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더하기 일상
도쿄 더하기 일상
  • 트래비
  • 승인 2014.03.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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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과 버스, 기차를 타며 도쿄를 헤맸다. 골목골목이 궁금해서 하루 종일 무릎이 꺾이도록 걸었다. 여행이라기보다 일상에 가까웠던 도쿄 탐방 이야기.
 
 
 
도쿄에는 명동같은 번화가가 여럿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언뜻, 그러나 자주 보아온 도쿄. 어쩐지 서울과 비슷한 느낌이라 쉽게 끌리진 않았던 도시. 하지만 계획 없이 찾아간 도쿄는 사뭇 낯선 풍경들을 보여줬다. 지하철 한 정거장마다 늘어선 번화가는 화려했고, 도심 벗어난 뒷골목에선 불쑥불쑥 소박한 동네의 일상을 마주쳤다. 도쿄의 시간은 빠르고 또 느렸다.

 
연령별로 즐기는 도쿄 3대 번화가
신주쿠+시부야+하라주쿠
 
 
도쿄에는 서울 명동 같은 곳이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지하철로 나란히 이어지는 신주쿠Shinjuku, 시부야Shibuya, 하라주쿠Harajuku는 도쿄 쇼핑의 핵심지대. 신주쿠는 보통 3040 세대들이 즐겨 찾는다. 오다큐, 이세탄 등 백화점들이 밀집해 있어 브랜드 제품을 쇼핑하기 좋고,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남성 전용 백화점 ‘이세탄 멘즈’도 있기 때문.
 
하지만 무엇보다 3040 세대들의 발길을 붙드는 것은 도쿄 최대의 유흥지대인 ‘가부키초’다. 평범한 카페나 이자카야에서부터 60년대 풍의 올드한 바, 로봇을 테마로 한 술집, 휘황찬란한 빠찡코까지 ‘유흥'의 폭이 매우 넓다. 야심한 밤 가부키초 거리를 걷다 보면 ‘무료 안내소’라는 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관광 따위를 안내하는 줄 알고 들어갔다간 큰 고초(?)를 겪을 수 있다. 손님의 취향에 맞는 유흥업소를 알선하는, 말하자면 욕망의 세계로 안내하는 곳이다. 아이돌 뺨치는 미청년들을 모델로 내건 호스트바도 즐비하다. 호객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소문과는 달리 밤에 걸어도 위험하지 않았다.
 
신주쿠에서 발견한 가장 재미있는 곳은 ‘오모이데 요코초’였다. 신주쿠역 서쪽 출구로 나오면 초록색 간판이 있는 골목이 보이는데, 그 안으로 20여 개의 작은 술집이 따닥따닥 붙어있다. 주인장이 겨우 꼬치를 굽고, 일면도 없는 손님들끼리 어깨를 잇대고 앉아 겨우 술을 마실 정도로 좁은 곳이다. 거리에서는 불쾌하기만 했던 협소함도 이곳에선 타인의 온기로 정감 있게 다가왔다. 그들도 비슷할 것이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도쿄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 아마 서로 같은 종류의 고단함을 공유하며 위로하고 있는 게 아닐지.
 
손님들 중에는 나이 지긋한 노인들도 많다. 이들이 오모이데 요코초를 찾는 건 쇼와시대(1926~89)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다. 이곳의 건물들은 ‘나가야’라고 불리는 전통 가옥이다. 20세기 초까지 일본 서민들은 이렇게 가로로 긴 하나의 건물에 칸막이로 세대를 구분한 쪽방 같은 집에서 살았다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신주쿠에 있던 대부분의 옛 건물들이 헐리고 새로 지어졌는데, 이곳만은 여전히 건재하다. 마천루 사이에서 웅크린 몇 채의 나가야에서 꼬치구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향수 그 자체다.
 
신주쿠에서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인 시부야로 가면 연령대가 좀더 낮아진다. 이곳은 20대들의 놀이터다. 영화관과 갤러리, 쇼핑몰이 복합된 멀티플렉스 ‘히카리에’, 다양한 이벤트와 저렴한 가격의 보세 옷을 파는 ‘시부야 109’가 대표적. 시부야 109 빌딩 앞에는 작은 야외무대가 있는데 소녀시대가 첫 일본 콘서트를 가진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하라주쿠에서는 교복 입은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라주쿠 역에서 나와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10대들의 거리인 다케시타도리가 나온다. 약 400m 정도 되는 거리에 헬로키티 등 캐릭터 숍, 연예인 사진, 아기자기한 소품과 ‘샤방샤방한’ 옷들을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이곳에선 특히 과감한 패션 감각의 소유자들을 볼 수 있다. 코스프레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가발과 레이스 치마. 그리고 앙증맞은 캐릭터 가방. 일명 ‘로리타’ 패션, ‘메이드’ 패션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일본 하라주쿠만의 전매 특허 패션이다.
 
