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드라마에서 언뜻, 그러나 자주 보아온 도쿄. 어쩐지 서울과 비슷한 느낌이라 쉽게 끌리진 않았던 도시. 하지만 계획 없이 찾아간 도쿄는 사뭇 낯선 풍경들을 보여줬다. 지하철 한 정거장마다 늘어선 번화가는 화려했고, 도심 벗어난 뒷골목에선 불쑥불쑥 소박한 동네의 일상을 마주쳤다. 도쿄의 시간은 빠르고 또 느렸다.
신주쿠+시부야+하라주쿠
진정한 패션 피플들의 거리
오모테산도, 시모기타자와
도쿄에서 가장 세련된 패션을 볼 수 있는 거리는 아마 오모테산도Omotesando일 것이다. 오모테산도는 다케시타도리에서 큰길 건너에 있다. 메이지신궁으로 가는 큰 대로변에 위치해 오모테산도, 우리말로 ‘참배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모테산도의 랜드마크는 가로수길에 자리한 ‘오모테산도 힐즈’다. 지하3층, 지상3층의 길쭉한 건물로 고급스런 브랜드와 카페, 갤러리가 입점해있어 늘 사람이 붐빈다. 수제 초콜릿을 파는 맥스 브리너(Max brenner) 같은 가게는 오픈 전부터 100m가 넘는 줄이 설 정도로 인기다.
노출 콘크리트 외벽을 보면 눈치챌 수 있듯 이 건물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원래는 재건축 대상의 오래된 공동주택이었는데, 일본 최초의 콘트리트조 집합주택이라 건물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애착이 남달랐다.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 안도 다다오는 새 건축물에 원래의 풍경을 담아 지금의 오모테산도 힐즈를 만들었다. 건물 높이가 가로수보다 낮고, 남동쪽 끝에 있는 1개 동은 이전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외부는 주변 풍광을 받아들이도록 차분하게 표현했고, 내부는 흐르는 듯한 나선형으로 층 구분을 없앴다. 잘 모르면 그냥 지나칠법한 겸손함이 이 건물의 미덕이다. 대로 맞은편에는 루이비통, 버버리 등 명품숍들이 경쟁하듯 화려한 파사드로 치장하고 있어 더욱 대조적이다. 가로수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에 가면 더욱 멋지다.
오모테산도 힐즈 뒤쪽 골목에는 안도 다다오의 영향인지 노출 콘크리트를 컨셉으로 한 주택들이 많다. 고양이라도 한 마리 만날까 싶어 골목을 쏘다녔는데,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은 ‘핫’한 쇼핑거리가 나타났다. 랄프로렌 건물 뒤쪽으로 꽤나 넓게 펼쳐진 구역에 세련된 보세 옷집이 늘어서있다. 특히 댄디한 컨셉의 남자 옷집이 많았다. 여기서 만난 일본 남자들의 패션도 하나같이 세련되고, 쇼핑하는 외국인들도 많은 걸 보면 확실히 가장 뜨고 있는 패션 거리가 확실하다. 한국에서 입어도 무난할 옷, 남자친구 옷이나 악세서리를 고르려면 이 동네를 추천한다. 이밖에 메이지신궁으로 가는 사거리에 새로 문을 연 패션 쇼핑몰 ‘도큐프라자’와 ‘라포레 하라주쿠’도 있다.
빈티지 패션을 좋아한다면 시모기타자와Shimokitazawa로 가보자. 신주쿠에서 지하철로 10분 만에 갈수 있다. 철로를 경계로 남쪽 출구 지역과 북쪽 출구 지역으로 나뉘는 넓은 동네다. 남쪽 출구 쪽은 일반 음식점과 편의시설 위주고, 북쪽 출구 쪽으로 가면 빈티지 옷가게,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많다. 물담배를 피거나, 타투를 할 수 있는 곳들도 있다.
도쿄의 변두리 일상속으로
야나카
일본 사람들에게 야나카Yanaka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한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더니 ‘거길 왜 가느냐’는 표정이다.
당연하다. 이곳은 도쿄에 사는 사람들도 관심 가질 일 드문, 평범한 변두리 마을이다. 하지만 낯선 나라에서 순수하게 일상을 탐닉하는 것도 여행자에겐 매력적인 일이다. 도시라는 장막을 걷고 나서 비로소 발견되는 것들이 진짜 그 나라의 모습이다.
닛뽀리 역에서 내리면 야트막한 언덕에 붕어빵이나 센베 과자를 파는 작은 상점들이 군데군데 있다. 여기서 조금 내려가면 재래시장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화점이 뒤섞인 야나카 시장이다. 야채와 생선을 파는 가게들, 티셔츠를 만들어주는 가게, 고양이 꼬리 모양의 빵을 파는 가게 등 소소한 재미가 있다.
