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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고대왕국의 자취를 찾아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3.0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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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는 태국에서 방콕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다.
하지만 방콕처럼 대도시의 분위기도, 초고층 빌딩의 현란한 불빛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것이 한 템포 느리게 간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5km 떨어진 곳에 고대도시 위앙 쿰 캄의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은 위앙 쿰 캄 안에 있는 프라 탓 카오 사원


역사를 거닐고, 자연에 녹아들다


치앙마이를 우리나라 도시 중에 비유를 하자면, 부산보다는 경주에 가깝다. 1296년 멩라이 왕이 세운 고대 란나왕국의 수도로 500년 동안 번성했다. 태국 북부 지역을 통치했던 란나왕국은 치앙라이에 첫 번째 수도를 두었으나, 미얀마의 잦은 침공 때문에 치앙마이로 수도를 옮겼다. 그후 치앙마이는 16세기까지 태국 북부의 독특한 부족문화와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다.


도시는 해발 335m의 분지로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시내에는 고층 건물이 없어 도시라기보다는 차라리 넓은 마을처럼 보인다. 방콕에서 북쪽으로 700km 떨어져 있는 이 도시에는 도이 수텝Doi Suthep, 도이 인타논Doi Inthanon 등 1,000m가 넘는 고산들도 이어진다. 그리고 이 산들이 만들어내는 시원한 바람이 도시의 온도를 낮춰 준다. 한낮에는 섭씨 30도 가까이 올라가지만, 11월에서 2월 사이에는 아침 기온이 10도 안팎까지 떨어진다. 서늘한 기온에 건조한 날씨 그리고 열대식물이 가득한 산 속을 달리다 보면, 치앙마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태국의 이미지와도 점점 멀어진다. 치앙마이에 들른 배낭여행자들은 다시 짐을 싸지 못하고 몇 개월씩 눌러앉는다. 이곳은 점잖고 기품있는 호흡으로 여행자를 다독인다.

치앙마이 구시가지 안에 있는 100여 개의 사원들 중 대표사원으로 손꼽히는 왓 체디 루앙. 마침 스님이 종을 치며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치앙마이의 대표 공예품인 우산을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산 캄팽 민예마을
두 손으로 연꽃을 쥐고 왓 프라탓의 체디 주변을 돌며 끊임없이 기도하는 신자들

타패와 해자로 지켜 온 가치


치앙마이를 찾는 개별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짐을 푸는 곳은 타패Tha Phae라는 성곽 안의 구시가지이다. 방콕을 처음 찾는 여행자들이 카오산에 몰려드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곳이다. 많은 호스텔과 고급 호텔, 레스토랑과 카페, 숍들이 몰려 있고, 외국 여행객들도 제 집처럼 이 지역을 활보한다. 다섯 개의 성문이 남아있는 타패와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 구시가지 안은 불교사원과 역사적인 건물이 많은 유적지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주거지로도 이용되어 왔다.

 

유적이 많아 개발이 제한되었고, 지금도 옛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구시가지 안에만 100여 개가 넘는 불교사원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곳은 왓 체디루앙Wat Chedi Luang. 방콕의 왓 프라깨우Wat Phra Kaew에 있는 에메랄드 불상이 원래 안치되었던 곳으로 유명한데, 본당 뒤편에 있는 거대한 벽돌 체디Chedi가 압권이다. 본래 84m의 높이로 지어졌으나 지진으로 무너진 후, 60m 높이에 한쪽이 부서진 지금의 형태로 남았다. 용을 연상케 하는 계단의 수호상 ‘마라카’에 잠시 마음을 빼앗긴 후, 체디 왼쪽으로 돌아가면 불상을 모신 탑 중간에 하얀색 코끼리가 탑의 한 면에 줄줄이 박혀 있다. 태국 어디에서도 이처럼 거대한 코끼리가 탑 중간에 장식된 형상을 본 적이 없어 더욱 신기했다. 이는 캄보디아 힌두사원의 전형적인 형태로, 치앙마이의 불교 유적들이 캄보디아 힌두문화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타패 안에 숙소가 있다면, 하루 정도는 어슬렁어슬렁 구시가지를 돌며 이렇게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마주하며 사원 투어도 하고, 가만히 불당 안에 앉아 있어도 좋을 듯하다. 갈증이 나면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지는 작은 카페에서 달달한 도이창 커피를 마셔도 좋겠고, 밤이 되면 도시의 불빛이 물 위로 유영하는 해자 주변을 천천히 걸어도 좋을 것이다. 또 고산족이 만든 기념품과 갖가지 물건을 파는 나이트 바자도 구경 삼아 둘러볼 만하다. 단 지나다니기도 힘들 만큼 많은 관광객이 몰리니 잘 헤치고 다닐 체력은 남겨 두어야 한다.


