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라국가연합] 소한민국 공화국 양구楊口
[상상나라국가연합] 소한민국 공화국 양구楊口
  • 천소현
  • 승인 2014.04.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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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에 가로막힌 강원도 오지로만 여겨졌던 양구는 이제 그만 잊어야 한다. 국토의 정중앙에서 대한민국을 오롯이 담아 보겠다는 청춘 양구의 다짐이 한반도섬 위에 떠올랐다. 
 
양구전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녹슨 철조망과 희생 병사들을 기리는 기념비들

한반도 배꼽의 현주소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양구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북한측 초소와 금강산 봉우리들을 마주할 수 있는 전망대, 북한에서 파고 내려온 제4땅굴, 전쟁기념관 등 안보관광지로만 기억되던 변방의 고립된 땅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양구의 문이 활짝 열린 느낌을 강하게 받은 곳은 방산면 건솔리의 두타연이었다. 2007년부터 개방되긴 했지만 민통선 내부라서 사전신청에 인원제한까지 있있던 두타연 탐방이 지난해부터 당일 접수로도 가능해져 있었다. 위치추적기능이 있는 출입증을 도입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20m의 바위 병풍, 기암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 길이 20m쯤의 천연동굴이 어우러지는 두타연의 풍경은 원시자연 그대로다. 동행했던 양구군의 정영희 관광정책담당은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하루에 12마리나 본 적도 있고, 크기가 60cm나 되는 열목어를 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두타연의 현주소는 여전히 분단국가의 접경지역이다. 곳곳에 지뢰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고, ‘뻥뻥’ 부비트랩 터지는 소리가 리얼한 각종 폭발물 체험코너까지, 정신이 번쩍 드는 체험시설들이 있었다. 배우 소지섭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소지섭길’은 한류 여행자들의 심장을 터뜨리는 부비트랩이었을까. 노란색, 빨간색을 입힌 철조망으로 피워낸 꽃을 포함해 전쟁과 평화를 테마로 한 조각, 설치작품들도 두타연에서 만날 수 있었다.  

펀치볼로 이어진 길도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전에는 양구군에서 해안면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도솔산 1,050m 고지를 넘어 S자 도로를 구불구불 달려야 했었다. 겨울에 살얼음이라도 얼면 거의 40분이 걸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뿐하게 터널을 통과하면 그만이다. 해안분지의 적요를 깨고 가칠봉 1,242m을 향해 올라가면 을지전망대가 나온다. 철책과 초소 바로 안쪽의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묘했다. 호기심이나 두려움의 자리에 서글픔이 끼어들었다. 양구의 초소 중에는 북한 측과 불과 780여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곳도 있다. 1,046m 높이의 전망대에 서니 금강산 5개 봉우리가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을지전망대에 능선의 일부를 내준 가칠봉은 이미 금강산 1만2,000봉 중 마지막 봉우리다.
 
1만1,999개의 동무들을 지척에 두고 홀로 월남한 가칠봉은 언제쯤이나 상봉의 기쁨을 누릴 것인가. 가칠봉 아래 선녀계곡으로 북측이 나신의 여자들을 보내서 목욕을 시키면, 남쪽에서는 가칠봉 정상의 수영장에서 미스코리아 수영복 심사를 했던 심리전도 이젠 옛말이고 야간문자송신기나 시각구조물, 대형 확성기 등도 모두 철거되었으나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경비병의 삼엄함만은 여전했다. 
 
두타연에 조성된 소지섭길에서는 한류 스타 소지섭과 악수를 해볼 수 있다 
민통선 안에 위치한 두타연은 오랜동안 인적이 닿지 않아 원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예약 없이 탐방이 가능해지면서 편의시설도 대폭 늘어났다

참으로 투박한 아름다움   

한국전쟁의 격전지였던 양구에 화염이 잦아들고 피난민들이 돌아왔을 때 수복된 고향에는 집 한 채 남아있지 않았다. 양구 군청도 고작 한 동의 텐트였으며 주민들은 미군이 급조한 초가산간에 짐을 풀었다. 박수근 화백의 생가터도 마찬가지여서 후에 친구들의 증언으로 그 자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종호 건축가가 박수근 미술관을 세웠다. 화강암을 견고하게 쌓아올린 돌담의 투박한 질감이 박 화백이 사용했던 거친 마티에르 기법의 유화들과 닮았다. 그러나 막상 박수근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실제 유화들은 몇 점에 불과하고 스케치와 판화 등이 대부분이다. 사후에 천정부지로 가격이 뛰어오르기도 했고 매매 자체가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금의 명성과 상관없이 살아있는 동안 가난에 시달렸고 말년에는 한 쪽 눈까지 실명한 채 51세의 나이에 간경화로 작고한 선생은 2004년 무덤을 이장하면서 미술관 뒤쪽 동산에 부인과 함께 안치되어 있다. 양구공립 보통학교 시절 밀레의 만종 원색도판을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박 화백이 가장 즐겨 그린 모델이 그의 아내였다. 현역 작가로 활동 중인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들은 기획전의 작품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항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는 박수근 화법의 전통을 그의 자손들이 계승하고 있다. 

