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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KKING KYUSHU] 몸과 마음의 힐링, 규슈올레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4.05.02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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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트레킹의 계절.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따라 폭신폭신한 흙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족탕 온천이 나오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거닐 수 있는 해변이 나온다. 
돌아오는 길, 몸도 마음도 올레의 매력에 푹 빠진 후였다.
 
 
● 올레길 걷기 전 알아두세요
간세
제주 조랑말 모양의 간세는 머리가 향하는 방향으로 걸으면 된다.
리본 
올레코스 길목, 나무 등에 매달아 놓은 리본을 보며 길을 잃지 않도록 한다.
방향표식 
표식이 가리키는 곳으로 걷자. 파란색은 정방향, 다홍색은 역방향이다.
 

걷고, 마시고, 담그고 우레시노 코스

삼수에 성공했다. 사가현 우레시노 코스는 지난 2년간 규슈올레에 합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매번 쓰디쓴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자연과 더욱 친숙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길을 찾아 헤맸다. 그 결과 3년 만에 ‘올레’라는 이름의 우레시노 코스가 탄생했다. 

한적한 마을길에서 시작하는 우레시노 코스. 도자기로 유명한 고장답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간세는 도자기 조각으로 만들어졌다. 이 간세를 지나 걷다 보니 5분도 채 되지 않아 다이죠지절大定寺과 요시우라신사吉浦神社가 나온다. 절로 들어서자 마츠모토 류쇼松本龍生 스님이 맞아준다. 다이죠지절은 400년 전 우레시노의 중심부에 있었다. 그 당시 번에서 공양하는 물품과 쌀 등으로 번성했던 절이었으나 현의 사정이 안 좋아져 120년 전 면세혜택을 받으며 지금의 장소로 이동했다고 한다. 우레시노 중에서도 특히 한국에서 온 도공陶工과 일본인 도공이 많았던 요시다사라야 지역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뜻도 있었다고. 절의 한쪽에 자리한 요시우라신사에는 세상을 떠난 아기들을 지켜 주는 동자승 지장보살의 불상이 가득하다. 전쟁으로 세상을 떠난 아이, 태어나지 못한 아이, 태어났지만 일찍 생을 마감한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신사는 매년 3월 첫째 주 토요일에 새 단장을 한다. 각각의 불상 옆을 지키는 바람개비가 바람에 뱅글 돌아간다. 알록달록한 색을 자랑하는 바람개비는 세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아기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완구의 의미다. 또 바람에 움직이는 그 모습이 꽃과 비슷하다 하여 꽃잎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세 번째로 과자를 뜻한다.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바뀌었지만 본래 바람개비의 손잡이를 설탕으로 만들었었다고. 

다이죠지절을 지나면 구불구불한 숲길이 나온다. 길 따라 촘촘이 쌓여 있는 돌 사이에 초록빛 이끼가 자리 잡고 있다. 숲길을 따라 산을 오르다 보면 거친 숨을 잠시 고를 수 있는 나무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는데 그곳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자 전날 내린 비의 영향인지 물기 가득 머금은 맑은 공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시 발길을 옮긴 지 30분쯤 지났을까. 산 중턱에 오르니 우레시노 녹차밭의 최고 절경지로 꼽히는 니시요시다 다원西吉田の茶園이 펼쳐진다. 