300m 쯤 이어지는 시장을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그나마 북적이던 분위기도 사라지고 조용하고, 인적 드문 동네가 나타난다. 오래된 간판을 내걸고, 옛날 집기들을 그대로 쓰고 있는 쌀가게와 반찬가게, 세탁소를 지나다 보면 일본인이 아닌데도 이상한 향수에 젖는다. 일본의 60, 70년대 풍경은 희한하게 우리의 옛날 모습과도 닮아있다.
네즈 신사 방향으로 걷다보면 좀더 현대적인 주택가를 지나게 된다. 주택 사이사이에 한 두명 손님만 겨우 받을 만한 레스토랑들이 많다. 카페, 갤러리 등은 하나같이 골방처럼 작은 규모라, 장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생활 공간에 가깝다. 야나카에선 남미에서 가져온 원두를 직접 블렌딩하고 로스팅하는 ‘야나카 커피(Yanaka coffee)’와 테누구이를 파는 가게 ‘쵸지야(Cyoshiya)에 꼭 들러보자. 테누구이는 기모노를 만들고 남은 길죽한 자투리 천에서 유래된 것인데, 에도 시대에는 스카프나 앞치마로 썼다고 한다. 현재는 주로 액자에 넣어 그림 구실을 한다. 유명한 우키요에를 본뜻 것들도 많은데 가격은 1,000엔 정도로 저렴해 기념품으로 좋다.
야나카 뒷골목을 산책하며 느낀 점은 참 여유롭다는 것이었다. 길은 깨끗이 정돈돼 있고, 집집마다 제 나름의 솜씨로 현관 앞을 장식했다. 어떤 집은 책장 한 칸을, 어떤 집은 때 이르게 핀 화분을, 어떤 집은 창가에 커피잔을 내놓았다. 공간을 만들고, 골목을 지키는 일본인들의 솜씨에 감탄을 느끼며 다시 번잡한 도심으로, 도시의 품으로 돌아왔다.
취재협조 일본관광청 www.mlit.go.jp/kankocho
Travie info
얼마 전 추성훈과 추사랑 부녀가 방문해 TV 전파를 탔던 곳이다. 봄에는 벚꽃, 여름엔 수국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온천과 호수, 조각공원, 유명 미술관들이 몰려 있어 여성들, 커플들이 즐겨 찾는다. 에도시대부터 도쿄로 들어가는 유일한 관문이자 명승지로 알려졌는데, 찰리 채플린 등 해외 유명 스타들도 많이 다녀갔다.
하코네 유모토역에서 내리면 일본에서 가장 경사가 급한 ‘하코네 산악열차’를 타고, 산중턱까지 올라가게 된다. 주변에 시설 좋은 온천 료칸들이 많고, 탁 트인 전망을 보며 설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조각공원’이 인기다. 순환버스를 타면 하코네 곳곳에 흩어진 명소들을 알뜰하게 둘러볼 수 있다. 르누아르, 모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진품을 볼 수 있는 ‘폴라 미술관’, 일본화의 대표작을 전시하고 있는 ‘나루카와 미술관’, 맑은 날엔 눈덮인 후지산을 볼 수 있는 아시노코 호수 등을 추천한다.
신주쿠역에서 오다큐 로만스카 급행열차를 타거나 하코네 직통 고속버스를 타면 하코네유모토 역까지 1시간 반만에 갈 수 있다. www.odakyu.jp/korean/
우리나라 티머니와 비슷한 선불형 e-머니 카드. 지하철에서 쉽게 구매하고 충전할 수 있고, 교통 뿐 아니라 쇼핑에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JR동일본노선과 지하철, 버스, 택시 등 이용 시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돈키호테, 히카리에, 루미네 등 도쿄의 큰 쇼핑몰, 로손, 뉴데이, 미니스톱 등 편의점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특히 지하철 역사 내에 있는 자판기와 물품보관함, 식당, 숍 등에서 쉽게 쓸 수 있어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들한테 편리하다. 지하철 무료 환승(버스는 30분 이내 환승 시 무료)도 장점. 역사 내 전용 발권기에서 보증금 500엔을 내면 2000엔이 충전된 카드를 구입할 수 있고, 이후에는 충전해서 사용하면 된다. 스이카로 물품을 구입하면 잔액이 표시된 영수증을 따로 발급해주고, 잔돈이 남을 염려가 없어서 여행 비용을 관리하는데 좋다. 환불시 잔액과 함께 보증금 500엔을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