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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남도 공화국 합천陜川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4.06.03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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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속에 꿈꾸는 휴양지를 가지고 있다. 
비행기 타고 멀리 갈 것도 없다. 영상남도 합천에서는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합천영상테마파크 
 
‘내가 주인공’인 영화 

경상남도가 아니라 ‘영상남도’란다. 지난 2013년 상상엑스포에서 예비 상상국가로 등록된 합천은 11개의 지자체로 이루어진 상상나라 국가연합에 합류하기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상상국가다. ‘합천’을 생각하면 쉽게 해인사를 떠올리는데 늘 똑같은 공식은 지루해질 수 있기 마련.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하며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합천은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문화에 관심이 많은, 경상남도 중에서도 으뜸인 ‘영상남도’를 꿈꾸고 있다.
 
이런 꿈을 품고 있는 배경에는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합천영상테마파크가 그 중심에 있다. 작은 드라마 세트장을 상상하며 시시하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쉽게 만들고 쉽게 없애는 다른 세트장과는 다르게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모습을 유지하며 더욱 발전했다. 해마다 약 3만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저마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은 그동안 책이나 영화에서 보아 온 옛 거리의 모습이 신기하고 중장년층들은 과거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생생하게 역사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과 같다. 

입구에서 왼쪽 길로 향하면 일제강점기 시절을 세심하게 재현해 낸 1930년대 거리가 나온다. 한옥이 몇 채 보이고 일본어로 된 간판을 내걸고 있는 상점들도 눈에 띈다. 1930년대 서울의 모습이지만 왠지 모르게 이국적이다. 더욱 슬픈 역사의 현장이 그 뒤를 잇는다. 6·25 전쟁 당시 폭탄을 맞아 부서진 건물들이며 전복된 탱크, 새카맣게 타 버린 지붕까지 잔혹한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새로운 종로 5가의 거리를 마주한다. 누군가 여기가 종로 5가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저 서울의 어딘가쯤이라 생각할 뻔했다. 영화 포스터를 내건 대흥극장에서는 때때로 실제 공연을 하기도 한다. 전차가 다니기도 하고 청량리 시외버스터미널과 경성역(옛 서울역)도 보인다. 앞에서 봤던 1930년대 거리가 다소 멀게 느껴졌다면 70~80년대 서울은 어릴 적 소풍으로 다녀온 경주를 다시 찾은 기분이다. 

영화 <포화 속으로>를 비롯해 <각시탈>, <에덴의 동쪽>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나날이 그 입지를 넓혀 가고 있는 가운데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는 데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한식당, 일본 라멘, 작은 카페는 물론 곳곳에 숙박시설까지 선보이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이 낡은 단지에서 ‘호러마을 축제’를 열고 근처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상상이 아닌 진짜 영상남도가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합천영상테마파크를 모두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 가량 소요된다.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 역시 디테일하게 재현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상상나라 국가연합
전국 11개 지자체와 (주)남이섬이 ‘대한민국 상상관광’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도전하기 위해 창설한 사단법인으로 2013년 4월16일 발족했다. 경북 청송 장난끼공화국, 강원 양구 소한민국, 경기 양평 쉬쉬놀놀공화국, 충남 서산 해뜨는공화국, 경기 여주 고구마공화국, 서울 광진 동화나라공화국, 인천 정서진 역발상공화국, 서울 강남 아름다운공화국, 충북 충주 어머니나라, 전남 진도 진도공화국, 나미나라공화국 남이섬, 경기 가평 자라나는공화국이 있다. 현재 합천은 예비 상상나라 국가로 영상남도 공화국을 꿈꾸고 있다.