오래된 술집거리인 신주쿠역 근처 ‘오모이데 요코초’. 일본 사람들이 쇼와시대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즐겨 찾는다
 
세련된 남자옷을 사려면 오모테산도를, 빈티지 옷을 사려면시모기타자와를 추천한다
 

진정한 패션 피플들의 거리

오모테산도, 시모기타자와

 

도쿄에서 가장 세련된 패션을 볼 수 있는 거리는 아마 오모테산도Omotesando일 것이다. 오모테산도는 다케시타도리에서 큰길 건너에 있다. 메이지신궁으로 가는 큰 대로변에 위치해 오모테산도, 우리말로 ‘참배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모테산도의 랜드마크는 가로수길에 자리한 ‘오모테산도 힐즈’다. 지하3층, 지상3층의 길쭉한 건물로 고급스런 브랜드와 카페, 갤러리가 입점해있어 늘 사람이 붐빈다. 수제 초콜릿을 파는 맥스 브리너(Max brenner) 같은 가게는 오픈 전부터 100m가 넘는 줄이 설 정도로 인기다.

 

노출 콘크리트 외벽을 보면 눈치챌 수 있듯 이 건물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원래는 재건축 대상의 오래된 공동주택이었는데, 일본 최초의 콘트리트조 집합주택이라 건물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애착이 남달랐다.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 안도 다다오는 새 건축물에 원래의 풍경을 담아 지금의 오모테산도 힐즈를 만들었다. 건물 높이가 가로수보다 낮고, 남동쪽 끝에 있는 1개 동은 이전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외부는 주변 풍광을 받아들이도록 차분하게 표현했고, 내부는 흐르는 듯한 나선형으로 층 구분을 없앴다. 잘 모르면 그냥 지나칠법한 겸손함이 이 건물의 미덕이다. 대로 맞은편에는 루이비통, 버버리 등 명품숍들이 경쟁하듯 화려한 파사드로 치장하고 있어 더욱 대조적이다. 가로수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에 가면 더욱 멋지다.

 

오모테산도 힐즈 뒤쪽 골목에는 안도 다다오의 영향인지 노출 콘크리트를 컨셉으로 한 주택들이 많다. 고양이라도 한 마리 만날까 싶어 골목을 쏘다녔는데,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은 ‘핫’한 쇼핑거리가 나타났다. 랄프로렌 건물 뒤쪽으로 꽤나 넓게 펼쳐진 구역에 세련된 보세 옷집이 늘어서있다. 특히 댄디한 컨셉의 남자 옷집이 많았다. 여기서 만난 일본 남자들의 패션도 하나같이 세련되고, 쇼핑하는 외국인들도 많은 걸 보면 확실히 가장 뜨고 있는 패션 거리가 확실하다. 한국에서 입어도 무난할 옷, 남자친구 옷이나 악세서리를 고르려면 이 동네를 추천한다. 이밖에 메이지신궁으로 가는 사거리에 새로 문을 연 패션 쇼핑몰 ‘도큐프라자’와 ‘라포레 하라주쿠’도 있다.

 

빈티지 패션을 좋아한다면 시모기타자와Shimokitazawa로 가보자. 신주쿠에서 지하철로 10분 만에 갈수 있다. 철로를 경계로 남쪽 출구 지역과 북쪽 출구 지역으로 나뉘는 넓은 동네다. 남쪽 출구 쪽은 일반 음식점과 편의시설 위주고, 북쪽 출구 쪽으로 가면 빈티지 옷가게,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많다. 물담배를 피거나, 타투를 할 수 있는 곳들도 있다.

 
도쿄의 조용한 변두리 마을 야나카에서는 일본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도쿄의 변두리 일상속으로

야나카

 

일본 사람들에게 야나카Yanaka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한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더니 ‘거길 왜 가느냐’는 표정이다.

당연하다. 이곳은 도쿄에 사는 사람들도 관심 가질 일 드문, 평범한 변두리 마을이다. 하지만 낯선 나라에서 순수하게 일상을  탐닉하는 것도 여행자에겐 매력적인 일이다. 도시라는 장막을 걷고 나서 비로소 발견되는 것들이 진짜 그 나라의 모습이다.

닛뽀리 역에서 내리면 야트막한 언덕에 붕어빵이나 센베 과자를 파는 작은 상점들이 군데군데 있다. 여기서 조금 내려가면 재래시장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화점이 뒤섞인 야나카 시장이다. 야채와 생선을 파는 가게들, 티셔츠를 만들어주는 가게, 고양이 꼬리 모양의 빵을 파는 가게 등 소소한 재미가 있다.

