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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기자] 바늘과 실처럼 사진과 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2.27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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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낄 수 있지만 잡을 수 없고,
잡았다고 여기는 순간 놓쳐 버린 
아름다움에 대한 영원한 갈망."
 
 
바늘과 실처럼 사진과 여행 
 
여행과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열흘 동안 단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할지라도 그 한 장으로부터 열흘을 추억할 수 있을지니. 

 
당신의 사진을 사랑하라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 
 
“니 그래 가지고 밥 빌어먹고 살겠나?” 
여행기자가 되어 처음으로 나온 명함을 자랑하던 찰나, 친구라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절친’이 내뱉은 말이다.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였지만 그녀의 진의는 이렇다. 여행기자로서 내 사진은 인정받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이라는 것. 이제 직업이 되었으니 능력을 키워야 하지 않겠냐며 사진을 좀 배워 보라고 권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첫 취재를 다녀오면서 나는 그녀의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 기사에 넣을 4장의 사진을 위해 100장을 찍고 그것도 모자라 업체로부터 사진을 제공받는 굴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독학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서점의 사진 코너를 쑤시고 다니던 중, 찾았다.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의 저자는 스마트폰으로 1년 동안 1만여 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고 SNS에 올린 사진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전시회까지 열었다. 사진전에 이어 책까지 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폰 카메라 이용 팁은 신세계처럼 느껴졌다. 초점과 노출, 셔터와 플래시, 날씨와 피사체까지 DSLR 카메라에만 있을 법한 기능을 스마트폰을 통해 구현해냈다. 그러나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카메라의 기능만이 아니라 사진에 대한 자세다. 실제로 그가 놓치지 않은 일상 속 장면을 보여 주면서 ‘화장실 갈 때도 카메라를 챙겨라’, ‘눈높이를 달리하라’ 등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늘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셀 수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니 그것은 의미가 되었고 비로소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는 것보다 얼마나 사랑할지 고민하는 게 먼저라고.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을 열었다. 책도 냈다. 누가 봐도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무겁고 어려운 DSLR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면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보자. 저자가 말하는 ‘사진을 사랑하는 법’은 덤이다. 
한창민 | 오픈하우스 | 1만6,000원
 
저자 한창민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딴지일보, 인터넷기업협회 등 주로 미디어와 인터넷 분야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오픈넷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출근길은 나를, 내 이웃을, 주변 환경을
다시 보게 하는 여유을 선물한다.
출근길에 걸으며 사진을 찍으니
그 사소한 일상이
사무치게 감사해졌다."
 

"지루하지만 지속적으로 하는 습관.
그게 전부다. 특별한 재주가 없는
입장에서는 어찌해 볼 다른 방법이 없다.
돌이켜 보면 그게 삶이고 사진이다."

당신의 아침을 여행하라
약수동 출근길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많이 찍어 봐야 한다고들 말한다. 전문가의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절대적인 연습량이 필요하지만 비단 ‘양’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꾸준하게’ 많이 찍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약수동 출근길>은 유용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출근길에 찍은 사진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여유로운 흑백 사진들로, 보는 순간 부러움과 질투가 솟아오른다. 저자의 약수동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는 약 2.5km 남짓이다. 하지만 저자의 실제 출근 시간은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그의 출근길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 시간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어느 멋진 모습에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발전적인 시간이었던 것이다. 명색이 사진 에세이인데 조리개 값도, 셔터 스피드 값도 나와 있지 않다. 이 책이 마치 한 권의 여행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날 사진에 얽힌 에피소드와 생각을 잘 정리해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말한다. 매일 출근길, 카메라와 함께 한 정거장만 먼저 내려 걸어 보라고.  
 
 
 
약수동 출근길
저자는 매일 출근길을 여행하며 때때로 뜻하지 않은 삶의 진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여정을 사진에 담았다. 매일 아침 10분 먼저 집을 나선다면 그 또한 일상 여행이 될 것이다. 카메라와 함께라면 더 좋고. 백승우┃호박┃1만3,800원 
 
저자 백승우
호텔리어 백승우는 2007년 갤러리 나우에서 ‘IN THE HOTELⅠ’ 사진전을 시작으로 총 4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상무이사이자 세종대학교 관광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  손고은 기자   사진  Photographer 한창민·백승우   취재협조  출판사 오픈하우스·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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