구시가지에서 사원을 많이 못 봤다고 해서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치앙마이에서 꼭 보아야 할 사원이 수텝산과 위앙 쿰 캄Wiang Kum Kam에 있다. 해발 1,677m의 산 정상에 있는 왓 프라탓Wat Phra That은 산 아래에서 케이블카를 타거나 30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되는데 야외 불전 한가운데에 20m가 넘는 황금 체디가 눈부시게 세워져 있다. 우산 모양의 상단부에는 부처의 유골이 모셔져 있어 많은 불교 순례자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두 손에 연꽃을 쥐고 체디 주변을 돌며 기도를 드린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기 전후에 바로 옆 전망대에서 치앙마이 도심 전체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 위앙 쿰 캄은 원래 멩라이 왕이 치앙라이로 수도를 이전하기 전 15년간 수도로 삼았던 도시다. 미얀마의 침략 이후 폐허가 되었고, 잦은 강의 범람으로 땅 속에 묻혔다가 700여 년 전 홍수로 이 유적지가 다시 발견되었다. 지금은 고대도시의 터와 몇몇 사원들만 남았지만, 옛 란나왕국의 잃어버린 고대도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유적지다.

위앙 쿰 캄 안의 사원들 중 꼭 봐야 하는 왓 체디 리암. 란나 양식과는 전혀 다르게 피라미드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체디 벽면에는 수많은 감실을 만들어 불상을 안치했는데 불상의 모양과 표정, 장삼의 모양까지 모두 다르다
구시가지 안에 있는 왓 체디 루앙의 벽돌 체디. 탑 중간에 박혀 있는 코끼리 조각상들이 매우 독특한 볼거리다


치앙마이 트레킹과 코끼리에 대한 불편한 진실


도심과 사원 이야기가 길었지만, 사실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것은 트레킹이다. 고산지대의 강과 산을 걸으며 열대우림을 체험하고, 계곡의 상류에서 뗏목을 타고 내려오다 수영도 하고, 여러 소수민족이 사는 고산족 마을에서 잠도 잘 수 있다. 도보로 이동하는 중간에는 코끼리를 타고 트레킹을 하기도 한다. 여행사마다 코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인 트레킹의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일정도 1박2일에서 일주일까지 원하는 날짜대로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이용객이 외국 여행자이지만 국내의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명한 코스다.


