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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음식단상] 국수 이야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2.2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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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음식단상
<맛골목 기행>, <서울문학기행>의 저자 장태동 작가의 맛깔스러운 이야기

국수, 돌아보니 인생 곳곳에서 참 큰 일 했다.
태어나 첫 생일 오래 살라고 엄마는 국수를 삶았다.
배필 만나 화촉 밝히던 날 국수타래처럼 엉켜 함께 잘 살라고 국수를 끓였다.
이런 날이 아니더라도 이러구러 살면서 밥 넘기기 힘들 때마다 한마디, 국수나 해먹자!
전국의 모든 국수가 고맙다.
 

오징어찌개 혹은 오징어국수
대전 소나무집 오징어국수
대전역 부근 소나무집은 오징어국수를 50년 가까운 세월 끓이고 있다.
오징어국수는 독특하면서 평범하다. 독특한 것은 맛이다.
첫 맛은 재료들의 맛이 붕 떠 있는 듯,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맛인데 계속 먹다 보면 입에 붙는다.
평범한 것은 이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다.
오징어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총각김치묵은지, 오징어, 국수사리 세 가지다.
매년 가을 총각김치를 담아 1년 정도 묵힌다.
총각김치묵은지를 꺼내 무를 얇게 썬다.
오징어와 국수사리는 그때그때 준비한다.
국수는 살짝 삶아 나오기 때문에
오징어와 국물 맛을 조금 본 다음에 국수를 넣는다.
진정한 맛은 국수사리를 넣고 난 뒤
국수가 잘 익을 때쯤 나온다.
그때 면을 건져 먹고 국물을 마시면,
그 맛이 입 안에 착착 달라붙는다.
이 집 오징어국수는 국물 없는 오징어볶음, 국물이 있는 오징어찌개,
오징어찌개에 국수를 넣은 오징어국수로 변해 왔던 건 아닐까 상상해 본다.
소나무집  042-256-1464
 

지고추의 헌신
충북 청주시 아지트손칼국수
충북 청주시 서원대학교 후문 부근에 아지트손칼국수가 있다.
상호가 ‘아지트’다. 2000년에 문을 열었으니 식당 역사도 길지 않고
칼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도 호박, 마늘, 김가루 등 평범하다.
육수도 다른 집에서도 쓰는 사골 우린 국물이다.
여기까지는 다른 집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 다른 게 몇 개 있다.
아지트손칼국수 043-284-1251
 
우리밀 칼국수
충남 공주 고가네칼국수
충남 공주는 칼국수가 유명하다. 20대 때부터 ‘공주 칼국수’를 먹었으니
적어도 20~30년 전부터 ‘공주 칼국수’는 유명했던 거다.
공주칼국수는 대부분 벌겋고 얼큰한데,
그 가운데 담백하고 깔끔한 칼국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집이 있다.
고가네칼국수가 그 집이다. 이 집은 우리밀로 면을 만든다.
잘 정제된 수입밀가루와는 식감부터 다르다.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입 먹어 보면
수입밀가루로 만든 면과 다르다는 것을 한번에 눈치챌 수 있을 것 같다.
사골육수에 표고버섯, 배추, 호박 등 갖은 채소들이 들어가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맛을 완성한다.
육수가 끓으면 면을 넣어 즉석에서 끓여 먹는다.
순박한 면발을 후루룩하고 흡입하면 면과 함께 육수가
입 안으로 들어오면서 입 안 가득 칼국수의 맛이 들어찬다.
씹을수록 구수한 면발의 맛은 매콤하고 신선한
겉절이의 맛과 딱 맞아 떨어진다.
잘 익은 깍두기가 면발과 국물,
겉절이 사이에 있는 맛의 간극을 채워 준다.
고가네칼국수 041-856-6476
 
 

정선의 맛 
강원도 정선 장칼국수
강원도 정선 재래시장 안 식당골목에 가면
장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
장칼국수라고 해서 된장이나 고추장을
국수에 풀어 먹는 게 아니라
메주가루를 넣어 끓이는 거다.
구수한 콩가루라고 생각하면 된다.
총총 썬 묵은지와 김가루 깨소금이 기본적인 고명으로 올라간다.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 다진 것과 양념장을 넣어 먹는다.
구수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다른 칼국수와 다른 건 묵은지와 양념장이다.
엇비슷한 칼국수 맛을 차별화하는 묵은지와
맛있는 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이 중요하다.
단골식당 033-562-5759
 
막 먹는 막국수
경기도 여주 천서리 막국수
경기도 여주 천서리에 가면 막국수 마을이 있다.
그중 종종 들리는 홍원막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옛날에는 맛이 거칠고 양념이 강해서 막 먹어야 될 것 같았는데
요즘에는 맛이 세련되고 많이 부드러워져서 막 먹는 맛이 반감됐다.
물국수보다 비빔국수가 입맛에 맞는다.
막국수의 잔잔한 맛을 책임지는 부재료는
오이와 무, 깨소금, 고기, 김 등이다.
시원한 무와 고소한 고기 맛이
비빔장과 면발의 맛과 어울린다.
함께 씹으면 시원하면서 고소한 첫 맛에 이어
맵고 개운한 뒷맛이 오래도록 입에 남는다.
계산을 하는데 주인아저씨가 식당 한쪽 테이블을 가리키며
“우리 집도 대를 이어 국수를 말고 있지만 저 손님들도
대를 이어 우리 집을 찾아 주네요”라며 웃는다.
홍원막국수 031-882-8259
 

열기를 북돋는 음식
충북 옥천 선광집 생선국수
생선국수는 각종 민물고기를 넣고 살이 으스러질 때까지 곤다.
그런 다음 그 육수에 소면을 넣고 끓여 내는 것이다.
양념장과 후추로 입맛에 맞게 조미해서 먹는다.
민물고기를 주 재료로 했으니 민물고기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민물고기 육수에 소면을 삶아서 뜨끈뜨끈한 상태로 식탁에 오른다.
식혀 가면서 먹어도 좀처럼 식지 않는다.
민물고기와 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먹을 것은 없을 것이다.
반도 채 먹기 전에 머리에서 땀이 솟고
등줄기가 화끈거린다. 온몸에 땀이 난다.
술 먹은 다음날 먹으면 딱 좋겠다.
선광집 043-733-9755
 

칼국수에 퍼지는 굴향기
서울 동작구 흑석동 동해칼국수
흑석동 재래시장 골목에 있는 동해칼국수는
굴칼국수로 유명하다.
굴이 들어갔으니 굴 향이 나는 건 당연한 것.
거기에 기호에 따라 후추와 양념장을 넣어 먹는다.
간장에 파 매운고추 고추가루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장은
넣은 것과 안 넣은 것이 맛이 많이 다르다.
양념장을 안 넣으면
굴의 독특한 맛에서 우러난
느끼함이 약간 느껴진다.
양념장을 넣으면
칼칼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 준다.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굴이 주재료라면 바지락과 감자는 부재료로 들어간다.
시장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동해칼국수 02-813-6266   
하나는 육수에 국수 삶은 물을 약간 섞는 것이다.
풋풋한 밀가루 향기가 살짝 풍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국수에 넣는 지고추 다진 것과 고추가루양념장이
국수의 맛을 풍부하게 해준다.
특히 매년 늦가을에 담는 지고추는
이 집 칼국수 맛을 결정짓는 결정타다.
아지트손칼국수 043-284-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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