양구의 투박한 아름다움을 발견한 또 다른 장소는 양구 방산면에 있는 양구백자박물관이었다. 방산면 일대에는 화강편마암이 풍화된 양구 백토가 넓게 분포되어 있는데, 그 흙으로 만든 투박한 도자기가 바로 양구백자다. 일반 백자에 비해 푸른빛을 띠는 양구 백토는 고려시대에 시작된 조선백자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런 양구백자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올 초에는 상상나라국가연합의 이웃 국가인 남이섬공화국에 양구백자갤러리(전시장인 ‘양구백자랑’과 체험관인 ‘양구백자요’로 구성되어 있다)를 오픈하고 매달 정기적으로 가마에 불을 올리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연합국의 힘이다. 

양구를 떠나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춘천을 통해서였다. 댐 건설로 도로가 수몰되자 3시간이나 되는 비포장도로를 대신해 양구-춘천 사이를 이어주었던 뱃길도 이제는 춘천 터널 개통으로 끊어지고 말았다. 이제 서울과 양구는 1시간 30분 거리로 성큼 가까워졌다. 박수근 화백은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 라는 유언을 남겼다지만, 아주 멀다고 느꼈던 양구는 정말 가까워져 있었다. 지금은 북쪽이 꽉 막혀 있지만 통일이 되면 국토의 정중앙에 자리잡은 양구는 사통팔달의 요지가 될 것이다. 
 
양구 출신의 화가인 박수근의 유화는 양구백자의 투박한 질감과 닮았다
박수근 생가터에 세워진 미술관의 전시실

글ㆍ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상상나라국가 연합 unirepublics.com 양구군 www.yanggu.go.kr
 
▶Travie info

농가맛집 시래원 35% 이상이 식이섬유로 이뤄진 무시래기는 배추보다 칼슘이 2배 이상 더 많기도 하다. 양구 시래기가 유독 부드럽고 고소한 이유는 일교차가 큰 기후 덕이다. 시래기정식, 시래기닭찜으로 유명한 시래원에서는 시래기 배송판매도 한다. 주소 강원도 양구군 남면 도촌리 192-2 영업시간 오전 11시~저녁 8시 문의 033-481-4200

석장골 오골계 맛보기 쉽지 않은 메뉴인 오골계 불고기를 취급하는 집은 양구에도 딱 두 집뿐이다.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재료라서 신선한 상태로 마련해서 숯불 위에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 맛에 한번 반한 사람은 양구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주소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양록길 23번길 16-7 문의 033-481-2506 

양구는 소한민국

양구군은 지난해 상상나라국가연합에 참여하면서 ‘소한민국 공화국’을 선포하고 그 거점을  2007년부터 조성 중인 한반도섬으로 잡았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홍보해 왔던 ‘국토정중앙 양구’와 ‘오시면 10년은 젊어진다’는 ‘청춘 양구’의 이미지가 이제 소한민국으로 수렴되고 있는 것. 양구의 ‘상상’은 이런 것이다. 한반도 섬을 방문해서 한라산-백두산 트레킹을 하고 짚라인을 타고 한반도섬 위를 비상하기도 하며, 인공습지에서 카누를 즐기는 등 한반도섬을 레포츠와 휴식, 그리고 통일의 의미가 담긴 상징적인 곳으로 만든 것 말이다. 갈라진 국토에서는 아무래도 좌표적인 의미로만 남아 있던 국토 정중앙점의 미래는 이제 시작이다. 
 
고려시대부터 백자를 생산했던 양구에는 지금도 많은 가마가 남아 있다
짚라인 출발대에 매달아 놓은 사람들의 다짐 혹은 약속들
 
한반도섬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을 위해 2007년부터 조성 중인 파로호 상류 양구읍 하리의 국내 최대 인공 습지. 그 가운데 한반도 모양을 꼭 닮은 인공섬을 만들었다. 최근에 섬 둘레길이 조성되었으며 야생화를 심어 계절별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할 계획. 지난 겨울부터 짚라인을 설치해 가동 중인데, 상공을 가르며 한반도섬에 안착하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인공 습지 위를 날아서 한반도섬으로 착륙하는 짚라인이 지난 겨울에 개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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