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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기자] 여행에게 전하는 고백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3.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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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ome cable beach, Australia
 
꼬박 20년을 여행과 마주하고 동반했다.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글로 기록했다. <안녕, 여행>의 저자 채지형에게 여행은 중독이라기보다 지독한 사랑에 가깝다. 
 
‘여행’이 있으면 
양팔을 벌리고 힘껏 안고 싶다.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Okabango delta, Botwana 2005
 
당신은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여성 여행작가로 꼽힌다. 20년쯤 됐다. 그러면서도 항상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전업 여행작가가 됐다. 돌아보니 어떤 삶이었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오즈처럼 산 20년이었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어디엔가 떨어지고, 그 공간과 시간을 사람들과 함께 헤쳐나간 시간이었다. 돌아보니 그 모든 시간들이 참 감사하고 고맙다. 한편으로는 참 바쁘게 보낸 시간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끝이 없었다. 그리고 여행가와 직장인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옷을 입고 살면서, 둘 다 누구보다 충실하고 싶었다. 그 욕심에 바쁘고, 즐겁고, 조금은 힘들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속도를 늦춰서 슬로 슬로 퀵퀵, 그렇게 살려고 한다.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던 <지구별 워커홀릭>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번 책 <안녕, 여행>까지. 당신에게 여행과 글쓰기는 어떤 작업인가? 충실한 기록인가,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고백인가.

여행과 글쓰기는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찌릿찌릿한 일이다. 이미 이 두 가지에 중독이 되어 있고,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생각할 수 없는 삶이 되었다. 
20년 전 첫 책을 낸 이후 한동안 여행은 충실한 기록에 가까웠다. 스스로 자주 기록하고 잘 정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 지난 후부터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졌다.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고백이라기보다는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여행하면서 나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줬던, 나에게 따뜻함을 안겨줬던 그래서 내가 얻었던 힘과 위로를 바이러스처럼 마구 퍼트리고 싶은 마음에 뭔가를 끊임없이 써 대는 것 같다. 
 
Venice, Italy 2010
 
여행은 사실 객체와 주체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행위다. 여행에게 안녕? 이라고 묻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만약 정말 ‘여행’이라는 대상이 눈앞에 실존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앞에 ‘여행’이 있으면 양팔을 벌리고 힘껏 안고 싶다.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손을 잡고 친구들에게 최고의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너도 한번 사귀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거의 전 세계를 여행한 것 같다. 당신 마음의 한 조각을 내려놓고 왔다고 생각되는 여행지가 있는가?
 
아직 여행할 곳이 한참 더 남았다. 여행은 하면 할수록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진다. 세계 곳곳에 마음을 떼 놓고 왔지만, 지금 생각나는 곳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Antigua라는 작은 도시다. 한 달 정도 머무르면서 스페인어와 살사를 배웠다. 커피 향 가득한 소깔로Zocalo에서 되지 않는 스페인어를 연습하던 시간들이 그립다. 
 
현재 제주에 내려가 있다고 들었다. 계획이 있는가?

다른 나라에 대한 호기심에 우리나라를 촘촘히 보지 못했다. 제주를 시작으로 국내 구석구석을 촘촘히 챙겨 볼 생각이다. 그래서 마라도부터 다녀왔다. 지금까지 수십 번 제주를 여행했지만, 머무르면서 바라본 제주는 처음이다. 오래 찬찬히 보니, 역시 다르게 보인다. 제주는 우리나라 그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새롭게 다가온 제주에 대한 이야기도 기록해 볼 생각이다.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먹거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것을 정리하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Janakpur, Nepal 2012

안녕, 여행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장면을 기록한 사진들, 그리고 그 감동적인 순간을 되뇔 수 있도록 글로 기록했다. 65가지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안녕, 여행>은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본 듯한 두근거림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때때로 읽는 이의 상처를 보듬기도 하고, 꾸짖기도 하며, 떠나 보라고 권한다.  
상상출판  | 1만3,000원

여행작가 채지형
세계의 시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표정이 담긴 인형 모으기를 낙으로 삼고 있는 ‘여행가’다. <지구별 워커홀릭>을 비롯해 <넌, 이번 휴가 어디로 가?>, <호젓한 여행지> 등을 펴냈으며, 감성이 묻어나는 여행 사진으로 사진전도 열었다. KBS FM 이금희의 <사랑하기 좋은 날> 등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여행 코너를 진행했고, 신문과 잡지에 여행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에디터 손고은 기자 사진제공 채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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