한다. 뜨고 지는 것이 어디 해뿐이던가. 모리셔스 공항으로 뜨고 지는 에어모리셔스 비행기가 그때그때의 시간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 리조트이다. 객실요금에 모든 식음료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주류는 물론이고 객실 내 미니바까지 전부. 공짜라고 맛이 덜할쏘냐. 같은 메뉴를 다시 주문할 만큼 신선한 재료, 정성 들인 요리가 매끼 군침을 삼키게 한다. 수영복 차림의 아이들이 저대로 요목조목 주문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덕분에 엄마 아빠는 모처럼 한가로운 낮을 보낸다. 메인 수영장 옆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밤이면 밤마다 파티, 전통공연, 밴드 연주 등 다양한 테마의 클럽으로 변신하니 리조트 안에만 머물러도 지루할 틈이 없다.
위치 Plaine Magnien, Blue Bay, Mauritius
문의 +230 603 4343 www.shandrani-resort.com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트루오비슈 리조트 & 스파Trou Aux Biches Resort & Spa

나의 모리셔스식 별장. 트루오비슈를 떠올릴 때면 리조트보다 별장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뽀얀 모래와 훤칠한 야자수가 2km에 달하는 트루오비슈 해변을 장식하고 그 안쪽으로 초록의 열대정원 사이사이 돌담과 초가지붕이 인상적이다. 모리셔스 해안 가옥을 모티브로 한 빌라들이 여섯 개의 작은 마을을 이룬다. 때문에 리조트 내에서도 이동할 때마다 버기를 이용해야 하지만 부담스럽기는커녕 동네 마실하는 기분에 즐겁기만 하다.
모리셔스, 이탈리아, 인도, 태국, 프랑스 등 다국적 셰프들이 책임지는 6개의 레스토랑은 모두 수영장이나 연못 또는 바다를 앞에 두고 있어 제대로 된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바닷바람 살결에 닿고 꽃향기 콧등에 스치는 정원 속에 오두막 스타일로 디자인한 클라란스 브랜드 스파는 에코 프렌들리 트루오비슈를 더욱 완벽하게 해준다. 수상스키, 카약, 스노클링, 윈드서핑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는 덤이다. 여기에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다운타운 그랑베이와 수도 포트루이스가 10~20분 거리에 있어 모리셔스 곳곳을 여행하기도 수월하다.
위치 Coastal Road, Trou aux Biches, Triolet, Mauritius
문의 +230 204 6800 www.trouauxbiches-resort.com

 
블루베이 곁에서 단잠에 빠져들고 만다. 산드라니 리조트 & 스파 모리셔스에서 누리는 여유로움


▶travel info
Mauritius

 

카젤라 공원Casela Nature & Leisure Park 
주소 Royal Road, Cascavelle, Mauritius  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5~9월) 오전 9시~오후 6시(10~4월)  요금 사자와 교감(15분) 600Rs, 사자와 걷기(1시간) 3,000Rs, 지프라인 995Rs 등 선택 가능  문의 +230 452 2828

 

샤마렐 럼 공장Rhumerie de Chamarel 
주소 Route Royale, Chamarel, Mauritius  개장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월~토, 공휴일)  요금 1인 350Rs(가이드 투어 및 시음 포함)  문의 +230 483 7980 www.rhumeriedechamarel.com

 

SSR 보타닉 가든Sir Seewoosagur Ramgoolan Botanic Garden 
주소 Pamplemousses, Port Louis, Mauritius  개장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요금 1인 200Rs  문의 +230 243 9401

 

포트루이스 센트럴마켓Port Louis Central Market 
위치 Corderie Street, Port Louis, Mauritius
개장시간 오전 5시30분~오후 5시30분(월~토) 오전 5시30분~오전 11시30분(일)

 

샹 드 마르스Champs de Mars 
주소 Tranquebar, Port Louis, Mauritius
문의 +230 211 2147 www.mauritiusturfclub.com

동부 카타마란 크루즈┃코스 그랑리버 폭포→스노클링→크루즈 런치→일로셰프→자유 익스커션(약 8~9시간)  요금 1인 3,800Rs(개인경비 및 일로셰프 자유 익스커션 별도, 파라세일링 2인 약 1,600Rs)

 

서부 돌핀 카타마란┃코스 돌핀 포인트→산호섬 투어→크로즈 런치→스노클링(약 8~9시간)  요금 1인 3,800Rs (매너팁, 개인경비 불포함)

 

남부 자연 투어┃코스 카젤라(워킹 위드 라이언) →샤마렐(폭포, 세븐컬러즈)→그랑바신 힌두사원→큐핍 분화구(약 7~8시간)  요금 1인 7,000Rs(입장료, 식비, 매너팁, 개인경비 불포함)

 

북부 시티 투어┃코스 포트루이스 시내관광→아델라이드 요새→슈카케인박물관→SSR 보타닉 가든→그랑베이 해변→빨간지붕 노틀담 성당(약 7시간)  요금 1인 3,500Rs(입장료, 식비, 매너팁, 개인경비 불포함)

Mauritius
정식 명칭은 모리셔스 공화국Republic of Mauritius이다. 아프리카의 서남부, 마다가스카르의 동쪽, 동경 57°, 남위 20° 부근 인도양 위의 화산섬으로 수도는 포트루이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다민족국가이나 이곳 사람들은 스스로를 ‘모리시안Mauritian’이라 지칭할 만큼 그들 스스로 꽃피운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모리셔스를 깨알같이 즐기는 동서남북 현지 여행 패키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꽉 찬 모리셔스는 장기체류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휴양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대부분 4~6일 일정의 허니무너다. 시간과 비용 모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모리셔스는 운전 방향이 우리나라와 반대이고 렌터카의 경우 오토 차량이 드물다. 물가는 훨씬 저렴하지만 유류비 등 차량관련 비용은 상대적으로 높아 택시 이용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현지 여행 패키지. 번거로울 수 있는 현지 업체 예약과 운전기사가 포함된 차량이 제공된다. 가이드가 단체 인솔하는 패키지가 아니라 운전기사와 상의하여 유연하게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노쇼핑, 노옵션에 도움이 필요할 경우 현지에 체류하는 한국인 코디네이터에게 연락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단, 요금에서 트랜스퍼 비용은 별도. 문의 드림아일랜드 02-566-3612 www.dreamisland.co.kr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서진영   사진  Travie photographer 문미화  취재협조  모리셔스정부관광청 www.tourism-mauritius.mu  에어모리셔스 www.airmauritius.com  드림아일랜드 www.dreamisland.co.kr www.facebook.com/dream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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