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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IMBAP RESTAURANT] 맛으로 흥한 전주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4.05.2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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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전주에 갔으니 비빔밥이나 한 그릇 먹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춘천에 가면 닭갈비를 먹고 대구에 가면 막창거리를 꼭 들르는 나였다. 한 달에 두어 번은 전주로 출장을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그녀는 ‘성미당’에 가 보라고 말했다. 지금껏 맛본 비빔밥 중 최고라나.

운이 좋았다. 보통 한 시간은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 때 이른 점심시간에 방문한 덕에 바로 테이블을 차지했으니. 반신반의하던 것이 미안해지지기 시작한 것은 화려한 비주얼의 육회비빔밥이 테이블 위로 올라오던 그 순간부터였다. 예부터 흉년에도 매일 육회용으로 소를 잡았다던 전주에서는 비빔밥에 육회를 얹어 내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다른 재료와 잘 어울려 그 맛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성미당의 육회비빔밥은 무언가 수상했다. 숟가락으로 대여섯 번을 휘저으니 금세 먹을 수 있도록 비벼지는 것이 아닌가. 내막은 이랬다. 신선한 육회가 뜨거운 밥에 익지 않도록 미리 초벌비빔을 해 열기를 낮춘 것. 비빔밥의 가장 기본 재료인 밥과 콩나물, 고추장, 참기름을 먼저 섞고 그 위에 갖은 나물과 육회 그리고 계란 노른자를 올렸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도 수백 그릇의 밥을 비벼야 하는 주방장의 몸은 고되지만 그 맛을 본 이들은 정성에 감동할 수밖에. 무거운 놋그릇을 사용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열에 민감한 놋그릇은 밥의 온도를 조절하고 수분을 유지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다 먹을 때까지도 밥이 촉촉해 구미를 당긴다고. 

성미당의 정영자 대표는 육회비빔밥과 함께 ‘모주’ 한잔을 곁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집에서 직접 막걸리에 대추, 생강, 계피, 설탕, 한약재 등의 재료를 넣고 끓인 모주는 알코올 성분이 거의 없는 건강주다. 모주는 보통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서는 시원하게 보관하여 달달하면서도 특유의 텁텁함이 덜하다. 

이 모든 레시피와 맛의 비법은 정 대표의 친정어머니로부터 전해져 내려왔다. 49년 동안 그 자리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전주를 찾는, 그리고 비빔밥을 찾는 이들에게 감동의 맛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현재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정 대표의 딸이 대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성할 성盛’에 ‘맛 미味’를 붙여 지어진 이름 성미당. 이름처럼 맛으로 그 풍성한 기운을 오랫동안 지켜 왔다.  
 
성미당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3가 31-2   육회비빔밥 1만3,000원, 전주비빔밥 1만1,000원, 해물파전 1만원, 황포묵무침 1만원, 모주 1잔 2,000원  
 063-287-8800   sungmidang.com
 
초벌비빔이 된 육회비빔밥 한 그릇에는 주방장의 정성이 담겨 있다  
놋그릇이 밥의 수분을 유지시켜 다 먹을 때까지도 밥알에 윤기가 흐른다  
성미당의 전주비빔밥은 3대째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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