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RIES IN SEOUL 책 그 너머를 여행하다①도서관, 이야기를 품다
LIBRARIES IN SEOUL 책 그 너머를 여행하다①도서관, 이야기를 품다
  • 트래비
  • 승인 2014.03.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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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 창으로 비춰드는 다사로운 햇살, 저마다의 책갈피로 빠져드는 사람들의 숨죽인 탐닉. 서울의 도서관은 이제 그 자체로 한 권의 책이 되어 독자들을 기다린다. 그곳으로 향하는 발길이 ‘여행’이 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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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이야기를 품다
 
책을 펼쳐들지도 않았는데, 무언가 말을 걸어 온다.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묵직한 문짝이, 살짝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이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다. 
 
정독도서관의 하얀 건물은 내려쌓인 눈과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정독도서관
응답하라, 1977의 서울이여

서울 북촌의 꼬부랑 골목길을 걷다 보면 한두 번쯤은 꼭 지나치기 마련인 정독도서관. 개관한 것은 1977년이지만, 그 역사는 그로부터 77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1900년 10월3일,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중학교가 지금의 정독도서관 자리에 문을 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한성고등학교,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 경기공립중학교 등으로 이름이 바뀌며 신산스러운 세월을 겪었으며, 해방을 맞이하고 1951년 경기고등학교로 개명하면서 명문고로서의 명성을 쌓아 갔다.
 
옛 경기고가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계기는 1970년대를 휘몰아치던 강남 개발의 열풍이었다. 당시 종로구와 중구 일대의 학교들이 대거 강남으로 옮겨갔고 경기고 역시 1976년 졸업식을 끝으로 북촌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 도서관으로나마 옛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모교의 추억이 서린 공간을 지키고자 했던 경기고 졸업생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1977년 1월4일 문을 연 정독도서관. 겉모습은 옛날 그대로지만 그 안에 담긴 소프트웨어는 첨단을 달린다. 노트북 소지자들을 위한 전용열람실이 있는가 하면, 각종 온라인 정보와 위성방송, 멀티미디어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디지털자료실도 갖췄다. 영화상영, 고전인문아카데미, 분석적 책 읽기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장애인 등 지식정보취약계층의 독서 지원을 위한 찾아가는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서관의 운치는 변함이 없다. 봄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낙엽 지는 도서관의 풍경 속엔 옛 교정의 추억이 곳곳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이용시간 평일 오전 9시~밤 10시, 주말 오전 9시~오후 5시(자료실 및 열람실별로 상이함) 
휴관일 매월 첫째·셋째 수요일 및 법정 공휴일(일요일 제외) 
주소 종로구 북촌로 5길 48  문의 02-2011-5799 jdlib.sen.go.kr
 
도서관 1층의 동판에는 이진아씨의 앳된 얼굴과 23년의 짧은 삶이 기록돼 있다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은 독립공원 한 쪽에 자리하고 있다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난 진아

이진아는 저명한 위인이 아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의 딸, 누군가의 여동생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평범한 이의 이름을 딴 도서관이라니. 
9월15일은 고故 이진아씨의 생일이자 이진아기념도서관의 개관일이다. 이에 얽힌 이야기는 애달프고 묵직하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씨는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 중이던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2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눈물과 충격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은 슬픔을 이겨내고 유난히 책을 좋아했던 딸을 위한 도서관,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딸의 이름으로 짓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가족들은 도서관을 추모의 공간으로 만들기보다는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으로 승화하고자 했다. 가족들의 간절함이 담겨 있기 때문일까. 도서관은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투명한 천장과 곳곳의 통유리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시원하게 뚫린 공간을 따라 도서관 내부를 환히 밝히고, 자작나무 등의 목재로 만든 바닥과 벽면에서는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결이 느껴진다. 모자 열람실, 어린이 전자정보열람실, 어린이 열람실 등 가족들을 위한 공간을 넉넉히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이진아씨 가족은 그녀를 따스하고 정겨운 도서관으로 되살아나게 했다.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그녀가 미처 다 꾸지 못했던 꿈을 대신 이뤄 주길 바라면서. 

이용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 오전 9시~오후 5시(자료실 및 열람실별로 상이함) 휴관일 월요일 및 법정 공휴일(일요일 제외)  주소 서대문구 독립문공원길 80  문의 02-360-8600~3 www.sdmljalib.or.kr
 
도서관 1,2층을 연결하는 5m 높이의 벽면서가는 웅장함을 자랑한다
 
▶서울도서관  
87년 된, 두 살배기 도서관?

서울도서관이 문을 연 것이 2012년 10월26일이니, 이제 두 살배기 갓난아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역사는 오래고도 깊다. 도서관 건물은 1926년 일제의 경성부 청사로 지어졌고, 해방 후에는 서울시 청사로 그리고 서울도서관으로 이어지면서 자그마치 87년 동안 서울의 역사를 굽어보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잔혹했던 역사를, 8·15해방과 6월항쟁을, 월드컵의 붉은 물결과 뜨거운 촛불의 행렬을 이 건물은 기억한다. 어쩌면 여름의 분수대와 겨울의 스케이트장을 내려다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3층은 서울의 기억 창고나 다름없다. 해방 이후부터 신청사 건립으로 폐쇄된 2008년까지, 역대 서울시장의 집무공간을 재현해 놓았는데 꽤나 흥미롭다. 시장이 업무보고를 받거나 주요사업을 결재했던 ‘시장 집무실’, 시를 방문한 국내외 인사들을 맞이했던 ‘접견실’, 서울시정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결정했던 ‘기획상황실’ 등을 꼼꼼히 복원했다. 

4층의 세계자료실과 1, 2층은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시간은 수십년을 뛰어넘어 2013년 현재로 돌아와 있다. 말끔하고 세련된 서가와 최첨단 디지털 정보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LED 조명으로 열람실 구석구석을 환히 밝힌다. 특히 1, 2층을 연결하는 5m 높이의 벽면서가는 자못 웅장하며, 이중으로 된 벽면서가는 채광과 소음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고려한 것이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으로 가고, 미래를 보려거든 도서관으로 가라 했던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자리한 서울도서관은 오랜 과거를 껴안은 채 미래를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용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9시(3, 4층은 오후 6시까지) 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월요일 및 법정 공휴일(일요일 제외) 
주소 중구 세종대로 110  문의 02-120(다산콜센터) lib.seoul.go.kr
 
●mini interview
서울도서관 이용훈 관장
“낯선 도서관의 탄생, 서울도서관”

“도서관과 관련된 업무를 30년 가까이 해왔는데, 서울도서관은 그런 저에게도 낯선 것이었어요. 건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 서울광장과의 뗄 수 없는 관계, 뛰어난 접근 편이성 등은 서울도서관만의 특징이죠. 애써 찾아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오다가다 들를 수 있고, 책뿐 아니라 문화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서울에 공공도서관만 120곳에 이르고, 작은 도서관들까지 아우르면 900곳이 넘는단다. 그렇다면 서울도서관의 이용훈 관장이 생각하는 도서관이란 무엇일까.
“1초 만에 10권의 책을 다운받는 시대지만, 도서관에서의 속도는 느렸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아무리 빨라져도 단축할 수 없고, 단축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거든요. 도서관은 본질적으로 질문의 답을 찾는 곳이에요. 요즘 걷기여행 많이 하잖아요? 느리게 어슬렁거리며 질문의 답을 찾고 우연한 발견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라고 생각해요.”
 
글·사진  Travie writer 서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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