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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BISTRO] 와인주막으로 향하는 나그네들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4.05.27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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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보따리 매고 길 가던 나그네에게 국밥과 막걸리 한잔은 고픈 배를 채우고 갈증을 달래 주었다. 그렇게 밥과 술을 팔고 때로는 잠자리까지 내어주던 주막은 지친 나그네들의 쉼터였다.

홍대거리를 누비다 허기가 졌을 때,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 한잔이 생각날 때는 ‘와인주막 차차’로 향할 일이다. 와인은 파스타나 스테이크와 마셔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편견을 버릴 필요가 있겠다. 영국에서 5년 동안 와인 MBA를 취득한 나기정 대표가 와인이 한국 음식과 얼마나 궁합이 잘 맞는지 직접 보여 주고 있으니 말이다. 

대표 메뉴는 ‘차돌박이 육회 쌈’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그녀, ‘고기에 고기를 싸 먹어 보면 어떨까?’라는 귀여운 발상으로 만든 음식이다. 차돌박이는 숯의 향이 잘 배어나는 부위로 음식이 조금 식더라도 식감이 많이 변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숯에 익혀 내오는 차돌박이 위에 부추와 함께 먹음직스러운 육회를 얹어 먹으면 미디엄 레어Medium Rare의 한국스타일 스테이크 완성. 차돌박이의 담백함과 육회의 신선함이 묘하게 어우러져 꽃향기가 나는 프랑스산 ‘라 시부아즈La Ciboise’ 레드와인과 제격이다. 

와인주막 차차의 모든 음식은 와인과 잘 어울리도록 개량했다. 제주도에서 공수해 온 백돼지 목살은 3일 동안 된장에 숙성시켜 숯불에 구워냈고 쌈장 역시 와인과 상극인 생마늘을 빼고 너트 잼Nut Jam을 넣어 고소함을 더했다. ‘맑은 떡볶이’는 그녀가 메뉴에 얼마나 정성을 다했는지 느껴진다. 빨간 고추가 와인의 맛을 떨어뜨리는 것을 고려해 고춧가루 대신 청량고추만으로 매콤함을 만들고 멸치육수로 구수함을 표현해냈다. 안주가 부담스럽다면 20개월 이상 발효시킨 그라나 파다노 치즈 혹은 생 올리브가 적당하다. 어떤 이는 통으로 썰어져 나오는 치즈와 씹을수록 고소한 올리브 몇 개만으로도 와인 한 병을 비울 만큼 그 퀄리티는 이미 손님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와인이 어렵다? 걱정 마시라. ‘사다리타기’ 와인 메뉴판이 있으니. 100가지가 넘는 종류의 와인 중 각자의 취향대로 사다리타기를 하다 보면 자신에게 딱 맞는 와인을 고를 수 있어 즐겁다.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이것이 바로 와인주막 차차가 평범한 나그네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이다. 

와인주막 차차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29나길 7   11:00~04:00, 연중무휴, 예약 가능   차돌박이 육회 쌈 3만5,000원, 맑은 떡볶이 2만5,000원, 그라나 파다노 치즈 1만2,000원, 차돌박이 라면 5,500원, 라 시부아즈 레드 와인 2만9,000원   02-335-3378   chachawine@naver.com
 
와인주막 차차의 와인은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제공된다
 대표 메뉴는 ‘차돌박이 육회 쌈’이지만 그라나 파다노 치즈 몇 조각만으로도 훌륭한 안주가 된다
 
인건비를 낮춰서라도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제공하기 위해 메뉴 개발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도 나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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