패키지로 여행을 왔거나 일정이 짧은 사람들을 위한 짧은 트레킹 코스도 있다. 보통 하루 안에 이것들을 맛보기식으로 조금씩 다 하는데, 매탱 코끼리 학교에서 코끼리 쇼를 보고, 그 다음 30분 정도 코끼리를 타고 숲속을 다닌 후 뗏목을 타고 강 하류로 내려간 다음, 우마차로 돌아오는 식이다. 치앙마이로 오는 단체 여행객에게는 워낙 대표적인 코스라 사람들은 아무 거부감 없이 이 투어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들이 미처 모르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코끼리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사람을 잘 태우고, 재롱을 피우고, 붓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코끼리는 그 어떤 동물보다 자아가 강해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다. 야생성이 강하고, 본능적으로 등에 무엇을 얹기 싫어하는 코끼리가 사람을 태우고 걷기까지는 어릴 때부터 어미와 떼어낸 후, 엄청난 학대와 고문을 가해 길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조금만 관심있게 보면, 코끼리 머리 위에 앉은 조련사들이 코끼리가 정해진 방향대로 가지 않을 때마다 쇠꼬챙이로 된 연장으로 코끼리의 귀 뒤를 찌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코끼리는 귀 뒤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계속해서 가격하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쇼를 끝낸 코끼리들은 쇠줄에 묶여 거대한 기둥에 종일 매여 있다. 끝까지 훈련에 적응하지 못하는 코끼리들은 지속적인 학대로 건강이 약해지거나 정신병에 걸려 끝내 버려지기도 한다. 필자도 코끼리 트레킹을 해본 적이 있다. 인도에서 코끼리를 타고 밀림을 지나 외뿔 코뿔소를 보러 가는 한 시간짜리 투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불편한 진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지금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치앙마이에는 이런 코끼리 쇼에 반대해, 쇼에 이용되었던 코끼리를 구제하고 치료하고 보살피는 단체도 있다. ‘코끼리 자연 공원Elephant Nature Park’ 이란 곳이다. 정글 트레킹을 운영하던 친구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갈 곳 없어진 코끼리들을 키우게 된 생두언 렉 씨가 만든 곳으로, 각종 벌목과 쇼 학대로 아픈 코끼리들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여행객들이 일주일가량 머물며 코끼리에게 먹이도 주고 산책도 시키는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곳은 모든 것이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데 3끼 식사와 숙박을 포함해 1일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마을은 더없이 소박하고 아름다우나 아이들을 이용한 호객행위가 노골적이었던, 그래서 조금 아쉬웠던 메오족 마을

모르고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은 다르다. 코끼리 학대로 만들어지는 쇼를 언제까지 보아야 할까

푸이 산 중턱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메오족 마을 풍경

 

고산족 마을을 둘러보다


태국 북부의 정글과 깊은 숲을 체험하고 땀 흘리며 걷는 시간은 그 자체로 엄청난 에너지와 상쾌함을 전해 준다. 그와 더불어 여러 소수민족의 마을을 둘러보는 일정 또한 인기가 많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대표적으로 메오족이 거주하는 도이푸이나 카렌족이 모여 사는 마을을 방문하게 된다. 메오족이 사는 마을은 높고 좁은 산길을 넘고 넘어 간다. 초가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들은 시골에서 살던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게 소박하고 전통스럽다. 메오족은 손재주가 좋아 수놓은 민속 의상이나 가방, 모자 등으로 생계를 꾸려 가지만 이제 마을은 인기 관광지로 변했다. 양귀비 재배가 금지되기 전에는 고산족 중에서 가장 재배를 잘했던 부족이라 마을 한 켠에 전시 차원에서 양귀비를 심어 놓기도 했다.


카렌족이 사는 마을은 더 관광지 같다. 민속촌처럼 꾸며 놓은 마을에 카렌족 일부를 이주시켜 살게 했다. 평생 목에 황동 고리를 감고 생활하는 카렌족(원래는 파동족으로 카렌족의 일파다)의 여인들이 상점마다 앉아 있는데 상점 뒤편으로는 그들이 사는 집이 붙어 있다. 집 안에서는 어린 아이를 키우는 카렌족 여인들이 베틀에 앉아 실을 짜며 천을 만들고 있다. 마을 분위기는 메오족 마을보다 더 인위적이지만, 부족 여인들은 말 한마디 없이 자기 할 일만 한다. 흔한 호객 행위도 전혀 없고, 관광객이 먼저 말을 걸어도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다.

어릴 때부터 목에 황동 고리를 감고 생활하는 카렌족의 아이들

전통 의상을 입고 가방을 만드는 카렌족 여인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동미   취재협조 진에어 www.jinair.com

▶travie info     
찾아가기 2013년 10월31일부터 진에어가 저비용 항공사로는 최초로 인천-치앙마이 직항 노선을 정기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주 4회(수, 목, 토, 일) 운항하며 오후 5~6시경 출발해 치앙마이에 밤 9~10시경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같은 요일 밤에 출발, 익일 새벽에 인천 도착하는 스케줄이다. 다른 일반 항공사보다 저렴하게 치앙마이를 여행할 수 있는 노선이라 최근 여행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진에어는 인천-치앙마이 정기노선을 취항하게 됨에 따라 국내 저비용 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동남아 정기노선(방콕, 치앙마이, 비엔티엔, 세부, 클락) 5개를 보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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