끝없이 펼쳐지는 녹차밭은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우레시노의 녹차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4월이다. 녹차밭을 등지고 다시 흙과 돌로 이뤄진 숲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 니시요시다 지역의 오곡 풍성을 기원하는 물의 신 곤겐?現신과 우레시노 88개소 순례길 스폿 중 하나인 13불상이 보인다. 빨간 옷을 입은 13개의 불상이 깎아 놓은 바위틈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13불상이 있는 이곳은 주민들조차도 잊고 지냈던 곳이라고. 올레길이 생기면서 다시 많은 사람들이 찾게 돼 기쁘다는 주민들은 매년 봄·가을마다 주변 정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흙과 돌로 이뤄진 산길을 지나면 메타세콰이아가 늘어선 ‘22세기 아시아의 숲22世紀アジアの森’이 나온다. 한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느껴지는 흙의 감촉이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다. 낙엽과 흙이 어우러진 길을 지나자 어디선가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린다. 도도로키 폭포공원轟の?公園이다. ‘소리가 울려 퍼지는 폭포’라는 의미의 도도로키 폭포공원은 여름에는 물놀이 장소로도 인기라고 한다. 폭포의 경관을 제대로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빨간 아치형의 다리에서 폭포를 바라볼 것을 추천한다. 폭포를 지나면 평탄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의 끝에는 우레시노코스의 화룡점정, 시볼트족탕シ?ボルトの湯이 올레꾼을 기다리고 있다. 우레시노 온천은 일본 3대 미인 온천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4~5시간 동안 고생한 발을 온천 물속에 담그면, 온몸의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며 개운해지고 피부까지 매끈매끈해진다. 이 맛을 위해 걸었나 싶을 정도다. 엄마와 손잡고 온 아이, 두 발을 담그고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 누구라도 여유만 있다면 잠시 머물러 피로를 풀 수 있다.
 
▶찾아가기
티웨이항공이 인천에서 사가현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인천-사가 직항편을 신규 취항했다. 주 3회(수·금·일요일) 운항하며 오후 2시50분(TW295)에 출발한다. 사가현에 있는 우레시노 코스, 다케오 코스, 가라쓰 코스를 가려는 올레꾼들은 티웨이항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우레시노에서 이것만은 꼭
온천수로 보글보글 끓인 두부, 우레시노 온천 유도후 嬉野溫泉湯とうふ를 꼭 맛보시길.
일본에서 손꼽히는 녹차 
생산량을 자랑하는 우레시노. 우레시노 녹차는 달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우레시노에서 온천을 빼면 서운하다. 우레시노 온천은 누구라도 매끈매끈한 피부미인으로 만들어 준다.
 
다이죠지절에는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불상을 지키는 마츠모토 류쇼 스님이 있다
지장보살의 불상 옆을 지키는 바람개비
우레시노 녹차밭 중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니시요시다 다원

제주올레의 닮은 꼴 무나카타·오시마 코스

후쿠오카현에 속한 여러 섬 중 가장 큰 섬인 오시마섬大島. 무나카타시宗像市에서도 페리를 타고 25분 정도를 더 가야만 오시마섬에 도착한다. 인구 800명의 작은 섬인 오시마섬은 세계문화유산 후보지로 올라 있기도 하다. 일본의 해녀인 아마あま의 발생지며 세 명의 여신을 섬기고 있다. 무나카타·오시마 코스는 오시마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코스다. 

오시마섬에 도착해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얼마 못 가 무나카타대사 나카츠궁宗像大社中津宮이 보인다. 무나카타의 세 명의 여신 중 한 여신을 섬기고 있는 곳이 마나카타대사 나카츠궁이다. 이곳을 지나면 미타케산御嶽山으로 향하는 올레길이 나온다. ‘힘내라がんばれ’라는 글씨와 정상까지 800m가 남았음을 알리는 나무푯말이 세워져 있다. 약간의 경사가 있지만 산을 오르며 마시는 공기가 개운하다. 100m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푯말을 지나 30분쯤 걷자 정상까지의 거리가 100m 남짓 남았다.
 