합천, 여행으로 치유하다 

주말이면 고민해 본다. 서울 근교에 나들이갈 만한 곳 어디 없을까. 그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가평이나 강촌. 대학생들의 단골 MT 장소로 꼽히기도 하는데 서울과 가깝고도 아름다운 자연환경, 맛있는 음식,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구, 진주 등 경상남도 도시 사람들에게 근교 나들이로는 합천이 제격이다. 최근 합천에는 8개의 길이 생겼다. 없던 것이 생긴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길에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합천활로’. 자연과 사람, 그 안에 시간이 더해져 나를 살리는 치유의 길이자 합천의 속살을 보여 주는 길이다. 홍류동 계곡길을 걷다 보면 마음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해인사 소리길’과 아늑한 습지의 적나라함을 드러낸 ‘정양읍 생명길’을 만난다. 그리운 과거로의 타임슬립은 ‘합천영상테마 추억길’과 선비의 정신이 깃든 ‘남명조식 선비길’ 그리고 역사 속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다라국 황금이야기길’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합천을 다시 찾고 싶은 이유는 온전히 ‘황매산 기적길’ 때문이다. 오르면 오를수록 기운이 차 오른다 하여 ‘기적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황매산의 기운은 실로 대단하다. 특히 커다란 바위들로 이뤄진 봉우리 ‘모산재’는 그 정상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지만 오르는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실은 굳이 힘을 들이지 않아도 기운 넘치는 황매산을 정복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5월이면 핑크빛 옷으로 갈아입은 철쭉 군락지가 답이다. 산 정상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부터 걸음마 서툰 아이들, 몸이 불편한 이들까지 누구랄 것 없이 공평하게 황매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도 조금 아쉽다면 둘레길을 걸어 보자. 계곡물을 따라 잘 정비된 산길은 정상까지 4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합천에서의 마지막은 ‘연꽃 인연’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진주로 가는 길목 작은 시골길에 숨어 있는 찻집이다. 연꽃 인연을 찻집만으로 명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푯말을 따라 마당으로 들어서면 아담한 정원이 반기고 수많은 장독대들이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장독대의 정체는 발효효소다. 오미자, 매실, 모과 등 10여 가지의 열매를 발효시킨 효소 엑기스 한잔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차분한 명상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 그런데 무언가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마음산책 연구소. 이곳의 주인인 박상언 철학박사는 연꽃 인연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상담을 해주고 있다. 대기업 강연뿐만 아니라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까지 있지만 그는 휘황찬란한 말솜씨를 뽐내지 않는다. 마치 아무도 모르는 작은 절에서 우연히 만난 스님처럼 소박하고 잔잔하다. 여유가 있다면 수더분한 모습의 한옥에서 하루쯤 더 머물러도 좋다. 그렇게 합천은 지친 도시인들이 편안히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합천군 www.hc.go.kr 상상나라 국가연합 www.unirepublics.com
 
매년 5월 초 핑크빛으로 물든 황매산 철쭉 군락지는 수많은 산행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도시에서는 찾기 힘든 조용하고 여유로운 공간에서 주인장이 직접 담근 건강한 효소 음료를 음미할 수 있다
하루쯤 머물러도 좋다. 뒷편에 있는 대나무 숲 산책로를 따라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면 맑은 기운이 몸을 정화시킨다
 
합천 로컬푸드 직매장

‘행복한 농부’라는 이름의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합천군 지역 농산물을 주민들이 직접 가져와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1층 매장에서는 용주면 파프리카, 가야면 쑥갓과 상추, 적중면에서 생산한 무말랭이를 비롯해 직접 만든 들기름, 오디 식초 등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는데 생산지와 생산자를 표시해 믿음까지 전한다. 2층에는 간단한 음식과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테리아도 자리하고 있다. 가회면 등곡마을에서 만든 밤묵을 채 썰어 밥에 말아 먹는 ‘묵밥’과 경남 우리밀 협동조합에서 공급하는 ‘우리밀 감자라면’이 인기다. 특히 합천에서 재배된 채소로 만든 ‘행복한 비빔밥’은 저렴하면서도 맛도 좋아 만족도가 높은 메뉴. ‘행복한 농부’는 지난 3월 합천영상파크 입구에 오픈해 관광객들에게 합천의 특산물을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의 경제까지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상남도 합천군 용주면 합천호수로 757  
비빔밥 6,000원, 돈가스 7,000원, 우리밀 감자라면 3,500원, 밤묵밥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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