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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음식단상] 몸과 마음을 적셔 주는 차가운 면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5.27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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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여름 더위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봄에서 여름으로 옮겨가는 요즘, 몸과 마음이 더위에 적응하려니 더 덥게 느껴지는 거다. 이럴 때는 시원한 냉면으로 더위를 식히는 게 최고다. 몸이 식으면 마음도 넉넉해진다.   
 

해물육수와 조선간장의 절묘한 조화
하연옥 물냉면
예로부터 냉면으로 유명한 지방이 세 곳 있다. 평양, 함흥 그리고 진주다. 평양과 함흥은 북한 땅에 있으니 원래 그 맛을 보기가 쉽지 않다. 전쟁 이후 대한민국에 정착한 실향민들이 옛 맛이 그리워 냉면집을 차린 곳이 몇 곳 있기는 한데 맛은 같을 수 있으되 토속의 향기까지 담지는 못할 터, 진주 냉면은 토속의 향기까지 담아내고 있다. 하연옥이 옛 진주 냉면맛을 내고 있다. 진주 냉면은 물냉면이다. 그만큼 육수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육수를 만드는 데 멸치, 새우, 황태, 홍합, 다시마, 바지락 등 해산물 들어가고 소뼈와 소 사태 등도 함께 넣어 우린다. 2박3일 동안 육수를 만들고 15일간 저온숙성 한다. 여기에 직접 담근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다. 육수와 조선간장의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냉면에 흔히 넣어 먹는 겨자와 식초를 넣지 않고 육수 본연의 맛을 즐기는 편이 낫다. 진주 여행길에 먹었던 냉면육수의 삼삼한 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
하연옥   경상남도 진주시 이현동 1191   055-741-0525
 

어떻게 이런 장맛이! 
동그라미냉면 
1981년부터 냉면을 파는 집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20대 초반부터 알고 있었으니 나와의 인연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는다. 
이 집에 가면 원조 교복세대들이 학창시절 드나들다가 결혼해서 중·고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찾아와 비빔냉면을 먹는 풍경도 간혹 볼 수 있다. 가는 면발에 고유의 비빔장맛이 잘 스며들었다. 맵고 얼큰한 장맛 속에 다양한 맛이 조금씩 녹아들어 있다. 여러 재료의 맛이 따로 놀지 않고하나의 맛을 이루어 낸다. 
장이 달지 않아 먹고 난 뒤에 입맛이 깔끔하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비빔장맛이 세대를 뛰어넘어 통하는 것이다. 이 집은 수제 햄버거로도 유명하다. 다양한 채소와 치즈 등 재료를 많이 넣는 것도 아닌데 햄버거 맛이 좋다. 둘이 가서 냉면 한 그릇씩 먹고 햄버거 하나를 시켜 반으로 나누어 후식으로 먹어도 좋겠다.   
동그라미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81번길 54   
043-252-9862 
 

냉면도 국수도 아닌
그래서 밀면 
육수나 비빔장은 냉면인데 면은 국수다. 
그래서 냉면도 국수도 아니다. 100% 밀가루로 만든 밀가루 면발이다. 메밀가루나 고구마 전분 등이 섞인 막국수와는 면발부터 다르다. 그래서 막국수도 아니다. 그게 바로 밀면이다. 부산역 앞 초량밀면 집 밀면은 맛이 독특하다. 기본적인 맛이 달다. 단맛을 중화시키는 데 필요한 건 식탁 한쪽에 놓인 식초와 겨자, 양념장이다. 양념장을 면발 위에 얹어 내오기는 하는데 식초, 겨자와 함께 양념장을 조금 더 넣으면 단맛이 중화되면서 아무것도 넣지 않을 때보다 맛도 더 좋아진다. 육수는 닭발과 계피 등 한약재로 끓인다. 메뉴에 왕만두가 있는데 밀면 한 그릇으로 배가 차지 않을 경우에 왕만두를 시키면 된다. 
밀면 한 그릇에 왕만두 한 판을 둘이 나눠 먹으면 배가 부르다.      
초량밀면 부산시 동구 초량동 363-2   051-462-1575
 

너무 시원해서 얼얼한
메밀막국수 
홍천의 동쪽 끝에 있는 삼봉자연휴양림으로 간다. 지도상으로 홍천버스터미널보다 진부버스터미널에서 더 가깝다. 진부에서 내려서 휴양림으로 가는 길, 운두령을 넘는다. 
벌써부터 찾아온 더위에 찬 음식을 찾는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먹을 수 있는 찬 음식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전에 길가에 약수식당 간판이 보였다. 정답은 막국수였다. 
얼음 둥둥 뜬 육수와 함께 면발이 한 상 차려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진다. 얼음 육수 한 모금에 속이 시원하다. 연거푸 두 모금 더 마시니 너무나 시원해서 입 안이 얼얼하다. 
그리고 건져 먹는 메밀 면발. 가는 면발이 얼음육수와 함께 술술 잘도 넘어간다. 
벌써부터 천렵에 나선 동네 사람들이 내린천에서 그물을 드리우는 초여름, 내 몸은 벌써 한겨울이다.
약수식당(매점)강원도 홍천군 내면 778-5    033-435-7838
 

일명 세숫대야 냉면 
화평동냉면거리 
이른바 세숫대야냉면으로 알려진 화평동냉면은 더위 쫓는 데 즉효다. 얼음 띄운 육수 한 모금에 속이 시원해진다. 육수로 열기를 가라앉히고 난 뒤에 면을 먹는다. 화평동 냉면의 특징은 냉면에 열무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화평동냉면은 열무냉면이다. 시원하고 칼칼한 열무의 맛이 쫄깃한 면발과 육수의 맛과 어울려 맛을 완성하다.
이 골목 냉면이 처음부터 세숫대야 냉면은 아니었다. 보통 냉면사발 같은 것에 담아냈는데 사람들이 자꾸 면 사리를 더 달라고 하는 바람에 아예 큰 사발을 준비하고 면도 넉넉히 넣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화평동 냉면은 ‘세숫대야냉면’, ‘무한리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동인천역 옆 화평동 냉면거리
 
*장태동의 음식단상
<맛골목 기행>, <서울문학기행>의 저자 장태동의 맛깔스러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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