곧 미타케산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무나카타·오시마 코스의 오르막길은 다 오른 셈이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우거진 숲과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에 답답한 마음이 단번에 뚫리는 기분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오시마섬에서 5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오키노시마섬과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미타케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이 숲길을 찾기 위해 후쿠오카현 올레길 탐사대원들은 수십 번 넘게 산행을 했다고 한다. 발걸음 내딛는 소리와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려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 소리가 마치 잔잔한 파도 소리 같다. 산을 내려와 평평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길 한쪽에 귤을 파는 아주머니가 서 있다. 가만히 보니, 귤 옆에 대나무통이 하나 있다. 주인이 없을 때 귤을 사고 돈을 넣는 통이다. 2~3개씩 담긴 귤 봉투에는 가격이 쓰여 있고, 그 가격만큼 대나무통 안에 돈을 넣으면 된다. 올레길이 생긴 이후 만들어 놨다는 무인 귤 판매대. 오랜 걸음에 목마를 올레꾼들을 위해 귤을 맛볼 수 있도록 한쪽에는 여분의 귤과 칼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귤 산지로 유명한 오시마섬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오시마섬에는, 귤젤리나 귤타르트 등 귤로 만든 주전부리도 다양하다. 

한적한 길을 지나자 대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이어진다. 길을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우거진 나무와 줄기들이 엉키고 설켜 있는 모습만 봐도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무 틈에 자라고 있는 이름 모르는 버섯, 떨어진 새빨간 동백꽃, 늪 등을 지나고 나면 눈앞이 확 트이는 풍차전망대와 포대지유적이 눈에 들어온다. 1936년 규슈 북부 연안의 방위를 강화하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포대는 당시 오시마섬 4곳에 배치됐지만 전투에 한 번도 사용되지 않고 철거됐다고. 포대지 뒤쪽에는 현해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풍차전망대가 있다. 풍차전망대까지 오르는 길, 앞뒤로 부는 바람에 몸이 휘청한다. 정상에서는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풍차전망대를 지나 산길을 내려오면 좁은 마을길이 나오고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오키노시마 참배소沖ノ島?所가 보인다. 오시마섬과 50km 떨어진 곳에 있는 오키노시마섬은 여성들이 섬에 입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오키노시마섬에 갈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해 오키노시마 참배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길은 오키노시마 참배소를 지나 양 옆으로 오시마섬 주민들이 일궈 놓은 텃밭,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과 간스해수욕장かんす海水浴場으로 이어진다. 여름이면 섬 밖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러 온단다. 해수욕장 중간에는 사요지마섬小夜島이 있는데 조수간만의 차를 잘 이용하면 사요지마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고. 해수욕장의 모래를 밟으며 걷고 있자니 저 멀리 페리 선착장이 보인다. 지루할 틈 없던 요시마 코스가 끝나는 지점이다. 
 
▶무나카타·오시마에서 이것만은 꼭
❶ 봄에 맛볼 수 있는 귤인 아마나쓰甘夏로 만든 귤젤리는 100% 아마나쓰 과즙을 이용한다. 속을 파낸 껍질을 용기로 사용해 독특하다. 단, 4월부터 8월까지만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도록.
❷ 무나카타는 신선한 해산물로 유명하다. 겨울에 살이 올라 맛있는 흑붕장어 전골과 다금바리 전골은 11월부터 3월까지 맛볼 수 있는 별미. 이 기간에 무나카타·오시마 코스를 방문한다면 꼭 한번 
맛보길 추천한다.
무나카타·오시마 코스의 풍차전망대를 오르면 매 계절마다 새로운 꽃을 볼 수 있다

미타케산을 오르는 길,100m 간격으로 보이는 푯말
올레길 중간에 자리한 무인 귤 판매대. 올레꾼들은 무료로 귤을 맛볼 수 있다
포대지 뒤쪽에는 현해탄을 바라볼 수 있는 풍차전망대가 있다
 
▶찾아가기
인천에서 후쿠오카를 이어 주는 국내 항공편은 하루에 9편이나 운항 중이다. 국적기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주 7회(매일) 운항하고 있으며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주 7회(매일) 운항하고 있다.
 
 
글·사진 양이슬  
취재협조 규슈운수국, 규슈관광추진기구 www.welcomekyushu.or.kr, 
제주올레 www.jejuoll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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