 

300m 쯤 이어지는 시장을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그나마 북적이던 분위기도 사라지고 조용하고, 인적 드문 동네가 나타난다. 오래된 간판을 내걸고, 옛날 집기들을 그대로 쓰고 있는 쌀가게와 반찬가게, 세탁소를 지나다 보면 일본인이 아닌데도 이상한 향수에 젖는다. 일본의 60, 70년대 풍경은 희한하게 우리의 옛날 모습과도 닮아있다.

 

네즈 신사 방향으로 걷다보면 좀더 현대적인 주택가를 지나게 된다. 주택 사이사이에 한 두명 손님만 겨우 받을 만한 레스토랑들이 많다. 카페, 갤러리 등은 하나같이 골방처럼 작은 규모라, 장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생활 공간에 가깝다. 야나카에선 남미에서 가져온 원두를 직접 블렌딩하고 로스팅하는 ‘야나카 커피(Yanaka coffee)’와 테누구이를 파는 가게 ‘쵸지야(Cyoshiya)에 꼭 들러보자. 테누구이는 기모노를 만들고 남은 길죽한 자투리 천에서 유래된 것인데, 에도 시대에는 스카프나 앞치마로 썼다고 한다. 현재는 주로 액자에 넣어 그림 구실을 한다. 유명한 우키요에를 본뜻 것들도 많은데 가격은 1,000엔 정도로 저렴해 기념품으로 좋다.

 

야나카 뒷골목을 산책하며 느낀 점은 참 여유롭다는 것이었다. 길은 깨끗이 정돈돼 있고, 집집마다 제 나름의 솜씨로 현관 앞을 장식했다. 어떤 집은 책장 한 칸을, 어떤 집은 때 이르게 핀 화분을, 어떤 집은 창가에 커피잔을 내놓았다. 공간을 만들고, 골목을 지키는 일본인들의 솜씨에 감탄을 느끼며 다시 번잡한 도심으로, 도시의 품으로 돌아왔다.

 
야나카 커피 주소 3 Chome 8-6 Yanaka, Tokyo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쵸지야 주소 2 Chome 32-8 Nezu, Tokyo 영업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7시
 
글ㆍ사진 Travie writer 도선미
취재협조 일본관광청 www.mlit.go.jp/kankocho
 

Travie info 

자연과 예술의 하모니 ‘하코네’

얼마 전 추성훈과 추사랑 부녀가 방문해 TV 전파를 탔던 곳이다. 봄에는 벚꽃, 여름엔 수국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온천과 호수, 조각공원, 유명 미술관들이 몰려 있어 여성들, 커플들이 즐겨 찾는다. 에도시대부터 도쿄로 들어가는 유일한 관문이자 명승지로 알려졌는데, 찰리 채플린 등 해외 유명 스타들도 많이 다녀갔다.

하코네 유모토역에서 내리면 일본에서 가장 경사가 급한 ‘하코네 산악열차’를 타고, 산중턱까지 올라가게 된다. 주변에 시설 좋은 온천 료칸들이 많고, 탁 트인 전망을 보며 설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조각공원’이 인기다. 순환버스를 타면 하코네 곳곳에 흩어진 명소들을 알뜰하게 둘러볼 수 있다. 르누아르, 모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진품을 볼 수 있는 ‘폴라 미술관’, 일본화의 대표작을 전시하고 있는 ‘나루카와 미술관’, 맑은 날엔 눈덮인 후지산을 볼 수 있는 아시노코 호수 등을 추천한다.

신주쿠역에서 오다큐 로만스카 급행열차를 타거나 하코네 직통 고속버스를 타면 하코네유모토 역까지 1시간 반만에 갈 수 있다. www.odakyu.jp/korean/

 

도쿄 만능 카드 ‘스이카’

우리나라 티머니와 비슷한 선불형 e-머니 카드. 지하철에서 쉽게 구매하고 충전할 수 있고, 교통 뿐 아니라 쇼핑에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JR동일본노선과 지하철, 버스, 택시 등 이용 시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돈키호테, 히카리에, 루미네 등 도쿄의 큰 쇼핑몰, 로손, 뉴데이, 미니스톱 등 편의점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특히 지하철 역사 내에 있는 자판기와 물품보관함, 식당, 숍 등에서 쉽게 쓸 수 있어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들한테 편리하다. 지하철 무료 환승(버스는 30분 이내 환승 시 무료)도 장점. 역사 내 전용 발권기에서 보증금 500엔을 내면 2000엔이 충전된 카드를 구입할 수 있고, 이후에는 충전해서 사용하면 된다. 스이카로 물품을 구입하면 잔액이 표시된 영수증을 따로 발급해주고, 잔돈이 남을 염려가 없어서 여행 비용을 관리하는데 좋다. 환불시 잔액과 함께 보증금 500엔을 돌려받을 수 있다.

www.jreast.co.jp/kr/pass/suic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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